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저들 군인의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

2014. 1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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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대한민국 국군이 탄생했다. 지금으로부터 66년 전 일이다. 그리고 지난 66년간 우리나라에서는 군 복무 중 사망했으나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도 받지 못하는 군인이 약 3만 9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 숫자는 국방부의 공식 답변이다. 그렇다면 3만 9천여 명은 왜 군인 신분으로 죽었는데도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조차 받지 못하는 것일까. 오늘 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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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징병한 군인인데 왜 책임이 없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자는 누구나 군대를 가야 한다. 병역 의무는 대한민국 헌법이 정해 놓은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이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병역법에 의해 형사 처벌도 받아야 한다. 다만 징병검사 과정에서 군인으로 복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경우만 제외될 뿐 당사자의 거부로 병역 의무를 기피할 방법은 없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혹은 자신이 성소수자이거나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라는 주장으로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차라리 군대 대신 감옥을 가겠다”는 선언과 전혀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난 것이 억울하다는 이도 만난 적이 있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통제나 명령을 받는 것이 싫다는 사람이었다. 군 입대 전에 수학여행이나 극기 훈련을 명분으로 학교에서 집단 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그런 사람이 법이 정한 징병 나이가 되었다고 통제와 맹목적인 복종만 요구하는 군에 입대해야 하니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하지만 군은 그러한 개개인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는다. 구조적으로 이를 헤아릴 방법이 없다. 그것이 군대다.

  만약 어느 아버지가 다음과 같이 했다고 치자. 아들이 육군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그래서 그 아버지가 그곳 부대 지휘관을 찾아가 자기 아들의 사정을 호소했다. “중대장님. 제 아들은 어려서부터 집단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와 통제에 큰 거부감과 정신적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도 이런 문제로 정신과적 치료와 상담을 받기도 하여 병무청 징병 검사에서도 관심병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들이 군 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지 너무 걱정됩니다. 그러니 제 아들을 복무 부적응 등의 사유로 의가사 제대 시켜줄 방법은 없을까요?”

   병사 아버지의 이러한 호소에 지휘관의 반응은 어떨까. “네. 아버님. 알겠습니다. 입대한 아드님에게 그런 문제가 있어 군 복무가 어렵다니 저희가 가능한 지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할까. 천만에 말씀이다. 나는 지금까지 군에서 아들을 잃은 수백여 명의 군 유족을 만나왔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실제로 군 지휘관에게 호소한 사례는 들어 봤지만 원하는 답을 들었다는 유족은 본적이 없다. 그들의 답은 한결 같았다고 한다.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님 보시기에는 아직 어린애 같지만 저희가 씩씩하고 훌륭한 군인으로 만들겠습니다. 지켜보시면서 자신감을 북돋아주십시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66년간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 없이 죽어간 3만 9천여 명의 군인이 바로 이들이었다. 군의 판단과 달리 이들은 군인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대상이었다. 누구에게는 별 일이 아닌 군 복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통제와 억압만이 존재하는 군 복무가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그들. 그래서 그 탈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한 군인들. 군은 이들을 ‘군 복무 염증에 따른 비관자살’로 대부분 ‘처리’했다. 그들이 바로 오늘 내가 이야기하려는 3만 9천여 명의 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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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사망한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순직으로 처리할 것을 호소하는 아버지

순직자 결정은 무엇으로 하는가?

 

 우리 군에서는 지난 5년간 한 해 평균 130여명의 군인이 죽어갔다. 그리고 그중 매년 평균 80여명의 군인은 자살로 처리되었다. 이처럼 자살로 처리된 군인은 어찌될까. 지난 2012년 이전까지 군은 그 어떤 이유가 있다 해도 자살한 군인은 순직으로 처리해 주지 않았다. 자해로 인한 사망은 순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군에서 자살로 아들을 잃은 유족들이 항의했다. “국가가 강제로 데려가서 군복을 입혔고 그 복무 과정에서 죽었는데 왜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느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때로는 국방부 철문 앞에서 울부짖었고 또 어느 날은 국회 앞에서 호소했다. 거리에서, 집회장에서, 그리고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그러자 국민들 사이에서 동정과 공감이 일었다. 비록 자살했지만 강제 징집하는 이 나라에서 군 복무 중 사망했다면 순직 요건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처리해 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정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2012년 7월 1일, 대한민국 군 인권 역사에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그것은 분명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국방부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이 개정되어 자살한 군인이라도 ‘업무상 연계성’이 확인될 경우 순직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날, 군 유족들은 울었다. 마침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아들의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비로소 명예가 회복되어 국립묘지에 모두 다 안장될 줄 알았던 그들의 아들들은,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 ‘그냥’ 자살자로 남아 있다. 극히 예외적인 일부가 순직 처리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지만 그것은 ‘운이 좋은’ 사례였다. 대다수의 유족은 그렇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많은 요인이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사유였다. 첫째는 ‘업무상 연계성’이라는 함정 때문이었다. 어디까지를 업무상 연계성으로 봐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했다. 아들이 죽기 전 고참으로부터 폭언과 욕설, 그리고 구타를 당했음을 그 부모가 죽을 힘을 다해 밝혔지만 정작 순직 여부를 심사하는 자리에서는 몇 대를 맞았어야 ‘견딜 수 없는 정도의 고통’으로 인정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부대 내에서 부당한 가혹행위와 폭력에 시달렸다면 그리고 그런 사실이 확인되었다면 그것 자체를 부당한 죽음으로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순직 심사위원들이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지 않고 가해자 중심 사고로 판단한 것이다.

  맞은 것은 맞지만 그 정도의 폭력은 통상적인 범주의 수준이니, 이를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떤 군인은 매일 매일을 지옥처럼 느끼다 죽었는데도 그들의 기준에서는 순직 처리가 되지 못했고, 또 어떤 군인은 참 운이 좋게 순직 처리가 되기도 했다.

  한번은 왜 이렇게 순직 심사 기준이 엉망인 지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러고 ‘은밀하게’ 듣게 된 답변이 황당했다. 심사위원 중 여자가 참여하면 상대적으로 그날 심사 대상자가 순직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남자가 위원으로 참여하면 순직 기각 처리 비율이 높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여자 위원은 어머니 심정으로 가급적 순직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남자 위원은 과거 자신의 군 생활을 기준으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의 주관적 개입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순직 심사를 청구하는 날 여자 위원이 들어오는지 아니면 남자 위원이 들어오는지에 따라 순직 여부가 달라진다는 말이 유족들 사이에서 횡행하기도 했다. 따라서 순직 처리가 ‘운이 좋으면 되고 아니면 끝’이라는 의혹이 유족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두 번째는 순직 처리 비율이 일정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누구나 억울한 사정으로 목숨을 끊었고 그래서 순직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데, 특히 육군에서 이러한 내부 지침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육군의 경우 순직 대상자를 심사할 때 한꺼번에 3명을 심의 대상에 상정했다. 그래서 그 3명의 심사 대상 중 가장 가혹한 사례자를 일단 순직으로 결정한 후 이어 상대적으로 가장 가벼운 피해 사례자를 순직 기각 결정했다고 한다. 이제 남는 것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를 순직으로 할지 아니면 순직 기각으로 할지는 철저히 그의 ‘운’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정한 순직 비율을 유지했다면 과연 이것을 공정한 순직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자살도 ‘질병’이다. 순직처리하고 예우하라.


  그렇다면 군인은 왜 죽을까.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자살을 하면 일단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유족 보상금도, 그리고 국립묘지 안장과 연금도, 그 어떤 명예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도 왜 매년 80여명에서 100여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그 부모의 한을, 울부짖음을, 피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남은 가족들을 알면서도 왜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이유는 분명하다. 아파서다. 국가는, 국방부는 이것을 인정해야 한다. 암 세포가 몸에 퍼져 사망하듯 자살 역시 정신적인 부상자인 것이다. 그 정신적 고통이 너무 크고 아파서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신이 이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삼은 것이 불행하게도 자살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군 복무 환경을 견딜 수 없어 선택한 죽음이든, 아니면 윤 일병과 달리 고참에게 죽지 않을 만큼만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누군가가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어 스스로 죽은 것이다. 그렇다면 군인이 죽기 전에 그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거나 또는 구제해 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국가와 국방부가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방치한 것 아닌가. 즉, 이 모든 책임의 정점에는 바로 국가와 국방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왜 그럴까.

  나는 국가가 강제로 징집한 군인에 대해서는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아이는 군 복무 생활을 견딜 수 없다”며 그 부모가 징집을 반대해도, 그리고 “제 성격과 체질상 군 복무 생활이 맞지 않습니다”며 당사자가 거부해도, 또 “내 신념과 철학과 사상에 군 복무를 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해도 우리나라 군의 현실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징집에 대한 판단도 국가가 하며 그 업무 수행 역시 국가가 요구한다. 그런데 이러한 징집과 업무 수행을 버티지 못해 결국 군인이 목숨을 끊었다면 나는 당연히 국가와 국방부가 그 책임을 져야 공정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지난 5년간 우리나라에서 국적 변경과 국적 이탈을 통해 병역을 면제받은 이들은 약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이중 33명은 박근혜 정부에서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자녀들이다. 누군가는 좋은 배경을 가진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간단한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한다. 그리고 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병역 면제 기준의 나이가 되면 다시 국적을 회복하면 된다. 그래서 다시 이 나라에서 사회 지도층이 된다. 그 시간, 군에서 죽어간 아이들이 모두 3만 9천여 명인 것이다.

  “아들아, 너를 정말 사랑했단다. 그리고 미안하다. 부디 다음 세상에는 내 아들로 태어나지 마라. 못난 이 엄마 대신 돈 많은 부모 밑에서 미국에서 태어나 누구처럼 군대 가지 말고 다음 생애에는 너의 명대로 살아 보거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군 유족 단체 홈페이지에서 어느 어머니가 쓴 이 글을 보며 나는 참 많이 울었다. 이 어머니의 한을 왜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듣지 못할까. 언제까지 저 3만 9천여 명의 억울한 군인의 눈물을 방치할 것인가. 정말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글 사진/고상만 인권운동가 

rights1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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