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사람만 군대 간다’는 모병제?

김종대 2012. 0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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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전 경상남도 지사가 모병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나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보수안보세력으로부터의 반대가 아니라, 같은 민주진보진영으로부터의 반대일 것이다. 차별과 양극화의 기제라 할 수 있는 모병제보다 평등의 기제인 징병제가 더 진보의 가치에 부합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같은 야당의 대선 후보인 문재인 등도 김 후보의 모병제 주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모병제 반대론의 유력한 설명 근거 중 하나는 미국의 모병제가 사회적 약자에게 국방의 부담을 지우는 양극화의 전형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1970년대 월남전 직후에 징병제를 폐지하고 이제껏 모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120쪽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 (징병제인) 1956년 졸업생 750명 가운데 과반수인 450명이 졸업 후 군에 입대했다. 그에 반해 2006년에는 졸업생 1108명 가운데 입대한 사람은 고작 아홉 명에 그쳤다. 다른 일류대학이나 미국 수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의회 의원 가운데 자녀가 군에 입대한 경우는 2퍼센트에 불과하다.”


대다수가 도심과 시골의 빈민 출신이 이라크에서 무기를 든 자원자들이었다는 것이다. 2004년에 뉴욕 시의 자원자 70퍼센트가 저소득층 출신의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고 책에서는 소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모병제를 다시 징병제로 바꾸면 상류층도 군에 입대하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은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찰스 랭글 민주당 의원의 징병제 부활 주장도 소개되고 있다.


미국의 사례로 볼 때 한국도 모병제로 전환되면 같은 문제를 겪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의 실상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전쟁에 대한 혐오 사상과 징병 기피는 그간 미국이 ‘정의의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세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잘못된 전쟁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월남전이나 이라크 침공은 전쟁의 목적이 모호하고 군 기강이 무너진 전쟁이었다. 개전 당시부터 종전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목적이 일관되게 유지되지 못하였으며, 각종 마약, 탈영 등 군 기강문란 사례가 줄을 이었다. 우선 “내가 왜 싸우는가”에 대한 인식의 부재에다가 이민족을 상대로 명분 없는 전쟁을 장기간 지속한 실패한 전쟁이었다. 월남전과 같은 징병이든 이라크와 같은 모병이든 상관없이 지는 전쟁은 그러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이 군 지원을 회피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반면 2001년 9.11 테러 직후에는 미 국민들 사이에 애국주의가 확산되면서 전쟁이 지지를 받았고, 군 자원입대자가 넘쳐났다. 명분이 확실하고 싸워야 할 이유가 있다면, 또한 승리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계층에 상관없이 군 지원자를 충분히 확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항상 미국의 중산층이 군대를 기피했던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의 문제는 정의롭지 못한 전쟁을 결정한 사회의 특권층이 자신들은 군을 기피하면서 서민을 전선으로 내몰았다는 데 있는 것이지 모병제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지금과 같이 잘못된 전쟁을 수행하는 경우가 아니었을 경우, 모병제는 서민이 사회에 진출하는 유력한 통로였다. 우선 대학 진학 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군 복무 후에는 취업이 보장되었다. 즉 군대를 통해 시민의 권리를 보호받았고 기회의 창문을 열 수 있었다.


잘못된 전쟁이 미국의 모병제를 타락시켰다. 전쟁만 궁리하다가 임기를 마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에 미국은 ‘청소년 무장 충돌 연루에 대한 의정서’ 비준을 6년이나 끌었는데, 그 이유는 미 국방부가 부모의 동의 아래 17세 청소년의 모병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미 육해공, 해병대의 모병관이 직접 고등학교에 가서 “입대하면 고등학교 졸업한 것과 같은 자격을 획득한다”는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일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그 모병관들이 각 군의 최고 미녀로 구성된 여성 모병관이라는 사실 앞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그 뿐인가? 미 국방부는 1만7000명의 전과자를 사면하는 조건으로 이라크 전쟁에 투입하였고, 미 시민권자를 획득하려는 소수민족을 병력으로 충원했다. 


한국은 당면한 북한 위협이라는 너무나 확실한 안보의 명분이 있다. 미국과 같이 해외 원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우리가 사는 땅에서 전쟁을 할 수밖에 없다. 군에 입대하면 생명이 위험하고 군을 기피하면 절대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좁은 국토 전체가 전쟁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수행해야 할 전쟁은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국가를 방위하는 필수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의의 전쟁’이다. 그렇다면 국방을 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정도의 반전, 염전 사상이 확산될 우려도 없다. 여기에다가 남북한이 평화체제를 지향하면서 전쟁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노력과 함께 사기충천한 강군을 육성시킨다면, 이는 청년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쟁의 위험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최근 부사관의 장기복무 지원율이 평균 4대1을 상회하고 있는 것도 군 재직 시에 대학위탁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즉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확대하자는 것이 바로 모병제, 즉 직업군인제도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미국의 모병제 중에서 좋은 점을 배우자는 것인데, 굳이 현재 미국의 실패한 군사정책을 의식하며 모병제를 경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 정확하게 살펴보자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군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징병제에서 초래된 강압적, 타율적 문화다. 그러나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직업군인의 경우는 군이 기피의 대상이 아니다. 올해 육군사관학교에 가입교한 생도 중 40%가 특목고 출신이라는 점, 그리고 부사관 지원율이 매우 높다는 점 등 직업성이 보장만 되면 군은 기피의 대상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바뀐다.


반면 군의 직업주의 확립을 저해하는 요인은 다름 아닌 징병제다. 우리 군은 병사에 대한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다. 그러나 군 전체 인건비 중에서 병사가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이 겨우 6% 수준이다. 공짜나 다름없는 징병이야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왜 사람들이 기피하겠는가?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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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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