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3각관계> 3. 김정은의 선택-미사일 발사준비와 전승절의 국제정치

강태호 2015. 08.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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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북방 3각관계 
 

  1. 북 중 러 3각관계의 새로운 움직임
 2. 시진핑의 동북지방 현지지도-동북진흥 프로젝트
 3. 김정은의 선택-미사일 발사준비와 전승절의 국제정치
 4. 푸틴의 블라디보스톡 방문과 동러시아 경제포럼


 북한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보여온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최근 국내 일간지의 한 칼럼에서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동시에 상당히 잠잠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아시아담당국장을 지낸 그에 따르면 2013년  대미 전면 대결전을 선언하고 3차 핵실험을 한 이래 북한은 대대적인 ’도발’을 하지 않았다. 또 "북한의 격렬한 외교적 발언들 속에는 대화를 향한 욕구도 공격의 전조(前兆)도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과거에 보여온 정책과 행동 패턴으로 보건데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그가 보기엔 “ 북한의 김정은은 지금 외부세계에 혼자 있게 가만히 내버려 달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는건 오바마 미 행정부나 박근혜 정부에 대해 어떤 것도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에 따르면 또 다른 분석도 가능한데 북한이 내부의 권력문제 때문에 외부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고 그래서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말 고모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그리고 지난 4월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 등 그의 지도력은 아직 불안정하다. 군과 당 사이에 문제가 있거나 노동당 조직 지도부와 김정은의 이른바 백두혈통 사이에 갈등이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5월 예고했던 그의 러시아 모스크바 전승절 행사 불참은 북한 체제 내부의 문제가 국제관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 경제적으로 보면 과거에 비해 북한이 혼자서도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북한이 내부 경제 개혁과 시장의 활성화로 먹고 사는 문제에서 일정 성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마식령 스키장과 워터파크를 건설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인민생활 개선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농업 분야에서 포전담당제의 개인 인센티브를 도입하면서 과거와 같은 심각한 식량난에서는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지도부는 2013년 3월 핵무장 강화와 경제건설 병행의 병진노선을 채택한 뒤 5월 29일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11월에는 경제특구와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설치해 대외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조처를 취해 왔다. 아직 구체적 성과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북한을 다녀온 이들은 중국 기업들의 투자와 관광교류 등으로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장의 힘을 통한 변화는 유엔의 제재 속에서도 가능하다.
 빅터 차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 과정에서 북한은 또한 크게 제약을 받지 않고 병진노선에 따라 농축우라늄 기술과 탄두 소형화의 핵능력 확대, 해상, 잠수함 등 다양한 방식의 미사일 개발 등을 추진해 왔다.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도 있다. 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년여의 유훈통치라는 은둔상태를 끝내고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함께 전면에 등장한 것처럼, 2012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제1위원장도 이제 나홀로 지내기를 끝내고 국제무대에 등장하려는 것일까?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북한 내부의 권력관계와 경륜이 짧은 지도자로서의 불안한 위상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 미중 역학관계와 우크라이나 사태 뒤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 등 최근의 정세변화 속에서 북한이 외교도 도발도 아닌 모호한 은둔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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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3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의 모습, 김정은 당 제1 비서는 이 회의에서 핵무력-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미사일 발사준비를 꺼내든 북한
 
   지금 북한은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직결되는 새로운 3단 장거리 로켓(미사일)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 움직임은 전혀 모호하지가 않다. 7월 들어 군 정보당국의 분석과 위성사진 등 북한 내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황들은 오는 10월 10일 당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장거리로켓 발사 실험이 준비되고 있는 걸 보여준다.
 북한은 과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 등을 결의하면 핵실험으로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북한의 1∼3차 핵실험은 모두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2∼3개월 만에 이뤄졌다. 2005년 7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그 해 10월9일 첫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또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인공위성) 발사로 촉발된 위기는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2012년 12월 또 다른 로켓 발사는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초래했다.  물론 각각의 정세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4월은 부시 행정부의 방코델타 아시아은행의 불법거래를 내건 대북 금융제재에 맞선 것이었다. 북한은 이때만큼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이라 하지 않고 미사일(대포동 2) 발사로 명명했다. 미사일 운반수단을 갖지 못한 핵무기는 기껏해야 자폭수단이 될뿐이니 미사일과 핵 실험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거리 로켓발사 이후 또 다른 핵실험을 예상하는 것은 군사적으로나 북한이 처한 상황으로 볼때 자연스런 것이기도 하다.  다만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핵실험 준비를 예고하는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누리집인 <38노스>는 6월 초 북한이 적어도 올해 가을까지는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에 반해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만큼은 착착 진행시키고 있는듯하다.  <38노스>는 7월 28일 최근 촬영한 민간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 발사장 내부의 증·개축 공사가 완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정보당국도 로켓 발사대를 기존 50m에서 67m로 높이는 증축 공사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봤다.  공사가 시작된 게 2013년 말이었으니 1년 6개월여만이다.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이 발사대 증축으로 북한이 길이가 2012년 말 발사에 성공한 은하-3호를 뛰어넘어  미 본토에 도달하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교도 통신>은 8월2일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 발사대에 덮개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 정보당국은 이 작업이 8월 중 완료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덮개가 설치되면 위성의 감시활동이 어렵게 된다.
 이에 앞서  <38노스>는 지난 5월 말 상업용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 발사대 동쪽 끝에 새 건물을 짓고 발사대와 연결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보당국은 이 시설이 미사일 제작과 조립 작업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봤기에 긴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과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 평양시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로켓 동체를 만들어 동창리 발사장으로 운반했기 때문에 한미 정보당국에 쉽게 포착됐다. 반면에 동창리 발사장에 미사일 제작과 조립 시설이 들어서면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해진다. 한미 정보당국의 허를 찌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제작 공장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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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철산군 동창리 발사대의 위성사진
  
  또 군 당국은7월23일 이 기지에서 30m에 달하는 로켓 1단 추진체의 연소실험을 한 걸 확인했다. 2012년 은하3호 발사 당시 3단 로켓의 전체 길이가 30m였고, 이중 1단 추진체가 20m였던 것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약 1.5배나 커진 셈이다. 2012년 말 발사당시 남쪽은 서해에 낙하한 은하3호 로켓의 1단 잔해를 수거, 분석하여 구체적인 성능 분석을 할 수 있었다.  국방부는 1단 로켓이 산화제로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적연질산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그 목적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 미사일 전문가인 랜드연구소의 마커스 실러 연구원 등은  2단 및 3단에 저추진력의 엔진을 사용해 북한이 주장했듯이 우주발사체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봤다. 은하 3호는 미사일로 사용할 경우 2단 및 3단 추진체 노동 엔진이나 비슷한 엔진을 사용하면 사거리를 최대 1,000 km까지 더 증가시킬 수 있으며,  어떤 것이든 적어도 700 kg의 물체(탄두)를 8,000 km 거리까지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이번 신형 장거리 로켓의 사거리는 미 본토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1만㎞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언론은 정부쪽 소식통들을 인용해 김정은이 노동당 창건일을 기념해 ‘인공위성’을 발사하라고 했다는 첩보를 전하기도 하고, 평양 인근의 병기 공장에서 장거리 로켓 제작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있다는 얘기들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때맞춰 유엔, 중국, 러시아,영국 등 주요국의 북한 대사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사일 발사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조약이나 의무에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들 대사들의 기자회견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공식화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란핵 협상 타결 뒤인 7월 2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과 이란은  다르다면서 핵보유국 입지 강화와 핵포기 불가에 대한 방침을 표명했다.주요국 북한 대사들의 기자회견은 이런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7월28일 북한의 장일훈 유엔 주재 차석대사의 발언도 그렇고 그 핵심은 북한은  ‘위성발사의 권리’를 갖고 있으며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것과 그걸 발사하는 것은 다르다. 북한은 로켓 발사 준비를 하고 있지만 로켓 발사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둘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미사일 발사는 무기 이른바 ’군사’의 문제를 넘어 국제정치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고려해아 하는 민감한 안보현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문제가 한미, 한중 나아가 미중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외교 현안이 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는 이른바 ‘미사일의 국제정치’를 예고하는 것이다.
 
 미사일과 전승절 참가의 국제정치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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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일 2차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 로고.
숫자 ‘70’과 연도 ‘1945~2015’에 평화의 상징 비둘기 그리고 승리의 ‘V’자로 만리장성의 모습을 표현했다.

 

  북한의 10월 장거리 로켓 발사는 중국쪽에서 볼때 북중관계 회복에 분명 역행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천명했으며, 유엔의 제재에도 망설임 없이 참여했다.게다가 미국의 사드 배치 추진으로 인해 한반도에서 미사일 문제는 핵문제 이상으로 민감한 현안이 됐다. 그리고 중국은 9월3일 2차대전 및 항일전쟁 승리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참석을 초청한 상태다. 이 두가지 사안은 상호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가한다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중국쪽이 보기에 두 사안은 양립하기 어렵다.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판단을 내리기 이르다. 전승절 참가여부도, 미사일 발사 여부도 저울질을 하는 단계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 전승절 참가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도 초청을 받았기에 좀 더 복잡한 외교적 셈법이 요구된다. 박 대통령은 가고 김 제1위원장이 불참한다면, 북중관계는 더욱 더 비정상의 불편한 관계로 나빠질 것이고, 이 경우 북한이 로켓 발사를 머뭇거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른 경우는 어떤가? 만약 남북의 두지도자가 참석한다면 중국이 중재에 나설 것인가? 미국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역시 초청을 받은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외교적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양자 관계만이 아닌 미중 한일 남북관계가 서로 얽혀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9월 초 전승절 행사 뒤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외교일정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은 유엔총회 참석을 겸해 9월 중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두 정상이 다룰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는 핵심 현안이 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중단 약속을 들고 협상을 하는 것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을 막지 못하는 상태에서 협상을 하는 것은 다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준비는 중국 또는 미국에 대한 ‘외교적 카드’  가 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배치가 반드시 직접적인 발사 실험을 거쳐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미국 등 정보당국은사거리 4천Km로 추정되는 무수단 미사일이 노동 미사일과 달리 실험발사 없이 실전배치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일석 주석 탄생 100주년인 2012년 4월 15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의 군사 퍼레이드에 북한은 최초의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KN-08을 이동식발사대에 탑재한 채 선보였다. 당시 이 KN-08은 모조품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미국은 실전배치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2014년 1월 29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서면으로 제출한 증언에서 “(북한이) 아직 (발사)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북한이 이미 이동식(road-mobile)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의 (실전) 배치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번에도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평양 인근의 미림 군사비행장에서 9월 9일의 정권수립 기념일과 10월10일의 당창건 기념일 등을 앞두고 스커드와 노동 등 각종 미사일과 240㎜ 방사포 등 포병 장비, 장갑차 등 수송장비 등을 집결시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험 발사대신 이 퍼레이드에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등장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의 악화와 중국의 적극적 관여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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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군사 퍼레이드에 등장한 북한의 KN-08


  북한은 미사일발사 핵실험, 그리고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조처로 남북협력관계의 중단 등 그 어느때보다 강도 높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에 놓여 있다. 중국도 이 제재에 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재가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건 분명하다. 한미 두나라도 제재가 북핵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핵 외교는 실종상태다.  한미가 비핵화 프로세스의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럴수록 핵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핵실험을 하지 않아도 북한의 핵무장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몇년간의 공정을 거쳐 이제 실험용 경수로 가동을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38노스>는 지난 5월24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이 경수로 시설 인근에 전력생산을 위한 전기변압기와 배전시설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으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물이 완공되면 열출력 100MW급 규모의 경수로와 전력선으로 연결해 35MW 규모의 전력생산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북한의 흑연감속로가 5MW급인데다 전기생산용으로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 경수로는 매우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경수로 가동은 북한이 소규모지만 원전기술을 확보했다는 걸 의미한다. 북한은 이 경수로를 내세워 평화적이고 경제적인 전력생산을 위한 저농축 우라늄을 정당화할 것이고, 농축우라늄의 핵무기화는 물론이고 이 경수로가 만들어내는 다량의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용으로 전용할 수가 있다. 찰스 퍼거슨 미국 과학자협회(FAS) 회장은 이미 지난해 7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실험용 경수로가 완공되면 북한은 매년 30∼40㎏의 플루토늄을 생산해 5∼6개의 핵폭탄을 만들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3년 공식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가 북한 핵문제에 소극적인 건 아니었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유엔제재 이행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 2013년 5월 중국의 4대 ‘국유 상업은행’ 가운데 하나인 중국은행이  북한의 유일한 대외무역결제은행인 조선무역은행의 계좌를 폐쇄한 것은 매우 강력한 압박조처였다. 게다가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에 이를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정상회담 직전인 5월7일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중국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마치 그에 화답한 것처럼 보였다.  미국과도 사전에 조율했거나 통보했을 수 있다. 3월13일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정책을 재검토하는 조짐이 보인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지도부가 이처럼 강력한 대북제재를 취한데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서 북핵 문제가 한미일의 대중 포위전략에 이용되서는 안된다는 판단과 미중의 신형대국관계 추진에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두 나라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등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2013년 9월19일 왕이 외교부장은 워싱턴서 케리 장관과의 회담 뒤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할지에 대해 미국과 새롭고 중요한 합의를 도출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의 연설을 통해 북한이 2005년 9월 6자회담 공동성명과 우라늄 농축작업 일시 중단 등을 수용한 2.29 북미 합의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이는 6자회담에 사망선고를 내리고 9.19 공동성명 합의를 거부하는 자세를 보였던 북한의 팔을 비틀어 입장을 바꾸게 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당시 9월18일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토론회에서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은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핵화가 북한의 정책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6자회담의 전제조건 없는 즉각 재개와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를 받아서 케리 국무장관은 10월3일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하고 진정한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과 불가침 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북미간 대화는 재개되지 못했다. 앞서의 베이징 토론회에 참석했던 문정인 교수(연대 정외과)에 따르면 한미 두나라를 대표한 참석자들이 6자회담의 선행 조처로서 기존 북미간에 합의했던 ‘2·29 합의’에 더해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라는 + α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중재는 이 간극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북핵 문제를 둘러싼 책임공방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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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북한이 시험발사(바지선을 이용해 수중 사출)  했다며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면 


  미중은 지금 북핵 문제의 해결을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4년 4월 오마바 대통령의 일본과 한국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2014년 4월1일 워싱턴 DC ‘아시아소사이어티’가 마련한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 관련 전화 토론회(conference call)에서 중국이 북한 비핵화란 목표에 진정으로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대북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는 등 대북제재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보기에  이는 중국이 국경지역, 즉 북한의 안정과 북한의 핵능력 차단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놓고 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가 중국이 바라는 진정한 지역안정은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추구하는 한 결코 확보될 수 없다고 말한데 있다. 러셀은 "북한의 핵무기 능력 추구와 그 운반 수단인 탄도미사일 개발이야말로 지역 불안정의 근본 원인(fundamental driver of instability)"이라고 단정했다. 따라서 중국이 진정한 지역안정을 원한다면 이 근본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데 그는 “한미일 3국의 군사훈련이나 한반도 주변 병력 집결 등은 북한을 억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중국이 이를 원치 않는다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것임에도 사드 배치의 명분을 북한의 노동미사일 위협으로 내세운 것과 같은 논리다. 중국이 사드가 중국을 위협하는 것으로 지역안정을 해친다고 생각한다면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막으라는  것이다. 
 그러자 중국이 발끈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며칠 뒤인  4월10일 워싱턴 DC 미국평화연구소(USIP) 강연에서 우선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강제로 하도록 만들라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에 ‘불가능한 임무’를 요구하면서 ‘만일 중국이 못하겠다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호 협력하는 데 있어 건설적인 태도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외교적으로 보면 매우 강력한 반박이다. 미국이 이런 논리에 서는한 미중이 한반도의 비핵화에 적극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미중의 갈등이 북한 핵문제에까지 투영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때부터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의 협력은 크게 약화돼 버리고 말았다.
 중국은 미국이 일방적인 중국 책임론으로 북핵문제를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회담 재개를 위한 어떤 방침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그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는 않는듯하다.  오마바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는 미국을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부터도  ‘창의적 대안’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북중간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들이 중단된 데는 실질적 창구역할을 했던 장성택 행정부장의 처형이 영향이 컸다. 장성택 행정부장은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조중 공동지도위원회의 북쪽 위원장이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중간의 갈등요인도 작용했던 만큼 분위기가 개선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중국의 랴오닝 지린성 등 동북3성 지역의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지체되고 있다. 북중이  나진 선봉지역 등의 대규모 인프라투자라든가, 황금평 특구 등 공동관리 공동운영 방식의 정부간 경제협력을 재개할 가능성 등 선택의 폭은 그만큼 커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내세운 핵 경제의 병진노선을 강화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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