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 경제 - 안보 선순환하는 남북관계로 가야”

디펜스21 2012.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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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댕크 광장 _ 이종선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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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인터뷰/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내년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명박 정부에서 파탄난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진보 성향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연구모임인 한반도평화포럼이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2013년 새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비전과 과제’(비전과 과제)를 내놓았다. 연말 대선을 겨냥한 정책적 제언들을 담은 내용이다.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 국내 연구단체가 집단 지성을 발휘해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공약으로 참조할 만한 정책자료집을 내놓은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한반도평화포럼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9년 9월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정책적 대안 모색을 기치로 걸고 출범한 민간인 포럼이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들과 진보적 학자, 시민사회의 활동가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4대 목표와 10대 과제를 담은 이번 ‘비전과 과제’ 작업에는 전문가 20여명이 4달 동안 토론과 논의를 거듭했다고 한다.

이번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종석 전 장관을 9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 장관은 “이번 비전과 과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의 경험, 이명박 정부 4년 반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최근 변화된 정세 등을 모두 반영한 작업”이라며 “우리 생각에 동의하는 후보라면 누구라도 가져다 공약과 정책으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용을 모두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업의 배경은?

“우리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10년 경험에서 많은 것들을 축적했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4년 반 동안 실패에서 교훈도 얻었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판단해서 공공재를 생산해 보자, 이런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출발점이 됐을 것 같은데.

“애초 포럼을 시작한 게 이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퇴행 현상에 직면하면서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뭐든 잘 안되는 게 있으면 다 포용정책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2009년 여름 포럼을 만들었다. 그해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한 해이기도 하다.”

-보고서 내용을 소개해달라.

“보고서를 만드는 데 과거 우리가 10년간 추진한 포용정책을 기본적으로 참조했다. 그러나 포용정책을 집행하면서 부족했다고 판단된 점들을 보완했고, 또 그동안 정세변화도 반영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퇴행에서 배운 교훈들도 참조할 것은 했다. 포용정책의 진화, 포용정책 2.0이다.

가장 중요한 게 남북이 이제 평화와 경제, 안보가 선순환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긴장이 고조됐고 세계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북-중 경협 심화로 대북 압박 정책은 안 통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평화와 경제, 안보의 선순환 구조라는 개념에 착안했다. 기존의 개성공단을 확대하고, 금강산을 남쪽의 설악산 등 동해안 지역과 연계해 국제관광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또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해서 고속 성장하는 중국 동부해안과 묶어내는 황해경제권을 만들자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주장했는데.

“새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그다음에 1년 1회 정례화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정례화되면 그 밑의 각급회담이 정례화된다. 그런 것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남북연합으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평화와 경제, 안보의 선순환은 이전에도 얘기했던 것 아닌가?

“그때와는 다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시절인 2002년만 해도 한반도 평화정착을 하겠다고 했다. 경제와 평화를 이렇게까지 직접 연계하진 않았다. 지금 얘기는 평화와 안보와 경제가 직접 연결돼 있다는 개념이다.”

-이전 포용정책에서 진화한 게 또 있다면?

“환경 생태 문제가 있다. 예컨대 한강 골재채취를 추진한 적이 있다. 남북간 군사갈등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런 안을 냈다. 그러나 이제는 지속가능한 한반도라는 관점에서 환경 생태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도 보완했다. 우리 생각은 인권과 인도주의를 포괄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도 찬성하면서, 물론 북한은 내정 간섭으로 보기 때문에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고, 동시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세와 관계없이 해나간다는 것이다.”

-입장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기본적으로 관계가 발전하면 상대방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아예 적대관계이면 선전전 관점에서 엄청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예민한 시기에는 서로 조심한다. 관계가 깊어지면 안 하던 얘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 또 세계적으로 인권 문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 이 부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균형외교 추진은 참여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을 연상케 하는데.

“과거 9·19 공동성명이 나오는 과정에서 우리가 미국도 설득하고 북한도 설득했고, 중국과도 협의했다. 이런 게 균형외교의 한 실례가 될 수 있다. 균형 외교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사실 새누리당이 1월에 낸 외교정책에서도 균형외교를 천명했다.”

-지금 정부의 미국 편중 외교에 대한 반성도 담긴 것인가?

“물론이다. 한-미, 한-중 양자의 관계를 균형있게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이게 균형외교다. 미국은 동맹인데 무슨 균형외교냐고 하는데, 동맹은 동맹이고, 동맹하면서 다자협력도 한다. 이런 게 균형을 잡는 것이다.”

-국방개혁에는 대체복무제가 들어있는데.

“사실 연평도 사태 등은 군 지휘부의 문제이지 병력을 늘려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대체복무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대체복무제는 참여정부 때 못한 것 아니냐?

“노무현 대통령이 하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못했다. 이번에 우리가 내놓은 것은 현역이 18개월 복무한다면, 그것의 2배 정도 복무기간을 부과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그러면 악용하는 사례도 줄 것이다.”

-그동안 통일·안보 문제 관련해선 사회갈등이 컸는데?

“정책 수립단계에서부터 민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최근 일어난 제주 강정기지 건설도 그렇고, 참여정부 때 논란이 됐던 평택 미군이전도 마찬가지였다. 안보문제 때문에 막대한 사회갈등을 겪었고 엄청난 사회비용을 치렀다. 그래서 대국민 관심사나 그와 연결된 안보정책은 다 민관정책협의체를 만들어 거기서 논의하고, 여기서 나온 결론에는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면 상당 부분 쓸데없는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참여정부 때 못했던 것인데.

“우리가 경험해보면서, 시민이 정책결정 과정에 적절히 참여해야,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결정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지금 사실 강정기지만 해도 안보이익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도 얼마나 시끄러웠나. 그때 국민들의 반발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주한미군기획단까지 구성했는데 안 됐다. 결국 정책 초기부터, 정책 형성 과정부터 민관협의체를 만들어 거기서 풀어가야 한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에 대해 일부에서는 ‘실패한 햇볕정책을 다시 들고나왔다’고 비판하는데.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도 틀리고 포용정책을 오해한 비판이다. 햇볕정책은 북핵 문제를 비켜갔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참여정부 때만 해도 9·19 공동성명 때 북한을 직접 설득하고 미국, 중국과 협의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일이다. 남북회담에서도 여러 차례 핵, 미사일 문제를 거론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에게 핵 문제를 꺼내니까, 김 위원장이 김계관 부상을 직접 부르지 않았느냐. 이명박 정부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한다고 말만 떠들었지, 북한하고 제대로 핵 문제에 대해 제대로 논의라도 했느냐?

또 남북 서해상의 군사충돌도 햇볕정책 초창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두 차례 있었지만, 햇볕정책이 지속된 참여정부 들어와서는 한 번도 교전이나 인명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어땠느냐. 연평도 포격사건 등 긴장 고조가 일상화되다시피 하지 않았느냐. 그런 논리는 사실관계의 교묘한 오도이다.”   글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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