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국정원 인도네시아 첩보전’ 관련 대령이 사건당일 보고

2011. 02. 23
조회수 22898 추천수 0

헌병은 수사 준비하다 중단, ‘국정원 연루’ 알고 덮은 듯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군이 사건 당일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그러나 애초 “(지난 18일 밤) 언론보도 전까지 사건을 몰랐다’고 시치미뗀 바 있어, 군이 말바꾸기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20110223 롯데호텔.JPG
▲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는 도중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침입했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1961호실. 22일 오후 호텔 직원들이
청소를 하느라 문이 열려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인도네시아 주재 우리 국방무관(육군 대령)이 16일 밤 11시15분께 경찰에 신고한 뒤 자정 가까이 돼서 국방부에 사건 개요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날 ‘우리 무관이 신고 사실을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지휘계통에 있는 극히 일부만 (이 사실을) 참고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한 뒤 “국방부와 무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관진 국방장관에게도 보고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 내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무관은 국방 관련 사안이 아니고 단순히 신고만 대신 해준 것으로 생각하고, 별도 조처나 보고 없이 19일 근무지인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사건 당일 무관의 보고를 받고도 “언론 보도 전까지 몰랐다”고 설명한 것은 ‘국정원과 영역 다툼을 벌이던 기무사가 이 사건을 외부에 알렸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 등 일부에서는 국방무관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군이 이미 다른 경로로 국정원의 숙소 침입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은 “국방부가 기무사를 통해 16일 오후 6시쯤 사건 개요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기무사는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수사기관인 헌병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군이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으며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날 “사건 발생 직후 헌병 조직에서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나름대로 수사하려고 준비했다가 얼마 뒤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애초 헌병은 특사단에 인도네시아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포함돼 있고, 고등훈련기(T-50) 수출 관련 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등 군 관련 사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헌병 조직의 군 관련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부서가 사건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병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사건을 덮은 것은 국정원 직원이 관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 ‘깡통’ F-35 스텔스전투기 정권말 도입은 ‘악몽’ 부를 것‘깡통’ F-35 스텔스전투기 정권말 도입은 ‘악몽’ 부를 것

    김종대 | 2011. 03. 09

      정권 말 정치논리로 스텔스기 도입 추진 중 스텔스 전력화 2015년? ‘깡통 전투기’로 알려진 F-35 스텔스 전투기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이 긴박하다. 기자를 만난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는 “반드시 현 정부 임기 중에 구매 ...

  • 청와대, 미국 무기 로비스트의 안마당 되는가?청와대, 미국 무기 로비스트의 안마당 되는가?

    2011. 02. 22

    청와대, 미국 무기 로비스트의 안마당 되는가? 최근 국정원 직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에 몰래 들어갔다가 국제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국산 고등훈련기(T50)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 ‘군사 장비 무게’에 짓눌린 특전사의 전투능력‘군사 장비 무게’에 짓눌린 특전사의 전투능력

    김동규 | 2011. 05. 02

       김동규 디앤디 포커스 기자 ppankku@naver.com   UDT의 개방적 장비도입 절차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 UDT는 특전사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UDT는 매우 개방적이었다. 각 팀에서 아직 군에 보급되지 않은 전술장비를 사용해보고...

  • ‘빈 라덴 사살’ 미군 비밀병기 벗겨보니‘빈 라덴 사살’ 미군 비밀병기 벗겨보니

    박수찬 | 2011. 05. 31

    개량형 UH-60 블랙호크 헬기와 RQ-170 센티널 무인정찰기…모두 스텔스 기능 갖춰지난 5월 2일,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빈라덴의 죽음은 여러 가지 ‘후폭풍’...

  • 첨단 무기 도입에 밀려 보병 전투력은 ‘10년째 제자리’첨단 무기 도입에 밀려 보병 전투력은 ‘10년째 제자리’

    김동규 | 2011. 06. 24

    병력 유지에만 급급한 ‘관리형 군대’, 보병 전투력 향상은 외면 대한민국 군대의 기초인 보병 전투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가 첨단 장비 위주의 전력 증강에 나섬에 따라 소부대 무기체계와 개인장비는 1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

기획 특집|전망과 분석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