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레바스>(가상다큐 동아시아 2017) 저자 강희찬

이규정 2015.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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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반도 가상다큐 <크레바스>의 저자 강희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


  아베 총리가 미국과 상의도 없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를 방문했다. 중의원, 참의원에서 개헌 찬반 투표는 5표, 35표 차이로 찬성이 이긴 직후다. 중국 지도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댜오위다오로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보내는 한편 북한에 급전을 띄운다. 북한에 핵무기 실전배치 선포를 하라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대통령은 사태를 지켜보자는 참모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2017년 벌어지는 긴박한 동북아시아 정세다. 다행히도 소설이다.
 강희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가상 다큐 형식으로 쓴 <크레바스>라는 책에서 묘사된 2017년 아베 총리의 개헌시도로 촉발된 동북아 위기와 각국의 대응과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 연구원은 “향후 몇 년, 한국은 국제적으로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과 국민 모두가 외교에 대한 위기의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라며 “아마 이 책을 읽은 독자는 한국은 왜 아무 것도 안하고 무능하냐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쳐한 어려움과 현실을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을 만나 책의 내용을 묻고 들었다.

 

 -딱딱하고 전문적인 국제관계가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되다니 놀랍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근거를 갖고 있다. 이를테면 아베 총리가 1993년 초선의원일 때 “내 꿈은 헌법개정입니다”라고 했던 것, 등. 그리고 중간에 각국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이 따로 있다. 그런데 한국만 유일하게 없다. 혹시 한국이 할 말이 없어서, 즉, 한국이 전략이 없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꼬집은 게 아닌가?


 =그런 의도도 없지 않았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본 뒤에 “한국은 아무 것도 안하네?” “한국 진짜 무능하다”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은 모두 적극적이고 자국의 입장도 명백하다. 이런 상황을 읽기 쉽게 평범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독자들의 외교감각에 자극을 주고 싶었다.
  오죽하면 요즘 시기를 구한말에 빗대기도 하지 않나. 물론 한국 국력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경제 10위권 국가며 여러 면에서 중견국이라고 하기에 부족함 없는 수준에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상대해야할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다. 초 강대국 사이에 있다 보니 여전히 외교협상에서 약자라는 건 분명하다. 동북아 질서가 질적으로 변하고 있고 한국 외교 앞에 가혹한 시험이 다가온다고 본다. 그런데 경제위기에 대한 위기의식에 비하면 외교에 대한 위기의식은 올라오지 않는 것 같다. 수출도 떨어지고 잠재성장률 마저 떨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도 둔화 추세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엔저다보니 수출경쟁에서 일본에게도 밀린다. 이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계속 나온다.
외교도 앞으로 몇 년, 아주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외교도 그만큼 어려운데 경제만큼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위기가 와서 손쓰기 어렵기 전에 전략을 짜고 위기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엘리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한국의 대외정책을 걱정스레 이야기하고 비꼬는 장면과 한국 대통령의 부재에서 그걸 느꼈다. 이를테면 아베 총리는 센카쿠를 방문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비꼬기도 한다. “한국에 배운 대로 합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소설에서 딱 한 마디를 한다. 의미있는 대사가 아니라 그냥 농담이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국제정세가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센카쿠 방문을 결정하고 평화헌법 개정 찬반을 표결에 부치면서도 한국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중국, 미국을 의식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미국과도 상의 없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이게 일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 열심히 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결국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끌려가고 주변국들 눈치만 본다. 소설에서는 한국 대통령이 두 번 안전보장회의를 여는데 두 회의의 결론은 그저 “지켜보자” 뿐이다. 한국이 지금처럼 외교·안보를 하면 2017년에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결국 외교는 엘리트들이 한다. 이들이 위기의식이 있느냐가 결정적이다. 이를테면 당장 외교관이 상대국을 만나면 그때그때 대응할 수 있다. 그 외곽의 조언그룹은 팩트를 늦게 알 수밖에 없다. 외교관들의 판단력이 관건이다. 한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논한 칼럼은 정말 많다. 외교관들이 위기의식을 가졌으면 좋겠고 필요하다면 비판도 받아야할 것이다.
19세기에 개화를 앞두고 한국과 중국은 비슷한 선택을 했다. 일본에서만 개화파가 자국에서 패권을 잡았다. 결국은 리더십의 판단력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었던 셈이다. 그 본질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기의 중요한 결정이 100년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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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정권이 바뀌는 국가는 미국뿐이다. 소설에서는 젭 부시가 대통령이 되어있더라.  그리고 부시 행정부답게 굉장히 공세적인 외교정책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북미수교, 주한미군 철수를 동시에 진행한다. 너무 과감한 것 아닌가? 특히 주한미군 철수는 평택기지를 생각하면 조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젭부시가 조금 더 유리하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 대선은 기본적으로 공화 민주 초접전 선거, 돈 선거다.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가 될 것이다. 공화당에서 트럼프가 1위긴 하지만 자극적인 말로 감정을 긁어주는 식의 유세만으로는 긴 레이스를 완주하기 어렵다.
  젭 부시와 힐러리가 붙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힐러리는 너무 오랫동안 미디어에 노출되어 공격 받을 여지도 많으며 현실적으로 미국 국민이 여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철수는 이렇게 본다. 우리가 주한미군 주둔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두는 것이 미국의 이득 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늘 거기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휴전선 지척에 70년 가까이 3만 명 규모의 군대가 있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주한미군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군대다. 박정희 대통령 때 우리는 주한미군 일부가 철수한다는 것을 사전에 몰랐다. 노무현 정부 때도 미국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을 감축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내세우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한미군을 다른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군대로 바뀌었다.
  물론 평택기지를 엄청난 규모로 지은 직후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으나 주한미군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봐주었으면 한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심리적 의존도가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작통권 연설’로 알려져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연설에서 “북한과 싸워서 이길 자신 없다. 그러면 국방부에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상당한 기간 동안은 병력 일부를 남겨둘 것이다. 철수 뒤에도 오키나와, 괌에 있는 미군이 유사시 한반도에 곧장 투입되는 식으로 개념이 바뀌는 것뿐이다. 주한미군철수가 곧 동맹파기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일본의 평화헌법 개헌시도도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일본 내 안보법제 개정 반대 시위가 커지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 자민당의 주류는 평화헌법 개정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면 언젠가 한번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아마 아베 총리에게 지지율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하라고 두면 바로 개헌 할 것이다. 다만 그것이 지지율을 깎으니 자제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 이야기했으니 중국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결국 우리 외교의 화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나아갈 길 아닌가.

  =중국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전략과 협상에 강하다. 한국과 같은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여야 정쟁이 심해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전략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반면 사회주의권에서는 일상적으로도 토론할 기회가 많다.
나는 후진타오 시절에 중국에서 유학했다. 그때 중국의 국가전략이 ‘화평굴기’, ‘조화사회’였다. 고위층부터 시장통 상인까지 모든 중국인들이 그 구호를 외우고 있다. 이른바 ‘국론통일’이 너무나 잘되어 있다. 그 결과 현재 중국의 국력은 그 때보다 더 커졌고 더 적극적 대외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중국에 때로는 맞서고 버티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싸움이 많고 국론통일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중국을 경계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에 시달려 왔다. 중국이 막 개방된 1990년대 아주 잠깐 한국인들이 중국을 무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무시하는 게 피부적으로 느껴진다. 한국이 차관급을 보내면 국장급을 보내기도 한다. 또 이 책을 내면서 중국 입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보고 싶었고 중국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신랄하게 써보고 싶기도 했다. 이를테면 북한이 붕괴하는 시나리오를 넣어서 중국이 대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설정하는 지, 한국을 깔보는 에피소드를 넣어 조금 논쟁적 인면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다.
  한국이 중국을 경계는 하지 않지만 과대평가하는 면은 있다. 미중 사이의 격차는 상당하다. 그러다보니 우리 입지를 중국에서 잃어버리는 것 같다. 한국은 미중 양측과 선을 그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는 이만큼, 중국과는 이만큼 논의한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중국은 한국을 미국과 떼어내려 들고 미국은 한국을 중국과 떼어내려 든다.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대통령은 비판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물론 당장 표를 얻어야만 정권을 잡고 본인들이 원하는 정책을 필 수 있다. 하지만 눈치를 보며 타협하는식으로 정권 잡더라도 마찬가지로 한국외교가 스마트하다는 느낌만은 주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학습능력이 중요하다. 실수를 반복하고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한다. 한국은 약소국의 서러움을 두루 겪었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질문힌데 한국의 존재감이 아주 작은 것처럼 북한도 소설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또 중국이 호남 사투리를 쓰는 이유가 있는가?
  =그게 호남 사투리인 줄 잘 몰랐다. 북한 사투리로 북한의 속마음을 쓰기도 했는데 아마 여러 방언의 짬뽕일 것이다. 중국도 개성 있게 쓰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처음에 문장이 사투리로 써진 것이고 알고보니 호남 사투리였던 것이다. 한국과 오랜 관계가 있는 나라니 옛날 느낌, 양반 느낌을 주려고 그랬다.
  출판사에서도 왜 호남 사투리를 썼냐고 물어서 제가 “그게 전라도 사투리에요?”라고 반문했다. 혹시 문제가 될까 싶어 바꿀 생각도 좀 했었는데 내 스스로 사투리에 어떤 편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굳이 바꾸지 않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건 근거없는 추측일 것이다. 미국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한국 언론에 나온 걸 다시 얘기하는 게 태반이다. 현재는 북한 내부를 잘 아는 곳은 없다고 본다. 단지 그런 이유 때문에 그랬다.


이규정 디펜스21+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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