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아프간 병사는 미군에게 총을 겨누었나

김수빈 2012. 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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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아프간 주둔군의 내부자 공격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스스로 치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군을 포함하여 나토군은 아프간의 군대와 경찰을 훈련시키고 있다. 그런데 훈련을 받은 아프간 군경 병력들이 도리어 자신들을 교육시킨 나토군에게 총을 겨누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8월 28일은 호주군에게 최악의 날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남부의 우르즈간 주에서는 아프간 육군 군복을 입은 사내가 호주 군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세 명이 죽고 두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헬만드 주에서는 헬기가 추락하여 두 명이 숨졌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28일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호주군에게 가장 큰 피해가 일어난 하루라고 말했다.


총격을 가한 이가 정말로 아프간 육군 소속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미군을 포함한 나토군에 의해 훈련받은 아프간 군경들이 도리어 동맹군에게 총을 겨누는 일은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러한 내부자에 의한 공격은 흔히 '그린 온 블루(green on blue)'로 일컬어진다. 본래는 나토 소속 아군 간의 오인사격을 일컫는 '블루 온 블루(blue on blue: 나토 깃발의 색이 푸른색인 것에서 유래)'에 아프간 군의 색깔인 녹색을 빗댄 것이다.

내부자 공격, 나토군 사망 1순위

2005년경 처음으로 발생한 이 '그린 온 블루' 사건은 점차 빈발하더니 작년에는 나토군 35명이, 올해에는 벌써 45명이 이 내부자 공격으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8월 이후로 그린 온 블루로 사망한 나토군은 15명(9월 1일, 미군 2명이 추가로 사망하였으나 9월 4일 현재까지 사인은 발표되지 않았다)으로, 급조폭발물(IED)로 사망한 12명이나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9명보다도 많아 나토군 사망의 최대 원인이 되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우선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탈레반의 침투이다. 아프간 정부에서도 소정의 신분확인 절차를 갖추고는 있으나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신분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도 거의 불가능하고 얼마나 많은 신분증이 발급되었는지도 알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미군은 현재 아프간 국민들의 홍채나 지문 등의 생체인식(biometric)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으나 아프간의 3천 3백만 국민 중 250만 명만의 자료만이 수집된 상태이다. 이런 실정에서는 탈레반 연루자가 아프간 군에 침투하더라도 적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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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군과 아프간 육군이 우르즈간 주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 Commonwealth of Australia / CPL Melina Mancuso


공식적으로 탈레반이 아프간 군에 침투하여 우군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은 한 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관계자들은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름은 물론이고 소속 부대명과 위치조차 밝히기를 거부한 한 아프간 육군 대령은 <뉴스위크>에 자신이 겪은 사례를 밝혔다. "우리 소속 군인 중 하나가 대낮에 미군들에게 총격을 가한 후 도망친 일이 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탈레반이 미군들을 죽이기 위해 침투시킨 인물이었다."

탈레반 지휘관 "내부자 공격 매우 효과적"

탈레반이 아프간 군에 침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프간 군과 미군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갈라놓으려는 것이다. 아프간 북부의 쿤두즈 주의 탈레반 지휘관은 <뉴스위크>에 "내부자 공격은 우리가 가진 가장 효과적인 도구일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아프간 정부의 치안 병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치안 병력을 약화시키고 미군들과 분리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 온 블루 사건으로 인해 미군과 아프간 군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미군이 그동안 실시하고 있던 아프간 지역 경찰에 대한 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 그 예이다. 이는 지난 8월 17일에 있었던 그린 온 블루 사건으로 인한 것으로, 당시 아프간 경찰이 자신을 교육하고 있던 미군 특전사 2명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 특수작전군은 전체 1만 6천 명의 아프간 경찰 교육생들의 신원을 일제히 재검토하는 동안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빈라덴 사살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의 파병 병력의 일부를 철수한다고 발표했고, 올해 5월 시카고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는 본격적으로 아프간 전쟁의 출구 전략을 논의했다. 2013년 중반에 모든 전투 지휘권을 아프간 군에 이양하고, 그 과도기 동안 아프간 군의 훈련 등을 지원하며, 2014년말까지 대부분의 병력을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정규군이나 경찰 병력이 드물거나 아예 없는 아프간의 시골 마을에서는 탈레반 등의 반군 세력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별로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지역 경찰이다. 지원자들을 모아 훈련을 시키니 정식 훈련을 받은 자경단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측에서는 이를 두고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칭송하며 지역 경찰의 규모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내부자 공격은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탈레반의 침투만이 문제라면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아프간 정부의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군과 경찰 병력 지원자들에 대한 신원 확인을 보다 철저히 하면 된다. 그러나 그린 온 블루의 급증에는 다른 원인도 있다.

아프간 군인 "미국 매우 거만해"

작년 5월경 작성되어 최근에 공개된 그린 온 블루 사건에 관한 레드팀 보고서(레드팀이란 해당 조직과는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조직의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보고하는 그룹을 일컫는다)에서도 유사한 언급이 등장한다. 보고서는 아프간 군인들이 미군의 멘토들이 "매우 거만하며 사람을 괴롭힌다(bullying)"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군들이 "아프간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으며 종종 전투 중에 시민의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뉴스위크>에서는 "우리 군인들이 미군과 나토군 병사들을 공격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는 아프간 육군의 하산자다(가명) 소령의 증언을 소개했다. 그는 그 자신 또한 "미군들이 우리 군인, 마을 주민, 우리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태도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소령은 "한 병사가 내게 와서 '저들의 가슴팍에 총알을 쏟아붓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아무런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술회하기까지 했다.


군인이나 관료를 가릴 것 없이, 파견된 미국인이 현지의 언어와 문화 등에 대한 무지로 물의를 빚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CIA의 역사를 다룬 뉴욕타임즈 기자 팀 와이너의 저서 <잿더미의 유산>을 읽어보면 민첩하고 예리한 정보기관으로서의 CIA의 이미지는 언론이 묘사한 환상에 불과함을 깨달을 수 있다. 현지의 문화적, 정치적 맥락에 대한 무지로 CIA가 그르친 작전 사례는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에 이르기까지 허다하다. CIA의 역사는 그야말로 '정보실패'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CIA 요원이 멕시코 경찰의 총격을 받아 부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다.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쫓고 있던 경찰이 CIA 요원의 차량을 도주 차량으로 오인한 것인데 당시 현장의 CIA 요원이 스페인어 통역을 대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곤욕을 치렀다. 정보요원이 이미 자국에서 제2언어로 통용되고 있는 스페인어조차 구사를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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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끝나고 서로 축하해 주고 있는 나토군과 아프간 육군 ⓒ Commonwealth of Australia / CPL Melina Mancuso

미군의 현지 문화 무시·모욕 심각해

이미 아프간에서는 미군이 현지의 문화와 종교를 무시하고 모욕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미군이 아프간 사람들의 시신을 갖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시신에 방뇨를 하는 행위가 물의를 빚은 바 있으며, 지난 2월에는 미군들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소각하여 현지 주민들의 공분을 산 일도 있었다. 당시 군 당국은 미군들이 불태운 쿠란이 몇 권에 불과하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조사 과정에서 100여 권이 넘는 경전이 태워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프간 군인들이 자기네 종교의 성서를 불태우지 말아달라고 간청하였으나 미군들은 이를 무시하였다 한다.


현지 문화에 대한 무지도 심각한 문제다. 당시 사건에서 쿠란을 불태운 미군들은 쿠란을 선동을 위해 쓰여진 극단주의 문학작품으로 여기고 있었다 한다. 무지의 안개는 일선의 병사들에게만 드리워진 게 아니다. 아프간의 나토 국제치안유지군(ISAF) 사령관인 존 앨런 해병대장은 왜 아프간 군인들이 동맹에게 총구를 돌리는지 모르겠다고 <와이어드>에 말하면서 라마단 기간의 "금식과 연관된 희생"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암시했다가 급히 이를 정정했다. 이슬람에서 라마단은 금식을 비롯한 자기희생을 통해 영혼을 정화하는 시기이다. 문제의 소지가 될 것을 알았기에 급히 정정하기는 했지만, 앨런 사령관의 발언은 내부자 공격에 대한 책임을 자신들의 태도가 아닌 상대방의 문화에서 찾으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아시아와 중동 문제 전문가인 아메리칸 시큐리티 프로젝트의 연구원 조슈아 포스트는 PBS 기고문에서 아프간에서의 순조로운 작전권 전환을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아프간 사람들은 미국인들을 존중하는 반면에 아프간 사람들을 존중하는 미국인들을 찾기란 어렵다. 이러한 태도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승리를 공허한 것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군과 미군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특수작전군은 지역 경찰의 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8월 중순에는 미군들에게 부대 내에서도 무장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부대 내의 동료(아프간 군)도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미 몇몇 미군 지휘관들은 나토군과 아프간 군이 현지에서 너무 가까운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내부자 공격의 빈도가 증가한 것이라 보고 있다. 일단 나토군의 아프간 육군과 경찰에 대한 훈련은 지속될 예정이지만 우려는 그칠 줄 모른다. 앞서 <뉴스위크>와 인터뷰한 익명의 아프간 육군 대령은 "탈레반은 화살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고 있다. 연합군을 죽이면서 우리 동맹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그린 온 블루 사건이 탈레반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탈레반은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아프간과 나토군 관계도 급속히 악화

갈등은 양국 군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아프간 대통령 하미드 카르자이 측에서는 호주군인이 그린 온 블루 행위로 사망한 후 있었던 나토군의 수색 작전에 대해 비난했다. 수색 과정에서 2명의 아프간인이 사망했고, 9명이 부당하게 감금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나토군은 수색 작전을 우르즈간 주 당국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아프간 정부와 나토군 간의 협정에 위반되는 일이다. 반면 나토군은 수색 작전이 아프간 군과 합동으로 이루어졌으며 감금된 이들 중 하나는 호주군을 쏜 용의자를 도운 이라고 밝혔다.


카르자이 정부와 나토군 사이의 균열은 다른 곳에서도 엿보인다. 미국 특수작전군은 아프간 지역 경찰에 대한 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으나 아프간 정부측 지역 경찰 프로그램 책임자인 알리 샤 아마드자이 장군은 훈련 중단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마드자이 장군은 훈련생에 대한 신원 재검토는 실시할 것이지만 훈련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이 어떻게 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아프간 정부와 나토군 사이의 소통이 그리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01년에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발발 13년차인 2014년경에 마무리될 계획이다. 그러나 나토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가 아프간에서 존치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국과 나토 소속국들은 일단 아프간 군의 자생력을 키워 치안을 유지시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수 있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아프간 치안 병력을 훈련시키려던 나토의 계획은 탈레반의 침투, 그리고 미국의 무지와 오만으로 인한 갈등으로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계획했던 2014년의 대대적인 철군 이후에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전히 발을 빼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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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아프간, 미군
김수빈
디펜스21+ 기자
우리나라 공군 최초의 패트리어트 작전장교(TCO) 중 하나. 번역서로 <우정의 가치(까만양)>, <실비오 게젤의 경제학의 정신(인카운터)>이 출간 예정이며, 음악과 영성에 대해 다룬 <음악의 숨겨진 차원(김영사)>을 쓰고 있다.
이메일 : subin.kim@outlook.com       트위터 : @SubinB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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