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 1
<기획>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
발문: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를 시작하며
1. 푸틴의 동진과 시진핑의 서진
중-러의 전면적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와 유라시아 통합
2. 러시아 극동개발전략의 새로운 단계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선도개발구역, 극동개발기금의 3개축 가동
3. 중러관계:대형 프로젝트 돌파구 기대되는 리커창 총리 극동방문
러시아 극동 동시베리아-중국 동북지역간 협력 프로그램의 추진
4. 북러관계:당대회 이후 대러시아 외교행보 누굴 보낼 것인가
북러 정부간 공동위원회와 재앙적 북핵 제재상황의 극복
5. 일러관계:적극외교와 대러 제재사이에 저울질하는 아베총리
‘포괄적 접근’과 안보와 경제협력의 맞교환 모색
6. 한러관계: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회생 내건 박근혜 대통령
대북 제재 압박과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협력의 딜레마
중-러 연합의 구조적 성격
2016년 6월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났다. 이날은 베이징의 궈마오(國貿)호텔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 은행 연례 회의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푸틴과 시 주석의 만남은 6월2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의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담 뒤 이틀만이었다. 두 정상은 이 회담에서 3건의 공동성명과 1건의 성명 그리고 에너지분야를 비롯해 금융, 무역, 농업 항공기 우주 분야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두 30여 건의 협력문서에 합의했다.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은 2001년 체결된 두나라 관계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 15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1996년 체결된 평등과 신뢰에 바탕을 둔 전략적 동반자관계’ 합의 20주년을 기념해 이뤄진 것이었다. 중러는 2011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였던 두나라 관계를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켰다.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의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최고의 단계에 접어든 것이었다. 5년 뒤인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된 기념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연설은 딱딱한 외교안보적 수사가 아닌 어찌보면 평범한 그래서 특별하게 보였다. 연설의 제목은 "중러관계의 보다 아름다운 내일을 열어가자"였다.
유라시아의 두거인인 중러의 관계는 무려 4천km에 이르는 광대한 국경선을 맞대 있는데 따른 국경분쟁에다, 이념논쟁이 혼재된 패권 경쟁, 미국과의 전략적 이해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늘 갈등과 협력의 불안하고 불완전한 협력관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2000~2008년에 이어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과 2013년 시진핑 체제의 등장 이후의 협력관계에 대해선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
미국 유럽쪽은 이를 밀월관계로 불렀다. 허니문(밀월)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2013년 말 이래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제재를 받게된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중국과 달콤한 사이가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유라시아 두 거인의 협력관계를 다분히 정략적이고 일시적인 협력으로 보는 관점이 깔려 있다. 베이징 중러 정상회담 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이런 중러관계에 대한 시각이 두 가지 기본 사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나는 중러 관계의 내부에 존재하는 성장 동력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은 건 20년전이며, 그 동안 협력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일시적이고 정략적인 밀월관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 몇 년간에 일관되게 진행된 획기적인 성과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카잔 고속열차, 중형 헬기 개발 등 큰 프로젝트에서의 공동 연구 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제 전자상 거래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러시아가 더욱 개방적인 자태를 취하고 있어 중국 기업은 러시아 석유 및 천연가스 영역의 업다운 스트림의 산업사슬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군사분야에서 연합 군사연습은 양쪽의 지속적으로 깊어져가는 전략적 상호 신뢰와 전략적 결합을 보여주었다. 특히 2015년 5월 중국과 러시아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과 유라시아 경제연합을 서로 연계해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우호적인 정치적 관계를 전면적이고 심화된 실질적 협력 관계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일시적인 밀월관계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앞으로 발전하고 추진될 것이다.
전후 질서 변화를 지향하는 구조적 관계
나토의 동진정책이 초래한 러시아의 동진이 푸틴의 동방정책이라면,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재균형 전략에 대한 맞대응이 시진핑의 일대일로였다는 점에서 중국의 서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러는 지금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서로에게 길을 열어주며 미국 주도의 패권적 질서에 도전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김재관 전남대 교수는 아시아에서 두나라의 전략적 협력은 일시적인 밀월관계라기 보다는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질서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러 연합은 미일 동맹과의 대립 구조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되고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에 형성되고 있는 모순구조는 흔히 아시아 패러독스라 불린다.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면서도 군사안보적으로는 가장 불안정한 지역이라는 이중적 모순구조다. 문제는 이 동아시아 모순 구조인 아시아 패러독스의 연원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유제’(legacies of the San Francisco System, 1951년)에서 비롯되고 있음에도 미국의 재균형 전략, 아시아 중시 전략은 이를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① 오키나와와 ‘두 개의 일본’(Okinawa and the “two Japans”) ②미해결된 동아시아 주변국가들 간의 영토분쟁 ③ 주일 미군 ④ 일본의 재무장 ⑤ ‘역사문제들’ ⑥ 미국의 ‘핵우산’(the “nuclear umbrella”) ⑦ 중국 봉쇄와 일본의 아시아로부터의 이탈 ⑧ 일본의 예속적 독립(subordinate independence) 등은 모두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유제’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전후체제로서의 미일 동맹 강화를 이제 중러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연합전선을 구축해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관, 21세기 갈등과 협력의 중러관계에 대한 분석과 전망 - 미국 요인을 중심으로-, 2014년 11월) 그런 점에서 한반도는 냉전적 대결구도가 해소되지 못한 채 핵문제로 격화돼 분출되는 ‘소분단적’ 상황과 미국의 패권적 질서를 보장해 주는 전후 체제(샌프란시스코 체제)의 모순이 중첩되면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서 확인되듯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분단적’ 대결구도가 이중적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중러는 2014년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in Asia)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아시아 안보질서 수립이라는 공동의 지향성을 드러낸 바 있다. 시진핑 주석은 5월 21일 이 CICA 기조연설에서 미일 동맹을 겨냥해 직접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미국의 아시아 개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 주석은 “아시아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아시아의 안보 역시 아시아 국가들이 수호해야 한다”면서 “제3자를 겨냥한 군사동맹 강화는 지역의 공동안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 이외의 국가와는 무관하다며 러시아와 함께 아시아 국가들간의 안보 협력의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 또한 기조연설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동등한 협력 원칙과 개방성을 가진 안보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혀 화답했다.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모델로 하여 아시아 지역 내 상호 신뢰구축과 분쟁예방을 목적으로 1992월 카자흐스탄 주도의 지역안보협의체(forum)로 설립됐으며, 중국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의장국을 맡고 있다. 참여국은 24개의 회원국과 옵저버(9개국 및 4개 국제기구)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은 2006년 6월에 가입했다. 미국과 일본은 옵저버에 머물고 있다. 당시 상하이 정상회의에는 12명의 국가원수급 지도자, 10명의 국제기구 책임자들을 포함하여 모두 46개의 국가와 국제기구 지도자 혹은 책임자들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의 회의로 기록됐다.
2014년 5월 4차 CICA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푸틴
중국이 제시한 이 미국을 겨냥하고 있는 신아시아 안보관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 전략 아래서 추진한 중국 견제의 미일동맹 강화라는 대결 구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시진핑 지도부의 중국은 2013년 6월 미국에게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워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존중을 요구했으나, 오바마 행정부의 대답은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한국 필리핀 등 양자동맹을 통한 중국의 패권적 지위에 대한 견제였다. 2010년부터 센카쿠(댜오위타이)섬을 둘러싼 중일간 갈등이 본격화하자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미일 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으로 설정하는 한편 2012년 말 우익 보수의 아베정부 출범을 계기로 2013년 하반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등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미일 동맹의 확대 강화를 적극 추진했다. 4월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일본 한국 방문은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센카쿠(댜오위다이) 열도에 대한 미일안보조약 적용 재확인, 한국의 미사일 방어(MD)체제 편입,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한반도에서 북한 핵문제로 인한 갈등적 요인이 존재하고, 일본의 과거사 부정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와 중국의 한국 끌어안기 등으로 인해 한미일의 대중전선 구도가 약화되고 있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2014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오바마 한일 방문에 대한 맞대응의 측면이 있을 것이다.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주장한 핵심 이익에 대해서도 영유권 분쟁 대상인 필리핀과 베트남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등 충돌했다. 사실 이 상하이 CICA 정상회의는 중국에 적대적인 이런 아시아 중시전략을 협의하기 위해 2014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국빈방문으로는 18년만에 일본을 비롯해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방문한 뒤에 열린 것이었다.
중국은 2016년 4월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CICA 외교장관 회의 자리에서도 한반도 문제 등 지역 현안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축사에서 “중국은 반도(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 반도에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각국이 자제하면서, 서로 자극하고 모순을 격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반도 문제를 조속히 대화와 담판의 궤도로 복귀시켜 동북아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이래 20여차례의 정상회담
2013년 4월 취임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해외 순방지 선택한 것은 러시아였다. 그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양국 관계가 사상 최고 수준의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공동 이익과 협력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화답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적 협력은 양자 관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후 두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체화하는 데 정상회담을 활용했다. 정상회담 개최 횟수가 국가간 협력관계의 척도라 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중러 관계는 시진핑-푸틴 두 지도자의 거듭된 만남을 통해 쌓은 신뢰관계가 중요하게 작동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은 2013년 3월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이후 2015년 11월 터키 안탈라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11월말~12월초 파리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서의 양자 협의 등 다자 회의에서의 정상회담까지 포함하면 2015년 말까지의 3년에 모두 17차례의 정상회담을 했다. 여기에 6월2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의 회담과 이번 6월25일 베이징 정상회담을 포함하면 20여 차례에 이른다. 또 2013년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2차례 방문했다면, 다음해인 2014년도에는 반대로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2차례 방문했으며, 2015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러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스크바와 베이징에서 각각 개최된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서로 교차 방문했다. 그리고 다시 이번 6월엔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그리고 9월엔 항저우 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푸틴 대통령의 또 다른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이런 패턴이라면 내년엔 러시아 혁명 100주년 등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있으리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상하이 모스크바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세번의 정상회담
이 가운데 큰 틀에서의 합의와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문건들이 합의된 건 2014년 4월 상하이, 2015년 5월 모스크바 그리고 이번 2016년 6월 25일의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이라 할 수 있다. 연이은 세번의 정상회담은 두나라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협력들을 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우선 2014년 5월 상하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다양한 분야의 전방위적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46개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가운데는 에너지 분야에서 ‘세기의 협상’이라고 불리는 4천억달러(410조 2000억원)의 동시베리아 가스파이프라인 공급에 대한 최종합의가 포함돼 있다. 또 같은 해 10월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38개, 또 11월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아펙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베이징 방문에서는 추가적으로 17개의 합의문이 발표됐다.
다음해 인 2015년 5월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에서는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이 발표됐으며, 9월에 있은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에선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너지·금융·항공·외교·과학기술·경제·무역·투자·전력·교통·인문교류·인터넷·자동차 등 20개 이상의 협정이 체결됐다. 두나라의 경제 협력은 양적 및 질적으로 전대미문의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합의 가운데는 세계 1위인 4조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중국 은행들이 러시아의 거대 프로젝트들에 대해 차관을 제공하는 협정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러시아 기업들이 대러 제재로 인해 서방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중국이 구원투수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이 차관을 위안화로 제공했다. 러시아의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2015년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모든 협정은 러시아 루블화와 중국 위안화로 표시됐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결제 시 루블화와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면 러시아 최대 국영 은행 스베르방크는 중국 국가개발은행(CDB)에서 60억 위안(9억 6,600만 달러)에 달하는 신용장을 개설했다. 이 자금은 러시아 최대 시멘트 생산 기업 ‘예브로체멘트’에 제공된다. 또 러시아 제2의 국영 은행 대외무역은행(VTB)은 중국수출입은행(Exim Bank)과 30억 위안(4억 8,300만 달러)에 달하는 신용장 개설 협정을 체결했으며, 또 다른 러시아의 핵심 개발 은행인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은 러시아 내 특수강 제조용으로 15년간 39억 위안(6억 2,800만 달러)을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대출받았다. 2000년대부터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결제에서 달러와 유로화에서 탈피하겠다는 목표를 추구해왔다. 특히 유럽연합의 대러 제재가 발효 중이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시 자국과 유럽연합(EU) 내 러시아 대기업들의 대체 계좌 거부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통화로의 결제 전환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었다.
<러시아포커스>에 따르면 러시아투자회사 UFSIC의 일리야 발라키레프 수석분석가는 이들 상업 협력 프로젝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에너지와 철도, 항공기 제작 분야 협력이라고 말했다 .
우선 에너지 협력을 보면 2014년 5월 상하이 정상회담에서는 시베리아에서 극동 하바롭스크(Khabarovsk)를 거쳐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4,000km의 ‘시베리아 힘’이라 불리는 동부노선의 가스공급에 합의했다.이 동부노선을 통해 러시아는 연간 38bcm(38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30년동안 공급하기로 했다. 이어서 2015년 5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는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Gazprom) 사장과 왕동진 중국 석유천연가스집단(CNPC: China National Petroleum Corporation) 부총경리가 총 길이 2,700km에 달하는 서부 노선 ‘알타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에 공급한다는 내용의 기본 조건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두 회사는 2014년 11월 서부노선 사업과 관련한 포괄적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의 알타이 지역에서 중국 서부ㅍ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연결되는 약 2,700km의 알타이 가스관을 깔아,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30년 동안 연간 30bcm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두 노선을 통해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연간 68 bcm의 천연가스는 2014년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38%에 해당되며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전체 가스 물량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였다.
중국석유화학공업 연합회(CPCIF)의 2015년 초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180Bcm이며, 수입량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58Bcm이었다. 또 2000~2013년 동안 중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4.5Bcm에서 167.6Bcm으로 연평균 11Bcm(16%)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1차 에너지 소비량(7.9%) 및 GDP(10.2%)의 증가 속도보다 높은 것이다. 한편, 2014년 가스프롬이 유럽에 수출한 천연가스의 규모는 146.6 Bcm이다. 이밖에 중국의 국영 석유기업인 시노펙은 러시아의 천연가스가공 및 석유화학 제품 기업인 시부르와 전략적 투자 협정을 체결했다. 루스코예 석유가스전과 유루브체노-토콤스코예 석유가스전 개발 허가증을 보유한 기업의 지분 49%를 인수해 전략적 투자자의 지위를 획득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를 위한 국부펀드 중국실크로드펀드는 야말 LNG프로젝트의 최대주주인 노바텍과 9.9% 지분 참여에 관한 협정을 맺어 첫 번째 대 러시아 투자를 성사시켰다
또 항공산업 분야에서는 러시아 통합항공기제작사(ОАК)가 수호이 수퍼제트 100 항공기 100대를 3년간 중국에 공급하기로 했다. 대당 3억6천만 달러의 비용을 고려하면 계약 총액은 36억 달러에 달했다. 항공기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앞서지만 고속철은 중국이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자랑한다. 중국은 러시아 최초로 건설되는 모스크바-카잔 구간 고속철도에 59억달러(4천억 루블, 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총 연장 770km에 달하는 이 고속철도가 건설되면 모스크바-카잔 구간 소요 시간은 현재 11시간 30분에서 최대 3시간 30분으로 단축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5년 10월 13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가 부른다’ 경제포럼 연설을 통해 브릭스 회원국들을 러시아의 주요 파트너들로 꼽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파트너다. 러시아는 대중국 교역량이 많고, 석유와 가스 공급도 확대하고 있지만, 협력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와 인프라, 교통, 항공 분야의 프로젝트들도 있다”. 그는 공동 금융제도들, 그중에서 특히 브릭스 은행이 브릭스 내의 상호관계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6월 베이징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평가 및 전망
그에 비하면 2016년 6월 베이징 정상회담은 3건의 공동성명, 1건의 성명 그리고 30여건의 합의문서가 발표됐지만 굵직한 성과들은 드러나지 않았다. 중-러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유리 우사코프 푸틴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항공·우주분야 협력과 관련 장거리 여객기와 민간용 헬기 공동 개발 및 생산에 관한 정부 간 협정이 체결될 것이며, 모스크바와 지방도시 카잔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의 금융 조달 방안과 관련해 중국이 공사비로 약 4천억 루블(7조1천800억 원)을 대출하는 방안이 거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당시 밝힌 데 따르면 “현재 50여 건의 (협력) 문서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20여건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대 관심사였던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와 중국 서부 지역을 잇는 ‘서부노선’ 가스관 건설 사업과 관련한 계약 체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샤코프는 “아직 이 사업과 관련 양국 간에 가스 공급 조건에 관한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산하 모스크바센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로그램 담당자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대규모 경제 협상은 없었으며 전문가들이 모르는 신규 협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회담의 의미는 경제 분야의 협력 보다는 정치분야”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양국은 최근 2년 간 추진해온 프로젝트에 신규 협력 문건을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등 유가하락 및 경기침체 등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협력 사업의 내용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2015년 두나라 무역 규모는 세계 경제성장세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680.6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28.6%나 감소했다. 2015년 9월 푸틴의 방중 이후 중러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전망이 급증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두나라의 공조가 ‘겉만 요란한 빈수레’며 “푸틴이 얻은 실익은 없었다”는 혹평을 내놨다. 벌여논 사업 계획에 비해 실제로 이행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었다. 두나라가 2014-15년 동안 모두 350개의 투자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이중 실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3%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러시아는 중국의 투자가 절실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의투자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러시아 정부의 차이나드림은 연기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목인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러시아 연방정부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동맹 강화를 원치 않는 서방 국가들의 바람이 투영된 것이긴 하나 중러 모두 경제 ‘위기적 상황’에 직면해 기존 합의의 이행에 적신호가 켜진 건 분명했다.
실제로 2014년 250%의 급증세를 보였던 중국의 대 러시아 투자는 2015년 들어서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투자를 약속한 프로젝트의 자금 집행도 차질을 빚었다. 2000년에 약 74억 달러에 불과하였던 중·러 양국 간 교역액은 2007년 481억 달러로 급증하는 등 연평균 성장률 30%를 상회하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2011년 교역액은 8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두나라는 2015년까지 양국 간의 무역 규모를 1000억달러로 확대하고 2020년까진 2000억달러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으나 달성이 어려워졌다. 전체 교역액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4년에는 953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서방 국가의 제재로 루블화 가치 하락,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등 경제의 직격탄을 맞은데다 중국 역시 성장둔화로 인한 경제 위기설에 시달리면서 무려 28.6%나 감소한 것이다. 그 여파는 역사적인 시베리아 가스공급 합의인 동부노선의 경우 유가의 급락으로 인해 재조정돼야 한다는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시베리아 서부노선인 '알타이 파이프라인'의 최종합의가 미뤄지고 있는 건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들어 두나라간 교역은 회복세를 보였다. 1분기 무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918억 위안(약 137억 달러), 1~5월까지는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1,677억 위안(약 251억 달러)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의 양국의 무역 규모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2016년 3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중국의 최대 원유수입국이 러시아였으며, 5월의 경우 중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대비 33.7% 증가한 524.5만t(약 124만b/d)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질서 및 한반도 등 정치분야에서 3건의 공동성명
2016년 베이징 정상회담은 정치 분야에서 3개의 공동성명 형식의 중요한 정책 문건을 내놓았다. 6월 27일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중러 공동성명 이외에 ‘글로벌 전략안정을 강화할 데 관한 공동성명’, 중화인민공화국주석과 러시아연방대통령의 공동성명”, ‘정보사이버 공간의 발전을 협력추진할 데 관한 공동성명’과 양국 외무장관들이 별도로 국제법을 촉진할 데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중러 공동성명은 북핵과 한반도 문제 그리고 사드에 대한 두나라의 공동 대응을 분명히 하면서 미일을 겨냥해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역사 부정과 왜곡을 비판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전략에 반대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전면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또 미국과 한국이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또한 “중러 모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번영과 성공 발전을 원하고 평화적 핵에너지와 우주를 개발하는 것을 포함해 국제문제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참여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오직 유엔 안보리의 모든 요구를 전면적으로 집행하는 조건 하에서만” 핵에너지와 우주를 이용할 수 있는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핵실험을 포함해 북한이 스스로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해온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두 정상은 또한 한미일을 겨냥해 관련 국가들이 “단순한 군사적 우세로 자신의 안전이익을 보장하는 것은 비건설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며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견지하고 9·19공동성명과 유엔안보리 결의들을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추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또 푸틴 대통령은 “(해양분쟁과 관련한) 모든 문제는 당연히 당사자들의 우호적이 담판과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한다”, “외부 간섭 에 반대한다”며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별도로 발표한 ‘글로벌 전략적 안정을 강화하는 것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두 정상은 “그들(미국과 동맹)이 공공연하게 각국의 안전을 무시하고 타국의 안전을 희생시켜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한다”면서 미국의 글로벌 MD 전략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유럽의 지상 기반 이지스 미사일 방어망(Aegis Ashore System), 아태지역의 MD, 그리고 사드를 직접 거론하며 “이는 중러를 포함해 지역국가들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면서 “양국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보·인터넷 발전에 관련 공동성명’은 타국의 인터넷 주권 침해 반대 인터넷 정보 보안과 정보 분야에서의 협력 등을 담았다. 두 정상은 이번 합의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이행하기 위해 양자 간 정책과 입장을 조율하는 실무 전담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정보 및 전문가 교환도 포함된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이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를 심화하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인터넷 사이버 스페이스의 정보 보안 질서에 대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두나라 외무장관은 ‘국제법에 대한 이중잣대 반대’ 등의 입장이 담긴 ‘국제법 성명’도 발표됐다. 두 정상은 “제2차 대전의 주요 전승국이자 유엔 창립국,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2차 대전의 성과를 단호하게 수호하고 2차대전 역사를 부정·왜곡·위조하려는 기도를 반대한다”며 일본의 역사 역주행도 동시에 겨냥했다.
또한 공동성명은 2015년 5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 이어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실크로드 경제벨트간의 협력 방향에 대해 밝혔다. 2015년 정상회담에선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 시진핑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SREB)를 통합할 용의가 있다는 것과 이와같은 두 이니셔티브를 조율하기 위한 대화의 플랫폼으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2015년 5월 14일 블라디미르 페트롭스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차원의 상호 의존으로 가는 길에 들어선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러시아 포커스> 기고문에서 “‘신실크로드 경제 벨트’ 창설 분야 협력에 관한 쌍무 협정은 기존의 중-러 협력 프로젝트들을 통합하고 이들 프로젝트의 발전을 촉진하는 공개 플랫폼일 뿐 아니라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유라시아경제연합(EEU) 같은 지역 협력 매커니즘에 새로운 내용들을 채워넣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이어 받아서 이번 2016년 6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EEU와 실크로드 경제권의 결합이 유라시아 대륙에 공동 경제 공간이 출현한다는 걸 의미한다며 진전된 내용을 강조하였으며, 모스크바와 중부도시 카잔(Kazan)을 잇는 770km 길이의 고속철도 건설에 1조 루블을 공동 투자키로 한 것을 이 두 지역 경제공동체 간 협력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규정했다.
석유에너지 항공우주 금융 분야에서의 협력
앞서의 두 번의 정상회담에 이은 베이징 정상회담에서도 앞서의 합의결과를 더욱 진전시키고 구체화한 30건의 분야별 합의가 있었다. 에너지 협력을 비롯해 원자력 및 전력망, 항공 우주 분야 위안화-루블화 결제 등 금융 협력 분야에서 구체적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로스네프트 지분투자 등 에너지 분야의 협력
2013년 7월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는 중국에 기존 원유 수출량을 2배로 증가하는 계약(25년간 2천700억달러 규모)을 체결하였으며, 2014년 11월 중국 CNPC는 러시아 주요 유전 중 하나인 Vankor의 지분 10%를 인수키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로스네프트의 민영화 계획으로 정부 지분 19.5%를 중국쪽 기업이 인수하는 방안을 러시아와 협의해 왔다. 러시아 정부는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민영화의 일환으로 지분 19.5%를 중국, 인도 정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6월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매각대상 지분 가치는 7000억루블(약 12조6000억원 약 1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울류카예브 경제발전부 장관은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올해 3% 이상의 연방 예산 적자가 발생해 예산 집행이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매각이 이뤄지면 로스네프트의 러시아 정부 지분은 69.5%에서 50%로 줄어든다. 이에 대해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은 “양국 정부 간 논의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CNPC는 2006년 여름 ‘로스네프티’의 IPO(기업공개) 당시 0.62%의 지분을 5억 달러에 매입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포커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석유 기업인 CNPC(중국석유 천연가스집단공사)의 이사회 왕일린 의장은 “로스네프티의 지분 매입에 관심이 있으나 회사 경영에 참여할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고 말해 이 문제가 쟁점임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로스네프티는 동시베리아에 있는 대형 유전의 지분을 인도 ‘ONGC(석유천연가스공사)’에 매각했다. 중개회사 MFX의 수석분석가 로버트 노박은 “경영권 참여는 이사회 참여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 중국쪽은 로스네프티 이사회에서 2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네프티의 이사회 의석은 9개이며 이 가운데 2개 의석이 지분율 19.75%인 영국의 ‘BP’사에 할당돼 있다.
이밖에 중국 국영기업 BEH(Beijing Enterprises Holdings)와 러시아 로스네프트는 러시아 유전 공동 개발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 중국 BEH 산하 기업인 베이징 가스(Beijing Gas)가 로스네프트 산하 기업인 베르크네촌스크(Verkhnechonsk)의 지분 20%를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켐차이나(Chem China)는 러시아 로스네프트가 블라디보스톡 인근에 건설하는 동부석유화학기업(VNHK)의 지분 40%를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두 회사는 원유공급 계약을 체결해 올해 8월부터 1년간 최대 240만 톤의 원유를 로스네프트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중국 시노펙(Sinopec)과 로스네프트는 ‘동시베리아 천연가스 처리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 연구에 관한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Rosneft) 최고경영자에 따르면, 이번 기본협정을 토대로 양사는 향후 서시베리아 지역에 3개의 석유.가스화학 클러스터를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 분야에서는 중국 CNPC와 러시아 가스프롬(Gazprom)은 중국 내 지하 가스 저장시설 건설과 천연가스발전 프로젝트 추진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이를 통해 양사의 투자협력 사업을 확대한 데 합의했다.
에너지 분야에서 이런 협력은 양쪽의 이해가 일치한 측면이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여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고립을 타파하려는 정치적 동기와 유럽지역에 편향된 수출선을 다변화하여 가즈프롬이 유럽과 아시아 가스 시장 사이의 스윙Swing) 시장 공급자 역할을 하려는 경제적 동기가 동시에 작용한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석유, 가스에 대한 육상 공급선을 확보함으로써 미국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해상 수송로를 보완하는 에너지 안보 측면과 석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악화되고 있는 대기 오염 해결책을 마련하고 낙후된 동북지역의 경제 개발의 일환으로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도입을 추진한 것이다.
▷ 원자력 발전 및 전력망 사업분야와 항공 우주분야 협력
원자력 발전 및 전력망 분야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원자력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제3국에서의 원자력부문 협력사업 추진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두 나라는 러시아 원전 기술을 도입해 건설한 중국 톈완(田灣) 원자력발전소(현재 1,2호기 가동 중)에 2기의 원자로를 2018년에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 국영전력망기업인 로셋티(Rosseti)는 중국국가전력망공사(SGCC)와 51% 대 49%로 합작기업설립에 관한 주주협약서(shareholders agreement)를 체결했다.이 합작기업은 주로 러시아 내 송.배전망 투자, 건설, 운영 등 각 사업 분야와 EPC 사업을 담당하게 되며, 양사는 조속히 합작기업을 설립해 관련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항공분야에서는 장거리 중형 민간항공기를 공동 생산하는 합작벤처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로켓 엔진·발사장치의 개발 협력과 이와 관련한 입법 의향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러시아연방우주청(로스 코스모스)은 홈페이지 보도자료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문 기간 중에 양국 정부는 평화적 목적의 우주공간 운용·활용 및 발사장치·지상배치 우주 인프라의 개발·운용을 위한 양국의 협력과 관련한 기술 보호 조치들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1992년부터 평화적 목적의 우주 개발 및 활용 분야에서 협력을 해왔다. 이 발표는 “양국은 우주개발 주무기관 간에 새로운 형태의 우주분야 협력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안화 결제 확대 및 금융 무역 협력
2014년, 2015년에 이어 두 정상은 무역거래에서 중국 위안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활용한 결제를 늘리는 등 위안화 결제와 금융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러시아 중앙은행은, 양국 간 무역거래 시 중국 위안화 결제가 가능토록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중-러 양국의 교역 및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은행은 돈세탁 방지, 정보 공유, 인재 육성 등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으며, 중국에 러시아 중앙은행 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위안화결제 확대 방침에 따라 극동 국경지역의 2016년 1/4분기 무역거래에서 위안화 결제가 현저히 증가했다고 2016년 5월 26일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무역은행은 2016년 1/4 분기 아무르스카야지방( Amurskaya Oblast)에서 위안화와 루블화 결제가 무역 총액의 8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015년 같은 기간에 그 비중은 무역 총액의 30%였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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