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말리아 해적 제압 생색내기에 급급한 청와대
청와대가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을 이명박 대통령의 공적으로 지나치게 치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구출작전이 끝난 뒤 이례적으로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담화를 발표했다. 참모들의 건의로 마련됐다는 이날 방송에서 이 대통령은 “어제(20일) 국방부 장관에게 인질 구출작전을 명령했다”고 직접 밝히기까지 했다. 썩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 대통령을 내세우는 청와대의 행태는 작전중에 취하던 태도와는 완연히 다른 것이다. 며칠 전까지도 청와대 참모들은 “작전은 현지 부대가 판단해서 진행할 것이며 청와대는 결과만 보고받을 뿐”이라고 했다. 구출작전이 실패할 경우 떠안아야 할 부담을 피하려는 신중한 대응인 셈이다. 이런 태도는 구출 성공 이후 확 바뀌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며칠간 고심한 끝에 더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작전을 명령했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부각시켰다. 상황이 불투명할 때는 물러나 있다가 구출에 성공하자 자화자찬에 열을 올린다는 소리를 듣기 딱 좋다.
게다가 정부는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작전 성공 소식을 알리는 모양새를 갖추려 기자들과 신경전까지 벌였다. 국방부는 애초 작전이 종료되면 신속하게 언론에 브리핑한다는 걸 조건으로 보도 자제(엠바고)를 요청해놓고, 정작 작전이 끝난 뒤에는 늑장을 부렸다. 대통령 담화 이후에 언론 보도가 나가게 하려 눈치를 본 것이다. 기자들은 국방부의 이런 태도에 반발해 대통령 담화가 시작되기 5분 전에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선원과 군인들의 안전을 고려해 보도 자제에 협조한 언론을 마지막 순간에 따돌리려는 처사는 책임있는 정부가 취할 바가 아니다.
정부의 삐뚤어진 언론관은 그 뒤에도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보도 자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몇몇 언론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취재 제한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정부 부처가 해당 언론사 기자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자료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명백한 과잉대응이다. 보도 자제 여부를 최종 판단할 몫은 정부가 아니라 각 언론사에 있다. 게다가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에 봉사하는 기관이지 정부 홍보의 들러리가 아니다. 대통령 공적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역효과만 낳는다는 걸 정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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