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정부의 대외전략-신실크로드와 북극해를 향한 야망

2015.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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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실크로드 전략(일대일로)은 중국의 주변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협력의 관계를 모색하는 경제발전 전략이자, 세계경제의 질서를 바꾸는 시진핑 정부의 대외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육상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고 해상에서 동남아 인도양을 지나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길 이외에도 중국은 일찍부터 아이슬란드를 통해 북극해로 가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세계로 가는 길을 통해 대국으로 성장해가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유럽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9월호에서 분석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지정학적 변화를 초래할 중국의 이런 야망을 3번에 걸쳐 소개한다.
 
 (상) 동아시아 연결 꿈꾸는 중국의 실크로드 야망
 (중) 바닷길 패권노리는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하) 레이카비크를 지나 북극 통과하려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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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각국을 공식 방문하며 발전소 건립을 약속하는 등 중국 외교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실크로드 복원(신실크로드 구상 일명 일대일로)을 통해 경제 발전과 전략적 관계 수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중국은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는 동맹국이 없어 특히 동남아‧서남아‧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는 기원전 2세기부터 존재했던 실크로드를 내세워 중국인들과 서구인들 모두를 꿈에 부풀게 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인들은 실크로드에서 과거 영광의 재현을 꿈꾼다. 그때는 향신료‧비단‧도자기 차를 가득 싣고 동서양을 오가며 중국이 인도와 함께 국제무역을 이끌던 시기이다.(1) 서구인들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에 묘사된 그 시절, 탐험과 정복의 시절로 되돌아가 낙타의 등을 타고 여행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시진핑 주석은 카자흐스탄을 여행하면서 서정시를 짓기도 하였다. “딸랑거리는 낙타의 종소리가 들리고 사막 한가운데서 연기가 보이는 듯했다.”(2) 중국에서는 실크로드의 역사적 뿌리를 놓고 학자들이 논쟁을 벌인다. 서양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다니는 사람들과 여행가들, 그리고 이국적인 장면을 글로 쓰는 기자들이 실크로드에 열광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실크로드의 부활에 관한 기사들을 다수 게재하였고, 2014년 5월 8일에는 ‘실크로드’가 표시된 ‘공식’ 지도를 내놓았다. 이 ‘실크로드’는 3개의 길로 구성되는데, 중국 정부가 항만 건설에 투자한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을 잇는 항로 1개와 고속도로‧철도‧공항‧송유관 등 인프라의 설계 및 건설이 진행되어 “실크로드의 경제 벨트”로 불리는 육로 2개이다.

  첫 번째 육로는 중국을 동쪽에서 서쪽까지 통째로 가로지른 후 카자흐스탄‧러시아‧벨로루시‧폴란드‧독일‧네덜란드를 통과한다. 두 번째 육로는 조금 더 남쪽을 지나는 길로, 우즈베키스탄‧이란‧터키를 통과한다. 진시황의 병마용이 있고 한때 중국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옛 장안)에서 터키 최대의 전통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에 이르기까지, 10개국을 통과하고 수천 킬로미터를 지나 수십 개의 유적지를 답사하게 되는 이 여정에는 보고 즐길 것들이 넘쳐난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충칭(위성도시를 합하면 인구 3200만, 대규모 공장들이 위치한 중국 내륙의 대도시)과 독일의 뒤스부르크를 연결하는 이신어우 국제철도가 운행 중이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 3월 유럽 방문 시에 이 철도선의 종점을 방문했다고 한다. 연장 11,000km의 이 철도 위로, 회사제품의 2/3가 충칭에서 생산되는 휴렛 팩커드의 컴퓨터 제품들과 독일의 자동차회사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동차 부품들이 운반된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20일이 소요되는데, 휴렛 팩커드의 유럽 물류 책임자인 로날드 클레이즈웨트에 따르면 “해로에 비해 속도는 두 배 빠르지만 비용은 20%~25% 높을 뿐”이라고 한다.(3) 그는 무엇보다도 수하물 적재 및 하역 시의 짧은 대기시간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아직 수송량은 많지 않다. 국제철도로는 1차당 40~50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열차들이 매주 3~4회 지나다닐 뿐이다. 이에 반해 해상 컨테이너 화물선의 경우 수천 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다닌다. 그러나 클레이즈웨트는 2013년 80% 증가한 운송량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4) 한편 대규모의 다국적 투자를 통해 실현된 첫 번째 결과물인 이신어우 국제철도는 중국 지도자들이 선언한 ‘서방세계로의 대장정’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정학적인 마케팅만을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양시유 외교관의 최근 행보를 ‘중국 정치의 역사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단정 짓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5) 하지만 중국 정부가 경제와 외교 간의 균형점을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라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실크로드, 새로운 연합 전략의 수단으로 떠오르다

 

  오랜 시간 동안 외국 자본에 의지한 상황에서 벗어나, 중국은 미국 국고채를 사들이는 한편 해외 투자에도 활발히 나설 계획이다. 이미 중국 대륙의 동부 지역과 동부 연안 지역들을 수출품 전문생산구역으로 개발하였고, 이제는 서부의 사막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제적 성장과 풍요로 인해 이슬람 지역인 신장 자치구의 민족주의와 독립운동 움직임이 둔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선진국들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공고히 한 후, 중국은 서쪽 국가들, 즉 중앙아시아‧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터키 등과의 관계도 재정립하고자 한다.

  이러한 중국의 새로운 전략이 생겨난 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4가지 목표 때문이다. 바로 국내 경제정책의 활성화, 에너지 안보 확립, 지금까지는 조금 소홀했던 ‘주변국 외교’의 재추진, 미국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국 형성이 그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중국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인도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은 언제나 양자동맹과 다자협상 모두를 중요시해왔다. 2001년 창설된 상하이협력기구가 이 지역의 외교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중국 정부의 전략적 변화를 주도한 이론가 중 한 명으로 베이징대 국제연구대학교 소속의 학자이자 외교부 고문인 왕지쓰는 최근 중국의 변화 동기를 이해하려면, 중국이란 나라에는 언제나 내적 문제와 외적 문제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내란과 외침이 한꺼번에 원인이 되어 체제가 전복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최초로 입장을 표명한 글(<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기고문)에서 이렇게 설명하였다.(6) 명나라도 1644년에 “베이징을 점령한 농부들과 북부를 점령한 만주족들”에 맞서 싸워야 했다. 그리고 20세기 초의 청나라 역시 전국적으로 발생한 내란과 외세(서방국들과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멸망하였다.

그렇다면 왕지쓰가 말하는 오늘날 중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들은 무엇일까? 중국 내부적으로는 사회운동과 티베트 및 위구르의 독립 운동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일본과의 경쟁적인 관계가 있다. 따라서 국가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공산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새로운 방향을 재설정’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계속해서 적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중국의 편에 서서 반미주의에 동조할 국가는 거의 없거나 또는 아예 없을 것입니다.” 왕지쓰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중국 인근 해역에서는 지금도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 상대국의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성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법이다. 2014년 11월, 중국의 국가 주석과 미국의 대통령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다는 협약에 서명하였다. 이는 환경을 위한다기보다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협약이지만, 어쨌거나 양국이 오랜만에 공동의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사건은 바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간의 만남이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 2년 동안 교류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왕지쓰는 또한 “중국‧미국‧일본은 서로 경제적인 의존 관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가 말하는 단 하나의 해결책은 바로 ‘서진(西進) 정책’으로,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강대국이 된 중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환경을 개선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7)

 

국가 간 연결 통로 건설과 자유무역지대 지정

 

  적어도 확실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돈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14년 11월부터 그는 400~500억 달러(320~400억 유로)에 이르는 ‘실크로드 투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기금은 국가들 간 연결 통로의 건설과 자유무역지대가 될 상하이를 비롯한 지역들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전 정부가 추진했던 ‘서부 대개발’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도시로 고대 실크로드를 오가던 상인들의 중계 지점이었던 호르고스는 지난 10년 동안 거점 지역으로 급부상하여 알마티까지 연결된 고속도로가 이미 완공된 상태다. 신장의 우루무치까지 운행하는 고속철도 노선도 건설 중에 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은 중앙아시아를 예외적일 만큼 긴 일정(10일)으로 방문해 여러 가지 놀라운 계약들을 체결하였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에너지‧교통‧농업 분야에 225억 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하고 22개의 협약에 서명하였으며,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갈키니쉬 가스전 개발과 2020년 송유관 건설에 60억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석유개발과 전력망 공급을 약속하였다. 물론 러시아의 견제가 있기 때문에 중국의 야심이 모두 실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현재 심각한 경제 위기와 유럽과의 관계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 해 중국과 대규모 가스공급 등 앞으로 30년 동안 에너지의 수급을 보장하는 대규모 에너지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파키스탄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고 파키스탄의 도로‧철도‧전력망 등의 건설에 460만 달러(370만 유로)를 투자하였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농업, 수력 발전, 인프라 개발’을 위해 2억 4,54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8) 이는 구리 광산에 대한 준 공공(公共) 투자를 제외한 수치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신임 대통령이 첫 해외 순방국으로 중국을 선택한 사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미군이 떠난 뒤 자신의 외교력을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판 마셜 플랜의 등장?

 

  이처럼 중국은 대규모 경제 프로그램과 야심찬 전략 계획의 명목으로 수십억 달러를 서방 국가들에게 퍼주고 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까지 설립했다는 사실이다. 세계은행에 맞서는 대항마가 될 이 은행에는 러시아 인도‧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필리핀‧카타르‧쿠웨이트 한국 영국 독일 등 광범위한 나라들이 참여했는데,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결국 서명을 포기하였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500억 달러(400억 유로)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올해 중 출범할 예정이며, 중국과 기타 국가들은 위안화로 서로 거래를 하게 된다. 위안화의 국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우려한 대로 이것을 ‘중국판 마셜 플랜’으로 보아야 할까?(9) 마셜 플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게 펼쳤던 계획이다. “언뜻 보기에는 서로가 윈윈하는 제안으로 보인다.” 기금을 제공하면 나중에 중국 기업들의 에너지 수급이나 시장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제철소에서는 재고가 남아돌고 건설 업체들 역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해외 인프라 개발은 분명히 중국에게도 이득이다. “관건은 이제까지 미국의 리더십에 익숙해 있던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리더십을 반길 것인지”의 문제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리한다. 현재 베이징은 ‘3무(無)’ 법칙을 적용하겠다고 선포한 상태이다.(10) 상대국에 대한 내정 간섭을 하지 않고, 특혜 구역을 찾지 않고,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되기에는 너무 이상적인 목표들이 아닐까?

 

  

(1) 필립 S. 골륍, ‘아시아, 세계무대로의 귀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4년 10월.

(2) ‘시진핑이 중앙아시아와 함께 하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제안하다’, <차이나 데일리>, 2013년 9월 8일.

(3) 숀 도넌, ‘지정학적 문제들이 새로운 실크로드에 그늘을 드리우다’, <파이낸셜 타임스>, 런던, 2014년 10월 17일.

(4) ‘과연 오아시스일까?’, <이코노미스트>, 런던, 2014년 11월 15일.

(5) 인용 : ‘안전한 아시아를 위한 필수 과제 ‘일대일로’’, <신화통신>, 2014년 9월 25일.

(6) 왕지시, ‘중국의 대전략추구 - 신흥 강대국이 가야할 길을 찾다’, <포린어페어스>, 제90호, no.2, 뉴욕, 2011년 3-4월.

(7) 왕지시, ‘서진(西進) 정책 : 중국 지정학의 재균형’, <International and Strategic Studies>, no.73, 북경, 2012년 10월 7일

(8) <신화통신>, 북경, 10월 28일

(9) ‘중국판 ‘마셜 플랜’’,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2014년 11월 11일.

(10) 2014년 10월 18-19일 독일 실러 연구소의 국제학 컨퍼런스에서 중국 국제학 연구소의 시제 교수가 발표한 내용, www.institutschiller.org.


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선임기자

                                                                                      <뤼마니테> 편집장 출신. 한국 등 동아시아 문제에 관심이 많다. 2013년 7월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면에 '삼성, 공포의 제국'이라는 르포기사를 썼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 이 글은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 9월호(84호)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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