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륙전의 날개, 누가 주인인가?

김동규 2011.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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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기동헬기를 갖기 위한 해군-해병대의 신경전


한국 해병대에는 상륙전의 필수 장비인 상륙기동헬기가 단 한 대도 없다.  군은  낙후된 상륙전력의 현대화를 위해 2016년까지 수리온 기반 상륙기동헬기 40여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해병대와 해군이 운용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어 누가 주인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5월 12일에서 13일 양일에 걸쳐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2011 육군항공 전투발전 세미나 및 무기체계 전시회’에는 육∙해∙공군의 항공병과 관련 군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군이 운용 중인 헬기로 가득 찬 야외 계류장을 가득 채운 군인들 중에는 가슴에 붉은 명찰을 달고 팔각모를 쓴 해병대 장교들도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에게 항공 장비가 없는 해병대 장교가 왜 항공무기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물어봤다. 대위 계급장을 단 그는 “곧 창설될 항공단을 위해 육군항공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해병대 사령부가 항공단 창설을 위해 2007년 10월부터 육군항공학교에 위탁한 장교들이다. 해병대는 공지합동상륙작전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해병대 사령부 직할로 여단급 규모의 항공단을 편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애초 해병대 사령부는 항공병과를 신설하려고 했지만 해군이 반대하는 바람에 기존 전투병과 장교 중에서 지원자를 받아 항공장교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지금까지 15명의 조종사를 배출했다. 항공단에서는 한국형 기동헬기(KUH) 수리온을 기반으로 만든 40여대의 상륙기동헬기를 운용할 예정이다.

 

 

 
수리온.jpg


한 예비역 해병은 항공단 ‘창설’보다 ‘재창설’이 맞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해병대가 사령부 해체라는 치욕을 당하기 전까지는 자체 항공대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병대는 1958년 3월 1일 창설한 1사단 항공대를 시작으로 1963년 3월 18일 5여단 항공 관측대, 1965년 9월 20일 2여단 항공대를 잇달아 창설했다. 1971년 5월 5일에는 해병대 사령부 항공대를 창설했다. 그러나 1973년 10월 10일 해병대 사령부가 해병대 운영개선에 관한 국방부 훈령 제157호에 따라 해체되면서 항공대도 해체됐고 관련 장비 대부분이 해군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이후 해병대 사령부가 부활하면서 해병대는 해군 측에 헬기들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해군은 이를 번번이 거절했다고 한다. 한 예비역 해병 중령은 “사령부가 해체되면서 빼앗긴 날개를 되찾기 위해 해병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해군에 소속된 소군인 탓에 예산편성은 물론 소요제기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상륙전의 날개, 항공전력



해병대가 항공단 창설을 강력히 추진하는 이유는 해병대가 구상하고 있는 현대전 상륙작전개념에서 항공전력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해병대는 ‘공지기동 해병대’를 비전으로 내걸고 바다와 하늘에서 동시에 전투력을 전개하는 상륙작전개념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 나오는 구시대적 상륙작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현대의 상륙작전은 더 이상 적이 뻔히 보고 있는 상황에서 느린 상륙주정을 타고 기관총과 장애물이 가득한 적의 해안에 돌격해 떼죽음을 당하지 않는다. 적이 볼 수 없는 수평선 너머에서 첨단 기동장비들을 이용해 그대로 목표를 타격하는 ‘초수평선 상륙작전’을 통해 단번에 목표를 제압한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일단 함정에서 해안으로 상륙한 뒤 목표를 타격하는 ‘함안(艦岸)기동’과 구분되는 방식으로 ‘함목(艦目)기동’이라 부른다. 함안기동은 2차 대전을 그린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전개념이다. 정밀 유도 미사일이나 기동장비가 발달하지 않았던 2차 대전 당시에는 적 해안에 상륙하기 전 벙커나 레이더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적을 관측할 수 있는 위치에서 함포사격이나 폭격을 가해야 했다. 어느 정도 제압이 됐다고 판단하면 속도가 4~5노트에 불과한 상륙주정에 보병들을 태워 해안으로 돌격시켰다. 그러나 적 또한 수평선 안에 있는 아군을 관측한 후 포격에 대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력이 살아남았고 상륙한 보병들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곤 했다. 미 해병대는 태평양 전선 이오지마섬에서 3일 동안 함포사격을 가한 후 상륙했지만 미리 지하갱도에 숨어 살아남은 일본군이 기습하는 바람에 상륙 첫날에만 2,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크기변환_사진2. 수퍼스탤리온.jpg »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대형수송헬기 CH-53E 슈퍼 스탤리온 ⓒ US Marine Corps


단숨에 기동해 목표를 제압한다. 일단 해안에 상륙한 뒤에 목표를 타격하던 함안기동과 달리 속도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함목기동의 특징은 바다와 공중에서 전투력을 입체적으로 전개해 짧은 시간에 승리를 거머쥔다는 점이다. 함목기동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공격헬기나 상륙기동헬기 같은 항공전력이다. 항공전력은 해병공지기동부대의 기동력을 제공하는 필수전력으로 현대 상륙작전에서 핵심전력으로 분류된다. 


항공전력은 상륙작전 초기 적의 전투력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담당해 함목기동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륙 후 지상 작전을 펼칠 때도 지상전력의 신속한 기동을 돕고 부상자 후송 및 근접항공지원, 구출작전 등을 수행하며 말 그대로 ‘상륙전의 날개’가 돼 준다.


독자 상륙능력 없는 한국 해병대


항공전력이 한 대도 없는 한국 해병대는 전시에 상륙돌격장갑차(KAAV)와 고무보트(IBS)만 타고 상륙작전을 수행해야 할 판이다. 물론 상륙훈련 때 해군이나 육군의 헬기를 빌려 쓰긴 하지만 전면전 상황에서도 이들이 해병대에 항공전력을 빌려줄 만큼 여유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육군도 공지기동 상륙작전과 비슷한 대규모 ‘입체 고속기동전’ 수행을 위해 헬기 한 대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해병대가 구상하고 있는 초수평선 상륙작전이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한 예비역 해병 중령의 설명이다.

“현대전에서 항공전력이 없는 상륙작전은 불가능하다. 느린 상륙 주정이 주요 기동 수단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대 상륙전은 속도가 생명이다. 상륙작전은 전쟁의 원칙 중 집중과 기습의 원칙을 적용한 작전이다. 함정이나 항공기가 주는 고기동성을 이용해 적의 취약한 측∙후방으로 기습접근을 시도해야 하는데 공격헬기는 고사하고 상륙기동헬기도 없는 지금의 해병대는 구식 상륙작전밖에 수행할 수 없다.”


크기변환_사진5. 오스프리.jpg » 프로펠러 각도를 조절해 수직이착륙 및 고속 기동이 가능한 틸트로터(Tilt Rotor)형 항공기 오스프리ⓒ US Air Force


한국 해병대가 현대전에 걸맞은 상륙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미 해병대와 합동훈련을 할 때 밖에 없다. 세계최강의 상륙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미 해병대는 가변 프로펠러를 이용해 고정익 수준의 신속기동이 가능한 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를 비롯해 한번에 40여명이 탑승할 수 있는 CH-53E 슈퍼 스탤리온 헬기, AH-1z 바이퍼 공격헬기 등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국 해병대도 장기적으로 미 해병대처럼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를 모두 보유하는 것이 목표다. 현역 시절 상륙전 교리를 담당했던 예비역 해병 대령은 해병대의 항공전력 보유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물론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 해병대 수준으로 항공전력을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 해병대는 그런 비현실적인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한반도 내에서만이라도 전략기동군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의 항공전력을 도입하려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해병대 사령부 예하에 공지기동부대 사령부를 만들어 항공단을 배치해야 한다고 본다. 공지기동부대 예하에는 3개의 기동여단을 두고 각 기동여단마다 항공여단급 항공전력을 배치해 독자적인 작전 지속일수가 30일 정도가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항공전력이 전혀 없는 한국 해병대는 사실상 미 해병대의 도움 없이는 독자적인 상륙작전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력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해병대에 공격헬기 도입에 앞서 상륙기동헬기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해군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해군 "해병대에 단 한 대도 줄 수 없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만들어질 상륙기동헬기는 독도함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상륙기동헬기의 운용부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해병대와 해군이 운용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바람에 누가 상륙기동헬기의 주인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10월 11일 열린 합동참모회의장에서는 김성찬 전 해군참모총장과 유낙준 전 해병대 사령관이 상륙기동헬기의 운용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총장이 “해병대에 상륙기동헬기를 단 한 대도 넘길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 이를 지켜본 군 관계자는 “이러한 마찰은 이미 해병대 독립법안으로 잡음이 일었던 4월에 예견된 것”이라며 혀를 찼다. 


지난 4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해병대의 예산∙인사권 독립을 골자로 하는 국군조직법 개정안 심사가 진행됐다. 당초 여야 의원들은 “해군은 해상작전을,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한다”는 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이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며 저지하는 바람에 “해군은 상륙작전을 포함한 해상작전을, 해병대는 상륙작전을 주임무로 하고 이를 위한 장비를 갖춘다”는 수정안이 통과됐다. 다소 애매한 문구가 삽입된 개정안이 통과되는 바람에 상륙기동헬기의 운용권도 불명확하게 돼 버렸다. 해군은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것은 해군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륙기동헬기도 해군 소속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또 해군이 이미 항공전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비나 군수지원이 해병대에 비해 원활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격납고와 주기장이 넉넉한 것도 해군이 가진 강점으로 꼽힌다.

 

크기변환_사진4. 제3 미해병원정군.jpg » 미 제3해병원정기동군의 항공전력 현황



해병대는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지 않아 격납고와 주기장을 신설해야하는 것은 물론 정비나 후속군수지원도 해군에 비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해군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해군이 상륙기동헬기를 운용할 경우 220여억원의 예산만 있으면 되지만 해병대는 시설을 신설해야하기 때문에 430여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국방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예비역 해병 소령도 해병대가 상륙기동헬기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해병대에 항공전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당장 2016년부터 기체만 들여온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비능력도, 항공장비 군수지원 경험도 없는 해병대가 어떻게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지 모르겠다. 정비는 사고와 직결된다.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격납고와 주기장을 신설하는 비용이나 부지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주장에 대해 한 예비역 해병 대령은 ‘전형적인 해군의 논리’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능력은 키워가는 것이다. 해군도 처음부터 헬기를 운용하지는 않았다. 원래 해병대 항공대에 있던 걸 해병대가 해체되면서 해군에서 가져 간 것이다. 장기적으로 공지기동부대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해병대에 시작부터 능력이 없다며 불신하면 안 된다. 그리고 해병대는 이미 2007년부터 항공단 창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재 15명의 조종사가 배출됐고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상륙기동헬기를 조종하길 기다리고 있다.”

해병대가 장기적 계획을 갖고 준비 중이기 때문에 믿고 맡겨 달라는 말이다. 상륙기동헬기 도입에 대비한 준비가 어디까지 진척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병대 사령부측에 질의했지만 민감한 사안인 탓인지 “해병대의 공식 입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는 당연히 해병대의 것"

해병대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어려워 예비역들에게 의견을 구해보니 대부분 상륙기동헬기는 당연히 해병대가 운용해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대체로 작전의 효율성을 위해 해병대 지휘관이 상륙기동헬기를 직접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예비역은 “상륙기동헬기는 바다에서 해병들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상륙 후 지상전을 수행하는 해병들을 끊임없이 지원하는 것이 상륙기동헬기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만약 상륙기동헬기가 해병대 소속이 아니라면 현장의 지휘관이 직접 지휘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급박한 상황에서 적시에 지원을 받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가뜩이나 합동성이 부족한 한국군에서 타군의 헬기를 수족처럼 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타군에 소속된 헬기의 정비 상태나 가용 여부를 실시간으로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해병대가 상륙기동헬기를 반드시 자군 소속으로 운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크기변환_사진3. 연합훈련.jpg » 한국 해병대는 상륙작전에 있어 따라올 자가 없는 미 해병대와의 합동훈련을 통해 상륙전 교리를 발전시켜왔다. ⓒ USMC Lance Cpl. Ryan Wicks


한 예비역 소령은 조종사가 해병대 소속이어야 하는 이유도 제시했다.

“해병대 작전을 이해할 수 있는 조종사가 상륙기동헬기를 조종해야 한다. 지상 작전을 어느 정도 알아야 자신이 지원하는 임무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돌발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이나 미 해병대에서 보병장교를 선발해 항공장교로 교육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육군 예비역도 “전쟁발발 후 50일이 지나야 가능한 상륙작전이 한반도에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상륙기동헬기를 도입한다면 해병대에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보병들과 합동작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지휘효율을 고려하면 해병대가 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해병대가 상륙기동헬기를 반드시 가지려고 하는 이유에는 그동안 소군입장에서 겪어야했던 설움도 녹아있다. 훈련 때마다 헬기를 빌려 쓰는 해병대는 훈련 일정도 원하는 대로 짤 수 없었다. 한 예비역은 “겨우 헬기를 빌려도 남의 장비란 생각에 불편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오랜 시간 이어져오다보니 상륙기동헬기는 반드시 해병대가 운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휘관들 사이에 퍼지게 된 것이다. 적어도 훈련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밥그릇 싸움 이면에는 합동성 부재가

해군과 해병대의 신경전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군은 상륙작전헬기가 들어오면 항공전단을 항공사령부급으로 재편성할 수 있어 소장 자리가 하나 늘어난다. 해병대는 항공여단급 부대가 증편되기 때문에 준장 자리가 생긴다. 물론 양측이 이런 문제를 꺼내면서까지 감정다툼을 벌이지는 않지만 일각에서는 분명 ‘자리 문제’도 신경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항공사령부나 항공단이 창설된다고 해서 장성 자리를 갑자기 하나 늘리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며 “해군과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 신경전 이면에는 한국군의 고질병인 합동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군과 해병대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헬기 40대를 얻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의 이면에는 한국군의 고질병인 ‘합동성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미군은 일개 보병 소대장이 무전으로 전투기를 불러내 항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합동성이 보장돼 있다. 한국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군은 어떤 장비든 반드시 자기 손에 쥐고 있어야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해병대나 해군도 상륙기동헬기 운용권을 서로 자기가 갖고 있어야 작전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들의 태도는 합동성 부족이라는 한국군 전반에 퍼져있는 고질병에서 출발한다. 장비의 소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장비를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때에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합동성 보장이 시급하다.“

운용권을 놓고 다투기 전에 합동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취재과정에서 만난 해병대 예비역들은 '해군이 상륙기동헬기를 운용하면 작전 지원을 제때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합동성이 가장 잘 발휘돼야 하는 작전인 상륙전을 수행하는 해군과 해병대가 서로 각을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상륙전의 날개를 가질 주인은 11월 중 김관진 장관 주재로 열릴 군무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해군과 해병대가 어떤 합의안을 내놓을지는 불확실하다. 해군은 ‘해병대와 함께 바다로, 세계로’를, 해병대는 ‘해군과 함께 바다로, 세계로’를 건배 구호로 쓴다. 이 구호가 말로만 그칠지, 행동으로 나타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규 <디앤디포커스> 기자 ppankk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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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디펜스21+ 기자
가진 거라곤 ‘안보의 민주화’에 대한 열정밖에 없던 청년실업자 출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경상도의 모 대도시에서 20년을 보냈다. 〈디펜스21+〉에서 젊음과 차(茶)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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