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국정원 인도네시아 첩보전’ 관련 대령이 사건당일 보고
헌병은 수사 준비하다 중단, ‘국정원 연루’ 알고 덮은 듯
국정원 직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군이 사건 당일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그러나 애초 “(지난 18일 밤) 언론보도 전까지 사건을 몰랐다’고 시치미뗀 바 있어, 군이 말바꾸기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묵는 도중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침입했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1961호실. 22일 오후 호텔 직원들이
청소를 하느라 문이 열려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인도네시아 주재 우리 국방무관(육군 대령)이 16일 밤 11시15분께 경찰에 신고한 뒤 자정 가까이 돼서 국방부에 사건 개요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날 ‘우리 무관이 신고 사실을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지휘계통에 있는 극히 일부만 (이 사실을) 참고로 알고 있었다”고 해명한 뒤 “국방부와 무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관진 국방장관에게도 보고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 내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무관은 국방 관련 사안이 아니고 단순히 신고만 대신 해준 것으로 생각하고, 별도 조처나 보고 없이 19일 근무지인 인도네시아로 출국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사건 당일 무관의 보고를 받고도 “언론 보도 전까지 몰랐다”고 설명한 것은 ‘국정원과 영역 다툼을 벌이던 기무사가 이 사건을 외부에 알렸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 등 일부에서는 국방무관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군이 이미 다른 경로로 국정원의 숙소 침입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은 “국방부가 기무사를 통해 16일 오후 6시쯤 사건 개요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기무사는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 수사기관인 헌병이 이번 사건을 조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군이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으며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군 소식통은 이날 “사건 발생 직후 헌병 조직에서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나름대로 수사하려고 준비했다가 얼마 뒤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애초 헌병은 특사단에 인도네시아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포함돼 있고, 고등훈련기(T-50) 수출 관련 내용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등 군 관련 사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헌병 조직의 군 관련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부서가 사건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병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사건을 덮은 것은 국정원 직원이 관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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