‘빠른 질주’ 앞에 모든 문명이 엎드렸다

김보근 2013. 0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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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스마트 무기 전차-① 전차의 발명과 전파


‘역사를 바꾼 무기는 모두 스마트폰이다.’ 무기가 통신수단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강력한 새로운 무기는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만들 때와 같은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마도 어떤 시대든 새 무기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조적 인물에 의해 개발됐을 것이다. 이미 새 무기를 구성할 수 있는 요소들은 그 사회에는 출현해 있다. 하지만, 잡스가 스마트폰을 만들기 이전에 그것들은 ‘개별적인 부품’일 뿐이다. 새로운 무기도 누군가 개별적인 부품에 불과했을 여러 요소들을 결합해 새로움을 창조해낸 것이다.


만들어진 무기를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는 또한 그 사회의 신분제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았다. 가령 귀족의 존재 유무, 노예나 서민이 쉽게 사용법을 습득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무기의 보급과 운용에 영향을 주었다. 한마디로 무기는 그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앞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무기가 그 사회 속에서 어떤 맥락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본다.



‘치거천사, 혁거천승(馳車千駟, 革車千乘).’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춘추전국시대 각 나라의 군사력을 평가할 때 자주 사용한 표현이다. 여기서 치거(馳車)와 혁거(革車)는 모두 4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를 가리킨다. 중국 베이징대 리링 교수의 손자병법 강독서인 <전쟁은 속임수다>(김승호 옮김, 글항아리, 2012)에 따르면, 이렇게 춘추전국시대에는 말이 끄는 전차인 치거와 혁거를 각각 1천대씩은 보유하고 있어야 패권을 다투는 제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은 속임수다.jpg

◀중국 베이징대 리링 교수의 <손자병법> 강의록인 <전쟁은 속임수다>(김승호 옮김, 글항아리, 2012)는 춘추전국 시대의 여러 사례들을 충실히 들어서 당시에 손자의 병법이 나오게 된 배경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만큼 전차가 당시 전황을 갈랐던 최고의 무기였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당시 대등한 조건에서 싸운다면 1천대의 전차를 보유한 나라가 500대의 전차를 보유한 나라를 이기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전차는 인류의 대규모 전투나 전쟁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최첨단 무기’ 중 하나였다. 또 기원전 1500년을 전후로 4대문명권의 변화를 불러일으킨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했다. 인더스문명의 몰락, 중국 상나라의 몰락과 주나라의 건국, 이집트와 히타이트의 역사적인 카데시 전투 등이 모두 이 전차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우선 기원전 2500년~기원전 1500년 사이 1000년 동안 번성했던 인더스 문명은 기원전 1500년께 아리안족의 침략에 무너졌다. 중앙아시아지역에 살고 있던 유목민족이었던 아리안족은 이미 전차와 초창기 철기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청동기문화에 의지했던 인더스 문명의 주인공들이 패배시킨 것은 이런 새로운 무기의 위력에 의해서였다.

또 기원전 13세기 초 이집트와 히타이트가 맞붙은 카데시전투에서도 전차가 핵심적인 무기였다. 당시 세계 무역의 중심지 카데시(오늘날 시리아)를 차지하기 위해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 왕 무와탈리 2세가 맞선 이 전투에서 전차의 운용은 전황을 좌우했다. 서로 승리를 선언한 두 나라는 결국 기원전 1270년 기록에 남아 있는 최초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설형문자로 기록된 이 이집트-히타이트의 평화조약은 현재 뉴욕 유엔본부 1층에 그 사본이 전시돼 있다.

또 중국의 경우에도 역사상 최초의 왕조인 상(商)나라(기원전 1600년경~기원전 1046년경) 때부터 전차가 차츰 중요한 전력구실을 했다. 그러나 주(周)나라 무왕이 상나라를 징벌할 때 사용한 것도 우월한 전차였다. <맹자> ‘진심(盡心) 하’편에서는 무왕이 “혁거 300대와 용감한 병사 3000명을 거느리고” 상나라를 정복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은허로 유명한 황하지역의 한 문명이 기능이 향상된 새로운 전차로 무장한 신흥 국가에 정복된 것이다.

과연 이렇게 고대문명의 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전차는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무기가 됐을까. 또 전차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어떤 노력을 벌였을까. 더 나아가 전차를 중심으로 한 전투력은 어떻게 구성이 됐을까? 인류 최초의 강력한 공격무기 중 하나인 전차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살펴보도록 하자.



터키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에 전시된 전차부조상-김경호 기자.JPG

▲ 터키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에 전시된 전차부조상. 도서출판 역사의 아침 제공 



◯ 전차의 연원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전차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지역에 형성된 안드로노보(Andronovo) 문명에서 발견됐다. 약 기원전 2000년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카자흐스탄 북쪽에 위치한 토볼강 근처 신타샤 유적에서 발견된 이 전차는 청동무기와 함께 두 마리의 말이 끄는 형태였다. 이 전차를 개발한 주인공은 인도-이란인 계통으로 아리안족의 선조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전차는 인류가 오랫동안 개발해온 여러 도구 등을 변형하고 결합한 것이었다. 그 핵심적인 내용이 되는 것이 바로 수레와 말이다. 인류가 최초로 수레를 사용한 것은 기원전 3500년께로 알려져 있다. 최초로 이 수레를 끄는 것은 소였다. 소는 기원전 1만년 전부터 인간에 의해 가축화됐다.

기원전 4천년경(약 6천년 전)에 인간이 처음 바퀴를 발견하고, 기원전 3500년경(약 5500년 전) 수메르인은 바퀴 달린 탈것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을 남겼다. 이 시점에서 이 탈것을 끌었던 것은 소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인간은 곧 말이라는 더 신속성이 있는 가축을 발견하고 길들여갔다. 말이 가축화된 시기를 학자들은 약 6천~5천년 전으로 본다. 말의 경우에는 빠른 속도라는 능력이 가축화를 추진했던 주요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는 우유나 고기 등을 생산하는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했던 다른 가축들과는 차별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마차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전차의 발명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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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쑤성 우웨이(武威) 레이타이(雷臺)의 한나라 무덤에서 출토된 우차 모형. 글항아리 제공



◯ 전차의 구성 요소

 

하지만 모든 마차가 그대로 전차가 되지는 않는다. 마차 중에서도 짐을 운반하는 마차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마차보다 ‘빠른 속도’와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공격력’을 보태야만 비로소 전차가 등장한다.

우선 ‘빠른 속도’. 기존의 마차나 우차는 나무 바퀴 두 개를 평평한 나무 판자와 연결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빠른 속도는 ‘회전하는 차축’의 발명과 함께 비로소 가능해졌다. 고속돌진이 가능하도록 높은 속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내마모성이 강한 ‘회전축’을 사용해야 한다. 즉 고속회전을 견딜 수 있는 강도가 센 목재 등으로 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전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시경(詩經)>에는 전차의 재료로 박달나무가 쓰였다고 기록돼 있다. 박달나무와 같은 단단한 재질의 나무를 불에 구워 구부린 뒤 결합시켜 둥근 바퀴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퀴는 빠른 돌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마모성을 갖추게 된다. 또 바퀴살이 달린 목재 바퀴를 사용해나가는 등 인류는 차츰 기술 진보와 함께 전차의 경량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전차가 가벼워지면 더욱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공격력’과 관련해서는 방패와 창, 화살의 개발과 개량이 필수적이다. 방패는 전차 위에 탄 병사의 몸을 보호하는 구실을 하고, 활과 창은 전차 위에서도 표적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도록 개량돼야 했다. 이 중 활과 관련해서는 합성궁(合性弓, composite bow)의 발명이 전차 위에서의 발사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활은 어린 나무를 주로 활대로 이용했다. 하지만 합성궁은 나무나, 동물의 근육, 뿔 등을 아교로 붙여 만든 활대를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활대가 기존의 활보다 짧아져 전차 같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사용하기에는 안성맞춤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들을 각각 개별적으로 발전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 ‘선사시대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러도 좋을 사람(혹은 기관)이 이런 개별적인 요소들을 모아 전차라는 놀라운 신무기를 만든 것이다.

 

◯ 전차의 전파와 개량

 

기원전 2000년께 만들어진 안드로노보 전차는 곧 각 지역으로 빠르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전차가 가진 빠른 속도와 공격력을 감안할 때, 이 놀라운 신무기의 보유 여부는 당시 크고 작은 전쟁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됐을 것이다. 안드로노보 전차의 위력에 처음 접하면서 큰 패배를 경험한 여러 민족과 나라들은 당연히 이 신병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힘썼을 것이다. 따라서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전차는 각 대륙과 지역으로 차츰 확산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확산 과정에서 앞서 얘기했던 아라아인의 인더스 문명 정복, 이집트와 히타이트의 대결, 주나라의 상나라 정벌 등이 이루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전차도 차츰 개량돼갔다. 전차의 대량생산과 개량은 역시 국력이 바탕이 됐을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카데시 전투에서 맞붙은 이집트와 히타이트는 전차의 대량생산과 개량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나라들이다.

이집트는 전차의 개량에서 적지 않은 진전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전차가 부드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전차의 출렁거림이 덜해야 전차병이 좀더 정확하게 화살을 날릴 수 있다. 이집트는 이를 위해 바퀴를 가죽으로 감싸는 등의 방법으로 충격을 흡수했다. 일종의 타이어를 만든 셈이다.

더 나아가 이집트는 전차의 무게도 35kg 정도로 경량화했으며, 전차의 구조도 급회전과 급정거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바퀴 축을 전차의 중앙이 아니라 맨 뒤에 다는 방법으로 방향전환 능력을 최대화한 것이다.

히타이트의 경우 전차를 구성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인 말의 관리에 큰 관심을 쏟았다. 기원전 14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히타이트의 키쿨리문서(kikkuli text)는 이 나라가 전차용 말에 대한 관리를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를 보여준다. 더욱이 히타이트는 전차를 세 사람이 탈 수 있도록 개량했다. 당시 이집트의 전차는 두 명이 탑승해 한사람은 전차를 몰고, 한 사람은 화살 등을 쏘는 등 공격을 맡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히타이트의 전차는 3번째 병사가 방어에 치중한 탓에 더 효율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 때 늘어난 한사람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히타이트도 전차를 경량화하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참고문헌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석기용 옮김, 이마고, 2003)

전쟁의 역사(버나드 로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책세상, 2004)

전쟁은 속임수다(리링 지음, 김승호 옮김, 글항아리, 2012)

춘추전국이야기2(공원국 지음, 역사의 아침,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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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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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북한문제 및 한반도 주변정세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배고파요 오마니!’ ‘연변의 쉰들러’ 등 북한 식량난 문제를 표지이야기로 쓰는 등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 왔습니다. 박사논문으로 <북한 천리마 노동과정 연구>(2006년)을 썼으며, 엮은 책으로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2010년), 공저로는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2008), <남북연합 형성ㆍ운영의 거버넌스>(2008) 등이 있습니다.
이메일 : tree21@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peac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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