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기종속의 주범, ‘정부 간 거래(FMS)’

2012.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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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국에서 무기를 구매할 때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미국 정부로부터 구매하는 정부 간 거래, 이를 FMS(Foreign Military Sales) 방식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미 업체로부터 구매하는 방식, 이를 상용구매(DCS : direct commercial sales) 방식이라고 한다. 이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 업체와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와 직접 협상을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미군이 도입했던 것과 같은 절차대로 미 국방부가 무기를 사서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FMS 방식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성능과 효과를 우리도 똑같이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가 무기의 가격, 서비스 호환성, 표준화에서 미군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무기를 구매할 수 있다. 우리가 이제껏 미국 무기를 구매하면서 많이 애용해왔던 방식이다. 우리가 미국의 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방위산업 기반이 취약했던 시절에 한국군 전력증강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방식은 폐해도 적지 않다. 대량으로 무기를 구매하게 되면 핵심 기술을 이전받거나 기술도입생산을 함으로써 국내 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데, FMS 방식은 이를 통제한다. FMS는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기술과 생산설비 등을 한국으로 이전해 달라는 요구를 차단하는 장벽이 된다. 게다가 이 방식은 무기체계 뿐만 아니라 관련 예비 부품, 훈련장비, 시설물 건설, 사후관리 품목과 서비스까지 일괄거래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 없는 부분을 제외시키기가 어렵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4년 불바다 위기 당시에 도입이 추진된 대포병레이더 ANTPQ-37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한국군이 ANTPQ-36을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사한 장비를 구매할 경우 부수장비는 빼고 도입할 수 있었으나 FMS로 긴급 조달되면서 부수장비까지 몽땅 다 샀다. 그래서 예산이 낭비되었다. 이런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더군다나 한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크게 발전한 최근에 와서 FMS 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이다. 어떤 나라든 필요한 무기를 좋은 조건에 살 수 있도록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FMS는 냉전시대에 공산권에 대한 군사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고, 미국이 동맹국을 자국의 무기체계에 묶어두는 수단으로 고안된 것으로 오로지 미국만 운용하는 해외 무기판매 방식이다. 냉전이 종식된 이 마당에 이런 방식으로 계속 무기를 도입하게 되면 미국의 높은 장벽과 기술통제에 순응하게 되면서 연연세세 미국무기에 종속되는 현실을 피할 길이 없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배제된 냉전 식 이데올로기다.

우리가 전투기사업을 하는 주된 이유는 공군의 전력공백을 충족시킨다는 것이지만, 항공 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핵심 기술을 이전받기 위한 절충교역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기술적 자립을 통해 2000년대에는 전투기 분야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으로부터 탈피해보자는 것이다. 이것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에 이미 수립된 정책이고, 이제껏 우리가 간직해 온 장기적 국가비전이었다. 그 이후 정권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1999년 4월 당시 산업자원부는 ‘국가항공우주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10년경 세계 10대 항공국가, 전투기를 독자 생산하는 국가로서 항공 산업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계획대로 라면 지금쯤 한국형 전투기가 영공을 날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계획은 지금까지 매 1~2년 마다 발표되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돈을 쏟아 부은 한국형전투기사업(KFX)은 아직도 낮잠이다.

미 의회와 정부 일각에서는 한국이 항공기를 독자 생산하는 것을 아주 위험하게 본다. 우선 무기체계의 수직적 종속관계를 깨는 것은 기존의 한미동맹 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도전이고, 자국 방산 업체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한미가 다른 무기체계를 쓰면 연합작전에서의 한미 간 작전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 무기를 구매해야 하고, 가급적 FMS로 하겠다는 논리다.

몇몇 사례가 있다. 1988년에 우리가 한국형 전투기사업(KFP)를 추진할 당시에 미 의회는 “아시아에 또 하나의 일본(one another japan)을 만들 우려가 있다”며 미 국방부에 한국에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말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당시 일본이 전투기 개발을 추진한데 대해 미국이 크게 위협을 느꼈고, 이것이 한국에 대한 기술이전 회피로 연결된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 2002년에 차기공격헬기(AH-X)사업을 추진하며 김판규 육군 총장은 육군의 전 간부에게 지휘서신을 통해 “전 간부는 대형공격헬기(아파치) 도입을 신념화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그런 마당에 아파치를 구입하지 않고 한국형헬기사업(KHP)을 추진하려고 하자 이를 방해하는 움직임이 노골화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국이 한국형헬기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럽의 유로콥터사와 협력하자 주한미군 측은 “이 사업은 동맹에 중요한 위협이 된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이 방해공작은 이명박 정부에 와서 성공했다. 현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미국에 몇 번 오가고, 국방부가 지난 정부의 국방개혁을 재검토한다고 하면서 한국형 공격헬기사업을 축소․변형하더니, 대형공격헬기를 해외에서 직구매하는 것으로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인도의 경우를 보자. 이 나라는 미국의 무기체계에 종속되는 덫이 다름 아닌 FMS 제도라고 인식하고 요로조리 피해 다니는 무기구매 정책을 펴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와 미국무기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그러고도 무기체계 간의 호환성이나 상호운용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미국과의 관계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미국 전투기를 사오지만 기술이전과 절충교역이 어려운 FMS 방식으로 한국형 무기개발이 좌절되는 일이 지금 또 벌어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군사기술의 이전을 통제하면서 해외 무기판매 촉진하는 수단으로 FMS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한국의 차기전투기사업(F-X)에서 구현하고 있다. 올해 1월에 미 공군성 담당자가 한국을 방문하여 “미국제 전투기를 상용거래가 아닌 FMS로 판매하겠다”고 방위사업청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려는 것 같다. 바로 이런 행태가 세계에서 7번째로 국방비를 쓰는 나라가 세계 무기시장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더불어 한국이 자국의 방위산업을 희생시켜가며 전 세계 미국무기 수입 1위 국가의 반열에 올라서는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는 국방부와 방사청의 모습을 드러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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