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의 재무장에 우리가 앞장을 서나?”

2012.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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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좌담 ||||||
한일 군사비밀정보 보호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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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명림·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왼쪽부터)가 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한-일 군사정보 협정,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협정내용은 별게없어…한-일 군사정보교류 그동안 있었다
대북관계 잘했으면 필요없는 협정…신뢰 못받은 정부 밖에서 사고친 것”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
“남북관계 망친 정권 동북아에서도 균형 깨뜨리고 있어
북·중과 관계 모두 어렵게 만들어…국회 협의 거쳐도 폐기해야 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국제학대학원)
“이번 군사협정은 미국·일본의 오랜 꿈 연장선 위에 있다
박정희 자주국방도 일본은 계속 반대 한-미동맹도 원치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몰래 의결했다가 정치권과 국민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후 정부는 일본과의 서명을 불과 1시간 앞두고 협정 체결을 무기한 연기한 뒤 이 문제를 국회와 협의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외교 참사’로 불리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파장을 분석하기 위해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박명림 연세대 교수(국제학대학원) 등 전문가 3명을 초청해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절차 문제냐, 내용 문제냐

박명림 연세대 교수(이하 박) 한-일 군사협정 파문은 ‘외교 참사’라고 볼 수 있다. 민주 정부에서 이런 중요한 외교 사안을 비공개로 처리하려고 하다 국민 저항에 부닥치자 황급히 중지했다.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이하 이) 이번 사안은 군사 안보 문제였다. 또 한-일 관계에서는 역사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협정에 대해 4월에 이미 가서명을 해놓고 5월에 국회에서 양당 정책위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 국무회의에서는 이걸 즉석 안건으로 처리했다.

이번 협정은 군사 안보와 관련해 우리 국방부와 자위대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구속을 받게 한다. 이는 국가 안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한-일 간에는 과거사 문제나 독도 문제 등을 각을 세워 다퉈야 하는데, 국회, 국민과 충분한 논의 없이 처리했다. 시기, 절차, 헌법 정신, 국회 논의 등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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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이하 문)
이 교수님과 의견이 다르다. 협정을 보면, 내용은 별게 없다. 군사비밀을 교류하는데, 그와 관련된 비밀의 분류, 열람, 관리에 관한 내용이다. 협정 내용은 한두 가지 빼놓고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이미 24개 정부와 군사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법제처에서 국회 동의 여부를 판단할 때도 안전보장이나 재정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문제는 한-일 관계라는 맥락에서 보지 않은 것이다. 마감시간을 정해서 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일 간에 상당한 군사정보 교류가 있는 것 같다. 교류되는 정보가 제3국이나 민간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 간에 현재 군사비밀정보 협력이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어느 정도 교류할 건지를 따져봐야 한다. 우호적 국가들과 군사정보 교류를 하지만, 한-일 관계는 역사적 맥락이 있으니 다른 나라와 달리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한-일 군사협정은 다른 24개 나라와의 군사정보 협정과 다르다. 최소한 국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하고, 협정의 내용과 절차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 스스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민감한 사안은 반드시 국회와 논의하고 그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 모든 협정을 다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할 필요는 없다.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은 국회 상임위의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대통령령 제정도 가능하다. 이번 협정 같은 문제도 반드시 국회 상임위와 충분히 협의해서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웬만한 사안은 기본적으로 상임위에서 협의하도록 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지 이토록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대표와의 협의나 동의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이번의 경우도 한-일 간의 군사협정이라는 점에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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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한-일 군사정보 협정의 의미, 파장

독도, 위안부, 교과서 왜곡, 동해 표기, 식민통치 배상 문제 등을 둘러싸고 늘 갈등하는 것이 한-일 관계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적인 군사 교류를 긴밀하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한-일 간에는 기초적인 신뢰의 문제가 항상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이 한-미-일 3각 동맹으로 갈 수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가 있었는데, 결국 미·일 등 해양세력이 대륙세력 중국의 견제를 다짐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 각각 2자 군사동맹은 되는데, 한-미-일 3자 군사동맹이 안 되는 게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한-미-일 3각 동맹은 중국한테는 매우 민감한 내용이다.

지난 6월 워싱턴 2+2회의에서 한-미-일 3국 군사 공조,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미국의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현 정부가 조속히 처리하려고 서둘렀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맹을 목표로 하는 한-일 군사협력이 가능하겠나. 한마디로 현 정부가 역사 의식이 없는 것이다. 독도와 과거사가 남아 있어도 일본과 군사동맹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일본과 미국에 준 것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번에 이 협정 문제가 불거져 서명이 취소되면서 오히려 정반대의 교훈을 줬다. 우리 국민들이 미국과 일본에 ‘독도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 한-일 관계의 진정한 개선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다시 보낸 것이다. 또한 미국과 현 정부가 가치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대로 한국인들은 이 못지않게 남북관계와 한-중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것 같다. 결국 동북아에서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표출된 것이라 본다.

평화헌법 제9조에 따른 전쟁 포기와 비무장이 핵심인 일본의 전통적인 외교정책이 1990년대 초부터 바뀌고 있다. 경비대로 출발한 자위대가 조금씩 활동 범위를 넓혀 이제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일본은 합법적인 무장력을 갖춘 보통 국가가 되려는 갈망이 있는데, 북한이 큰 빌미가 된다. 그동안 남북한이 이에 대한 견제를 해왔는데, 남한이 이번 협정을 통해 이 역할을 포기하려 한다. 왜 일본의 재무장에 우리가 앞장을 서나? 국내에서 남북관계를 망친 정권이 동북아에서도 힘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이번 협정에는 미·일과의 가치 동맹 차원에서 요구하는 것과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요구하는 것이 있다. 이 정부는 대북 정책을 실패했다. 그래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피에스아이)이나 미사일방어(MD) 체제와 관련한 일본의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협정에는 미·일과 이명박 정부의 요구가 맞아떨어졌다. 이 정부가 남북관계를 잘했으면 필요 없는 협정이었다. 내치뿐 아니라, 외교를 하는 힘도 결국 정부의 도덕성과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그 둘이 있으면 다른 나라한테도 힘이 있다. 국민의 신뢰를 못 받은 정부가 결국 밖에서 사고를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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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

동북아에서 한-미-일 관계

동북아시아의 통합이 안 되는 이유는 한-중-일 간의 역사갈등의 문제가 있고, 한반도 분단도 문제다. 분단된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은 북핵 문제 이외에도 포괄적 협력을 통해 국익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으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가 나빠진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만들기 위해 적을 만드는 꼴이다. 만약 6자회담의 틀에서 안보체제를 만들면 누구도 적으로 만들지 않고 공동 안보를 할 수 있다. 이 정부는 굳이 편을 갈라서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치 다른 나라나 다른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 같다.

전후 미국의 구상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기축 국가로 해서 다른 작은 변방 국가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오랜 꿈이다. 이번 협정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1960~70년대 일본은,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에 자주국방 하겠다고 요구한 데 대해 계속 반대했다. 한-미 동맹의 공고화나 한국의 독자적인 방위능력의 강화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때 독도가 한국의 영토로 명기되지 않은 것도 일본이 ‘독도를 한국에 주는 것은 중국에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를 편 것이 먹힌 것이다. 그런 일본에 한-일 간의 군사협정은 한국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 전까지는 일본과의 긴장관계가 필요하다.

미국은 한국 문제를 일본 문제에 비해 부차적으로 생각한다. 이승만부터 노무현 때까지 한국과 일본이 갈등할 때 미국은 거의 일본 우선이었다. 최근에도 미국 국무부의 커트 캠벨 차관보가 동해를 ‘일본해’라고 공식 발표했다. 우리가 한국 문제를 한-일 군사협력의 일부로 접근해선 안 된다. 미국은 후퇴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일본 문제에서 독립해 다자안보 차원이나, 한-미 동맹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작년 10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에로의 회귀’라는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에 대해 새로운 균형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일 유대를 강화하려 하고 동남아, 오스트레일리아의 군사기지를 확보했다. 현재 이 정부는 미-일 관계보다 한-미 관계가 더 높은 수준에 있다고 자랑하면서 그런 미국의 정책에 가장 잘 협조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행보를 보면 현 정부가 미국의 이런 전략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바람직한가 하는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도 있지 않은가.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1997년 미-일 간에 일본의 군사적 역할에 대한 ‘새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이 공해상에서 자위대를 참여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미국은 계속 일본의 재무장을 기대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우리가 하루빨리 분단을 극복하고 동북아에서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 19세기 유럽의 ‘힘의 균형 외교’가 아닌 21세기 ‘협력의 균형 외교’를 해야 한다. 우리는 지리정치적 측면에서 외교에 실패하면 나라가 무너질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에 중-일이 대결하면 우리가 그 충돌을 조정하는 힘을 갖자는 의미에서 균형자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화합적 차원의 균형자가 되자고 했다. 한-미 동맹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한-미 동맹은 공동의 적과 위협을 함께 만든다. 이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는 방법은 군사동맹이 아니라, 공동 안보체제로 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균형 외교와 다자 안보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럴 때 동북아 질서를 보나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나 한-중 관계 역시 엄청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협정은 한-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다가 한-중 협력을 약화시키고, 북한 문제에서 발언권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동북공정 등을 통해 이미 긴장관계가 있다. 동시에 우리의 최대 무역국이기도 하다. 북한 문제도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하는데, 이 협정은 북한과 중국 관계를 모두 어렵게 만든다. 국회 협의를 거쳐도 서명하면 안 된다. 폐기해야 한다.

이번 협정은 빙산의 일각이다. 수면 아래의 한-일 군사정보 교류의 폭과 깊이를 봐야 한다. 토론과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협정은 있을 수 없다. 이번 문제를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야 한다. <환구시보> 보도에서 보듯 중국과 각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한국에 사활적 존재다. 그런 점에서 12월 대선에서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부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파동, 이번 협정의 황급한 서명 보류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외교 참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장 화급한 것은 계속되는 참사를 방지하는 문제다. 역시 민주주의를 통한 책임성의 제고와 국민 동의 절차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

첫째, 한반도와 동북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둘째, 과거 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있었고, 여러 차원의 협의체가 있어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정부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그것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외교안보 정책을 몇 사람이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 외교안보도 국민이 믿고 맡긴 것이니 다른 의견을 듣고 국회와 상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첫째 역사 인식이 있어야 하고, 둘째 북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며, 셋째 균형·다자 외교로 가야 한다. 이를 바꾸려면 정부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하고 시스템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토건업자 식으로는 정부를 운영할 수 없다. 계속 고민하고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외교의 힘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오는 것이고, 특히 한국은 남북관계를 잘 풀어야 외교를 잘할 수 있다. 이 정부가 남은 기간에 5·24 조처를 풀고 6·15 남북정상선언 등 기존의 남북 합의를 인정하는 등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정리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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