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3각관계> 1. 9월 항일전 승리 기념 행사와 북방 외교의 새로운 국면

강태호 2015. 0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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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9월 전승절 행사와 북방 외교의 새로운 국면
 
 <목차> 북방 3각관계 
  1. 북 중 러 3각관계의 새로운 움직임
 2. 시진핑의 동북지방 현지지도-동북진흥 프로젝트
 3. 김정은의 선택-미사일 발사준비와 전승절의 국제정치
 4. 푸틴의 블라디보스톡 방문과 동러시아 경제포럼


 소설가 김훈은 얼마전 한 일간지의 기획으로 단둥에서 시작해 압록강을 따라 백두산 훈춘 등 북중 국경을 둘러봤다. 초행 길에서 그가 본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은 이렇게 묘사된다.
 “사나운 대륙의 군대들은 모두 선양에서 발진했다. 당나라 ·몽고 ·금나라 ·청나라 군대와 6·25 때 ‘항미원조전쟁’에 돌입한 마오쩌둥(毛澤東) 군대의 주력이 모두 선양에서 발진해 단둥에서 강을 건넜고 의주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외국 군대가 물러가면 사대(事大)의 긴 대열이 그 길을 따라서 선양으로 갔다. 대열은 소리를 지르고 꽹과리를 때려서 늑대를 쫓으면서 이 길을 따라서 눈 덮인 대륙을 건너갔다. 이 사대의 대열에 끼어들어서 전복과 저항, 해체와 재구성의 이념과 실천방안이 또한 흘러들어 왔으므로 ‘길에는 주인이 없어서 그 위를 걷는 자가 주인이다’라는 선인(신경준·申景濬·1712~1781)의 옛글은 여전히 새로운데 그 주인 없는 길이 바로 선양~단둥~서울을 잇는 의주로다.” 
 

시진핑 옌벤.jpg

시진핑 주석이 선양 방문에 앞서 지난 7월16일 연변 조선족 자치주 하이란(海蘭)강가에 위치한 허룽(和龍)시 외곽 광둥(光東)촌을 방문해 농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진핑의 선양 방문과 김정은의 중국 인민 지원군에 대한 경의


 예로부터 만주 대륙에서 반도로 내려오는 동북의 중심이었던 그 선양을  지난 7월 27일 시진핑 주석이 방문했다. 이날은 정전협정 기념일로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로 부르는 날이기도 하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인 25일 이 정전협정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4차 로병대회에서 중국의 6.25 참전에 경의를 표했다. 북한 <중앙통신>이 26일 전한  로병대회에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연설은 다음과 같다.
  “조선인민의 자유독립과 동방에서의 평화를 위해 우리 인민군대에서 한 전호(참호)에서 어깨 겯고 피흘려 싸우며 우리의 정의의 혁명 전쟁을 도와준 중국 인민지원군 노병 동지들에게도 숭고한 경의를 드린다”.
 은연 중에 두나라가 피로 맺어진 혈명관계였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북중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지난해의 경우 북은  전승절 행사 때 ‘중국’이라는 단어 자체를 거론하지 않았다. 이번엔 많이 달랐다.  7월 28일 <중앙통신>에 따르면 두번에 걸쳐 중국의 지원에 경의를 표명한 김 제1위원장은 27일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에 화환도 보냈다.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이 인민지원군 열사릉은  2013년 7월 29일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참배했던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도 이런 김정은 제1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을 보였다. <신화통신>은 28일  ‘전승절(7.27)’을 맞아 김 제1위원장의 연설내용과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에 화환을 보낸 것 등 동정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김정은.jpg

7월 25일 평양서 열린 제4차 로병대회에서 연설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중국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공식 초청

 

 지금 북중간에는 오는 9월3일 베이징 텐안먼(천안문)광장에서 열리는 2차 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초청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참여 여부가 관심사다. 홍콩의 봉황 텔레비전의 진행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항일 전승 열병식 참석은 정리와 사리에 맞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기회”라며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이 행사에 김정은 제1 위원장을 초청한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지난 4월 중순이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월1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초청했는지를 확인해 달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홍 대변인은 “우리는 이미 관련국 지도자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고 참석과 관련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훙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모든 초청국에 적용되는 원론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북한과도 김 제1위원장의 방중 문제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앞서 3월 초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북.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3월8일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를 계기로 연 기자회견에서  ‘북중 지도자의 올해 회동 가능성’과 관련 “양국 영도인이 언제 만날지는 양국이 편리한 때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이 회견에서 “중조(북)는 우호적인 이웃나라”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인은 신의를 중시하고 형제애를 강조한다”며 “우리는 중조 전통우의를 소중하게 여기고 양국관계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조 관계는 기초가 확고하기 때문에 한 때 하나의 일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고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북.중관계는 2013년 2월 ‘3차 핵실험’과 그해 12월 ‘장성택 처형’으로 급속히 얼어붙었다. 2013년 7월  조선(북한)의 60주년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방문한 것이 마지막 고위급 방문이었다.  리 부주석은 그해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서 국가부주석에 선출됐다. 그 후 2014년 11월 하순 ‘중앙외사공작회의’ 이후 중국쪽의 관계 복원의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그해 12월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행사’에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으며, 올해 들어선  1월 김정은 제1위원장 생일에 ‘16자 방침(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조강화)’을 담은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왕이 외교부장의 3월초 발언은  4월 하순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60주년 기념식, 5월 9일엔 러시아 모스크바 ‘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식’, 9월에는 중국에서 ‘전승 70주년 기념식’ 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 행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중국 외교부가 마련한 제2차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행사는  9월 3일 베이징에서의 기념대회, 텐안먼(천안문) 광장에서의 대규모 열병식과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그리고  초대회,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북은 4월말  김정은 제1위원장의 5월 9일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 불참을 통보했다.  4월 30일(현지시각)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그(김 제1위원장)가 모스크바에 올 수 없게 됐다. 외교 채널을 통해 이같은 결정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제1위원장의 불참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의 내부 문제와 연관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김정은 제1 위원장의 행사 참석을 발표하거나 공식화한 적은 없다. 그러나 크렘린궁과 러시아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김 제1위원장의 참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거듭 밝혀왔기에 그런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보였다. 러시아로서는 전승기념일 행사를 불과 열흘 앞두고 불참을 통보한 것은 상당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외교적 결례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놓고 국내 전문가들 사이엔 여러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중국과 관계 때문에 러시아 행사에 불참했다라든가, 러시아의 첨단 무기 제공 거부 등으로 불참했다는 것들은 근거가 있는 분석으로 보기 어렵다.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 불참과 현영철 숙청


 오히려 거의 같은 시기에 터져 나온 북한 내부의 현영철 숙청사태를 이와 연관시켜 볼 필요가 있다. 국가정보원은 5월 13일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4월 30일께 “국가반역죄를 저질러 고사총으로 공개처형되었다”고 주장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은 그 뒤  7월 11일 북이 박영식 대장을 인민무력부장으로 호칭함으로써 공식 확인됐다.하지만 박영식의 인민무력부장 가능성은 이미 6월 1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부대 예술선전대 공연 관람 관련 보도에서 수행 간부인 박영식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바로 다음에 호명한 데서 예견되기도 했다.
 

현영철.jpg

지난 4월 16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 컨퍼런스에서 연설하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의 숙청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는 위상이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처형 또는 숙청되는 과정이 어떤 공식적인 절차도 없이 진행됐다. 실질적인 권한이 크지 않더라도 인민무력부장이라는 지위가 갖는 비중은 무시하기 어렵다. 게다가 현영철은 군 출신으로 러시아통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적어도 중국, 러시아와 관련된 당과 군의 핵심인물을 제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배경으로 북한은 러시아와 그 어느때보다도 협력관계를 강화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수행했다. 그는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함께 지난해 11월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으며, 국정원이 처형됐다고 주장한 시점에서 불과 2주전인 4월 16일에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국방장관을 만났으며,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안보 컨퍼런스에서 15분간 연설도 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 방문을 약속한 뒤 그 약속을 어겼으며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군부 실력자를 곧바로 총살시켰다”며 “러시아의 눈에 김정은은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장성택을 처형한 뒤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처럼 현영철을 처형함으로써 북·러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북러 관계는 전혀 이상 조짐을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진 하산 등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두나라 협력관계는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성택 처형 뒤의 북중관계와는 크게 다르다. 러시아 내부에서건 또는 러시아 언론에서건  러시아가 김 제1위원장의 전승절 행사 불참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다든가,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그 보다는 러시아쪽은 ‘북한의 내부 문제’라는 북쪽의 설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는 러시아쪽이  4월 당시 북한 내부의 숙청 등  ‘내부 문제’를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김정은의 통치, 파격인가 권력의 불안정인가


 분명한 것은 경륜이나 지도자로 권력의 정점에 이른 과정을 보건데 절대 지도자로서의 김정은의 위상이 앞선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따르면서도 예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통치 스타일을 보여왔다. 예컨데 2012년 4월 동창리 위성발사장을 외신기자에게 공개하고 위성 발사가 실패하자 곧바로 시인했으며, 미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불러 함께 농구 경기를 관람한다든지, 부인 리설주의 공개적이고 거침없는 활동을 허락한다든지 2014년 10월엔 한동안 사라졌다가 지팡이를 짚고 등장한다든지 하는  등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리고 2013년 12월 장성택을 공개 처형한 것 이외에도 2014년 5월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가 있자 사과하고, 현지지도에 나간 현장에서 고위간부의 잘못을 질타한다든지,  북한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한 북한 전문가의 표현을 빌리면 한마디로 ’철권통치’다. 이를 김정은 시대를 보여주는 파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내부 권력의 불안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 힘들지만, 외부 세계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더 많아졌으며, 그만큼 예측 불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김정은을 공식적으로 만난 인물이 데니스 로드먼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30대 초반의 경륜이 짧은 지도자의 외교무대 등장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 대사가 마침 7월 28일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이 회견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과 관련해 북한의 북핵 문제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은 다른 데 있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9월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세계 반파시즘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맞춰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지 대사는 “전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그런 점에서 7.27 행사를 둘러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움직임은 사실 의례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는 건 지나친 것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선양 방문과 그 전의 연변 자치주  및 창춘 방문도 그야말로 일반적인 의미의  지린성, 랴오닝성 등 동북 지방의 현지 지도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9월3일 2차 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하고 그래서 북중 관계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는 건 과잉해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시진핑 주석의 선양 그리고 그에 앞선 연변자치주 및 창춘 방문을 이례적으로 해석하는 데는 그만한 근거가 존재한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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