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빼갔다며…미, 한국 첨단무기 조사한다

이순혁 2011. 11. 21
조회수 29710 추천수 0
커지는 ‘F-15K 부품 해체’ 논란
‘타이거 아이’ 훼손 파장…미 전략무기 수출 제동
군사물자교역통제국, ALQ-200 등 국산무기 조사
차기전투기 FX사업 차질 우려…군, 정보원 색출중

한국과 미국이 지난 8~9월 F-15K 전투기에 장착된 부품인 ‘타이거 아이’ 무단 해체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방위산업(방산) 기술도용 논란이 최근 다른 무기들로 확산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등은 “별문제가 없다”는 공식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미국이 주요 전략무기의 한국 수출을 중지하는 등 파문이 커질 조짐이다.
20111121_1.JPG » F-15K 3호기가 2005년 10월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해 공군의 환영 속에 격납고로 넣어지고 있다. 붉은색 동그라미 안이 타이거 아이 모습(오른쪽 위 는 확대한 사진). 성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기술도용 논란 무기들 미국이 우리나라의 방산기술 도용을 의심하게 된 계기는 ‘타이거 아이’ 봉인훼손 사건이다. 타이거 아이는 F-15K 전투기의 동체 밑에 장착돼 있는 센서로, 밤이나 악천후에도 정확하게 폭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미국은 지난 8월 국무부 부차관보를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한국으로 보내 을지훈련 중이던 공군 고위관계자들을 불러내 ‘타이거 아이를 무단으로 분해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에 공군은 ‘타이거 아이를 항공기에 장착할 때 봉인이 손상된 것’이라며 맞섰다. 이어 9월에는 한·미 공동조사단이 꾸려져 활동에 나섰는데, 방위사업청은 최근 “조사 결과 분해했다는 징후를 찾아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소식통은 “한국은 ‘우리가 뜯어봤다’는 증거를 대라고 했는데 미국은 ‘정보원이 노출될 수 있다’며 증거를 내놓지 않은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 쪽 설명에 수긍한 게 아니라 (두 나라 정부가) 각기 다른 결론을 내린 셈”이라고 말했다.

타이거 아이 사건이 계기가 됐을 뿐 미국 쪽의 불만은 이전부터 누적돼 왔다는 분석도 있다. 엘아이지넥스원이 생산하고 있는 외장형 전자방해장비 ‘ALQ-200’이 대표적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전투기 하단에 부착돼 적 미사일에서 나오는 전파를 탐지하고 이를 교란시키는 전자무기 ALQ-200을 자체기술로 개발했다고 홍보했지만, 미국은 자신들의 기술을 도용한 제품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이 기술의 파키스탄 수출을 추진하자, 파키스탄의 중국제 전투기에 장착될지 모른다는 점에 미국은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고 결국 수출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 전략무기 한국 수출 제동 타이거 아이 봉인훼손 조사팀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 관련 의혹을 백악관과 의회에 보고했고, 그 결과 전략무기의 한국 수출이 중지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도입 논의가 진행됐던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수출에 미 의회가 제동을 건 게 대표적이다. 미국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수입하지 못하면 무기개발 자체가 어려운 국내 방산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 업체는 고위 임원을 미국으로 보내 자사 제품의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쪽에 수출 승인을 해달라고 통사정했으나 헛걸음만 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군 안팎에 퍼졌다.

여기에 미 국무부 산하 군사물자교역통제국(DDTC)이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선전해온 주요 무기들의 기술도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최근 결정했고, 이에 따라 주한 미 대사관 상무과 등이 현재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논란이 됐던 전자방해장비 ALQ-200과 함께 K1A1 전차의 사격통제장비, 다연장로켓(MLRS) 체계, 청상어와 홍상어 어뢰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가 운영하는 군사전문 웹진인 ‘디펜스21’을 통해 타이거 아이 봉인훼손 논란을 처음으로 보도한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은 “한국에 무기는 팔지만 기술은 못 내준다는 미국 쪽 기조에 방사청과 국방과학연구소의 허술하고 안이한 태도가 겹치면서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며 “내년 차기전투기 도입(F-X) 사업에서 한국 쪽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후유증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타이거 아이의 봉인훼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던 것과 관련해 미국 쪽 정보원의 존재도 논란거리다. 한국군 핵심 무기를 운용하는 곳에 미국이 심어놓은 ‘빨대’가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기무사령부와 국가정보원도 정보원 색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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