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지지 않은 책 <전략공간의 국제정치> 조성렬저 서강학술총서

강태호 2016. 10. 31
조회수 5160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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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렬 국제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전략공간의 국제정치>(조성렬 저, 서강대학교 출판부, 2016년 9월)는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니다. 저자가 책 제목으로 삼은 ‘전략 공간’이라는 개념은 ‘전통 공간’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전통공간이 땅, 바다, 하늘(육해공)이라면, 전략공간은 핵 미사일을 비롯한 우주, 사이버공간이다. 국가 안보전략의 핵심에 해당되는 핵 우주 사이버라는 전략공간에 대해 이 책만큼 이론적이고 정책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고 폭넓은 분석을 담고 있는 책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 머리말만 봐도 느낄 수 있고 책을 읽어보면 더 공감할 것이다. 
  참고문헌은 짧은 지면의 서평에서 이 책이 돋보인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지표다. 책 말미에 단행본 종합보고서, 논문 발표문 그리고 신문 인터넷 자료로 구분해 빼곡이 정리해 놓은 참고문헌이 무려 30여쪽에 이른다. 국내의 학술지 언론보도 정부쪽 간행물까지 망라했고, 영미권의 저서와 보고서 논문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쪽의 자료까지 꼼꼼히 읽어보고 담았다. 그것도 북한의 7차 당대회에서의 결정, 두 차례의 핵실험 및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실험 등 2016년 9월 직전까지의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책 서문에서 애초 2015년말 원고를 마감할 예정이었으나 연구년을 얻어 “2016년 3월부터 중국 외교학원에 와 있으면서 6개월여 집필에 전념할 시간을 얻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격변에 맞춰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했으며, 새롭게 중국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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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라는 게 저자의 지식과 경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을텐데, 이 책이 돋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저자는 화학공학과 출신의 이른바 공대생이다. 석박사는 국내 정치외교학과에서 마쳤다. 이과와 문과를 겸했으며, 해외파가 아니다. 그의 연구가 우리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국제적이다. 이 책에는 영미권 못지 않게 일본쪽의 시각과 연구 성과들이 두루 반영돼 있는데 이는 중국 외교학원에서 중국쪽 자료를 섭렵했듯이 그가 동경대와 경응의숙(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공부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연구실에만 있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 외교안보 정책자문위원, 이명박 정부때는 국방부 및 특임장관실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20년 이상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그를 재야의 진보적 학자로 생각한다. 그가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 이른바 ‘국정철학’이 맞지 않는다고 해 퇴출 대상자로 내몰렸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실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니다는 말은 이중의 의미가 있다. 여느 책과 달리 돋보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말 그대로 쉽지 않다는 뜻도 있다. 이 책은 ‘찾아보기’를 포함하면 모두 565쪽에 이르는 ‘무거운’ 책이다. 우리의 출판현실에서 보건데 서강 ‘학술총서’ 시리즈 (88번째)가 아니었다면 출간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제는 또 얼마나 중(重)한가. 다행스러운 것은 표와 그림이 곁들여진 서술적 방식의 글 전개에다 비전문가들의 학습교재로 써도 좋을 일목요연한 목차와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인식의 출발점 2차 핵시대


 이 책의 출발점은 2차 핵시대라는 인식이다. 2차 핵시대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이어 북한까지 신흥 핵보유국으로 등장하면서 그 여파로 한국 일본 등 이른바 ‘핵문턱 국가들’의 핵무장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말한다. 또한 그에 따르면 애초 “핵 전쟁의 보조수단으로 개발됐던 우주공간의 군사화는 이제 현대 전쟁의 성격까지 바꿔놓았으며, 이제 전략 공간은 이른바 육지 해상 공중 그리고 우주를 넘어 제5의 공간으로서 사이버 공격 및 전쟁의 가능성 등 사이버 군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공간의 확대와 변화 그리고 새로운 경쟁은 국가안보전략의 범위와 성격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기존 전통공간의 국가안보 전략의 한계를 넘어 ‘전략공간의 국제정치’라는 시각에 입각해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을 재설계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다.
   “한국이 취해 왔던 국가 안보전략은 약소국 외교의 전형인 패권국 미국에 대한 편승을 통한 국제사회에서의 지위확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글로벌 리더쉽이 점차 약화되고 중국의 안보젹 영향력이 점증하는 가운데 국력신장과 민주화로 명실상부하게 중견 국가의 지위에 오른 한국에게 이제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의 설계가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전통 공간의 국제정치에서 보면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한미간의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이 주요이슈가 돼 왔다면, 전략공간의 국제정치에서는 한국과 강대국이 포함된 역내 국가들의 전략적 상호관계에서 2차 핵시대라는 새로운 핵질서의 등장과 우주 사이버까지 확대된 새로운 국제정치의 틀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에 대응한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당연한 것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대응한 안보전략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은 전통적인 자주전략(자강), 동맹전략(합종 연횡) 사이에서 양자를 택일하거나 절충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라든가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동맹 중시이든 패권 전이든 모두 미중 패권경쟁 시대의 논의에 빠져 있는데 이는 과거의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으로서의 자기주도전략


 그가 우리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 ‘자기주도 전략(Self Directed Strategy) ’이다. 그가 말하는 이 전략은 우선 ‘자주 전략’과 다르다. 양자의 차이는 동맹정책을 비교할 때 확연하다. 자주 전략은 동맹관계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스스로의 힘에만 의거해 대외관계를 전개하는 순수한 의미의 자강론이다. 이에 반해 자기주도 전략은 다르다. 유연한 동맹관계의 구축(합종, 연횡)을 부정하지 않으며, 자국의 전략적 목표와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대외관계를 꾸려나가는 것이다. 자기주도 전략은 이처럼 자주 동맹의 이분법적 접근에서 탈피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균형 전략과는 어떻게 다른가?  
 “이는 강대국 전략에 대한 입장차이를 볼 때 분명하다. 균형전략은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에 따라 등거리 외교와 조선책략 방식과 같은 차등외교가 존재한다. 이에 비해 자기 주도전략은 동맹의 공통이익을 외교의 기본으로 삼으면서도 쌍방의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에서는 우리의 국가 이익에 따라 결정하고자 하는 실용 외교의 한 형태다”
  그렇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전략공간’의 국제정치에서 우리는 북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 책은 북핵 문제의 답을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틀을 넘어서 ‘핵없는 세계’로의 흐름에 조응하는 동북아비핵지대화와의 상호 연계라는 보다 큰 틀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네트워크전을 강조한다. 핵을 넘어 우주 사이버로 전략공간의 범위가 확대된 이유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전쟁은 이미 미래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이 무인기(드론), 인공지능 로봇 기술에 의해 이미 현실화한 드론 전쟁을 다루지 않고 있다든가, 우주 사이버 공간에 대한 분석이 다소 평면적인 서술에 그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얘기를 들으려나?  
  

강태호 한겨레 선임기자 kankan@naver.com


*이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6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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