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구조개편…육·해·공 불신속 지휘권 다툼

이순혁 2011. 0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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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열려…한쪽선 해·공군 반대 행사 예정


합참의장이 3군 참모총장 직접 지휘로

조직개편보다 진정한 합동성 강화 절실

"합참이 종종 황당지시" 전문성 문제도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는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국방개혁 307계획’의 흔들림 없는 추진과 군의 단결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서울 대방동 해군회관에서는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전직 해·공군 참모총장 10여명이 모임을 할 예정이다. 여러모로 대조적인 두 행사를 두고 군의 한 관계자는 “군이 국민 앞에 우스운 모양새를 보이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군 상부구조 개편, 무엇이 문제이기에 이렇듯 논란이 계속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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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 모습


■ “지휘체계 일원화, 전투중심 군대로” 현재 우리나라 군의 지휘와 운용은 군령(작전지휘)과 군정(인사·군수 등 작전지원)으로 나뉘며, 군령권은 합참의장이 군정권은 각군 참모총장이 행사해왔다. 그런데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참모총장을 군령계선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단일한 작전지휘 체계를 갖추고,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 뒤 강조하는 ‘전투 중심 군대’라는 구호와 연결된다. 군의 존재 목적을 고려하면 전투·작전지휘권자(합참의장)에게 힘이 실려야 하지만 현실은 인사권자(각군 참모총장)에게 무게추가 쏠렸는데, 이를 개선해야겠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전 지휘권자와 인사권자가 따로 있다면 현실적으로 군인들이 누구를 더 쳐다보겠느냐”고 반문했다. 육군 한 장성도 “합참에 근무하는 인원들은 흔히 두 개의 안테나를 가동하며 지낸다. 하나는 직속상관인 합참의장을, 다른 하나는 인사권자인 자기네 참모총장을 향하고 있다”며 “이런 조직이 어떻게 전투·전쟁지휘 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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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과 해·공군 사이 불신·반목이 문제 하지만 해·공군은 이를 두고 육군이 사실상 해·공군을 접수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한다. 육군 출신 합참의장이 해·공군 참모총장을 직접 지휘하도록 해 해·공군을 육군 조직·작전의 부속품처럼 다루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창군 이래 지속해온 강고한 육군 중심주의를 고려하면 해·공군으로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법도 하지만, 육군은 이를 자군 이기주의로 폄하한다.


결국 논란의 배경에는 육군과 해·공군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목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함께 근무하는 합참의 육·해·공군 장성 비율은 2.5:1:1가량인데, 이를 두고 해·공군은 “작전 분야를 예를 들면 작전본부장(중장)과 작전부장(소장) 모두 육군이고, 그 아래 지상·해상·공중 작전을 담당하는 1·2·3처장 자리에 육·해·공군 준장이 보임된다”며 “단순히 장성 비율이 아니라 실권을 가진 중요한 자리를 누가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라”고 말한다. 이에 반해 육군은 “육·해·공군 전체 장성비율이 5:1:1임을 참작하면 합참에서 해·공군을 많이 배려해준 셈이다. 게다가 주요 보직에 해·공군 장성을 앉혀도 능력이나 여건이 안 돼 자리만 지키다가 나가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반박한다.


■ 조직개편 앞서 ‘합동성 마인드’ 강화부터 결국 진정한 합동성 강화를 위해서는 조직개편보다도 각군이 서로 특성과 작전을 이해하는 ‘합동성 마인드’가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군 수뇌부가 현재 제도 아래서도 충분히 가능했던 합동성 강화방안조차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합참의 전문성 강화다. <한겨레>가 운영하는 군사전문 웹진 <디펜스21>은 최근 지난해 천안함 사태 며칠 뒤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들과 섞여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남하하자, 이상의 당시 합참의장이 실탄을 사용한 격파를 지시한 사실을 보도했다. 2함대사령관이 작전예규를 들어 이에 반발하고 마침 합참을 방문한 김태영 국방장관이 황급히 제지해 중국 어선에 대한 발포는 현실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육군 위주의 합참이 황당한 지시를 내린 게 이것뿐이겠느냐. 아덴만 작전도 합참이 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해군에서 작전을 총괄했다. 합참(육군)은 방해만 안 하면 좋겠다는 게 우리 쪽 분위기”라고 말했다.


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뒤 합참 안에서 그나마 해·공군 작전에 이해가 있었던 인사들 대다수가 한직으로 밀려나며 합참의 전문성이 더더욱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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