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분노와 증오

2016. 0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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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제재에 적극 가담하기는 해도 북한 주민의 민생과 관련된 부분과 관련된 제재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는 중국의 자세를 보고 ‘대국적인 모습’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런 자세가 비록 북한이 무너져 중국 쪽으로 올 대량난민사태를 염려한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 대북 제재의 모습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의 대북 제재가 사생결단식이라면 중국의 그것에는 그래도 인도주의가 묻어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빗 때문에 채무자의 월급을 차압한다고 해도, 100% 다 가져갈 수 없다. 집안의 가재도구를 가져간다고 해도, TV를 비롯,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은 가져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대북 제재에 있어 중국의 절제된 모습은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첫째, 우리가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전쟁이나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존속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이 대화와 협상의 대상으로 존재해야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논리다. 둘째, 이와는 달리, 지금 우리 정부의 생각과 같이, 대북 제제를 통해 북한의 붕괴를 유도하여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과연 이 생각이 현실적인지 그리고 올바른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여기에는 복잡한 국제정치적 사고가 작용하겠지만 중국의 생각은 적어도 두 번째의 것은 아닌 것 같다. 대북 송유관을 끊고, 북한 근로자가 중국에서 일해 번 돈의 송금을 차단하고, 광산물과 임가공 교역을 멈추어 외화의 반입을 막아 북한의 숨통을 끊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남긴 것


  미증유의 대북제재가 유엔결의로 채택됐지만 이번의 대북 제재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언급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필자는 적어도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행태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 체제의 변형까지도 의도했던 우리 정부가 과연 동북아의 국제정치관계를 제대로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북 압박을 유도하기 위해 솔선수범하여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이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가져온 것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생각은 따로 있는데, 우리만 먼저 모든 남북관계를 덜컥 단절시킨 것이 도대체 이 정부가 해야 할 조치였느냐는 점이다. 중국이 대북 제재 문제를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의 대북 제재가 민생을 우선한 행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앞서 왜 하지 못했는지 정말 알고 싶다. 중국이 국익을 먼저 생각할 것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던가? 이를 다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했다면 모든 조치는 전적으로 국내용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분풀이식 대북 대응


 살펴보면, 이 모든 것은 박대통령의 분풀이 식 대북 대응에 있는 것 같다.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은 그야말로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다. 그의 말에서 피부 깊숙이 느껴진다. 분노와 증오는 세상에서 가장 악랄하고 슬픈 힘이다. 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그러지지만 증오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진다. 결국은 대상을 원수로 만들고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를 슬프고 비참하게 만들고 만다. 증오의 대상과 관련된 모든 것들도 증오의 대상이 된다. 그들에게 다른 어떤 관점도 의미가 없다. 오직 자신의 증오만이 있을 뿐이다.

 전쟁의 상흔이 세월을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증오가 이 사회와 일체화 했다. 반공이란 이름의 증오로 쿠데타가 용인되었고, 군사주의 문화가 만연했으며, 정적이 빨갱이로 몰려졌다. 반공과 반독재로 상징되는 증오의 역사가 한국을 ‘보수꼴통’과 ‘좌빨’로 쪼개고 말았다. 보수는 진보에 '친북좌」파'와 '종북'이라는 덫을 씌워놓았고, 진보에게 반공 프레임은 반민주 수구일 뿐이다. 이 비극적 현실을 누구에게 책임지어야 하나? 정치가 집단 간 견해나 이해관계가 다른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공공의 가치 실현을 위해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증오의 집단 정서만이 체화했을 뿐이다. 증오는 죽음마저 편을 갈라 조롱하는 세상을 만들었지 않았는가?

 

증오는 왜 생기는가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글래서(Edward Ludwig Glaeser) 교수는 9,11 사태(2001년, 뉴욕)가 발생하자 테러의 근원인 증오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글래서 교수가 찾아낸 답은 놀랍게도 증오는 '증오의 감정을 부추겨 이익을 보게 되는 그룹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로 국가 권력이나 정치결사체인 '증오의 공급자들은 증오의 확산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이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증오할 대상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흘려서 '증오의 수요자'인 국민들이 특정 집단에 대해 극단적인 증오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증오의 수요자'들은 과장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쉽게 받아들이는 데, 그들은 증오의 대상이 된 집단과 특별한 유대관계가 없기 때문에, 다시 말해 증오를 유발하는 실체를 굳이 검증해야 할 경제적인 '인센티브'(보상)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딱 들어맞는 논리인가? 히틀러의 입이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선전상(宣傳相, propaganda minister)이었던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 1897.10~1945.5)는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라고 했다. 이것을 정녕 믿기에 그러는 것인가?


 속절없이 망가지는 현실


  한국이 속절없이 망가지고 있다. 다가올 4월 총선에 여당의 예비 국회의원 후보들은 예외 없이 자신의 이름에 박근혜 대통령을 얹어놓는다. 마치 박 대통령과 자신이 그들이 속한 지역과 대한민국을 온통 다 구할 것처럼 말이다. 이 무슨 아이러닌가? 2013년 4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필자는 파묻혀버릴 많은 진실을 슬퍼하며 홀로 긴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 때만 하더라도 개성공단은 그래도 살아있었는데... 이제 그 보다 더 긴 여행을 떠나야 하나? 내가 믿는 것과 사회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 더 이상 자신을 추스르며 버텨낼 힘이 점점 없어진다.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살아가는 방법이 더 나을까? 내 존재와 삶이 오직 관계 속에 의미가 있음을 잘 아는데. 관계의 총체인 사회를 잊고 살아간다는 것은 내 삶을 잊어버리는 것과 같을텐데. 내가 내 삶을 잊고 살아간다면 나마저 불만, 분노에 사로잡혀 생을 마감하지는 않을까? 슬프고 두렵기만 하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이글은 남북물류포럼 칼럼으로 실린 것입니다

http://www.kolofo.org/?c=user&mcd=sub03_01&me=bbs_detail&idx=1979&cur_page=1&sPa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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