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산업체의 나비효과

2012. 09. 21
조회수 10871 추천수 0


[특파원 칼럼] 미국 방산업체의 나비효과 / 박현



최근 자동차로 쇼핑센터를 찾아가다 길을 잘못 들어 그 옆 건물 단지로 들어간 적이 있다. 쇼핑업체 간판들이 안 보여 쇼핑센터가 아닌 걸 알아차리고 곧바로 나왔다. 나오다 보니 단지 들머리에 ‘노스럽 그러먼’이라는 간판이 조그맣게 붙어 있었다. 내심 놀랐다. 노스럽 그러먼이라면 전투기와 군함 등을 만드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방산업체인데, 외부인의 단지 출입을 이렇게 자유롭게 허용해 놓는 게 좀 의아스러워서였다. 문득 이곳에서 방산업체는 범접하기 힘든 특수한 회사가 아니라, 일반 회사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방산업체는 봉급도 많이 주는 꽤 괜찮은 일자리에 속한다. 노스럽 그러먼만 해도 지난해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72위에 올라 있다. 직원 수는 약 7만5000명이나 된다.

미국에서 군수와 직접 관련된 인력은 군과 민간인을 합해 모두 235만명에 이른다. 연관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숫자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다. 미국제조업협회가 올해 내놓은 자료에서,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달러의 군사비를 삭감하게 되면, 군과 직접 관련된 일자리는 20만개, 연관 산업 일자리는 120만개 없어질 것이라고 추산한 것을 보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회사와 금융회사 등 일반 회사들이 휘청거리면서 미국에서 군사 관련 산업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안보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우리와 별 상관이 없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며칠 전 미국은 일본에 미사일방어(MD)용 고성능레이더(이른바 ‘엑스밴드 레이더’) 기지를 추가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명분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계약금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미국 방산업체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미국은 우리나라에도 엠디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소식들이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는 호재가 되겠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당장 중국은 엠디 추진이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핵억지력이 위협당할 것을 우려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미·중·일 강국들 사이에 낀 한반도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분위기대로 가면 중국의 군비 확장과 일본의 군국주의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남북한은 이들과 경쟁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자칫 무력충돌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여기에 휘말려들 수도 있다.

1344507737_00435220601_20120810.JPG상황이 이런데도 한반도의 위정자들은 무사태평인 것 같다. 북한 정부는 핵개발을 지속해 주변국들에 군비 확장의 빌미를 제공하고, 남한 정부는 평화를 추진하기는커녕 오히려 대결 국면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가만있을 때가 아니다. 지난 5년간 망쳐놓은 남북관계를 원상회복시키지는 못할망정 차기 정부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다. 남북이 힘을 합해 목소리를 높이면 동북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hyun21@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 미국, 한국형전투기 우려 ‘기술 유출 막말’ 소동미국, 한국형전투기 우려 ‘기술 유출 막말’ 소동

    김종대 | 2011. 11. 01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5K 센서인 타이거아이 무단분해 의혹을 따지러 미 국방부 비확산담당 수석부차관보를 비롯한 11명의 조사단 일행이 한국을 방문한 때는 8월말인 것으로은...

  • 미국, 한국 F-15K 기술유출 혐의 고강도 조사미국, 한국 F-15K 기술유출 혐의 고강도 조사

    2011. 10. 28

     우리 공군이 F-15K에 내장된 미국제 센서인 타이거 아이(Tiger Eye)를 무단으로 해체하여 미 국방부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미 국방부의 랜 댄 디펜 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올해 8월에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 국방부...

  • 훈련 몇번에 닳은 전투화, 모시고 신어야 하나훈련 몇번에 닳은 전투화, 모시고 신어야 하나

    김동규 | 2012. 02. 20

    신형 보급 1달만에 앞코 가죽…접착식 밑창도 문제 기존 업체들 “성능 무리” 입찰 포기에도 사업 강행 한반도 전장은 거칠다. 강원도의 한겨울은 영하 20도를 넘나들지만 한여름은 영상 40도에 이를 정도로 덥다. 또한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대인 ...

  • 상륙전의 날개, 누가 주인인가?상륙전의 날개, 누가 주인인가?

    김동규 | 2011. 11. 25

    상륙전의 날개, 누가 주인인가? 상륙기동헬기를 갖기 위한 해군-해병대의 신경전 한국 해병대에는 상륙전의 필수 장비인 상륙기동헬기가 단 한 대도 없다.  군은  낙후된 상륙전력의 현대화를 위해 2016년까지 수리온 기반 상륙기동헬기 40여대를 도입...

  • “중동서 한국인 납치 소식 들리지 않게 하겠다”“중동서 한국인 납치 소식 들리지 않게 하겠다”

    김동규 | 2011. 04. 14

    한국 최초 민간군사기업 ‘블렛케이’ 인터뷰 “중동서 한국인 납치 소식 들리지 않게 하겠다” 한국에서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 PMC)은 아직 생소한 업종이다. 민간인이 군용 총기류를 소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한국에서 군사 임...

기획 특집|전망과 분석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