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스파이들”

2011. 0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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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문자 그대로 ‘비호감’, ‘기피인물’이다.

외교가에서 ‘기피인물’은 수교국에서 파견된 특정 외교관의 전력이나 비우호적 행위 탓에 주재국으로부터 신임을 거부당한 인물을 말한다. 이 통고를 받은 외교관은 ‘아그레망’(사전 동의)이 거부돼 본국으로 소환되거나 추방당한다. 기피인물 선언의 가장 큰 구실이 ‘간첩 활동’이다.

독일 역사학자 볼프강 라인하르트가 쓴 <거짓말하는 사회>(플래닛미디어, 2006)에 따르면, “비밀첩보활동을 암묵적으로 합법화하는 현상은 1860년대 이후로, 대사관의 무관 설치를 시작으로 이뤄졌다. 외교관과 스파이의 경계는 불분명해졌고, 군사정보의 교환은 평화를 유지하는 활동으로 간주했다.”

각국 정보기관이 국외로 파견하는 첩보요원은 ‘화이트’와 ‘블랙’으로 나뉜다.

화이트 스파이는 상대국에 공식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되는 무관들이나 정보기관원이다. ‘오피셜 커버’(공식적 위장)라고도 한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공인 스파이’인 셈이다. 대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만큼 활동에 제약이 따르며, 문제가 생길 경우 기소되지 않고 추방된다.

블랙 스파이는 신분을 감춘 채 기업인이나 관광객 등으로 위장해 암약하는 비밀 스파이다. 공식적인 신분이 없으므로 첩보활동이 적발되면 간첩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다. 파견국은 이들의 존재를 부인한다.  

근대 이후 가장 유명한 스파이는 ‘세기의 팜파탈’ 마타하리(1876~1917)다. 네덜란드 출신의 댄서였던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총살됐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파이 사건은 로버트 김(왼쪽 사진) 사건(1996년)이다. 미 해군 정보국 분석관이던 로버트 김은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무관이던 백동일 대령에게 미국의 군사기밀을 건넨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백 대령은 공식 외교관 신분이어서 기소를 면하고 추방됐지만, 로버트 김은 실형을 선고받아 8년을 복역했다. 올해 6월엔 리비아 주재 한국대사관 소속 국가정보원 직원이 북한 관련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수집하다가 간첩활동 혐의로 추방당했다.

바로 지난주에는 영국 하원 국방특별위 소속 마이크 핸콕 의원의 금발 미녀 보좌관(오른쪽)이 러시아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핸콕 의원은 최근 몇 주 동안 정부에 핵무기 목록, 잠수함 위치 등 민감한 국방기밀에 관한 질문들을 던졌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모스크바 주재 루마니아 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일하던 루마니아 정보기관원을 군사기밀 수집 혐의로 체포해 추방했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1년 3월, 미국과 러시아는 상대국 외교관을 무려 50명씩이나 맞추방하는 힘겨루기를 벌이며 냉전시기를 방불케 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무려 25년간 방첩업무를 맡아왔던 베테랑 요원인 로버트 핸슨(가운데)이 1980년대 중반부터 변절해 러시아 스파이로 활동해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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