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한-몽골 : 불명확한 미래 꿈 보다 실질적 협력 사업이 필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3개의 협력공간
<발문>
지금 유라시아 대륙은 중러의 전면적 협력을 배경으로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중국, 시베리아 극동,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계하는 유라시아 교통 물류 및 에너지 협력은 올해 들어 시진핑 정부의 신실크로드(일대일로) 액션 플랜 및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설립 등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집권 3기 푸틴 대통령 또한 신동방정책으로 동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개발 역시 동북아 및 아태 지역을 철도와 에너지망으로 연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이 모두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새로운 기회이자, 경제 침체 내지 저성장에 빠져든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정부는 2014년 12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로드맵’을 확정하고, 2015년 2월 범정부적 협의․조정기구인 ‘유라시아 경협조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떤 관점에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협력을 구체화할 것인가?
지난 12월 9-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제주도 서귀포 롯데호텔에서 ‘유라시아 시대 한·유라시아 협력의 미래 비전’ 이라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공동으로 유라시아 지식네트워크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 세미나는 그 답을 찾아보는 자리였다.
몽골, 러시아, 중앙아 등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틀에 걸쳐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 발전해 온 한·몽관계, 한·러 관계와 더불어 한·중앙아 협력의 방향을 토론함으로써 지정학적 관점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이들 세개의 공간에서 각기 어떤 접근방법과 관점을 견지하고 어떤 정책목표를 세워야 할지를 보여줬다. 발표 토론 내용을 네번에 걸쳐 정리했다.
이번 세미나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다.
-몽골: 바트-에르데네(Badmaanyambuu Bat-Erdene) 국회의원(전 몽골대통령 후보), 간바타르(Sainkhuu Ganbaatar), 우양가(Gantumur Uyanga)국회의원, 라왁자브(Baatarjav Lkhagvajav) 몽골상공회의소 회장, 라왁수렝( Khugulbuu Lkhagvasuren )칭기즈칸대 총장, 바투르 (J.Battur) 몽골국립대 국제관계대학 한국학과장
-러시아: 파벨 카도츠니코프(Pavel Kadochnikov) 무역아카데미 부총장, 세르게이 루코닌(Sergey Lukonin)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원(IMEMO) 중국연구센터 소장,,발레리 슬라빈스키 (Valeriy Slavinskiy) 가스프롬은행 제1 부총재
-중앙아시아: 무라트백 임마날리예프(Muratbek Imanaliev) 키르기즈 특명전권대사 ( 전외교장관, 전 상하이 협력기구사무총장)
예브게니 홍(Yevgeniy Khon)카자흐스탄 전략연구소 경제연구팀장 등이 참가했다.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일형 원장, 이재영 구미·유라시아실장, 정여천 러시아·유라시아팀 선임연구위원, 박정호 러시아·유라시아팀장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안세영 이사장,최일송 한-중앙아협력포럼 사무국 준비위원장(전 루마니아대사),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 김기선 한국외대 교수(몽골어학과장), 김석환 한국유라시아연구소장, 김홍진 순천향대 부총장(전 한국몽골학회장), 박상남 한신대 교수, 백준기 한신대 교수, 성원용 인천대 교수,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이상목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과장, 장덕준 국민대 교수, 조병학 가천대 교수(한국몽골학회장), 한홍렬 한양대 교수, 홍완석 한국외대 교수
<목차>
1.왜 유라시아인가-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평가 및 전망
-3명의 러시아 전문가에 비친 유라시아의 역동적 변화와 유라시아 시대의 과제
2.한-몽골 : 불명확한 미래 꿈 보다 실질적 협력 사업이 필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 러시아 일본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
3.한-러시아: 유라시아 경제연합과의 FTA 남북러 가스관 등 에너지 협력 추진
4.한-중앙아 :러시아와 중국의 신뢰공간에 바탕한 새로운 협력모델 필요
몽골과의 수교 25주년
몽골은 중앙아시아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 90년 소련과의 수교 이전에 한국과 처음으로 수교한 특별한 관계에 있다. 중국,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시아의 공산주의 국가들 가운데서도 처음이다. 또한 한국과 몽골의 수교 당시의 몽골인민혁명당(현재 국민당)내부 문서에 의하면 외국과 수교할 때 소련과의 사전 협의나 동의 없이 수교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바투르 (J.Battur) 몽골국립대 교수(국제관계대학 한국학 과장)는 유창한 한국말로 몽골이 한국과 수교할 당시 한국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당시 인민혁명당 문서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전했다. “급속한 발전을 이룬 아시아의 호랑이(Tiger) 국가, 많은 공동 공장 설립이 가능한 파트너 국가, 몽골을 아주 많이 도와 줄 수 있는 국가, 시장 경제 시스템의 경험이 풍부한 국가”. 또 이들 문서에는 일본 대신 한국과 먼저 수교한 데 대해서도 “앞으로 일본은 몽골인민공화국의 서구국가들에 대한 경제 협력 분야에서 독점권을 가지고, 자기의 조건을 강요하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니 한국과 무역 및 경제 협력을 활발히 하여 한국을 일본의 경쟁자로 둘 수 있는 것은 몽골에게 이익이 있다”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1991년 10월에 페 오치르바트(Ochirbat) 몽골 초대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을 가졌을 때 대규모 투자 및 공장의 공동 건설 등을 제안했다. 당시의 회의록을 보면 소련과 마찬가지로 경제 모든 분야에서 투자 유치, 공장 설치, 광산 개발 뿐만 아니라 현재 최고수준의 양질의 코크스 탄광인 타반톨고이(Tavan tolgoi) 광산 공동개발을 비롯해 에르데넷(Erdenet) 구리광산에서 연간 10만톤 구리를 제련하는데, 그 가운데 2만-3만톤의 구리를 주조(鑄造)하고 구리 제품을 생산하는 공업단지를 설립하는 계획에 참여하는 방안도 있었다.
'서로 바라만 보며 기다리는 상황'
그러나 현실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특별한 인연으로 시작된 한-몽 수교 25주년의 협력관계는 기대에 못미쳤다. 몽골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갔으며 몽골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는 2014년 기준 몽골은 한국의 76위 수출상대국이자 120위 수입대상국인 반면에, 몽골에게 한국은 5대 수출대상국이자 3대 수입대상국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몽골의 3위 교역대상국이라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점점 감소하고 있는 양국간 교역 추이도 이를 반영한다. 1990년 한국과 몽골이 수교한 이후 양국간 교역량은 조금씩 증가하다가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확대되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2009~2010년 교역량이 약간 감소했으며, 2012년 몽골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바투르 교수는 25년이 지난 지금 “양국은 서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나라 사이에서 몽골의 천연자원과 한국의 첨단기술이 상호 보완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은 많았으나 실제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몽골의 천연자원이 한국에 수출된 것이 없고, 몽골에서 한국의 첨단기술이 정착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4년에서 2014년까지 한국의 대몽골 직접투자 누적총액은 3억 8,420만 달러였는데, 이는 동 기간 동안 한국의 총 해외투자 금액의 약 0.1%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었다. 한 몽골간의 현안으로 지적돼 온 비자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또한 몽골과 한국의 정상회담 및 정부간 회담의 회의록을 보면 “비자 조건 완화” 문제가 부탁, 요청, 어떤 때는 강요 등으로 매우 빈번히 나타난다면서 양국의 협력 관계가 다만 비자 문제로 평가되고, 현안이 비자문제만 있는 것처럼 대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투르 교수는 “지난 25년 동안 학자들 가운데 중에 양국 관계를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것인가라는 연구는 최근까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국가 정책을 마련하는 사람들은 현실 상황에 맞지 않고, 불확실한 정책을 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제 협력관계에 대한 화려한 그림 대신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한 때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발전 및 협력 강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거창하지만 헛된 내용이나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불명확한 미래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고 1년 그리고 5년간에 개발이 가능한 사업에 대해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몽골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구미․유라시아실장도 지난 25년 동안 추진된 한국과 몽골의 양국 경제협력은 정치 및 사회문화 협력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 실장은 “25년 동안 양국간 협력은 상호 보유하고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했다”면서 “유라시아 대륙이 국제 정치 및 경제적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이제 한국은 몽골과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수준의 협력단계로 접어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를 위해선 양국간 전략적 협력의 확대와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몽골은 한국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목표로 하고 있는 유라시아 교통물류, 에너지자원, 통상 네트워크 구축에서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는 국가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대몽골 투자진출에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건설부문에 대한 진출이 보다 확대되고, 소규모 제조업 및 농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 기존의 요식업 및 서비스업 위주의 투자협력 패턴에서 벗어나서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본격적인 참여, 중소기업 진출확대 등 새로운 협력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몽골 경제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광업 분야, 교통인프라 및 건설 분야, 농업 및 축산업 분야 등에 대한 투자가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는 관광산업 분야 역시 유망한 협력 분야로 꼽힌다면서 이를 위해선 다른 노선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한국과 몽골 간 항공료의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몽골이 직면한 과제와 경제 전망
광물 자원 투자 등 한국의 몽골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이뤄지려면 바투르 교수가 지적하고 있듯이 현재 몽골이 직면한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몽골이 필요로 하는 것과 일치되는 구체적인 사업이 돼야 할 것이다.
현재 침체된 몽골경제의 활성화에 관건은 몽골 최대 구리 금광산인 오유톨고이( Oyu Tolgoi, OT) 및 세계적인 규모의 석탄 광산인 타반 톨고이(Tavan Tolgoi TT)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를 통한 생산 수출 확대이다. 지난 2013~2015년 기간 외국인 투자(FDI)의 급격한 감소는 몽골 경제 위기의 주범이었다. 코트라의 2016년 몽골 경제전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몽골의 외국인 투자는 226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으며, 2012년과 비교할때 2014년 외국인 투자는 91%나 급감했다. 몽골 경제는 2011년의 경우 17%에 이르는 고성장을 기록했으나 외국인 투자 유치 및 통화재정 정책 실패 등으로 2014년 7.8%로 떨어진 뒤 2015년 3~4%(추정치)로 추락했다.
국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자원수출 의존 경제인데다 대부분의 석유를 수출하지만 가솔린을 수입하는 등 육류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하고 있는 몽골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 급감은 외환보유고 하락 → 환율 상승 → 물가 상승 → 소비 위축 →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그동안 몽골은 지분 비율 및 세금 문제 등을 둘러싼 오유톨고이 광산의 2차 투자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는데 주력해 2015년 5월 몽골 정부-이 광산에 투자한 호주의 리오 틴토(Rio Tinto) 간 분쟁 해결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리오 틴토는 세계적인 노천광인 오유톨고이 구리광산의 2단계 개발투자(지하채광)를 위해 5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몽골 국내총생산의 거의 절반수준에 이르는 규모다.
오유톨고이(OT) 및 타반톨고이(TT)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이 재개된다면 몽골 경기가 점차 회복세를 띨 것으로 전망해 왔다. 직접적으로 광산 개발에 필요한 각종 건설기계류 수입 확대, 소비심리 회복에 따른 각종 소비재 수입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반 톨고이 석탄 광산 프로젝트 등은 중국으로의 수출 문제 등을 둘러싼 철도 건설의 운영권 및 중국계 자본 등 외국계 자본의 몽골 자원 지배에 대한 우려로 차질을 빚어왔다.
집권 민주당은 표류 중인 대형 광산프로젝트 계약 건, 환율상승에 따른 경기 위축 등 굵직한 경제현안을 신속히 해결하려 했다. 2014년 말에는 제1 야당인 인민당과 연립 내각을 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 당파의 이해충돌로 의사결정이 지연되자 2016년 6월의 총선을 앞두고 지난 9월 연립내각을 해체하고 민주당 주도로 주요 정책의 방향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근소한 승리가 점쳐지고 있고, 민주당이 계속 집권할 경우 과거 집권당인 인민당에 비해 우호적인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업은 몽골 GDP의 약 20%, 산업총생산의 약 60%를 차지한다. 그런 점에서 몽골은 자원가격 하락 등 세게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광산업 부흥의 파급효과 즉 무역·제조·서비스 등 타 분야 경기회복에 따른 각종 소비재 수입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을 전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게도 긍정적이다.
출처: KMI <중국물류리포트> 2014년 7월 29일 제14-9호
몽골을 사이에 둔 가스관 철도망 연결과 트랜짓 몽골리아의 가능성
몽골의 발전 전략 트랜짓 몽골리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입각한 몽골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중국, 러시아, 일본 사이의 몽골을 둘러싼 경쟁과 협력, 견제와 균형의 지정학적인 경쟁과 각축이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몽골은 내륙국가다. 바다가 아예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몽골은 6000여 곳의 광물자원 매장지에 석탄, 구리, 금, 우라늄, 형석, 철광석, 석유등 80여종의 광물로 자원 부국이라는 축복을 받았지만, 또한 가장 축복받지 못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그것도 남과 북으로 8천1백여㎞에 이르는 국경선에 걸쳐 거대한 중국과 러시아에 에워싸여 포위돼 있다. 당연히 두 나라의 입김이 거세다. 중국은 몽골 수출입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볼 때 몽골의 자원을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러시아는 무역상대국 2위지만 그 비중은 15% 수준으로 중국에 비하면 크게 낮다. 하지만, 러시아는 몽골의 몸통을 쥐고 흔들 수 있다. 몽골은 석유를 수출하지만 정유시설이 없어 휘발유와 디젤 등은 비싼 값을 주고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전력의 상당부분도 러시아에 의존한다. 무엇보다도 러시아는 몽골의 기간 철도인 몽골종단철도를 만든 장본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몽골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발전전략을 담은 것이 ‘트랜짓(Transit) 몽골리아’ 이다. 이는 “몽골을 내륙(에 갇혀 있는) 국가(land-locked)에서 내륙(을 연계하는)교통망 국가(land-linked)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북쪽엔 광활한 대륙의 북쪽 먼길을 돌아 시베리아를 횡단해 유럽으로 가는 세계 최장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남쪽엔 세계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성장엔진을 달고 고속철의 빠른 속도로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라시아대륙으로 질주하는 중국횡단열차(TCR)가 있다. 외롭고 가는 선이지만 몽골종단철도는 이 둘을 남북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통과(트랜짓)수송을 극대화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경쟁과 갈등에서 3각 협력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몽골을 둘러싼 중러일의 경쟁적 접근
2014년 9월 타지크스탄 두샨베에서 열린 중국 몽골 러시아 정상회담
몽골이 중국, 러시아와의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한 이유이며, 몽골은 2014년 몽골 중국 수교 65주년 및 두나라 친선협약 체결 20주년 그리고 몽-소가 일본의 침략에 대응했던 할힌골 전투(노몬한 전투) 승리 75주년을 맞이해 두 정상을 동시에 초청했다. 그리고 2014년 8월 하순 시진핑 중국 주석과 9월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잇따른 방문을 계기로 지난 2008년 발표한 ‘트랜짓 몽골리아’ 비전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지도자로는 11년만에 몽골을 찾은 시진핑 주석은 8월21일 몽골국회 연설을 통해 ‘좋은 이웃은 천금을 줘도 바꾸지 않는다’는 성어를 거론하면서 “중국은 몽골을 비롯한 주변국에 함께 발전하는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메시지는 매우 강했다. “여러분이 ‘중국의 발전’이란 기차에 함께 올라타는 것을 환영한다. 특급열차도 좋고 무임승차를 하는 것도 모두 환영한다”.
시진핑-엘벡도르지 두 정상은 회담에서 무역, 에너지, 인프라, 금융 등 분야에서 26건의 협력에 합의했으며, 이 가운데는 30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석탄 개발 협력 이외에 철도, 고속도로, 출입국 사무소, 철광, 광산, 석유, 전력, 자동차 등 분야별 협력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또 이를 통해 양국은 오는 2020년까지 교역규모를 1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시진핑 주석은 몽골의 숙원 사업이었던 바다로의 출구와 관련해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화둥 지방과 동북 지방의 항구를 개방해 몽골쪽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몽골이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중국 동북지역 항구들로, 랴오닝성 단둥, 다롄, 진저우, 잉커우, 허베이성 친황따오, 황화 항 등 6개항이 제시됐다
푸틴 대통령도 시진핑에 이어 9월3일의 몽골 방문에서 몽골 육류 제품의 러시아 공급확대 등 2020년도까지 두나라 무역규모를 100억 달러까지 확대시키기로 했다. 이는 2013년 몽골의 국내 총생산 규모가 114.5억달러인 데다 러시아와 몽골의 무역규모가 16.23억달러로 중국(55.33억달러)의 3분의 1에 못미친다는 점에서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에 앞서 알탕후약 몽골 총리는 푸틴의 몽골 방문에 앞서 러시아를 방문해 몽골이 러시아와 중국,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할 도로, 철도, 가스관, 에너지망, 석유 운송의 중추점이 될 수 있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협의했다. 바트바야르 경제개발부장관은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과 회담 시 5개 통과수송 노선 지정에 대하여 논의했으며 이를 ‘초원로’ 사업으로 명명했다”고 몽골 언론은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두 정상은 철도 현대화 작업(8억9천만달러 규모)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울란바토르철도(UBTZ)’ 개선 및 발전 전략파트너십에 관한 몽골 도로교통부와 러시아철도회사 간 협정에 따르면, 몽골횡단철도를 2020년까지 복선 철도화 하기로 했다. 중국 러시아 두 정상의 몽골방문 직후인 9월11일 세나라는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상 처음으로 3국 정상회담을 열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 회담에서 중국-러시아-몽골의 3국 발전에는 전략적 합일점이 많아 중국이 제안한 실크로드 경제벨트 건설 구상안에 러시아와 몽골 측은 적극 호응을 보였으며, 중국은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러시아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철도와 몽골의 초원길 제안과 함께 연관시켜 삼국 경제회랑을 건설해 철도와 도로 등의 상호연계를 강화하고 통관 및 운송의 편리화를 추진하며 국경운수 협력은 물론 3국 간 전력망을 건설하는 문제도 연구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015년 7월 9-10일간 엘렉도르지 대통령은 러시아 우파(Ufa)에서 또 다시 열린 15차 상하이 협력기구 및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몽·러·중 정상회담을 열어 3국 중기협력 발전계획을 협의했다. 구체적으로는 3국 경제회랑 추진 양해 각서, 관세인하 등 3국 관세청간 양해각서, 국경지역 개발협력관련 협정서 등이 합의됐다. 몽골 대외무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경유하여 제3국 시장에 수출하는 몽골의 광물, 농축산물 등 수출 상품의 신속한 통관은 핵심 문제다. 또한 이 회담에서 몽골은 중러와의 3국 협력사업으로 천연가스 및 석유 파이프라인 통과, 몽골국내 소비용 러시아, 중국의 전력 수입 기준금 안정화 및 가격 인하 등을 비롯해 기간산업, 투자 사업을 시행할 경우 사전 타당성 조사 및 투자 유치를 관리할 연구센터를 울란바타르에서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또한 2010년에 이어 5년 만에 11월 중국을 공식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몽골 경제는 석탄을 비롯한 광물자원의 수출에 의존하는데 수출의 90%를 중국 통해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역사적 뿌리가 깊은 국민적 반감, 일방적인 경제적 의존에 대한 경계감 등으로 몽골은 전통적인 러시아와의 우호협력 강화와 함께 일본과의 경제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처음으로 경제동반자협정(EPA)협정을 체결한 것은 몽골의 이런 입장과 함께 일본의 중국 견제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앞서 지난 10월 22일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16년 봄에 EPA를 발효하는 등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양국 관계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입각한 몽골과의 협력관계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 사이의 지정학적인 경쟁과 협력 견제의 구도 위에서 한국이 또 다른 협력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분명히 하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몽골-무엇을 할 것인가
이재영 유라시아 실장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입각해 한 몽골간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제도적 틀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양국간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비롯한 고위급 인적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며,기존의 한-몽 자원협력위원회를 ‘한-몽 산업자원통상협력위원회’로 확대 개편하여 양측 수석대표를 기존의 국장급에서 차관급 또는 장관급으로 격상하여 산업협력 및 통상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몽골의 잠재적 및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이행의 거점 조성 차원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2015년 2월 일본이 몽골과 최초로 일종의 자유무역협정인 경제동반자협정(EPA)를 체결하였으며, 현재 몽골의 경제규모와 양국간 교역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성과나 경제적 실익은 미미하겠지만 장기적인 대몽골 자원외교 지원 차원 및 정치 안보적 이익 등 전략적 차원에서 볼 때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투르 교수가 지적했듯이 이 실장 역시 한국과 몽골 양국에서 상대국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관련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한국과 몽골에서 산․관․학이 참여하는 ‘한-몽 협력포럼’과 ‘몽-한 협력포럼’을 구성하여 상호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한국의 기금으로 몽골내 가칭 ‘한국-몽골 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정보수집 및 인적 네트워크의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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