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대륙에 상륙한 인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2015.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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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 전인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1.0을 발표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도 개봉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온 사이버 세상의 기반을 닦았다면, <공각기동대>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급변하는 사이버 세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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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정보
원제: GHOST IN THE SHELL / 攻殻機動隊(1995년작)
감독: 오시이 마모루
원작: 시로 마사무네
출연: 다나카 아츠코(쿠사나기 모토코 소령 역)
     오오츠카 아키오(바토 역)
     야마데라 코이치(토구사 역)
     카유미 이에마사(인형사 역)
     오키 타미오(아라마키 다이스케 공안 9과장 역)

 

  인간은 탐험과 정복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자신의 힘이 미치지 않았던 세계에 발을 내딛고, 그곳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바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수천년 동안 생존 조건이 좋은 지구상 일부 육지와 그 근해만을 세력권으로 삼아 살아왔던 인간. 그러나 지난 세기에 들어서는 가장 높은 산과 가장 깊은 바다는 물론, 하늘과 우주까지도 자신들의 세력권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인간이 새로 정복할 미개척지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영토, 즉 사이버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공각기동대>는 시로 마사무네가 1991년 발표한 동명의 만화를 극화한 것이다. 이 작품은 인류가 그 사이버 공간에 지금보다도 훨씬 더 깊숙이 발을 내디디고, 몸도 마음도 상당부분 ‘사이버화’ 된 미래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이버의 바다에서 인류가 만난 것은

 

  배경은 서기 2029년의 일본. 
  이 시기의 인류는 단백질로 이루어진 몸을 버리고, ‘의체’라는 이름의 기계 육체와, ‘전뇌’라고 불리우는 전자 두뇌를 얻었다. 늙지도 않고 고의적으로 몸이 파괴당하지 않는 한 죽지도 않는, 영생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삶을 누리고 있었다. 또한 전뇌를 네트워크에 바로 연결해 어떤 지식이건 바로 손에 넣고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인류가 기계가 아닌 인간이라는 증거는 이들의 기계 육체에 깃들어 있는 ‘고스트’, 즉 영혼의 존재 뿐이었다.
  얼핏 들으면 마치 꿈같은 세계. 그러나 그 세계에도 그림자는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토코를 비롯한 ‘공안 9과’, 통칭 <공각기동대>의 멤버들은 그 그림자 속에 숨어 살아가며 활약하는 이들이었다. 아라마키 과장이 이끄는 공안 9과는 일본 수상 직할의 특수 임무 부대로, 그 임무는 일본인들의 생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전뇌 네트워크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비밀리에 지키는 것이었다.
  이런 이들 앞에, 가벨 공화국 신정부와의 주요 비밀 회담을 앞두고 있던 외무대신의 통역관이 전뇌를 해킹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력한 용의자는 <인형사>로 불리우는 해커였다. 그는 수많은 해킹 범죄의 용의자로 국제수배 중인 국제 범죄자로, 국적이 미국으로 추정될 뿐 그 외의 어떤 것도 알려진 바가 없는 신비의 인물이었다. 공안 9과는 인형사의 배후에 가벨 공화국의 전 국가원수이자, 현재는 신정부의 쿠데타로 쫓겨나 일본에 망명을 요청중인 마레스 대령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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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쿠사나기 모토코는 뛰어난 전투력과 광학미채로 각종 비밀임무에 투입되는 일본 정부의 비밀요원이다


  수사에 나선 쿠사나기는, 어느 환경미화원이 자신의 아내의 고스트를 해킹하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그의 뒤를 추적한다. 청소부를 잡으려는 쿠사나기를 기관단총을 휘두르며 광학미채(광학장비를 이용해 육안으로 눈에 띄지않게 물체를 투명으로 바꾸는 장비)를 사용하는 남자가 막아선다. 격투 끝에 환경미화원과 기관단총 사내는 모두 체포되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가짜 기억과 정보를 통해 이용당하고 있었고, 쿠사나기에게 체포당한 후에야 현실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기묘한 사건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고속도로에서는 대형 트럭이 벌거벗은 여자 의체를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의체는 출처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정부용 의체 납품회사인 <메가텍바디> 사의 공장에서 사건발생 불과 2시간 전에, 그것도 몰래 제작된 새 것이었다. 누군가가 공장 제작설비를 해킹해 만들어낸 의체였다. 게다가 이 의체는 전뇌가 없는데도 고스트가 있었다. 공안 9과에 수거되어 조사를 받고 있던 이 의체를 회수하겠다고 외무성 산하 외교분쟁 전담 특수부대인 공안 6과의 나카무라 과장이 미국인 윌리스 박사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건물의 하중 센서에 감지된 두 사람의 체중은 500kg가 넘었다. 누군가가 광학미채를 사용해 그들과 함께 몰래 들어온 것이었다. 
  문제의 의체 속 고스트는 자신의 이름이 <프로젝트 2501>, 즉 그들이 찾아 헤매던 인형사임을 밝혔다. 자신은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이 때 광학미채를 사용해 모습을 숨기고 들어온 괴한들이 총을 쏘고 연막탄을 터뜨리면서 문제의 의체를 훔쳐가지고 달아난다. 괴한들의 정체는 공안 6과 직원들이었다. 일본에서 광학미채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공안 9과와 레인저 4과, 그리고 공안 6과 말고는 없었다.
  공안 9과의 요원 이시가와는 외무성 네트워크에 접속해 윌리스 박사가 외무성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당시 다이타 미즈호라는 일본인 프로그래머를 수석으로 두었음을 알아냈다. 다이타 미즈호는 가벨 공화국에 망명을 하려다가 쿠사나기의 비밀공작으로 저지되었다. 이시가와는 이를 바탕으로 인형사는 공안 6과가 비밀공작 목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고, 통제를 벗어나 마구 해킹을 저지르자 절차를 벗어난 이런 폭력적인 방법으로라도 급히 회수할 필요성을 느껴 이런 짓을 저질렀음을 알아냈다.
  인형사가 담긴 의체를 싣고 달아난 차를 헬리콥터로 추적한 쿠사나기, 그 차는 공안 6과의 다족보행전차가 지키고 있었다. 맨몸으로 전차를 상대로 싸우다 위기에 몰린 쿠사나기. 때마침 도우러 온 동료 바토가 그녀를 구해내고 전차를 격파한다. 인형사는 쿠사나기의 고스트와 융합한 후 말한다.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인 자신은 쿠사나기와 융합해 후손을 남기고 죽음을 맞고자 쿠사나기를 찾아왔다고, 그럼으로서 진정한 생명체가 되고 개성과 다양성을 얻어 영원히 살고자 한다고 말이다. 그 순간 공안 6과에서 보낸 헬리콥터들이 저격으로 쿠사나기와 인형사의 의체를 박살내 버린다.
  바토는 잔해 속에서 쿠사나기의 전뇌를 회수해 소녀 모양의 새 의체에 갈아끼워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켰다. 그러나 그 전뇌는 이미 쿠사나기와 인형사가 융합해 만들어진 그들의 ‘후손’이 되어 있었다. 소녀는 말한다.  
“이제는 인형사라는 프로그램도, 소령이라는 여자도 없어... 이제 어디로 갈까? 네트는 방대하거든.”
도시를 내려다보는 소녀를 비추며 극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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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몸을 지닌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정보의 수프에서 생명체가 태어나다

 

  SF 영화 팬이라면 본작을 보면서 많은 작품들의 잔영이 떠올랐을 것이다. 기자의 경우만 보더라도 대충 <매트릭스>, <코드명J> 등의 작품이 떠올랐는데, 사실 알고 보면 그 작품들은 본작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원작자와 감독의 선견지명과 천재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원래 만화책으로 나왔던 <공각기동대> 프랜차이즈는 큰 인기를 얻어 본작 외에도 다수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TV판 애니메이션, 심지어는 컴퓨터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다. 기회가 생긴다면 이들 다른 작품에 대해서도 리뷰해 보고 싶은 것이 기자의 소망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잠시 미루어 둘 만큼, 본작이 주는 메시지는 크고 묵직하기 그지없다. 바로 ‘사이버 공간에서 탄생된 새로운 생명’을 주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어쩌다가 생명이 태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설이 분분하지만, 그 중 이른바 ‘원시 수프’ 이론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던 유기화합물이 고도로 발전해 원시생명체로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모든 생명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는 생명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형태의 정보다. 그렇다면 정보의 바다라고 할 수 있는 사이버 네트워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바다에 널려 있는 수많은 정보들이 고도로 발전해, 언젠가는 인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조직되고 진화하며 번식하는, 사이버 공간 내에서의 또다른 생명체로 진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생명체는 언젠가는 물리적인 몸을 갖추어, 인간 또는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와의 접촉을 시도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사이버 생명체와 기존의 생명체 간의 혼종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본작의 세계관 이면에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깔려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를 결코 허무맹랑한 망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증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작중에서 인형사와 쿠사나기가 만나 새로운 생명을 낳았듯이, 이미 현실에서도 인간과 기계가 하나가 된 새로운 생명체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계가 결합한 새로운 생명


  사이보그(Cyborg).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개조인간을 말한다. 본작의 주인공들 대부분도 의체와 전뇌를 사용하므로 사이보그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이보그는 본작과 같은 SF에서뿐 아니라, 이미 현실 속에서도 존재하고 있다. 인체의 상실된 기능을 복구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인공장기 또는 수족을 장착한 인간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미 지난 1970년대부터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연구되기 시작해 시험적으로나마 기계를 통해 시각장애를 치료하고, 1982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인공심장이 사람에게 이식되어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인공지능형 심장 페이스 메이커나 당뇨 치료용 인슐린 펌프, 로봇 의수족 등을 몸에 달고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에는 뇌심부전기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을 통해 파킨슨병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요법이 등장하고 있다. 뇌심부전기자극술은 환자의 뇌 속 깊은 부위에 전극을 이식하는 것이다. 즉 전극으로 전류를 흘려보내 뇌세포를 자극, 원하는 치료효과를 얻는다. 시술받은 환자는 이 전극을 계속 달고 살게 된다. 사이보그 기술이 이미 인간의 뇌에까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영국 리딩 대학의 인공두뇌학 교수 케빈 워윅은 지난 1998년 시작한 '프로젝트 사이보그'를 통해, 자신의 몸을 사이보그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첫 번째 단계로 간단한 무선인식(RFID) 송신기를 자신의 피부 아래 이식한 후 이것으로 근처에 있는 문, 조명기기, 난방기기, 기타 컴퓨터 제어식 기기를 조종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02년 프로젝트의 두 번째 단계로 마크 가슨 박사 연구팀이 만든 신경망 인터페이스를 자신의 신경계에 연결했다. 이 신경망 인터페이스는 워윅의 뇌 신호를 수신한 후 동료 연구자 피터 키버드가 만든 로봇 팔에 전송한다. 이로서 워윅이 팔을 움직일 때마다 키버드의 로봇 팔도 똑같이 움직이게 되었다. 또한 이 신경망 인터페이스는 로봇 팔의 손가락 끝에 붙은 센서가 받은 촉감 등의 신호를 워윅에게 전달해주는 기능도 있다.
   이러한 사이보그를 인류의 미래로 여기는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번역된 서적 <특이점이 온다-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이 대표적. 그는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자신의 능력 확장을 위해 단백질로 이루어진 육체를 버리고 기계에 몸과 마음을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진화 속도는 산술급수적인데 반해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이고, 기존 육체의 수명은 제한적인데 반해 기계 육체의 수명은 적절한 정비만 이루어진다면 반영구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말대로라면 인류의 사이보그로의 변환은 필연적 수순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실현되더라도 인간의 신체를 기계로 바꾸는 사이보그는 적잖은 윤리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니, 벌써 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 각종 사이보그 임상 실험에 동원돼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받은 사람들은 보통 사이보그 말고는 도저히 다른 치료 방도를 찾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나 난치병 환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 또는 중죄를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은 재소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사이보그 시술을 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가 기계화된 사이보그를 과연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이 부분은 본작에서도 쿠사나기 모토코와 바토의 논쟁을 통해 묘사된다. 이는 워낙 뜨거운 문제이므로 기사에서 섣불리 떠들어봤자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기술사적 측면에서 볼 때, 사이보그 기술 역시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것보다는 국가안보나 기업 이윤추구를 위해 더욱 열심히 개발될 가능성도 높다. 즉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이보그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자연인과 사이보그 간의 계층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굳이 사이보그로 개조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자연인들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사이보그로 개조된 사람들의 생존에 필요한 각종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 권한을 독점하고, 이를 통해 생사여탈권까지 갖는 디스토피아가 올지도 모른다. 또는 그 반대로, 작중의 세계처럼 사이보그로 개조되어야만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하고, 자연인인 상태에서는 그것이 전혀 불가능해지는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  기술이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발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이런 걱정을 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 당장만 해도 두뇌에 전극을 심고, 로봇공학이 적용된 의수족을 장착한 초보적 사이보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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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원작만화의 표지

 

 현실로 다가온 사이버 전쟁


  영화에서는 사이버 상의 새로운 생명체만 다루지 않는다. 극중 인형사의 범행은 오늘의 기준에서 봐도 분명한 사이버 테러다. 그리고 한 나라의 정부기관, 또는 군대가 다른 나라의 주요 사이버 공간을 표적으로 사이버 테러를 벌일 경우, 그것은 이미 사이버 전쟁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유무형의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 적어도 선진국의 경우 이미 어떤 나라도 컴퓨터와 네트워크 없이는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불가능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실 속의 사이버 전쟁의 수준은 일반인들의 빈곤한 상상을 이미 가볍게 뛰어넘는다. 일례로 이스라엘은 2006년 영국 런던을 방문한 시리아 고관의 노트북을 해킹, 시리아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낸 후, 시리아의 알키바르 핵시설을 2007년 9월 6일에 공군의 폭격으로 파괴시켜 버렸다. 이스라엘 공군의 폭격 역시 이스라엘 해커들이 사전에 시리아 방공망 네트워크를 해킹해, 이스라엘 전투기의 시리아 영공 침입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의 네트워크에 쳐들어가 거짓 정보를 살포해 적을 혼란시키는 이러한 공격을 자주 구사할 경우, 적들은 모든 전자적 정보의 진실성에 의문을 갖게 돼 이중점검을 시도할 것이고, 이는 의사결정 속도 저하로 이어져 모든 작전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의구심이 커진 적들이 주요 정보 습득에 네트워크를 활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적의 정보력이 수십년 전 수준으로 후퇴되는 것이다. 네트워크 뿐이겠는가.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이는 무인기, 군함, 미사일 등 각종 하위 시스템들 역시 사이버 공격의 목표로 떠오른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웜 바이러스를 이란 핵개발 네트워크에 투입, 컴퓨터 제어식 원심분리기의 오작동을 유발했다. 이 공격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은 수개월 간 지체됐다. 군이나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민간 네트워크의 경우, 더욱 만만한 먹이감으로 전락해, 전략적 사이버 공격의 좋은 표적이 수 있다. 극중에서 인형사에 의해 가짜 기억을 주입당한 채 조종당하던 사람들은 이런 사이버 전쟁의 모습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미 시작되어 인류의 생활 모습을 엄청난 속도로 바꾸어 놓고 있는 정보화 혁명. 그 혁명은 인간 생명의 모습과 분쟁의 양상도 격렬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해 미리 생각할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본작의 숨은 기획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이동훈 디펜스 21+ 객원기자 enitel00@naver.com




<사진해설>

002 .
002-1 그녀의 몸은 의체, 두뇌는 전뇌이다.
003
004 인형사에게 해킹당한 통역사의 전뇌. 엄청난 실력의 프로 해커인 인형사의 정체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새로운 생명이었다.      
005 인형사는 정치적 망명, 그리고 쿠사나기와의 합일을 요청한다. 그럼으로서 진정한 생명체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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