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0주년 전승절과 '팍스 시니카'(상)

강태호 2015.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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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를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으려 여는 것이라고 밝혀왔다. 9월3일 텐안먼 광장에서의 열병식으로 대표되는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의 메시지는 그에 맞춰 ‘일대일로’처럼 4자 조어의 형태로 제시됐다. ‘역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선열들을 기리며, 평화를 중시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자(銘記歷史, 勿忘先烈, 珍愛和平, 開創未來)’의 16자 성어다. 오바마 제1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 입안에 핵심적 역할을 한 제프리 베이드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은 구체적 사안들을 중심으로 국가 간 협력 문제를 쌓아가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중국은 바람직한 양국 간 관계의 전반적 성격을 먼저 사자성어와 같은 문구로 정의해 두고 그 다음에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양국 사이에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학 21세기 중국연구 석좌 프로그램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수전 셔크(Susan Shirk) 전 미국무부 부차관보는 <워싱턴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승절 기념) 행사는 2차 세계대전에 관한 것이지만, 동시에 2차 대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중국이 겉으로는 반일적 수사(修辭)를 자제하고 있지만, 이번 열병식은 일본과 이를 비호하는 미국을 겨냥한 경고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중국이 보여주려는 것


 중국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국가다. 그러나 중국이 보여주려는 것과 무엇을 볼 것인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외국 언론들은 열병식의 군사퍼레이드에 초점을 맞춰 중국의 ‘군사굴기’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봤다. 특히 중국이 열병식을 통해 국제사회를 향해 힘을 과시하는 ‘쇼’를 벌이고 있다거나 주변 국가에 무력을 과시하고 위세를 떨치려 한다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다. 또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관점은 중국이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를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세계의 질서에 어떻게 투영시키고자 하는지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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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시진핑 지도부가 보여주려 하는 것은 ‘군사굴기’를 넘어선다. 그건 중국인민의 항일전쟁의 위대한 승리에 입각해 이제 중국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신형국제관계를 수립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팍스 시니카'가 중국의 힘에 의한 평화내지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평화를 말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팍스 시니카라 할만 하다. 이미 언론에서는 슈퍼 차이나라는 말이 익숙하고 , 일대일로 등 중국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질서 내지 중국의 패권적 지위를 가리켜 팍스 시니카라는 표현이 오래전부터 등장해온 게 사실이다.  
 사전적, 국제정치학의 교과서적인 뜻풀이를 한다면 평화라는 의미의 ‘팍스’(라틴어: Pax)는 국제 정치에서 중심국가의 지배적 지위 아래 주변국가의 평화가 유지되는 걸 말한다. 팍스 체제는 군사 개입(해외주둔 미군)이나 경제적 협력관계 및 통제(달러와 미국시장)를 통한 중심국의 완결된 패권주의 체제를 말한다. 역사상으로는  로마 제국의 팍스 로마나, 영국 제국의 팍스 브리타니카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미중 중심의 세계질서라는 G-2라는 표현을 거부했듯이 팍스 시니카라는 말은 더더욱 거부감을 보일 것이다. 중국이 지향하는 평화적인 지역 및 세계질서는 그런 패권적 질서가 아니며 다르다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등 주요국에 대해서는 ‘신형 대국관계’, 지역 및 국제질서는 ‘신형 국제관계’라는 말로 대신해 왔다.
 어떤 것이 됐든 시진핑 주석은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명의로 발표한 승전 7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이 ‘평화’를 보장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시진핑의 중요 연설과 70주년의 상징들


 텐안먼 광장에서의 기념행사 및 열병식은 3일 9시부터(한국시각은 10시, 이하 현지시각) 공식행사가 시작됐지만,이미 텐안먼 광장과 광장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12차선 대로인 창안대가는 2일 저녁 10시부터 모든 교통이 통제됐다. 그리고 이 도로로 통하는 모든 길은 바리케이드로 통행이 금지됐다. 초청된 외국 인사들과 국가 유공자 및 일부 시민들 그리고 해외에서 온 기자들 등 1만9천여명으로 추산되는 관람객은 텐안먼 성루의 좌우와 맞은편에 동서 양쪽으로 배치된 관람석에 미리 와서 자리를 잡았다. 300여명의 해외취재기자들은 이날 새벽 4시30분에 프레스 센터를 출발해 5시쯤 가장 먼저 텐안먼 성루를 마주 바라보는 군악대의 좌우 양쪽에 배치된 자리에 도착했다. 본 행사까지는 무려 5시간이나 남아 있었지만, 사전 취재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었다. 광장에는 주력부대가 이미 열병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으며, 의장대 군악대 등의 장병들이 대형버스를 타고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주최쪽은 광장 한복판의 기자석 자리 밑에 전원코드와 유선 인터넷망을 설치해서 핸프폰 충전은 물론이고 현장에서의 송고가 가능하도록 해두고 있었다. 70주년 프레스센터쪽은 8월말 국내기자만 3700명이 취재 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거의 모든 언론은 드라마조차도 항일 전쟁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거나 방영했으며 말 그대로 이 행사만을 보도하고 있었다.

  9시가 되면서 광장의 동서남북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톈안먼 북쪽 단문(성루 너머) 남쪽 광장에서 기념식에 초청받아 참석한 각국 귀빈을 영접하기 시작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첫 외빈으로 인사를 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뒤 단체 기념사진 촬영을 끝내고 시 주석 부부와 초청받은 외국 지도자들이 텐안먼 성루에 올라온 것은 10시 조금 전이었다. 시주석의 기념연설, 사열 및 열병식 등 기념 행사는 10시  리커창 총리의 개회 선언 직후 56문의 대포가 70발의 예포를 발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와 동시에 오성홍기를 앞세운 국기 호위부대가 텐안먼 광장 남쪽 인민영웅기념비를 출발하여 중앙축선을 따라 북쪽으로 행군하여 국기 게양대에 도착 후 국기 게양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파란 하늘에 공군 깃발 호위대가 천안문광장을 가로지르고 헬기 6대가 국기와 군기를 내린채 비행한 뒤  20대 헬기가 "70"모양의 편대를 그리며 날았으며 7대 항공기가 7색갈의 아름다운 채색연기를 내뿜었다. 예포 56문은 56개의 중국 소수민족을, 70발의 포성은 승전 70주년을 상징했다. 헬기는 70을 보여주는 대열편대로 공중에 수놓았다.  중국은 열병식 참가부대 깃발을 70개로, 열병식 진행을 70분간에 맞춰 70주년을 드러냈다. 또한 국기 호위부대가 국기게양식에서 게양대까지 121보를 걷도록 했다. 치욕의 청일전쟁이 발발한 1894년으로부터 121년이 되는 해라는 걸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중국 언론들은 국기게양 대원의 수가 200명이 된 것은 2021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2049년 중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2개의 100주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한마디로 철저히 계산된 의전과 상징을 통해 치밀함과 완벽함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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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평화적 국제질서의 책임
 
  중국국가와 국기게양의 의식이 끝난 다음 공산당중앙위원회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시진핑 주석이 텐안먼 성루에서 70주년 기념 연설을 했다. 천안문 성루의 주석단에는 중국 현 지도부 정치국원 전원과 장쩌민, 후진타오 등 전임 당과 국가 지도자들 그리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근혜 한국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약 60명의 외국 지도자, 국제와 지역기구 책임자들이 함께 행사를 지켜봤다.
 이희옥 성대 중국연구소장이 최근 한 언론기고에서 적절히 지적했듯이, 텐안먼 광장은 중국인들에게 역사적으로 복합적인 의미를 주는 기억의 공간이었다. 마오쩌둥 주석은 1949년 10월1일 이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언했으며, 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간 이 광장은 홍위병들의 붉은 깃발로 넘쳐났다. 그에 반해 89년엔 중국의 젊은 대학생들과 민주인사들이 민주개혁을 요구하며 광장을 점거하고 자유의 여신상을 세운 곳이었다. 중국은 이들을 유혈진압했다. 시 주석은 바로 그 광장에서 2차 대전에서의 중국 인민의 영웅적인 투쟁과 그 승리로 부터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끌어 왔다며 역사적 자부심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는 이제 평화를 위한 새로운 질서, 신형 국제관계의 질서를,  즉 중국의 힘에 입각한 평화를 선언했다.  

  시 주석은 연설 서두에 70년 전의 승리를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밝은 앞날을 연’ 출발점으로 자리매김했다.
. “오늘은 세계인민이 영원히 기념해야 하는 날입니다. 70년전 중국인민들이 14년간이나 기나긴 간고한 투쟁을 거쳐 중국 인민 항일전쟁의 위대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 반파시즘 전쟁의 완전한 승리를 선언하였으며 평화의 햇빛이 다시 이 땅을 빛냈습니다.”
 이 항일 전쟁의 승리로 중국은 “중화민족 5000여년의 발전문명 성과와 인류평화 사업을 수호”하였으며, 이는 “인류 전쟁사에서의 기적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쾌거”였다.
  그는 반파시즘 '동방전선'에서의 승리를 가져온 중국 인민의 기여를 거듭 강조했다. “중국인민이 크나큰 민족적 희생으로 세계 반파시즘 전쟁의 동방전선을 지탱하였고 세계 반파시즘 전쟁의 승리를 위해 커다란 기여를 하였습니다. 중국인민의 항일전쟁은 국제사회로부터 광범한 지지를 받았으며 중국은 항일전쟁의 승리를 위해 기여해준 각국 인민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그가 이 연설에서 2차 대전의 이러한 역사인식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은 전쟁은 거울과 같아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현재에도 세계는 여전히 평화보다는 전쟁의 위기 아래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은 거울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평화의 소중함을 더 잘 인식하게 할 수 있습니다. 평화와 발전은 오늘 이 시대의 주제가 됐지만 세계는 여전히 평화롭지 않고 전쟁의 다모클레스의 검(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은 여전히 인류의 머리 위에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평화를 수호하는 결심을 굳혀야 합니다.”
 그러기에 평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과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평화를 담보해 낼 수 있는 세계질서 수립에서 중국은 평화의 수호자로서의 역사적 소명과 자부심에 입각해 그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고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들은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질서와 국제체계를 함께 수호해야하고 윈-윈을 핵심으로 하는 ‘신형 국제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하며 세계평화와 발전이라는 숭고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을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린채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평화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인민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톈안먼 아래서 열병식을 기다리던 중국군 1만2000명과 중국 시민 1만9000여명은 일제히 '와~' 하는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와 관련해 신형 국제관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3개의 기본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하나는 일방주의가 아닌 국제 관계의 다자화를 강화하고, 두번째는 정글의 법칙이 아닌 국제 관계의 법치화를 추동하며, 세번째 강권정치가 아닌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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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러시아의 전승절 연대와 신형 국제관계 수립의 공동전선


  중국은 그동안 서방의 2차대전에 대한 인식이 은연 중에 간과하거나 왜곡 또는 무시해 온 사실을 정면으로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파시즘의 인류에 대한 괴멸적 위협에 맞서 반격한 ‘동방의 주전장’이 바로 중국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승절 행사에서 한결같이 중국의 사상자는 3500만명을 넘었고 소련의 사상자도 2700만명을 넘었다면서 서로의 전쟁에서 피를 함께 흘린 혈맹으로서의 유대를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그런 엄청난 희생을 치루면서도 끝내 침략세력을 물리치고 승리를 이끌어 낸 주역은 중국과 소련의 인민들이었다는 걸 확인하려 했다.
  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로 줄여 불리는 이번 행사의 공식 명칭은 ‘중국 인민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즘전쟁 승리 70주년’이다. 러시아도 나치 독일이 소비에트 연방을 침공해 벌어진 독소 전쟁을 ‘대(大)조국 전쟁’으로 부르는 게 다를 뿐, 2차 세계대전을 ‘반파시즘 전쟁’으로 보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 러시아가 직면하고 수행한 전쟁의 성격과 반파시즘과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해방전쟁이라는 보편적 성격을 내세워  전승절을 국제적 연대의 행사로 치루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이 종전 70주년 맞아 전쟁 보다는 전후에 초점을 맞춰 미·일 관계를 ‘화해의 힘을 보여준 모델’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미 국무부의 애나 리치-앨런 동아태담당 대변인은 3일 국내 언론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모든 관련 당사자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화해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70년에 걸쳐 형성돼온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화해의 힘을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도 4일 기자들에게 전승절에 관해 “중국측에 반일적인 것이 아니라 화해 요소를 포함해 달라는 뜻을 전했으나 이번 행사 전체를 보면 그런 요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 발표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전혀 상반된 인식에서 출발함으로써 그러한 화해를 가로막고 있었다. 담화의 기본 인식은 “대동아 전쟁은 미국·영국 등의 경제 봉쇄에 저항한 자위전쟁이다. 보통의 다툼에서도 한 쪽을 완전히 잘못했다고 몰아붙일 수 없는 것처럼 일본의 행위만 일방적으로 단죄될 이유가 없다”(일본 최대의 보수결사체로 아베가 고문으로 있는 '일본회의'의 종전에 대한 인식) 는 것이다. 사실  일본의 아시아국가 식민지화 내지 침략을 정당화하는 이 대동아공영권론은 미국 역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의 '화해'를 이유로 이를 사실상 용인함으로써 일본의 과거사 부정에 동조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반파시즘 전쟁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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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는 바로 이 반파시즘 전쟁이라는 공통의 인식에 바탕해 2014년 2월 소치 올림픽 당시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서 지난 5월9일 모스크바와 이번 9월3일의 베이징 전승절 행사를  각각 공동으로 치르기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공동행사의 주최자라는 점에서 다른 초청 받은 나라의 지도자들과는 위상이나 비중이 다른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9월2일 이번 행사 참석에 앞서 <이타르 타스통신>과 <신회통신>과 한  회견은 공통의 역사인식을 토대로 한 이러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일본 식민제국에 대한 중국 인민의 항전과 나치즘에 대항한 전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소련과 중국 인민들의 상호 협력과 공동의 역사적 기억은 러시아와 중국간 오늘날의 협력관계를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에서 우리는 뻔뻔스럽게도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채, 2차 세계대전의 전후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뉘른베르크와 도쿄 전범 재판의 결정을 무시하려는 조처가 몇몇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전범들과 공범들을 영웅시하고 미화하려 하고 있습니다.이런 일들이 수백만의 희생자들을 모욕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의 목적은 명백합니다. 바로 지정학적 게임을 이용하고 다른 국가들과 민족들을 싸우게 만드는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  두나라 정상의 회담은 2000년 첫 번째 임기를 포함하면 이번까지 모두 13번에 이른다. 또 2013년 시진핑 주석 취임 이래로 보면 두 지도자는 7번에 걸쳐 정상회담을 했다. 올해만 벌써 3번째다. 그는 이 회견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의 건설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상호 협력은 국제적 차원과 지역적 차원에서 안정과 안보를 지키고 강화하며 세계적 도전 과제에 대한 효율적인 응전 방안을 모색하는데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리고는 그 동안 두 지도자 사이에 이뤄진 합의들을 매우 자세히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러시아와 중국간 관계는 오늘날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계속)


강태호 한겨레 선임기자 kank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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