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의 양심에 묻는다

2012.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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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하여 15일(수요일) 조간신문을 살펴본 필자는 눈을 의심했다. 먼저 <조선일보>. 1면부터 4면까지 국방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반면 군 공항 및 기지이전 지원법이 전체회의에 상정되자 원유철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안건에서 이를 빼버린 내용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원유철 위원장의 뒤늦은 반성’이라며 군 공항 및 기지이전 지원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은 그런대로 이해할 만하다. 정작 믿을 수 없는 것은 국방부가 이 법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대목이다. 

“군공항이전법은 전국 16개 군공항에 대해 해당 자치단체장이 공항 이전을 건의하면 국방장관이 이전후보지 선정 등 이전 작업을 주도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민주당 김진표·김동철 등 군공항이 있는 대구·광주·수원 지역 의원들이 "주민들의 소음피해와 재산권 행사 침해를 해결해야 한다"며 발의를 주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공항이전법이 시행되면 전국의 군공항이 이전 요구에 시달릴 게 뻔하고, 공항을 이전하려 해도 1곳당 200만~300만평의 대체부지와 수조원의 예산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해왔다.”

반대했다고? 누가? 국방부가?

이 법을 심사한 국방위 소위가 9일과 13일에 열린 바 있다. 다름 아닌 국방부가 초안을 작성하여 의원들과 협의를 다 마친 법이다. 작년 12월에 이 법이 발의되었을 때 “국방개혁에 도움이 된다면 이 법안에 적극 발의하겠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인가? 다름 아닌 김관진 국방장관이다. 그래서 국방위 전체회의에 법안소위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고, 14일 전체회의에 안건으로까지 상정될 수 있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이걸 무시하는 이유가 뭘까?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라면 막상 국방개혁안이 통과되지 않자 국방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세계일보>와 <한국경제신문>은 아예 김 장관이 “이 법이 현재대로 가면 지역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 막대한 재정 부담이 초래되는 만큼 공청회 등 의견수렴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는 멘트까지 실었다. 김 장관이 14일 국방위에서 한 말이다. 언제는 국방개혁안만 통과된다면 이 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추파를 던지더니, 이제는 국방개혁안이 무산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정치도의나 양심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다 동의하고 찬성해 놓고 14일 회의에서 천연덕스럽게 모른 체 하는 김 장관의 배짱, 충격 그 자체다. 애초 군 공항이전법이 국방개혁법과 엿 바꿔 먹는 식의 흥정 대상이었음을 그 스스로가 인정하는 셈이다. 군공항이전법은 국방부 차관이 출석한 법안 소위에서 자구 하나까지 국방부와 협의해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고 당연히 14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할 터였다. 물론 국방부가 이렇게 얄팍한 수는 쓰는 이유는 국회가 그걸 원했기 때문이다. 총선 앞두고 국방개혁 통과를 카드를 흔들어 하나라도 더 많은 전리품을 챙기려는 정치권에 국방부가 적극 부응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다가 14일에 원유철 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자 국방위원회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한 일. 사실 원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 법을 통과시켰을 때 쏟아질 여론의 질타를 걱정하지 않았을 수 없었을 터였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절차를 거친 법안의 통과를 주저하게 되었고, 국방부는 이런 낌새를 눈치 채고 재빨리 입장을 바꾼 것이다. 결국 국방개혁은 국방개혁 그 자체로 토론되지 않고 밀실거래라는 형식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참으로 가관이다.

김 장관은 국민에게 왜 이렇게 석연치 않은 태도를 취하는지 해명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방개혁을 추진해 왔다면 개혁 내용이 제대로 된 것인지도 의문이다. 아니면 책임지고 사퇴하던지, 무슨 말이라도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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