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식탁외교’
미-중 정상 ‘세기의 회담’
만찬으로 첫 공식일정
후진타오와 친밀 행보
민감 문제 솔직한 대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첫 공식일정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촐한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것이었다.
이날 만찬은 다음날 백악관에서 대규모로 열릴 국빈만찬과 달리, 미국 쪽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만 배석하고, 중국도 후 주석 외에 2명만이 참석해 6명이 한 식탁에 둘러앉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중국 쪽에서는 대미외교 책임자인 다이빙궈 국무위원과 양제츠 외교부장이 함께했다. 1997년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장쩌민 당시 주석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던 클린턴 장관이 이번에는 국무장관 자격으로 후 주석을 맞는 것도 이채롭다. 이날 만찬이 열린 장소는 오바마 대통령 가족의 숙소인 백악관 관저 내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이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최대한의 사적인 친밀감을 표시하는 자리로 여겨진다. 미국과의 관계정립이 이번 방문의 최대 목적인 후 주석에게는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공식만찬도 지금까지 인도, 멕시코 정상에게만 마련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국가원수에게 이런 사적인 식사 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주요 국가의 원수들을 텍사스 크로퍼드 개인 목장으로 초청하거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적인 식사 자리를 종종 갖곤 했던 것과 비교된다.
백악관은 이날 만찬에 참석한 후 주석을 배려해 만찬 회담록 작성이나 대화 내용 브리핑 등을 일절 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공식만찬이 아니라 서로 솔직한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갖는 특별한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이 대통령 부부가 함께 만나는 그런 자리가 아니라, 부인들 대신 양국의 외교장관, 최고위급 보좌관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긴장을 완전히 풀고 가벼운 대화나 나누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날 정상회담에서의 일전을 앞둔 탐색전 성격이 오히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첫 만남 자리에 경제를 총괄하는 왕치산 부총리가 빠지고 외교라인만 들어간 것은 미-중이 외교·안보 문제 조율에 비중을 더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두 정상은 이날 만찬에서 양대 강국(G2)으로 부상한 두 나라 관계의 현 상황과 발전방향, 목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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