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전쟁-공습과 드론 공격의 딜레마 2.

강태호 2016. 04.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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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오바마의 전쟁-공습과 드론 공격의 딜레마 
 

 1. 기획을 시작하며- 오바마와 3개의 전쟁
 2. 드론 공격과 테러보복의 악순환

     -오바마의 웨스트 포인트 연설과 대 테러전략
   -공격받는 오바마 독트린(외교정책)
   -오바마 독트린과 드론 공격의 확대
   -미 공군, 드론 조종사 인력난에 직면
   -탐사보도로 드러나는 드론 공격의 희생자들
   -드론 공격을 ‘위협하는’ 내부 고발자들
     -드론 공격 '전쟁 범죄 또는 재판 없는 처형'


 3.‘칼의 길’-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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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월간지 <어틀랜틱> 2016년 4월호 특집 


  “오바마 대통령은 ISO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그의 마지막 임기중 가장 시급한 사안이 ISO 격퇴라고 생각한다. ISO의 ‘칼리프(예언자 무함마드의 대리인이자 이슬람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를 죽이는 것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오바마와 미국 안보기관들의 최대 목표중 하나다”
  미국의 권위 있는 잡지 <어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국내(정치) 담당기자는 2016년 3월 10일오바마 대통령 및 측근들과 인터뷰에 바탕해 이렇게 전했다. 그는 “전임자로부터 재정위기와 전쟁을 물려받은 대통령으로서 오바마가 후임자에게는 '깨끗한 곳간'(clean barn)을 물려주고 싶어한다는 이야기가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백악관 웨스트윙 관계자들 사이에 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2011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임기 중 가장 큰 외교 성과로 보고 있다는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골드버그에 따르면 오바마는 지상군 파병 등 미국이 중동지역에 대규모 개입을 하지 않더라도 테러조직들을 약화시키고 테러의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바그다디 제거를 통해 그걸 입증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즉  바그다디를 성공적으로 제거할 경우 자신이 주장하는 ‘제한적(또는 엄격한) 다자적 개입주의’ 이른바 ‘오바마 독트린’을 계속 견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 인터뷰에서도 “우리(미국)가 (중동갈등에) 개입하기 시작하고, 보복하기 위해 우리의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은 물론 중동의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틀랜틱> 4월호는 '오바마 독트린'이란 제목으로 지난 8년간의 오바마 외교 정책을 상세히 분석하는 기사들과 인터뷰를 함께 실었다.   그 가운데는  미국의 외교정책의 중심이 중동에서 아시아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방침이 거듭 강조되고 있고, 자신의 외교 정책관에 대해 혹자들은 '현실주의자'라고 하겠지만, 자기 자신은 ‘국제주의자, 이상주의자’로 본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브뤼셀 동시 테러 뒤 단호한 ISO 격퇴를 다짐하면서도 그대로 견지되고 있다. 그는  3월23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 사안 중 ISO 격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야만적인 테러리즘이라는 재앙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브뤼셀 테러로 인해 대테러 전략을 변경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O를 격퇴하기 위해선 융단폭격이 필요하다’고 밝힌 공화당 대선 주자들에 대해 “비인도적이며 역효과를 낼 것”이라 일축하고 “그런 방식은 ISO가 조직원을 더 많이 충원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웨스트 포인트 연설과 대 테러전략


  2014년 5월 28일 웨스트포인트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국가이지만 추가 군사 공격에는 자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독트린을 집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 연설에서 그는 대외정책과 관련해 “세계 어느 곳에 문제가 있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군사개입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비판론자들 때문에(그에 굴복해) 여러분을 위험한 곳으로 보낸다면 여러분과 사랑하는 조국에 대한 나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세계 문제에 대해 너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고 특히 시리아와 러시아, 중국 내 적들을 대담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응해 50억달러의 재정지원 등 테러확산을 우려하는 국가들과의 협력확대 등의 조처를 발표하면서 다자적 협조적 개입을 일관되고 확고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와 방침을 밝혔다.  그는 대규모 군사작전이 아니라 테러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난민 유입과 테러 확산을 우려하는 요르단과 레바논, 터키, 이라크 등 이웃 국가들과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력이 동원된 개입에 대해선  “미국민이 위협을 받거나 동맹국 안보가 위험에 처하는 등 우리 핵심 이익이 무력을 요구할 때”로 한정했다.  이 웨스트 포인트 연설은 2009년 취임 이래 일관한 자신의 외교철학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이른바 부시 시대의 일방주의와 군사주의를 버리고 대화와 다자주의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부유한 나라지만 단지 하나의 국가이며,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단지 한 국가에 의해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이는 미국 국내의 경제난·재정위기와 맞물려 이라크전 종식과 아프간전의 단계적 철군 결정의 논리적 근거이기도 했다.  오바마 스스로는 그 뒤 (2015년 4월 5일)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오바마 독트린'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개입은 하되 우리의 모든 역량은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다”
 
공격 받는 오바마 독트린(외교정책)


  그러나 이 오바마 독트린은 거센 공격에 직면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 번째 전쟁이라 할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선언한 건 2014년 8월 그리고 9월이었다. 집권 후반기의 구상을 내놓은 웨스트 포인트 연설 불과 3개월 뒤였다. 당시 오바마는 중동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었다. 2013년 아사드의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을 가했음에도 군사적 불개입 정책을 고수했으며, 그 뒤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ISO가 이라크의 북부 핵심도시인 모술을 함락시키며 급격한 세력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바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음에도 “선을 넘었을 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유럽과 함께 대러 제재에 나섰을 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는 공화당, 군부 등 보수세력 뿐만 아니라 민주당 특히 불과 1년 전까지 오바마 1기에서 국무장관을 맡았던 힐러리 클린턴으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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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무장관

 이미 당시부터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힐러리가 오바마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도 <애틀란틱>과의 인터뷰(2014년 8월호)에서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4년 8월 10일(현지 시간) 발간된 시사잡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급진 무장세력이 발호하도록 만든 것은 오바마 대통령 외교정책의 실패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클린턴은 시리아 내전을 거론하며 이슬람 국가(IS)와 같은 무장 세력에 길을 열어준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라며 내전 초기에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향해 저항했던 반군 세력들을 무장화하는 데 실패했고 그에 따라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힘의 공백을 채우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지하드 주의라는 적대적인 이념이 이끄는 글로벌 운동과 미국이 대결을 벌이고 있다”며 이를 냉전에 비유하면서 자신은 보다 공세적 외교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세력을 봉쇄·억지·격퇴하기 위해 미국은 최상위의 ‘총괄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트루먼·케네디의 외교 전통을 계승하는 그는 미국을 위협하는 적대적 이념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상정하고 “강대국엔 체계적인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2014년 8월 19일 칼럼 “같은 민주당이라도 힐러리는 다르다”)는 그에 반해 오바마는 지하드주의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 그의 외교 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으며, "외교 정책의 절차로서 타협·포용·규칙·규범을 더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오바마는 클린턴과 달리 위협은 지하드와 같은 적대적 이념이 아니라 상대편의 전술과 테러라는 것이다. 특히 2014년 5월 웨스트 포인트 연설에서 제시한 ‘오바마 독트린’은 군사행동의 요건을 강화한 것이며 “민간인 사상자가 없으리란 게 거의 확실한 경우에만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브룩스는 지적했다.
 이라크 상황에 대한 오바마와 클린턴의 인식이 어떻게 대비되는 지를 브룩스는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클린턴은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 조직(ISO)을 확실히 물러나게 하지 않으면 ‘통합의 정치(inclusive politics)’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지만, 오바마는 이라크 국민 스스로가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미국이 이슬람국가를 밀어내는 일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브룩스는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가 말한 ‘멍청한 짓을 하지 마라(Don’t do stupid stuff 또는 shit, DDSS)’는 “원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브룩스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클린턴의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암은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말기 수술보다 더 안전하다. 억제시키지 않으면 중동에서는 이슬람국가 조직(ISO)과 같은 악의적 세력이 계속 자라난다. 지난 1년간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한 일이 거의 없다. 미국은 이슬람국가 조직에 종말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이라크에서 손을 뗀 상태로 남아야 한다. 둘 다 선택할 수는 없다. 클린턴이 선호하는 공격적인 예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오바마가 피하려했던 대규모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독트린은 신고립주의 전략 내지 전략의 부재로 비판을 받고 있었다. 오바마가 8월에 이어 9월 시리아로까지 공습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오바마 독트린을 지키려는 것이었지만, 개입의 억제라는 오바바 독트린의 기조에서 벗어난 것이기도 했다. 오바마는 웨스트 포인트 연설에서 미국인이나 미국의 안보이익이 직접 위협을 받을 경우와 대규모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만 군사력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시리아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선언하면서 그는 ‘제노사이드(대량학살 범죄)’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했으며, ISO가 북부 아르빌로 진격하면서 현지의 미군과 미국 시설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NYT 칼럼니스트 브룩스가 지적했듯이 ‘대규모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피하려는 오바마의 선택은 공습과 드론 공격의 확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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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독트린과 드론 공격의 확대


  드론, 혹은 영어 약자 UAV로 부르는 무인 항공기는 지상기지에서 원격 조종으로 움직이는 비행기를 말한다. 위성을 이용해 무선으로 조종하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초기에는 RQ-1 프레데터(Predator)나 RQ-4 글로벌 호크처럼 비무장 정찰이 주목적이었지만, 차츰 미사일을 탑재한 공격형 무인기로 발전했다. 공대지 대전차 미사일 헬파이어(Hellfire)를 장착한 MQ-1 프레데터와 MQ-9 리퍼(프레데터B)가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중앙정보국의 드론전쟁을 상징하는 ‘CIA의 앵그리 버드’(2013년 4월22일) 라는 칼럼에서 오바마 독트린과 드론의 관계를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전쟁 비용을 삼키고도 끝나지 않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무기의 개념은 ‘직접 사람이 전쟁터에 가지 않으면서도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변화했다. 말 잘하고 영리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처럼 영리한 드론에 매료됐다”.
  장노순 교수(한라대)의 ‘드론의 군비경쟁과 안보 환경의 변화’(제주평화연구원, 정책보고서 2014년 7월)에 따르면 미국이 드론을 정찰이 아닌 표적 살해의 공습에 본격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이지만 드론 공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2009년 이후다. 아프간·이라크전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에 힘입어 오바마는 미군들이 해외 전장에서 더 이상 죽지 않게 하는 데 치중해 드론 공습을 권장했다. 게다가 이슬람 전사인 지하디스트들과의 전장은 파키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북부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안보를 목적으로 한 무인항공기의 개발은 198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미국은 드론의 기술 발전과 안보 전략적 활용을 주도해 왔으며, 1991년 걸프전부터 이라크의 방공망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군사작전의 지원 수단으로 드론을 활용했다. 그리고 발칸분쟁은 더욱 개량된 드론을 통해 정보수집 효과와 성능을 더욱 명확하게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마침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드론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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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공개된 파키스탄이 만든 드론 '부라크'

 

 때 마침 2001년 미 공군은 정찰용 드론인 RQ-1 프레데터에 미사일(헬파이어)을 실험 발사하여 성공을 거뒀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프레데터를 실전에 배치하고, 2001년 10월 사상 처음으로 군사공격 임무를 맡겼다. 프레데터는 안보 목적으로 미국이 개발한 기본 모델로, 정찰용에서 전투용으로 기능을 개선한 반면, 리퍼(Reaper)는 애초부터 프리데이터를 개량해 전투용 목적으로 개발됐다.
   미국은 전력 구조를 개편하여 드론의 전략적 비중을 높이려는 체계적인 작업을 해 왔다.  2007년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60대 프레데터와 6대 리퍼로 구성된 무인비행단을 창설해 독자적인 드론 부대를 만들었다. 군은 2006년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에서 공군의 특수작전사령부 산하에 특수작전부대의 무인항공기 비행단을 창설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은 50대 수준이었던 보유 드론수를 7,500대로 늘려 전투용 드론의 보유 규모를 150배나 증가시켰다. 미국 국방부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31%가 드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2011년 미 공군은 전투기와 전폭기 조종사를 모두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드론 조종사를 훈련시켰고, 공군사관학교에서는 드론 조종사 병과로 첫 졸업생을 배출시켰다.
   드론의 작전 지역과 사용 범위도 갈수록 확대됐다. 2004년 처음으로 테러 용의자를 사살하기 위해 공식적인 전쟁 지역이 아닌 아프리카의 예멘 지역에서 드론이 사용됐으며, 오바마 정부는 2011년엔 테러용의자를 사살하기 위해 소말리아에서 드론 작전을 벌였다. 예멘이 미국이 선언했던 ‘테러와의 전쟁’ 지역이 아니었듯이, 소말리아도 공식적인 전쟁 선포 지역이 아니었다. 게다가 미국의 드론 작전은 파키스탄으로 확장되어 이른바 ‘의심대상 공격(signature strike)’ 작전으로 발전했다. 이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당장 가하는 용의자가 아니라 테러활동과 관련이 있는 개인이나 집단과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의심이 드는 행위 등도 공격대상으로 삼는 것이었다. 
  2014년 여름 이라크와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선언한지 채 1년이 안된 2015년 7월6일 오바마는 미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국방장관, 합참의장, 지역사령관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지난 11개월간 5000회 이상 공습에 ISO 요원 수천명을 사살했다며 그러나 ISO를 몰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에서 오바마는 공습과 드론 공격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시인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ISO의 이념이 이라크, 시리아 국경을 넘어 계속 전파되고 있다. 총보다는 더 좋은 사상과 더 매력적인 비전으로 이겨야 한다”. 그러나 오바마는 ISO를 이길 수 있는 사상과 매력적인 비전은 내놓지 않았다.


  미 공군, 드론 조종사 ‘인력난’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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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론 공격기 MQ-9 리퍼의 작전 조종실

 

 오히려 미군의 드론 공격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면서 인력난마저 보이는 상황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015년 8월16일)은 펜타곤이 2015년 8월 앞으로 4년 동안 드론의 하루 출격 회수를 50% 늘리는 등 정찰과 공습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펜타곤의 드론 확대 계획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시리아, 남중국해,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이뤄지는 무인기의 정찰비행 횟수는 하루 61회에서 2019년까지 90회로 늘어나게 된다. 펜타곤이 드론 활동을 대폭 조정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었다.  펜타곤 관계자는 세계 전역에서 발생하는 분쟁지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입수하고 화력도 강화하기 위해 이런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힌 것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펜타곤은 또한 드론의 정찰영역 확대 뿐만 아니라 공습의 수위를 증대시키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드론 운용의 주체를 육군과 특수작전사령부, 민간 군수용역업체로까지 확대했다. 공군과 CIA가 하루 60차례 비행을 책임지고 육군이 16회, 특수작전사령부가 4회 그리고 민간 군수용역업체도 10회 비행을 하도록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론 정찰비행은 2004년에만 해도 하루 5회에 그쳤다. 그것이 10여년만에 거의 18배나 늘어나 90회에 이른 것이다.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핵심 드론(무인기)인 MQ-1 프레데터와 활동 거리가 더 긴 MQ-9 리퍼(Reaper)는 군 지휘관과 정보 분석관들에게 정찰 지역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드론의 더 많은 활동이 더 정확한 정보를 보장한다며 지원 강화를 요구해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필립 브리드러브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은 2015년 4월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무인기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브리드러브 사령관은 "예측하지 못한 사태나 오판을 피하고 효과적으로 상대방을 억제하거나 반격을 준비하려면 더 빨리 조짐이나 경고를 입수해 러시아의 계획이나 의도를 이해하는 능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제 미국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만이 아니라 드론 조종사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2016년 3월 17일)에 따르면 허버트 호크 칼라일 공군 전투사령관은 의회에 출석해 미군이 현재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조종사 511명과 드론 조종사 200명 가량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칼라일 사령관은 특히 드론 조종사들이 장시간 업무로 시달리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300명 가량을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라며, 충원하더라도 조종사 수백 명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의회에 함께 출석한 미 회계감사원의 브렌다 파렐은 드론 조종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드론 조종사들과의 인터뷰 결과 조종사들의 사기가 낮은 데다 자신들의 임무에 ‘부정적인 오명’이 따라다닌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오명 탓에 공군이 채용 목표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탐사보도로 드러나는 드론 공격의 희생자들 
 
  드론 공습은 오바마 정부의 대테러전에서 핵심에 있지만, 동시에 전쟁범죄 논란에서도 중심에 있다. 급기야 국제기구인 엠네스티인터내셔널은 드론 공격을 전쟁범죄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는 데 위협적이라는 드론 공습에 대한 평가는 드론 공격을 담당했던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 앞에 흔들리고 있다.  
  백악관과 미국 국방부는 드론이 정밀 무기로서 민간인 살상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동맹국을 해치려는 테러단체의 지도자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드론은 명확한 장점을 가진다. 무인 비행기로 그 조종사는 수백 수천 마일 멀리 떨어진 기지에 있고, 최장 6시간 동안 은밀하게 목표물 주위를 배회할 수 있고, 표적의 이미지와 소리를 전송할 수 있고, 미사일을 발사한 뒤 불과 10여초 안에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  미 정부는 드론이 적 무장단체 지휘부를 제거하고 이들과 무장단체 소속원들을 분리시켜 전선에서 이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전쟁을 벌이는 아프간, 이라크 이외의 지역인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등에서의 드론 공격은 국제법적인 주권문제와 권한 남용 논란에 휩싸였다. CIA는 2011년 예멘에서 드론 공습으로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 지도자인 안와리 알-알라키와 그의 16살 아들인 압둘라만 알-알라키를 살해했다. 둘은 모두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에서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낳았다. ‘정당한 법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어느 누구의 생명도 빼앗을 수 없다’는 수정헌법 5조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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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탐사보도국(Bureau of Investigative Journlalism)의 드론 보도 누리집


  2001년 미국 의회는 알카에다에 대한 무력 사용을 승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법적 구속이나 공적 책임 없이 미국 시민일지라도 테러리스트들에 대해서는 전장에서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역시 드론 공격의 문제를 인식하고 보다 엄격한 절차를 거칠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법무부에 미국인 표적에 관한 법률 조언을 담고 있는 기밀 문서를 하원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또 2013년에는 CIA의 드론 공격 권한을 미 국방부에 넘기도록 하면서 “미국인에게 지속적이고 임박한 위협을 제기하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민간인이 희생되거나 부상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거의 확실할 때만 드론 공격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드론 공격이 확대될 수록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전쟁상태에 있지 않은 국가들을 넘나들며 미사일을 퍼부으며, 민간인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게다가 기밀 유지를 이유로 이른바 제거할 인물의 범죄적 증거 제시는 물론이고 목표 설정에서 어떤 원칙과 근거가 있는 지를 내놓지 않았다. 모든 게 기밀이거나 공개되는 범죄 사실들도 미 정보기관이 내놓은 정보에 의한 것일뿐 재판에 의해 인정되거나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드론 공격의 정밀성이었다. 드론 공격의 가장 큰 무기는 외과적 정밀타격이었다.2015년 11월 폭로된 미 정부 자체의 내부 문건들은 스스로 무고한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2015년 11월15일 온라인 매체 <디 인터셉트>는‘드론 페이퍼스’(The Drone Papers, https://theintercept.com/drone-papers/)’  라는 기획물을 통해 10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 기획은 미 정부의 기밀 문건에 근거해 예를 들어 5개월간 미군의 드론 공습에 숨진 10명 가운데 실제 미국 정부의 타깃은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미 정부 스스로 민간인 피해의 심각성을 자인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디인터셉트>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예멘, 소말리아에서 수행중인 암살프로그램의 내막을 상세히 기술한 기밀 문건을 입수했으며 내부 고발자가 제공한 이 문건에는 오바마의 드론 전쟁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13개월 동안 아프간 북동부에서 수행한 드론 공격으로 200여명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의도한 목표물은 35명에 불과했다는 내용도 있다는 것이다. 또 이 문건에는 미 당국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망자를 ‘작전으로 숨진 적군’으로 기록해 결과를 부풀렸다는 내용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디 인터셉트>는 영국 일간 <가디언>의 글렌 그린월드 기자와 탐사보도 전문가인 제러미 스카힐(<블랙워터>의 저자)이 주축이 된 탐사보도 온라인 매체다.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다이어가 투자를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글렌 그린월드 기자는 지난 2013년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미 국가안보국이 전세계적으로 벌였던 거대 비밀 불법 대규모 정보사찰 문건을 제공받아 폭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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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가안보국의 불법 사찰 자료를 보도한 <가디언> 기자인 글렌 그린월드


 이에 앞서 영국 권위지 <가디언>(2014년 11월24일)도 영국 인권단체인 ‘리프리브’의 조사를 바탕으로 드론공격에 의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걸 밝힌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주요 테러리스트 41명을 ‘표적살해’하기 위해 시도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숫자는 1천147명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디 인터셉트>의 미 정부 내부 문건이 시인하고 있는 것처럼 사망자들 대부분은 민간인이거나 살해 대상 테러리스트의 가족들이었다. <가디언>은 이는 드론 공격으로 테러리스트 1명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가족 등 민간인 28명이 희생됐다는 것이라며 그 구체적 사례들을 전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미국은 24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해 73차례 공습을 단행했으나 이 중 20명(1명은 생사가 불분명)만 살해됐고 874명이 목숨을 잃었다. 예멘의 경우에는 57차례 공습으로 17명 중 13명을 살해했으나 273명이 숨졌다.특히  파키스탄 탈레반 창시자인 바이툴라 메수드의 경우 공격 횟수와 그에 따른 희생자 수가 가장 많았다. 그는 7차례 공격을 받은 끝에 2009년 숨졌다. 이 과정에서 164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게다가 “이번 분석은 표적 살해를 위한 미국의 드론 공격 횟수만 집계한 것으로, ‘의심대상 공격(signature strike)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전체 공격 횟수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의심 대상 공격은 용의자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도 행동이 수상하거나 테러와 연관된 특징을 보이면 공격한다. 이 조사를 담당한 리프리브의 제니퍼 깁슨은 <가디언>에 “미 정부는 드론 공격이 정확하다고 미국인들에게 말해왔지만 자신들을 먹여살리는 정보에서만 정확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드론 공격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의문을 제기해 온 단체는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탐사보도국(Bureau of Investigative Journlalism, BIJ https://www.thebureauinvestigates.com/) 였다. 앞서의 영국 인권단체인 '리프리브'의 보고서도 이 탐사보도국(BIJ)이 수집한 파키스탄의 드론 공격 사례와 예멘 현지 언론 등의 보도를 근거로 작성된 것이었다. 탐사보도국은 시리아, 이라크의 경우 드론과 공군기의 공습이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드론 공격에만 의존하는 파키스탄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파키스탄에 대한 첫 드론공격이 시작된 2004년 6월부터 2014년 10월 11일까지 10년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드론 공격은 400회로 집계됐으며, 이에 따른 사망자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 사망자 2천379명 중 알카에다는 84명으로 4%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IJ가 2014년 10월16일 펴낸 이 보고서는 “1년여 동안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확보한 파키스탄 정부 문서와 파슈툰어·영어·우르두어로 된 문서, 그리고 파키스탄 내 자체 조사 인원과 국제엠네스티·리프리브 등 인권단체 관계자 등의 조사를 통해 미국의 드론 공격에 따른 사망자 명단을 파악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2천379명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이는 704명이며, 이 가운데 무장단체 조직원은 295명으로, 그 가운데 알카에다 조직원은 8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무장단체 조직원으로 분류된 이들의 3분의1은 고위 인사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약 30%는 (알카에다) 같은 특정 조직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2016년 2월 3일에 작성한 2015년 한해동안 미국의 파키스탄에 대한 드론 공격을 분석한 문건에서도 2015년의 경우 13 차례의 드론공습에서 60명 이상이 사망했음에도 희생자들의 신원이 밝혀진 것은 10명 뿐이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가운데 2명은 미국인 워런 와인스타인과 이탈리아인 지오바니 로 포르토였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4월23일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의 알카에다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인질로 잡혀있던 이 두사람이 희생됐다고 밝힌 바 있다. 2002년 이후 파키스탄과 예멘에서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모두 8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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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bureauinvestigates.com/wp-content/uploads/2012/07/All-Totals-Dash54.jpg>

 

  드론 공격을 ‘위협하는’ 내부 고발자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드론(무인기)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나요.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죽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지에서 예멘으로 드론을 보내지만, 항상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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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희생자가 된 13살 소년 모함메드 타우이만

 2015년 2월 10일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드론 공습으로 아버지와 형을 잃은 예멘의 13살 소년 모함메드 타우이만(Mohammed Tauiman)의 얘기를 실었다. 그러나 인터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모함메드는 매형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드론 공습을 받았다. 소년의 시신은 숯처럼 새카맣게 탔다. 몰살당한 일가족은 공습의 진짜 목표였던 알카에다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2001년 아프간 전쟁 이래 미국 등의 공습으로 희생당한 이들의 이런 비극적 얘기는 사실 끝이 없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드론 공격의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가해자들이었다. 다름아닌 전직 미군 드론 조종사들의 증언이었다. 그리고 이들 또한 약물 중독과 심각한 정신적 장애들을 호소하는 피해자였다.
  2015년 11월 19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드론 프로그램에 참여한 4명의 조종사(스티븐 루이스, 마이클 하스, 시언 웨스트모어랜드, 브랜든 브라이언트)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며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개했다. 이들은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탄원서를 보내게 된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 드론 조종사 출신 퇴역군인들의 증언은 펜타곤과 CIA 나아가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었다. 이들은 드론 공격이 정부가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부른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보고서가 옳다고 말했다.  이들은 드론 공습의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을 죽였다고 고백했다. 
 공개 서한은 “우리가 결백한 민간인들을 학살한 게 테러범들과 ISO의 분노와 증오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드론 프로그램은 테러공격과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파괴적인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엠네스티는 이미 2013년 테러를 확산시키고 조장하는 드론의 살인 병기로서의 위험성을 비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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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든 브라이언트를 모델로 한 에단 호크 주연의 <드론 전쟁-굿킬>


 뉴욕 맨해튼에서의 이 기자회견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은밀한 드론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드론(Drone)’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뉴스위크>는 (2015년 12월27일) “하늘을 나는 ‘살인 무기’를 고발한다”는 특집 기사를 통해 이들의 주장을 심층 보도했다.  드론 조종사(오퍼레이터)의 임무는 군사 기밀이다. 발설하면 기소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지난 2012년 이래 몇년 동안 브랜든 브라이언트만이 드론 전쟁의 잔인함과 비인간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열정과 다큐멘터리 영화 출연에 감동한 다른 3명도 나서기로 했다. 그들은 지휘관에게 드론 공격의 위험성과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브랜든 브라이언트(30)와 마이클 하스(29)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15 정찰비행단, 3 특수작전 비행단에서 함께 근무했다. 스티븐 루이스(29)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3 특수작전 비행단에서 활동했다. 시언 웨스트모어랜드(28)는 드론 프로그램의 통신 기반을 담당했고 독일의 606 항공관제단, 아프가니스탄의 73 원정항공 관제단에서 근무했다. 이들의 임무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있는 부대의 컨테이너 박스에 설치된 작전실에 앉아 수천km 밖에 있는 드론의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수신되는 영상 정보를 보며 테러리스트나 무장반군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추적해 파괴하는 것이었다.
   <가디언>(2015년 11월 18일)은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드론 조작 경험이 늘어날수록 무감각해져 때로는 목표물이 적대적인지 확실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폭격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는 이들의 생생한 고백을 전했다. 그들만의 용어도 생겼다. 반란군이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족마을을 파괴하는 임무는 ‘잡초를 뽑는 것’으로 표현했다. 모니터에서는 작은 그림자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은 ‘펀 사이즈드(Fun-Sized 예쁘장한 크기)’ 테러범’으로 불렸다. ‘펀 사이즈드’란 미국에서 작은 크기의  상품을 가르킬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브라이언트는 “낙타를 타고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하던 5명의 남성을 (모니터에서) 발견했을 때 그들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잠이 들 때까지 기다린 뒤에 드론 폭격으로 목숨을 빼앗았다”며 “그것은 비겁한 살인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트는 제대할 때 정부로부터 종이 쪽지를 받았다. 그 종이에는 1629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는데, 이 숫자는 그가 프레데터 드론을 6년간 조종하는 동안 살해한 사람의 숫자였다. 하스도 은퇴할 때 종이쪽지가 담긴 봉투를 받았지만, 도저히 열어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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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조종사이자 최초의 내부 고발자 브랜든 브라이언트

 

  최초의 내부 고발자인 브랜든 브라이언트는 우수한 성적으로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2005년 원격조종항공기(RPA) 기동부대에 배치됐을 때 그는 자신이 앞으로 6년간 사각 컨테이너에 갇혀 컴퓨터 모니터 14대와 씨름하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 (2012년 12월 16일)은 첫 폭로를 했던 브라이언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브라이언트와 동료들이 조종하는 무인기 프레데터는 아프간 북동부 바글란 지역의 주택 위를 맴돌고 있었다. 모니터 안에 잡힌 것은 시골 빈민촌의 허름한 집으로, 진흙으로 바른 벽 옆에는 작은 염소 우리가 딸려 있었다. 순간 발사 지시가 떨어졌고 브라이언트와 옆에 앉은 동료는 집 지붕을 겨냥해 버튼을 눌렀다. 발사까지는 16초가 걸렸다. “마치 슬로모션 같았어요.” 브라이언트는 당시를 회상했다. 무인기가 전송하는 화면은 2~5초의 간격을 두고 조종사들의 모니터에 반영된다. 버튼을 누른 후 7초까지는 화면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발사 3초 전 갑자기 한 어린이가 집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것이 보였다. 브라이언트는 급히 발사를 취소하려 했으나 프레데터로부터 미사일은 분리된 뒤였다. 모니터 안이 화염에 휩싸였고 곧이어 폐허가 된 가옥이 비춰졌다. 어린이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브라이언트는 가슴 한 쪽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슈피겔>은  드론 공격이 브라이언트를 점점 더 피폐하게 만들었고 그는 외상후스트레스 증훈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이렇게 전했다.
   쉬는 날은 온통 술을 마시거나 온라인 전투게임만 했다. 잠도 오지 않았고 TV도 볼 수 없었다. 매일 피를 보는 그에겐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지루하기만 했다. 결국 군에서 나와 고향인 몬태나주로 돌아온 그에게 의사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불안한 표정으로 어머니 집 소파에 기대 앉은 브라이언트는 자신이 결정적으로 컨테이너를 박차고 나온 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느 날 조종석으로 들어가면서 제가 저도 모르게 동료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야, 오늘은 어떤 망할 자식을 죽일까?’” 
 <뉴스위크>에 따르면 브라이언트의 동료였던 하스도 드론 교관 생활 마지막 6개월을 견디기 위해 마약을 복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신이 맑아진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각성제 과다로 나타난 이상증세였다.” 그는 동료 열두어 명도 마약을 복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부에서 알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드론 공격은 ‘전쟁 범죄 또는 재판 없는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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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의 드론공격을 반대하는 파키스탄 야당 지도자의 1인 시위 


 세계적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가 드론 보고서에서 미국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2013년이었다.  엠네스티는 10월 22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키스탄 내 미국 드론 공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12년 5월에서 2013년 7월까지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9건의 드론 공격의 전말을 현지 조사를 통해 정리한 것이었다.
  엠네스티는 보고서에서 9건 중 4건의 공격에서 68세의 노인과 14세의 소년을 포함해 최소 3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는 강력한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한 예로 국제앰네스티는 2012년 7월 6일 파키스 탄 북 와지리스탄주 주도인 미란 샤 인근 마을을 드론이 공격해 14살 소년과 구조대 8명을 포함해 18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같은 기자회견에서 예멘 지역의 드론 피해 실태를 밝힌 휴먼라이츠 워치는 ‘드론과 알카에다 사이에서’라는 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예멘에서 보고된 6건의 드론 공격을 조사한 결과 82명의 사망자 중 민간인 사망자수가 최소 57명에 달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휴먼라이츠 워치는 2012년 9월 2일 사라르 마을에서 드론이 미니버스를 공격해 한 명의 임신부와 세 명의 아동을 포함해 12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전했다. 두 단체의 보고서는 10월18일 발표된 유엔 인권이사회의 드론 보고서와도 일맥상통한 것이었다. 벤 에머슨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총회에 전달한 보고서는 파키스탄에서 지난 10년간 드론 공격으로 약 2200명이 숨졌으며 이중 민간인이 최소 400명, 비전투요원이 최소 2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에머슨 특별보고관은 이 보고서에서 미국에 정확한 민간인 희생자 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이들 인권단체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한마디로 “미국은 전쟁 범죄 혹은 재판없는 처형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국제인도법과 전쟁법의 세 가지 중추는 구별과 비례의 원칙, 예방 조치이다. 군은 반드시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별해야 하고, 민간인 사상자와 민간 건물 피해는 예상되는 군사적 이익보다 과도해서는 안 되며, 분쟁의 모든 당사자는 민간인 보호를 위해 충분한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드론공습은 이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드론을 통해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전쟁범죄는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미국, 영국 등의 권위 있는 언론과 인권단체들의 심층보도와 폭로가 이어졌음에도 계속됐으며, 테러와 전쟁을 명분으로 더욱 확대돼 왔다.
  2016년 봄 한쪽에서는 테러가 다른 한쪽에서는 드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동 지역의 대표적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조직'(ISO)과 알카에다, 그리고 서아시아의 탈레반까지 '테러 경쟁'에 가세하면서 3월 지구촌은 피로 물들었다.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의 말베이크 지하철역과 자벤텀 국제공항에서는 22일 연쇄적으로 발생한 테러로 31명이 숨졌다. 이를 비롯해 3월 들어서만 이 세 단체나 연계 세력이 배후라고 자처한 테러로 인해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발생 지역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3개 대륙을 넘나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3월7일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미국이 소말리아에서 드론 공습을 벌여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 대원들을 무더기로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이 3월5일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195㎞ 떨어진 알샤바브의 훈련 캠프를 드론으로 공습, 훈련을 받던 테러리스트 15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공습에 쓰인 드론은 소말리아 인근 지부티에 있는 미군의 소규모 기지에서 출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추정했다.
 <뉴스위크>는 앞서 드론 조종사들의 폭로를 담은 기사의 서두에 오바마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섬뜩한 경고의 말을 인용했다.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악한 적에 맞서도 미국은 전쟁 수행에서 모범이 돼야 한다, 우리와 적의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그런 이상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패한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이며 '미국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엄 촘스키는 부시와 오바마는 과연 무엇이 다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오바마의 중동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에게서 일말의 희망을 기대했다면 그건 ‘담대한 오해'다”(<촘스키, 희망을 묻다 전망에 답하다>). 2006년 10월 대선 출마를 4개월 앞두고 오바마가 펴낸 두 번째 책의 제목은 <담대한 희망>이었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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