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MD계획 무용지물…전면 재조정 불가피

김수빈 201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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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1일 공개된 한 보고서가 미국의 현행 미사일방어(MD) 계획에 직격타를 날렸다. 미 국립연구위원회(NRC)가 의회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보고서는 미국이 근래 수행하고 있던 미사일방어의 주된 과업이었던 상승단계 방어와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GMD)의 실효성에 큰 의구심을 보였다.

<현실적인 탄도미사일방어: 다른 대안들과 비교한 미국의 상승단계 미사일방어 개념 및 체계의 평가(Making Sense of Ballistic Missile Defense: An Assessment of Concepts and Systems for U.S. Boost-Phase Missile Defense in Comparison to Other Alternatives)>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보고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 전반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법은 탄도미사일의 비과과정에 따라 크게 ▲상승단계(boost-phase) ▲중간단계(midcourse) ▲종말단계(terminal)의 세 단계로 나뉘어진다.

탄도미사일 방어의 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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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사일방어국(MDA)의 통합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개념도. 여기에 등장하는 무기체계 상당 부분이 현재 폐기되거나 개발이 전환된 상태이다. 상승단계란 미사일 발사 직후, 추진체에 의해 상승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추진체에 의해 상승하는 단계(boost-phase)와 추진체의 연소가 다 끝난(burnout) 후 상승하는 단계(ascent)로 나뉘어지지만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아 보통 이 과정을 통틀어 상승단계라 이른다. 이 단계는 미사일의 사정거리와 추진체의 타입(고체연료, 액체연료)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까지 상승단계 요격용으로 개발되던 무기체계에는 항공레이저(ABL: Airborne Laser)와 운동에너지요격체(KEI: Kinetic Energy Interceptor)가 있었으나 KEI는 개발이 취소되었고 ABL은 작전/기술적 문제로 인해 연구개발(R&D)과제로 전환되었다.

중간단계는 미사일 비과 단계 중 가장 긴 단계이다. 대기권 바깥을 비과하는 동안 이 미사일을 관찰하고 대응하는 데에 오랜 시간을 제공하는 반면, 거의 진공 상태에서 비과하기 때문에 미사일이 디코이를 사용할 경우 식별이 어렵다는 단점 또한 있다. 진공 상태에서 비과하는 모든 물체는 동일한 속도로 탄도를 그리며 비과한다.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디코이)를 구별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인 질량에 따른 낙하 속도 차이를 중간단계에서는 분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중간단계 요격체계에는 지상기반요격체(GBI: Ground-Based Interceptor), SM-3 블록 I/II, 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 그리고 다탄두요격체(MKV: Multiple Kill Vehicle)가 있다. 여기서 지상기반요격체(GBI)가 바로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GMD)의 구성요소이다. MKV는 당분간 현재 미사일방어 체계를 능가할 만한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개발이 취소되어 있는 상태이다.


종말단계는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목표지역에 낙하하는 단계를 이른다. 패트리어트 PAC-3, THAAD, SM-2 블록4, MEADS(Medium Extended Air Defense System: 중거리 방공체계) 등 현재 실전 배치된 미사일방어 체계의 대부분이 임무를 수행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THAAD는 종말단계의 초기에 요격을 시도하여 실패할 경우 패트리어트 등에 교전 기회를 더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체계로 중간단계 요격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MEADS는 처음에 독일, 이탈리아, 미국의 합작으로 의욕적으로 진행되다가 미국이 예산문제로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도입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 (다만 패트리어트 레이더와는 달리 360도 감시가 가능한 MEADS 레이더에는 미국도 관심을 갖고 있다) 사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날아오는 총알을 다른 총알로 맞추기'라는 유명한 표현 그대로 탄도미사일 요격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요격 자체가 성공하여 방어지역에 탄두가 떨어지는 것은 막았으나 인근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쨌든 (목표 지역 방어라는) 임무는 완수했다는 의미로 이를 Mission Kill이라고 일컫기는 하나, 투입한 예산에 비해 그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중간단계 요격에 대한 관심이 보다 높아졌으며 심지어 상승단계에서의 요격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국립연구위원회의 보고서는 먼저 상승단계 요격체계에 대해 다방면으로 검토를 실시하였다. 상승단계에서 요격이 가능하다면 종말단계에서처럼 완벽하게 탄두를 제거하지 못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어차피 미사일을 발사한 상대의 영역 내에서 추락하게 될 것이며 탄두 또한 무장이 안된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중간단계 요격의 가장 큰 문제인 디코이와 진짜 탄두의 구별 문제도 회피할 수 있다.

상승단계 요격은 사실상 불가능

이론적으로는 현재 기술로도 가능할 것처럼 보이며 그럴 경우 매우 매력적인 방법이지만 지금까지 상승단계 요격을 위한 체계는 대부분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이 상승단계가 너무나 짧다는 데에 있다. 보고서는 이란이 미국 동부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였을 경우를 상정해 보았다. 이 ICBM의 전체 비과시간은 약 40분 정도인데 상승단계는 액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250초,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180초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미국의 강력한 정보 자산을 통해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한다 할지라도, 단 3분의 시간 동안 이를 요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게다가 이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요격을 하려면 플랫폼(포대 또는 이 탄도미사일의 발사궤적에 매우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사실 가까이에만 있을 수 있다면 현재의 기술로도 상승단계 요격이 가능하다. 이지스 미사일방어 체계에서 사용하는 SM-2 블록4 미사일도 적의 함정에서 발사하는 스커드 미사일을 50km 안에서 요격할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탄도미사일 위협세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란은 워낙 나라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가까이 배치할 수가 없고, 북한의 경우에는 발사 궤적이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일반적인 형태의 세계지도에 익숙해져 있어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경우 동해를 지나는 궤적으로 발사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미국 본토를 노릴 경우 북극쪽을 향해 발사하게 된다. 보고서는 유일하게 상승단계 요격이 가능할 정도로 요격 플랫폼을 가까이 배치할 수 있는 경우는 북한이 일본이나 괌을 노릴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상승단계 요격을 위한 체계로 제안된 것들 중에는 우주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여 상승 중인 탄도미사일을 요격시키자는, SF영화를 방불케 하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수백 개에 달하는 위성 센서가 필요하며 향후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5천억 달러(한화 555조 원 가량)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사일방어국(MDA)의 방만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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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미사일의 상태를 점검하는 미 레터케니 육군창 요원들. ⓒ U.S. Army / Don Binter


이쯤 되면 누구라도 미국의 미사일방어국(MDA)은 예산을 대체 어떻게 운용하길래 555조 원짜리 사업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해 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미사일방어국에서 진행한 사업들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가를 살펴보면 예산을 너무나 방만하게 운영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미 운동에너지요격체(KEI) 개발은 취소되었고 항공레이저(ABL)는 대기권 내에서의 빛의 굴절 문제 등을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 국립연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해당 사업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철저히 할 것을 권했다.


보고서는 상승단계 방어체계에 더는 예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상승단계의 미사일방어는 실용적이지도 않으며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효율적이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 보고서가 강조한 것은 바로 중간단계 요격체계, 그리고 센서(레이더)와 요격체계 간의 유기적인 정보교류였다.


기존의 종말단계 방어체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1회 이상의 교전이 어렵다는 데에 있다. 패트리어트의 경우 비과고도가 약 20km 정도 되는데 탄도탄의 낙하 속도는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한 번 교전을 하고서 실패했을 경우 재교전하기가 어렵다. 한 번 교전한 다음 요격 여부를 확인 후 다시 교전하는 Shoot-Look-Shoot 발사교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종말단계 요격체계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어느 정도 입증이 된 상태이므로 효과적인 중간단계 요격체계의 개발을 강조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Shoot-Look-Shoot 교전시 X밴드 레이더와 요격체 자체의 광학센서를 이용한 관측을 잘 조합하여 최대한의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원격발사(Launch-On-Remote)와 원격교전(Engage-On-Remote)이 가능한 이지스함 기반 SM-3 블록2와 THAAD, 패트리어트 PAC-3로 미국의 해외 주둔군과 아시아의 동맹국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으리라고 진단하고 있다.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원격발사와 원격교전 기능이다.

네트워크중심전-원격교전 개념 강조

기본적으로 방공포병 전력은 자체 작전이 가능하도록 발사대와 레이더를 같이 구비하고 있다. 만일 포대 자체의 레이더가 고장이 나거나 파괴되면 이 포대는 무력화된다. 대방사미사일(ARM) 같은 방공전력 공격무기는 이러한 점을 노린다. 호크나 나이키와 같은 구형 방공체계들은 모두 레이더의 제원을 두꺼운 케이블을 통해 유선으로 받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패트리어트 등의 새로운 체계에서 무선 통제가 가능해지고 C4I 등의 네트워크중심전(NCW) 개념들이 발달하면서 이제 자체 레이더가 아닌 체계 바깥의 정보를 사용해서 교전을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를테면, 조기경보레이더로 확인한 항적에 대해 인근 이지스함에서 SM-3를 발사하게(정작 이지스함 자체 레이더로는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공군이 도입하여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는 PDB 6.1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원격교전(Engage-On-Remote)를 지원한다. 다만 인근에 있는 포대에게 교전을 위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 가능하고 조기경보레이더의 정보는 활용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는 기자가 패트리어트 작전장교로 복무하던 시절 레이시언 관계자에게 확인한 사항이다)

이지스함 한 대로 일본 전역 보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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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 ⓒ U.S. Navy


원격교전의 강점은 포대를 적게 만들고서도 보다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국립연구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원격교전이 가능해지면 두 세 개 정도의 사이트로도 유럽 전역을 커버할 수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1회 교전을 통한 방어를 가정할 때) 이지스함 한 대를 동해 한가운데에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일본 전 지역을 북한의 노동 미사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X밴드 레이더의 강력한 해상도에 힘입은 바 크다. 위원회는 원격교전의 발사교리를 채용하도록 보고서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지상기반 방어체계(GMD) 매우 비관적

그러나 보고서는 현재 추진 중인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GMD)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결론을 내렸다.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될 요격체는 속도가 초속 5km 이상이 되어야 러시아의 ICBM이나 SRBM(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탄도미사일)과 교전이 가능한데 현재 개발된 요격체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보고서는, 제조하는 데 개당 7천만 달러나 드는 이 요격체들이 나중에 새로 개발되는 요격체의 시험용 표적으로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현재 개발중인 정밀추적 및 감시체계(PTSS: Precision Tracking and Surveillance System)에 대해서도 그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PTSS는 12개의 위성을 연결하여 운용되는 체계이다. 보고서는 생애주기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PTSS는 적합치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X밴드 레이더를 전진 배치하는 것으로 훨씬 저렴하면서도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었다.


보고서는 미사일방어국에게 중간단계에서 탄두와 디코이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을 권했다. 이를 위해서는 X밴드 레이더와 요격체 자체 관측을 병행하여야 할 것이며 앞으로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교란기법(countermeasure)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거리,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지스와 THAAD, 패트리어트 PAC-3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또한 발사대와 센서 간의 구조적인 통합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일 권했다. 앞서 언급한 원격발사(LOR)와 원격교전(EOR) 발사교리는 바로 이것과 연관된 것이다. 두 세 개의 사이트를 가지고도 유럽을 보호할 수 있으려면 원격교전은 필수적이다. 또한 X밴드 레이더 자산은 의심 영역의 식별 및 추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방위지원프로그램(DSP: Defense Support Program; 조기경보용 인공위성), 우주적외선시스템(SBIRS: Space Based Infrared System), 업그레이드 UHF 조기경보레이더의 제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 또한 권했다. 보고서는 향후 이러한 정보 자산들을 모두 종합하는 통합전투통제체계(Integrated Battle Command System)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제원 전달의 지연(data latency)가 문제가 될 것임을 예상하기도 했다.

동북아 미사일방어 분석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미사일방어에 대해서도 일부 지면을 할애했다. 물론 동북아의 미사일방어 위협은 북한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그 사정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그만큼 연소시간이 짧고 연료가 모두 소진되었을 때(burnout)의 고도가 낮기 때문에, 상승단계의 요격은 이지스함을 사용하여 유리한 지형 조건을 점한 상황에서도 그리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결국 중간단계와 종말단계 요격만이 선택 가능한 옵션이다. 원격교전을 사용할 경우, 동해 한가운데에 이지스함 하나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일본 전지역을 커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이나 크루즈미사일로 우리나라를 위협할 경우에 대해서는 보고서는 별다른 연구를 수행하지 않았다. 다만 짧은 연소시간과 낮은 탄도정점(apogee), 짧은 비과시간 때문에 PAC-3와 THAAD의 조합으로 방어하는 것이 유리하리라고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언론의 반응

대부분의 언론들이 미국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진행해 온 GMD 체계와 상승단계 요격체계가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이 보고서의 분석을 인용하며 정부를 비판하였다. 특히 군축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비판이 거셌다. 미국 군축협회(ACA: Arms Control Association)의 톰 콜리나(Tom Collina)는 "이미 GMD 체계에 허점이 있다고 하면서도 똑같은 허점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개량된 시스템을 개발하자고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포린 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보고서의 결론까지 비판했다. 이 허점이란 중간단계 요격체계의 미결과제인 진짜 탄두와 디코이의 구별 문제를 말한다. 중간단계 요격에 있어서 탄두와 디코이를 구별하는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그는 GMD 체계가 2004년 11월부터 진행된 요격 시험 일곱 번에서 다섯 번을 실패했고 2008년 이후에는 성공적인 요격 시험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MD를 옹호하는 의원들이 또다시 이 보고서를 핑계로 불필요한 군비 확장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점들

국립연구위원회의 보고서는 지금까지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이 상당히 무분별하게 이루어졌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지상기반 중간단계 방어체계(GMD)는 300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0%미만의 요격 시험 성공률을 보였다. 상승단계의 요격체계는 현실적으로 가망이 매우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미사일방어국은 "2020년까지 조기 요격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허언을 공언하기까지 했다.


유럽의 미사일방어를 위한 오바마 행정부의 단계별 탄력적 접근전략(EPAA: European Phased Adaptive Approach) 또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란 또한 지금까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는 커녕 시험에서 성공시킨 적도 없기 때문이다. 이미 러시아는 EPAA에 대해 여러 차례 심각한 우려와 경고를 표한 바 있다.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나라와 미국의 이해는 서로 달라

또한 이 보고서는 탄도미사일 방어에 있어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이해관계가 상이함을 보여준다. 올해 4월 로켓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과연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갖추더라도 미국이 이를 방어하는 데에 긴밀한 협조를 구해야 할 쪽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과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과 더불어 이것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의 초석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차관보는 9월 10일에 “한국과 MD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캐슬린 힉스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은 “미국이 추진하는 MD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한국 정부와) 대화하고 있다”고 9월 24일 밝혔다. 힉스 수석부차관은 “굳이 미사일을 사용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레이더망을 통해 기여할 수도 있다”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했다.

알 수 없는 MD 참여의 실익

그러나 이미 일본에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와 지상기반 X밴드 레이더(AN/TPY-2)가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게다가 일본은 자국 내에 두 번째 AN/TPY-2 레이더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9월 17일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레이더 기지가 설치되어야 할 필요는 별로 없다. 일본이나 괌, 하와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동해에 일본의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현재까지는 국내에 패트리어트 PAC-3나 THAAD 등의 종말단계 요격체계를 판매하는 것 외에 우리나라가 MD체제에 합류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김수빈 기자 subin.kim@outl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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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디펜스21+ 기자
우리나라 공군 최초의 패트리어트 작전장교(TCO) 중 하나. 번역서로 <우정의 가치(까만양)>, <실비오 게젤의 경제학의 정신(인카운터)>이 출간 예정이며, 음악과 영성에 대해 다룬 <음악의 숨겨진 차원(김영사)>을 쓰고 있다.
이메일 : subin.kim@outlook.com       트위터 : @SubinB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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