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입 변수’ 한미 견해 차이로 ‘개념계획 5029’ 표류

김종대 2011.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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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계획 5029 대해부① 미국은 적극, 한국은 소극…논의 진전 없어

지난해 10월18일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청와대는 “중국의 개입을 전제로 한 ‘개념계획 5029’ 검토를 중단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 개입하는 경우를 상정한 중국 개입 조항은 5029의 본문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한미 간의 의제 목록에서도 삭제되었다. 결국 한미는 5029에 대한 더 이상의 논의를 중단하여 현재 이 계획은 중국 개입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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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 독수리훈련 11기간인 3월3일 오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롤에서 미육군 사전배치물자
철로수송작전이 진행돼 장갑차 등이 철도용 화물칸에 실리고 있다. 미 본토에서 충원된 제2포병,
제146야표, 제11기갑연대 병력은 물자를 캠프 캐롤에서 불출받아 철로를 이용해 캠프
케이시로 이동한 뒤 승진사격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게 된다.
칠곡/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당시 미국은 “현재 보조문서에 규정돼 있는 중국 개입 조항을 작계 본문서에 포함시키자”고 요구한 반면 청와대는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SCM이 임박한 시기에 국방부는 청와대의 지시에 매우 당황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점이 너무 강조되다 보면 개념계획 5029의 기본 취지 자체가 흔들려 계획 수립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중국을 의식해서 “우리는 개입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으로 오해 받을 만한 지시였다. 이로 인해 국방부 정책부서가 혼란을 겪은 것은 당연한 터. “도대체 일을 하란 것인가, 말란 것인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청와대, 작년 SCM 전에 ‘5029’ 검토 중단 지시

최근 키 리졸브 한미 군사연습에서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한 훈련이 실시되고 있으나, 그것은 북한 핵 물질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군사연습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며, 중국 개입가능성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정치-군사연습(pol-mil game)이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있다. 따라서 최근 북한 급변사태를 상정하여 북한에 대한 군사계획을 부각시키는 사회 일각의 여론은 현실적인 토대를 갖추지 못한 정치구호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개입하려면 무엇보다 한미가 일치된 정책목표를 갖고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럴 개연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해 상황이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급변사태는 단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정치․군사적 문제들을 수반한다. 특히 중국의 대응방향은 향후 한반도 통일문제와 직결되는 결정적 사안임이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 국방부에 ‘중국 개입조항’을 넣자고 한 것은 ‘정치적 압력’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미국과 ‘전략동맹’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라 하더라도 이에 쉽사리 응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는 논의 못하고 군사만 앞세운 ‘반쪽짜리 계획’

밖으로는 북한 급변사태에 개입하는 ‘작전계획 5029’를 부각시키면서 속으로는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나타난 배경에는 11월로 예정된 G20 정상회의를 성대하게 준비하려는 정권 핵심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과 북한에 강경하던 한국정부의 태도가 지난해 하반기에 약화된 이면에는 G20 정상회의에 중국과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 급변사태 시에 중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는 이제껏 결정된 바 없이 아직도 표류하는 중이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질서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전망과 철학이 부재한 가운데 정리되지 못한 인식의 단면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권과 언론 일각에서 섣불리 북한 급변사태를 강조하고 설익은 언론보도가 최근 남발되는 데 대해 “북한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 외에 아무런 철학도 없는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념계획 5029 상의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핵심개념인 ‘DIEM'은 외교(D)→정보(I)→경제(E)→군사(M)라는 복합적 성격을 갖는 것인데, 최근 한미는 앞의 세 요소를 생략하고 오직 군사연습에만 몰입하고 있어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평가다. 5029가 아직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하는 설익은 계획임을 드러낸다. 게다가 5029를 실행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미 간에는 상당한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29 실행 때 한반도 전쟁 위기 상황 통제’에 대해서도 한미간 이견

한미동맹의 이상기류는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작년 10월 19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항모 조지워싱턴호를 10월 20일에 서해로 들여 보내겠다”는 의사를 당시 김태영 장관에게 전달해왔으나 김 장관은 “G20 행사를 앞두고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서는 곤란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미 서해로 향하던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은 19일에 한국의 “수용 곤란” 통보에 따라 필리핀으로 회항한 것으로 본지의 취재결과 확인되었다. 이 항모는 서해에서 10월 말에 한미연합의 항모강습단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청와대의 ‘입항 곤란’ 지침을 받은 김태영 장관의 부정적 입장 표명으로 훈련 자체도 무산되었다. 결국 연평도 사건을 겪고 난 11월 말에야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절충되었다.

이날 김태영 장관은 게이츠와 세 번 통화했다. 오전의 두 번째 전화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상의해보겠다”고 했고, 오후의 세 번째 통화에서 양 장관은 서해 훈련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것이다. 그간 서해에서 미국 항모의 출현에 대한 중국의 극렬한 반발을 고려한다면 10월에 예정대로 훈련이 실시되었더라면 한중관계 역시 상당한 파국을 맞이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 항공모함에 대한 중국의 반발 때문에 김태영 장관은 천안함 사건 이후부터 중국 방문을 계속 연기하기 시작했고, 결국 정례적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개최되지도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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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29일 조지워싱턴호 심장부 전북 군산항 서쪽 어청도와 충남 태안반도 서쪽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미국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이종근 기자


결국 천안함 후속대책으로 정부가 발표한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과 서해 한미 연합훈련 등이 차례로 무산되면서 우리 정부가 표방한 안보조치들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북한이 이 틈을 노려 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열어 준 한미동맹의 허점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인식 넘어 중국에 대한 인식과 정책 정립돼야

여기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의 정치권력과 외교안보 직위자들에게 내재된 정세인식의 특징이 드러난다. “우리에게 북한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넘어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점차 중심이 이동하는 현상이다. 정작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그 상대가 중국으로 바뀔 때 이제껏 고수해 온 강경보수의 분위기가 현저하게 약화되고 현실주의로 회귀한다.

결국 최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북한 급변사태론은 다분히 감성적인 분위기에서 분출되는 정치적 구호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보다 냉정하게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

김종대 <D&D 포커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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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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