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못했나

201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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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류윈산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지난 10월 10일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이 거행되었다.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전통적인 군사강국의 열병식과 우리 국군이 국군의 날에 즈음하여 개최하는 열병식 그리고 북한의 열병식 등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열병식은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단순한 군 행사에서 벗어나 현대사회에선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대내외적 프로파간다를 우선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북한 열병식을 앞두고 이번에는 무슨 새로운 무기가 나올 것인지가 주 관심거리이고, 열병식을 하고나면 무기에 대한 기사로 가득하다. 이번에도 시작은 다르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깜짝 놀랄 새로운 무기를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당연시 되었고 첫 번째 관심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이러한 기대를 깨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열병식을 선보였다.
  이러한 열병식에 대해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사실 북한의 열병식은 대외위협용이나 무기판매용이 주된 의도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적인 부산물일 뿐이다. 상대방이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도와 결과, 부산물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북한의 열병식은 어느 나라의 열병식보다 더 정치적이며 대내적인 프로파간다가 중요하다는 면에서 현재 북한의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대내용 행사일 수밖에 없다.


 보여줄게 없었던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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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08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열병식이 갖는 정치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무기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북한의 당창건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들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치 못했다. 개량형 KN-08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300mm 방사포가 새롭게 등장하기는 했지만 두 가지 모두 실전 배치와 성능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 탄두모양이 변화된 개량형 KN-08은 북한이 방송을 통해 소형화되고 다종화된 핵탄두가 탑재됐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시험발사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개발 단계로 보인다. 북한의 KN-08 성능에 대한 과장은 결국 김정은이 열병식 연설에서 핵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제의 전쟁에 상대해 주겠다”고 언급하면서 암묵적으로 핵을 통해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인민들에게 전달하려는 대내용 의도로 볼 수 있다. 반면 신형 300mm 방사포에 대해서 우리 측 일부 전문가들이 나서서 사거리가 220km에 이른다는 우려를 보이며 오히려 불안을 부축이고 있으나 우리 군은 아직 140km 수준으로 성능 개량 중으로 보고 있다.
   에어쇼에 나타난 항공기 역시 1940년대 개발된 구형 프로펠러기인 AN-2기와 같은 구형이었다. 물론 그날 기상이 좋지 못했다는 점에서 최초 계획되었던 여러 기종의 항공기 등장이 생략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탱크와 자주포와 같이 등장한 무기들 대부분이 노후 되었고 동원된 규모면에서도 과거 열병식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 열병식을 자국의 군사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남측을 위협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다. 오히려 이번 열병식으로 인해 남북한의 군사력 격차를 확인시켜주었고, 나아가 북한의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지난 김정은 정권 4년여 동안 기대한 만큼 성과가 없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보다 많은 무기와 장비를 동원해 행사하기에 연료 등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것이란 추측에서 결국 이번 열병식은 보여줄 것도 없었지만 보여줄 능력조차 없었던 슬픈 열병식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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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mm 신형방사포


 보여줄 만큼 보여준 열병식


 이번 열병식 진행 전반을 보면 당 창건 70주년이란 점에서 과거를 계승하는 면을 강조하여 우리가 기대했던 열병식 수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열병식은 단순히 군 행사가 아닌 대내외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의도했던 바를 달성한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2만 여명의 군과 십수만의 군중을 동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김정은이 당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통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통치방식만으로 정권을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 4년차이자 당창건 7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김정은 정권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환점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당대회를 개최하지 못할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북한 열병식의 김정은 연설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인민에 맞춰져있었던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기대와 우려 속에 기다려 온 군부를 포함한 엘리트와 인민들이 가질 수 있는 김정은의 통치 방식에 대해 회의감과 민심이반을 차단하기 위해 김정일 시기와 분명히 구별되는 선군이 아니라 애민을 통치의 중심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정은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을 통해 통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이자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인민에 대한 강조는 입에 발린 말일뿐이고 인민보다는 오히려 청년이라는 단어가 열병식 연설을 통해 밝힌 통치방식의 핵심일 수 있다. 청년은 김정은 자신과 동일한 세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곧 김일성을 경험해보지 못한, 김일성을 모르는 세대의 등장을 의미한다. 당창건 열병식 연설문을 통해 청년중시를 언급한 것은 곧 노동당의 세대교체와 함께 북한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자기세대를 규합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어느 탈북자의 말처럼 우리의 희망 섞인 예측과 달리 북한의 나이든 간부들이 불안해 할 때 젊은 엘리트는 박수를 치며 김정은을 연호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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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핵무기 개발을 과시하듯 핵배낭 표시의 배낭을 들고 행진하는 인민군 병사들  


 보여줄 수 없었던 열병식


  이번 북한 열병식에 의문 중에 하나가 김정은 연설 중 '핵'이란 단어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이 아닌 경제·국방 병진노선을 언급한 점이다. 열병식을 앞두고 예상되었던 장거리 로켓발사도 없었다. 이는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열병식 참석에 따라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같은 날 밤 횃불공연에서 핵 보유국과 핵·경제 병진, 총과 미사일을 차례로 형상화하면서 '핵 보유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이 핵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전적으로 중국만을 의식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이 적지 않은 이유가 되었을 것이나 국제사회나 인민들에게도 김정은의 직접적인 핵에 대한 언급은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앞으로도 핵이 있기 때문에 안보도 보장받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당위성을 계속 내세울 것이다. 지난 10월 6일 노동신문은 1면 전체에 ‘김정은 노작, 위대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 당의 위업은 필승불패이다’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이 발표한 기념논문을 소개하면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이 김정은 시대의 중요한 통치전략으로 지속될 것이다. 결국 장거리로켓 발사는 포기했다기보다 연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건 중국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뭔가를 숨기고 있는 열병식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 1조6천억원이나 탕진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하는 근거 없는 의혹제기는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것이야 비판받아야 마땅하겠지만 ‘이제는 북한 주민들도 옥수수 싫어한다’는 어느 북한이탈주민의 농담을 떠올리며 그 돈이면 북한 주민들 먹을 옥수수를 얼마나 살 수 있고 배불리 먹일 것이라는 타령으로 북을 비판하며 남쪽의 문제들을 가리려는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북한의 열병식은 여전히 돈보다 김정은 정권에게 그 자체가 가치일 수 있지 않을까?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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