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기관, “북 핵무기는 전쟁 억지용” 평가

김보근 2011.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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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퍼 미 DNI 국장 “북 대포동 미국 본토 도달 가능” 주장도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북한 당국이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미국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월16일(미국시각) 상원 정보위에 제출한 연례 안보위협 보고서에서 북한의 위협을 이렇게 평가했다.

 

20110216 제임스 클리퍼.JPG

▲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월10일 다른 정보기관 대표들과 함께 연례 안보위협을 보고하기 위해 미 의회에 출석한 모습을 <미국의 소리>가 보도하고 있다.
 

  

그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1998년 대포동1호 발사에 이어, 2006년과 2009년 대포동2호를 발사하면서 기술력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 번에 걸친 대포동 2호의 발사는 실패했지만, 2009년 발사에서는 2006년 때보다 보다 완벽한 수행력을 과시했다”며 “대포동2호가 대륙간 탄도탄 형태로 조정됐다면, 적어도 미국 영토의 한 부분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군사적 패배를 당하거나 통제력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상실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이 개발한 핵무기 등을 미군이나 미국 영토에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전쟁억지력, 국제적 위신 제고용, 고압적인 외교용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 아래는 미 연례 안보위협 보고서 내용 중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험성을 평가한 부분에 대한 번역본이다.

 

미국 정보기관들의 세계적 위협 평가

2011년 2월26일

 

확산

 

여러 국가들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거나 획득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우리나라의 안전과 우리가 파견한 군대, 그리고 우리의 동맹국에 주요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핵 확산에 대한 위협이나 이를 불안정하게 하는 요소들은, 현재나 미래의 핵개발에 쓰일 수 있는 핵물질과 핵기술 확산에 대한 위협과 함께, 우리들의 가장 주요한 관심사다.

 

전통적으로 국가들에 의한 생물학적 무기, 화학적 무기, 그리고 핵무기 사용은 외교적 그리고 군사적 억지력에 의해 제한돼 왔다. 그러나 이런 억제는 테러 집단이 이들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는 데는 보다 덜 효과적이다. 더욱이 몇몇 나라만이 가장 위험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었던 시기는 한참 지나버렸다.

 

생물학적, 화학적 물질과 기술들, 이들은 거의 대부분 군용과 민수용으로 함께 쓰이는데, 세계화한 경제에서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을 디자인하고 사용하는 전문 과학자들도 마찬가지다. 생명과학의 최신 성과들도 놀라운 속도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우리들은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많은 나라들이 다음 10년 동안 그들의 기술력과 자급 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평가한다. 또 현재 핵무기, 화학적 무기, 생물학적 무기나 혹은 그 필요 물질과 기술들을 가지지 못한 많은 나라들도 그런 물질과 기술들을 획득할 것이다.

 

테러그룹이나 모반그룹도 스스로 혹은 중간상을 통해서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들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국가에 의한 대량살상무기 확산이라는 맥락에서, 우리들은 화학·생물·방사능·핵(CBRN) 물질을 의도적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지원하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

 

평양의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은 동아시아 안보환경에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및 그와 관련된 물질을 이란과 시리아 등 몇몇 나라에 수출하는 것과, 시라아에 핵 원자로 건설을 지원한 것(이 원자로는 2007년에 파괴됐다)은 북한의 확산 활동의 범위를 보여준다. 북한이 핵 물질과 기술, 방법 등을 확산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확약한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이 다시 핵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경고를 유지하고 있다.

 

20110217 영변.JPG

▲ 2009년 6월 북한 영변의 5MW 흑연감속로의 연료봉을 제작하던 연료성형공장(왼쪽 사진)이

2010년 11월 우라늄 농축시설(오른쪽 사진의 파란색 지붕 건물)로 바뀐 것을 보여주는

 미국의 위성사진업체 ‘디지털글로브’의 위성 사진들.

 <원자력과학자회보> 누리집 갈무리

 

우리는 북한의 두 개의 핵 장치를 시험했다고 판단한다. 북한의 2006년 10월 핵 실험은 우리의 오랜 평가, 즉 북한이 핵 장치를 생산했다는 것과 일치한다. 다만 우리는 그 핵 실험이 부분적으로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2009년 5월의 핵 실험이 유망한 그 실험도 우리의 평가 즉,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TNT 2킬로톤과 등가의 핵물질을 생산했을 것이라는 평가와 일치한다. 이는 2006년의 핵실험보다 명백히 성공적인 것이었다. 비록 우리는 북한의 두 개의 핵 장치를 실험했다고 평가했지만,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그럴 능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2010년 10월에, 북한 관료는 미국인 방문자에게 “북한은 전력생산을 위해 자체 경수로(LWR)를 건설중”이라고 말했다. 그 경수로는 100 메가와트 열량의 발전용량을 가지며 2012년을 완공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 관료는 또 그해 11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 방문자에게 “북한은 이미 영변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했으며 이를 가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 시설이 저농축우라늄(LEU)을 생산하고 경수로의 연료 생산을 돕도록 기획됐다고 밝혔다. 미국인 방문자는 영변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이라고 밝힌 대규모 핵연료봉 생산단지를 견학했다.

 

북한은 더 나아가 이 시설은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추고 있으며, 이 것들은 소형 경수로에 연료로 쓰일 저농축우라늄(LEU)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것은 미국의 오랜 평가, 즉 북한이 우라늄 농축 능력 개발을 추진한다는 평가를 지지한다.

 

우리는 북한이 북한 관료가 선언한 그 짧은 기간(20개월 미만)에 영변의 농축시설을 건설하고 작동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만일 외부의 도움이 없었거나 사전에 광범위한 연구, 개발, 테스트 등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렇다는 것이다.

 

20110217 대포동 1, 2호 비교.JPG

▲ 대포동 1, 2호의 제원 비교

 

그 시설 규모와 과정 등에 기초해볼 때, 북한은 오랜 기간 농축을 추진해왔다고 볼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북한이 그 지역에 R&D 센터나 원심분리기 제조시설 등 다른 우라늄 농축 관련 시설을 지워왔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다른 지역에 다른 생산규모의 시설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분석가들의 의견이 다르다.

 

1998년 대포동1호 발사 뒤, 북한은 대포동2호를 2006년에 발사했으며, 최근에는 2009년 4월에도 발사가 있었다. 비록 북한은 조그만 통신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애초 미션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북한은 대륙간탄도탄(ICBM)과 관련한 많은 기술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 비록 두 번에 걸친 대포동 2호의 발사는 실패했지만, 2009년 발사에서는 2006년 때보다 보다 완벽한 수행력을 과시했다.

 

대포동2호 발전에서 보인 북한의 진전은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우주 발사체를 보유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준다. 만일 대륙간 탄도탄 형태로 조정됐다면, 대포동2호는 적어도 미국 영토의 한 부분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 대포동2호와 그 관련 기술도 역시 수출됐을 수 있다.

재래 군사력의 열세 탓에, 북한 지도부는 전쟁 억지력과 방어력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전쟁억지력, 국제적 위신 제고용, 고압적인 외교용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을 매우 제한된 환경에서만 사용할 것으로 사용을 고려할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또, 비록 신뢰성은 낮지만, 만일 북한이 자기 체제가 군사적 패배 상황에 몰려 있거나, 되돌릴 수 없는 통제력 상실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보지 않는 한, 핵무기를 미군이나 영토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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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근
한겨레신문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북한문제 및 한반도 주변정세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배고파요 오마니!’ ‘연변의 쉰들러’ 등 북한 식량난 문제를 표지이야기로 쓰는 등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 왔습니다. 박사논문으로 <북한 천리마 노동과정 연구>(2006년)을 썼으며, 엮은 책으로 <봉인된 천안함의 진실>(2010년), 공저로는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2008), <남북연합 형성ㆍ운영의 거버넌스>(2008) 등이 있습니다.
이메일 : tree21@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peace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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