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전력강화 어디 초점 맞춰야 하나

2011. 0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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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방 전문 웹진 ‘디펜스21’ 오픈 특집 - ‘연평도 피격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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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보다 눈과 뇌

눈 가리고 싸운 뒤 제3자 덕에 적의 피해 정도만 알게 된 꼴

 

주먹이냐, 눈과 신경이냐.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우리 군의 전력 강화가 어떤 데 초점을 맞춰야 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정부는 타격력, 즉 주먹에 초점을 맞춘 강화전략을 추진하는 듯한데, 정작 필요한 것은 ‘눈’과 ‘신경’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를 먼저 연평도 사태 때 우리 군은 북한 포 기지를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우리 군은 연평도 포격 사태 뒤 우리의 공군기가 출격해 있는 상황이며 따라서 명령만 내렸다면 전투기로 북한 측 해안의 포격 원점을 타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전투기 즉각 보복 폭격 가능했을까

정밀타격이란 타격력(슈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찰감시전력(센서)이 표적을 포착하여 이를 전투기에게 전송하는 과정 전체를 뜻합니다. 그런데 한국군의 경우 연평도 사건 당시 북한 포격 원점을 포착하는 정찰감시장비가 미흡했습니다. 이는 정보 감시·정찰 자산이 미비한 공군에게 정밀타격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미입니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아부 무삽 알자카위를 제거하기 위해 소비한 시간은 F-16을 이용한 10분간의 공격작전이었습니다. 10분의 작전을 위해 미군은 무인기 프레데터(Predator)로 600시간이 넘는 정찰감시활동작전을 수행했습니다. 한국군은 미군과 비교하면 정찰감시 자산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눈도 문제지만 두뇌와 신경은 더 큰 문제입니다. 은폐와 사격을 반복하는 북의 장사정포 도발양상에 비춰볼 때 대화력전의 승패는 속도에서 결정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군의 경우 북의 포격에 대한 대응으로 탐지에서 초탄 발사까지 2~3분이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데는 뛰어난 전술지휘통제자동화(C4I) 자산이 수많은 전장 정보를 거의 동시간대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찰자산으로 탐지한 정보를 신속하게 통합하는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ADOCS)와 공격 목표를 할당하고 효과를 분석하는 첨단야전포병전술자료체계(AFATDS)는 미군 대화력전 C4I 체계의 핵심입니다. 신속 대응이 가능한 C4I 체계가 없는 한국군은 대응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대규모 육상 전력이나 강력한 항공력을 투사한다고 해도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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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업체 위성사진에 의존

현재 한국군의 정찰 수준은 한국군이 북한의 포격에 대해 행한 대응사격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도 며칠이 걸리는 상황입니다. 그 확인 수단도 미국의 한 민간업체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서였습니다. 한마디로 눈을 가리고 적과 싸우다가 싸움이 끝난 뒤 제3자가 눈가리개를 풀어준 덕분에 적의 피해 정도를 알게 된 것입니다. ‘눈’의 문제는 한국군이 고질적으로 지적받는 문제지만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화력전 상황에서 공군력은 효과적인 대응수단임은 분명합니다. 공군의 유도무기는 포탄이 닿지 않는 북사면을 타격할 수 있고 지휘부를 정밀 타격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찰자산의 문제, 방공망 제압의 문제, GPS 전파교란의 문제 등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한국군이 미군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 공군력을 투입하는 것은 공군에게도 큰 부담이 됩니다. 높은 고도에서 투하돼 사정거리가 120km에 이르는 AGM-154 JSOW(Joint Stand-off Weapon) 도입에 대한 논의도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 또한 타격수단에 관한 문제해결일 뿐 정찰감시자산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장님 코끼리 더듬기는 도박

지금 같은 상황에서 향후 북의 재도발이 발생했을 때 바로 공군력을 투입하는 것은 조종사의 귀한 목숨과 비싼 전투기를 담보로 벌이는 도박과 같습니다. 대화력전의 기본은 정찰감시전력과 타격전력 그리고 C4I입니다. 한국군은 F-15K와 K-9, MLRS, 에이타킴스(ATACMS) 등을 보유해 이미 타격전력은 충분합니다.

남은 것은 정찰감시전력과 C4I입니다. 연평도 포격에서 드러난 대화력전 체계의 미비점은 주먹이 아니라 눈과 두뇌의 문제였습니다. 하나 군은 여전히 주먹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연평도 포격이란 치명적인 사건을 거치면서도 무엇이 부족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김동규 디앤디포커스기자 ppankk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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