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치명적 군사 위협, 전자전

2012.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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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은 현존하는 치명적 군사 위협이다
민군합동으로 총력전 펼쳐 전자전 대비태세 갖춰야 

박영욱 <디펜스21 > 편집주간

현대전의 핵심어 ‘전자전’

이제 전자전은 단순히 전장 운영개념의 한 분야가 아니라 현대전 전체를 이끄는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감시정찰(ISR)-지휘통제(C4I)-정밀타격(PGM)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네트워크중심전(NCW) 성격을 띠게 된 현대전에서 많은 무기체계가 대부분 전자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레이더를 비롯한 감시정찰 무기체계 자체가 넓은 의미에서 전자지원용(Electronic Support) 무기체계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전자적 특성을 인지하거나 파괴하는 전자 무기체계들, 즉  EMP(Electromagnetic Pulse)나 HPM(High Power Microwave) 같은 전자공격용 무기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전자공격을 회피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전자보호용 무기들 역시 창과 방패의 진화처럼 다양화·첨단화돼 가고 있다. 실제로 무기체계 자체는 전자공격과 전자지원이 함께 결합돼 운영되기도 하고 고가의 능동전자주사(AESA)레이더는 이 세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다목적 용도로 제작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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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 GPS 재머

위의 전자전 무기체계들 뿐만 아니라 지휘통신체계를 비롯한 현대의 무기체계는 이미 대부분 컴퓨터 시스템화 돼있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무기체계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사이버정보전의 개념이 융합되면서 현대전에서 정보전자전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대전 자체가 전자전화 되어간다는 점 뿐 아니라 특히 우리의 안보환경에서 북의 현존위협 중 가장 치명적 위협으로 예상되고 있는 비대칭 위협의 하나가 바로 GPS 재밍을 비롯한 전자전 위협이다. 때문에 한반도 전장 환경의 군사위협대비에 있어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항목이 바로 전자전이다. 

우리는 지난 40여 년 간 많은 무기체계들을 연구개발해 전력화했고 해외로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전자전 무기체계 상당수도 국산화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의 전자전 대비 태세는 아직도 여러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보도록 한다. 

전자전 대비에 어울리는 소요ㆍ획득체계 구현을

먼저 전자전 전력을 갖추기 위한 소요·획득 시스템에 대해 냉철하고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군의 전력건설 기본체계에서 형식적인 체계가 아닌 실질적 업무 형태로 미래무기체계에 대한 소요는 각 군내 담당부서를 거쳐 합참에서 총괄·종합된다. 육군의 경우 병과학교를 포함한 교육사에서, 해·공군은 전투발전단에서 이를 수행한다. 이후 합참에서 종합된 소요를 전력화하기 위한 획득업무는 주로 방위사업청에서 수행한다. 

그러나 전자전 무기체계의 경우 소요부터 획득의 각 단계가 각군, 합참의 통상적인 소요라인 이외에도 감시정찰자산을 운용하는 조직인 정보본부와 각 군으로 동시에 분산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합참 차원의 종합 점검과 결정도 전문 인력을 투입, 합동성·기술력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 수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현대전 장비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전자전 장비들은 최첨단 기술이 반영된 복합 무기체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각 군의 소요부서와 함께 그 분야의 특화된 전문 인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나 단순 운용부대인 정보본부의 일반 실무 차원에서 소요의 기본적 업무가 진행되는 현실이라면 세계적 추세를 반영하면서 미래를 바라보는 무기체계에 대한 작전요구성능(ROC)이 제대로 작성되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우리의 미래 전자전 대비에 근본적인 한계이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아직도 소요를 비롯한 전력업무는 합참조직에서도 합동성을 지향할 수 있는 군별 구성이 되지 못하고 있어서 특정군 실무자 및 결정권자의 비율이 월등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요가 각 군별, 더 근본적으로는 각 병과별 전력으로 할당되는 방식으로 배분되는 경향이 일부 있다. 따라서 해·공군이 운용하거나 각 군이 통합적으로 운용해야하는 중요한 전자전 무기체계들이 상대적으로 소요기획문서에 포함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전자전 임무 수행에 필수적인 전자전기에 대한 소요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들 수 있다. 또한 감시정찰을 비롯한 전자지원 무기체계들은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위성에 기반을 두고 운용되고 있지만, 한국군은 위성자산에 대한 군사적 차원의 치밀한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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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전자전 장비

물론 이러한 문제점은 전자전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한국군 무기체계 전력건설의 전체 프로세스에 퍼져있는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실무적으로 한국군은 전장 위협분석과 운영개념의 설정을 처음부터 고려해 합동성에 기반을 둔 하향식(top-down) 소요기획보다 각 제대별, 병과별, 군별 소요를 아래에서부터 취합한 후 합참의 전력부서가 군별 배분을 고려해 취합하는 상향식(bottom-up)방식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전 자산 건설 역시 이 체제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동시에 위와 같은 미래 전자전 자산에 대한 소요체계뿐만 아니라 획득업무에 대한 점검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모든 무기체계 획득사업은 방위사업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상당수 전자전 장비의 획득은 정보기관과 정보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물론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비닉사업의 경우 국익을 고려해 가급적 비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전자전 관련 사업 주관 조직과 부서의 배당이 단순한 조직의 논리가 아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지, 최고의 첨단기술이 적용돼야하는 전자전 장비 획득이 전문성에 기반을 둔 인력과 조직에 따라 수행되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미흡한 점에 대해 신속한 개선이 필요하다.

독자적 위성항법체계 개발 시급

다음으로 우리에게 현존하는 전자전 위협에 대한 재인식과 대비가 필요하다. 전자지원이나 방호와 달리 전자전 공격은 반드시 고가의 첨단화된 기술과 장비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이미 2010년 8월부터 가시화된 북한의 GPS 재밍은 저가의 단순 기술로도 취약한 GPS 신호를 방해해 모든 위치정보에 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GPS 재밍은 단순히 군의 무기체계에 대한 오작동과 파괴뿐만 아니라 이미 GPS에 기반을 둔 무선통신, 선박 운항, 교통 등의 민간 인프라에 일대 혼란을 줄 수 있는 비대칭 위협으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플랫폼, 유도무기체계들의 상당수는 재밍에 강한 군용 GPS 체계가 아닌 상용 GPS 체계를 장착하고 있어서 재밍의 심각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물론 현재 항재밍 기술에 대한 연구와 이를 적용한 무기체계의 개발이 일부 진행 중이고 유사시 국가적 위치기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의사위성체계(pseudolite)개발에 착수하긴 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소요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우리의 기술도 그리 성숙도가 높지 못한 상황이다. 심지어 우리군은 소요과정에서 무기체계에 장착될 항법장비가 군용인지 상용인지에 대한 요구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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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의 프라울러 전자전기

또한 GPS 같은 범지구적위성항법체계가 재밍 위협이나 운용국의 조작 등의 이유로 인해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유럽국가들은 GALILEO, 러시아는 GLONASS, 중국은 베이두 체계와 같이 항법위성을 기반으로 하는 자국중심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지구적(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혹은 국지위성항법체계(Region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등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실정이다.   

물론 우리나라 여건에서 항법위성을 30여 개나 운영해야 하는 전지구적 항법위성체계를 운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반도 권역을 커버할 수 있는 지역항법체(RNSS)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상당수 선진국들은 단지 군사적 목적뿐만 아니라 경제ㆍ산업적 목적으로 민수분야와 함께 국가적 차원의 GPS 재밍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항법위성체계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대비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2010년 8월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GPS 재밍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군뿐만 아니라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범부처적으로 각 관련부처를 통합, 연계하는 감시ㆍ보고체계 및 대응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또한 항법위성을 비롯한 미래 위성자산에 대한 로드맵과 사업주관이 상당부분 군의 요구와 입장이 반영되지 못한 상태로 타부처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방부는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못 하고 있다.

미국의 GPS나 러시아의 GLONASS체계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모두 표면적으로는 위성항법체계의 상용 목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군사적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 차원의 준비가 전혀 없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 향후 GPS 재밍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군과 민이 통합된 국가위기 대응체계를 구축하도록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춰 우리 군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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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의 EP-3 전자정보 수집기

전자전 장비 핵심기술도 우리 손으로

마지막으로 우리 전자전 장비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특히 전자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자지원장비에 대한 국내 핵심기술과 전자신호와 전자파에 대한 기본 데이터 베이스 축적과 구축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된 전자전 장비라 할지라도 내부 핵심부품과 기술은 상당 부분 선진국으로부터 전력화 물량만을 위해 허가받은 EL(Export License)품목으로 향후 개량이나 수출에 심각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물론 전자공격이나 전자보호장비의 적용기술들은 상대적으로 국산화돼 있는 경우가 많으나 전자전의 기본인 전자지원장비 기술의 국산화는 매우 더딘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우리가 국산화한 해군 소나타 장비의 핵심이 되는 고속/고용량 DRFM(Digital Radio Frequency Memory)과 고속처리보드가 모두 도입품목이며 기술 수준 역시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이러한 핵심기술뿐만 아니라 전자전을 수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데이터 구축이 자력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다.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한 통신장비와 전자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주파수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열악한 주파수 환경에서 적의 전파를 탐지하고, 아군과 구분하고, 인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전파를 탐지해 전자지원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 중의 핵심이 바로 아군과 적군의 다양한 전자파 특성을 수록한 데이터베이스, 즉 라이브러리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데이터베이스 중에서 전자지원장비에 장착되는 EPL(Elint Parameter List) 자체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또한 우리 스스로도 아직 미국이 판매하는 데이터베이스 정보의 정확성 및 신뢰성 검증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한반도 환경에서의 전자전 대비에 대한 근본적 제약이 있다. 
위에서 밝혔듯 더 늦기 전에 우리 영토와 국민을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소요과정에서부터 획득, 개발,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자전의 미래 전력건설과 작전운용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대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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