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정치서 선당정치로 가나
노동당 정치국 회의서 ‘경질’ 결정
군 통제위해 당 기능 강화 분석
이번 리영호 총참모장의 경질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점은 권력기구의 변동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권력 중심이 군에서 당으로 옮겨지는 징후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가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된 뒤 지속되어온 당 기구의 정상화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실제 1980년 10월 6차 당대회 이후 30년 만인 2010년에 3차 당대표자회를 연 뒤 잇따라 각급 당 기구의 결원을 보충하고 기구를 재편하는 등 활성화 조처를 취했다. 지난해 6월 열린 정치국 회의의 경우 1993년 10월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열렸다. 당시 북한 매체는 이 회의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성과를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또 지난해 12월30일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당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한 바 있다. 당이 정치국을 통해 본격적인 핵심 의사결정기구로 공식화된 것이다.이런 흐름을 토대로 김정은 제1비서가 당 기능 강화에 나선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선군정치로 비대해진 군에 대한 통제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당 최고기구 중 하나인 정치국 회의 결정으로 군 최고 실세로 알려진 리 총참모장을 실각시킨 것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리 총참모장의 이번 경질이 당의 정상화 또는 군에 대한 당의 지도노선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리 총참모장이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을 통한 당의 군 장악에 저항하다 해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당대표자회에서 그간 공석이었던 군 총정치국장에 취임한 최룡해가 군에 대한 당의 우위를 관철시키려 했고, 리 총참모장이 이에 반발하자 당 정치국 이름으로 리 총참모장을 제거했다는 것이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리 총참모장의 후임으로 최부일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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