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에 MD 노림수 있다!

2012.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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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다음 달의 북한의 로켓발사에 “궤도를 이탈한다면”이라는 단서가 달려있지만 “요격하는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26일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주요 언론은 일제히 “현재 한국군의 능력으로는 미사일이나 추진체 요격은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해군의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SM-2 대공미사일과 공군이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PAC-2)는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한 것이지 고속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점은 이지스함의 SM-2도 마찬가지라는 게 주요 언론의 보도다.

탄도미사일 요격은 미사일방어(MD)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미국과 일본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가능성의 영역’이다. 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였다고 해서 화제가 된 패트리어트(PAC-1)의 경우도 이후 확인과정에서 실제 요격률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이후에 확인된 바 있다. 이후 20년 동안 미국은 상당한 자금과 노력을 쏟아 부어 꾸준한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으나 탄도미사일 요격 가능성은 아직도 미지수다. 우리 군은 이후 개량된 PAC-2, 3의 실제 요격시험에 참가하여 그 성능을 검증한 적도 없고, 따라서 실제 요격 성공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는 무기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북한의 재래식 포병과 항공기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탄도미사일 방어란 아직도 먼 꿈같은 이야기다. 이걸 뻔히 잘 아는 국방부가 ‘요격 대책’을 공언하고 나선 것은 다소 말이 앞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연히 논란만 자초하는 앞선 말이 나온 것은 “북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궁색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로 보여 진다.

이와 똑같은 일은 이미 2009년 4월 5일의 북한 로켓 발사 당시에 일본에서 벌어진 바 있다. 당시 로켓 발사를 앞두고 일본 사회는 충격, 공포, 광기 비슷한 것이 판쳤다. 크게 보면 두 가지 비이성적인 정서가 드러났다. 첫 번째는 북한 미사일에 오랫동안 대비해 온 일본은 강력한 탐지와 요격 능력으로 북한 미사일을 때려잡을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 한 것. 두 번째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부각시켜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정치적 선동이다. 실제 전쟁을 연상시키는 비상사태로 긴장을 조성하는 틈에 아소 다로 총리의 지지율은 무섭게 치솟았다. 금융위기와 경제적 불황에 피로한 국민정서를 외부의 적을 향해 결집시키는 꼼수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권력에 자발적 복종을 유도하는 조작과 선동이다. 북한 위협을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일본의 아주 오래된 악습 중 하나다.

그러다가 일본 정부는 기어이 사고를 쳤다. NHK방송은 로켓 발사 하루 전인 4월 4일 낮에 긴급 뉴스로 낮 12시16분쯤 “북한으로부터 ‘비상체’가 발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5분도 되지 않아 “잘못된 탐지에 의한 잘못된 정보”라며 정정 보도를 냈다. 일본 정부의 위기관리센터가 운용하는 ‘엠넷(Em-Net)’이라는 시스템이 오작동 했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키타현은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자위대 정보를 근거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잘못된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로 주민들에게 보냈다. 당연히 일본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쳤다. 아사히신문은 시민들이 “그렇게 요란을 떨면 북한만 좋아하지 않겠느냐”며 “한심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다가 막상 4월 5일에 북이 실제로 로켓을 발사하자 일본의 정보망은 한국보다도 뒤늦게 이를 탐지했고, 요격 시스템은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 일본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는 허풍은 실제 상황에서 능력도 없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의회 의원들과 언론은 처음부터 과잉대응에 집착했던 일본 정부의 ‘의도된 실수’라며 비판했다. 인기 없는 아소 내각이 어떻게든 북한 미사일 위협에 기대어 돌파구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드러났다.

지금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온통 북풍 몰이를 해 온 이명박 정부가 아소 다로 총리의 전례를 답습하는 징후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발표되자마자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를 앞둔 주요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현재 300km로 제한된 한국군의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을 미국과 협의”한다고 발표했고, 일부 언론은 “3월 말의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한미 간에 타결될 것”이라는 성급한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미 간에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정거리 연장은 ‘이미 다 된 밥’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호들갑떨었다. 그러나 웬걸.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수십년 간 한국의 미사일을 제한해 온 미국 정부의 정책 프레임을 한꺼번에 바꾼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이는 애초부터 언론에 뭔가 한방 터트리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원맨쇼였다.

한국의 일방적인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 검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0월 워싱턴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7월에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8월에 천영우 안보수석이 미국을 방문하여 깜짝 놀랄 제안을 했다. 이들은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을 위해 미사일협정을 개정하고, 핵물질 재처리를 위해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자는 두 가지를 요구를 미국에 한 것. 이 두 가지 협정 개정을 의제로 삼자는 한국 측 발언에 미국은 “그것은 절대 정상회담 의제가 될 수 없다”고 명확히 거절했다. 그 대신 미 측은 “한국이 미사일과 핵 주권을 갖지 않아도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이 공백을 메워준다”며 “이를 직접 이명박 대통령에게 설명하겠다”고 무마했다. 그래서 10월 정상회담 일정 중간에 이 대통령 일행이 펜타곤을 방문하게 되었다. 따라서 미사일 주권은 이미 작년에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확보하지 못했고, 이 문제를 한국과 논의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25일에 한미정상회담에서 미사일협상에 대해 아무런 진척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바로 그 이튿날인 26일에 이 정부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국방부로 하여금 ‘요격 대책’을 말하도록 한 것이다. 미사일 주권을 되찾는 것보다 더 황당한 의제를 제기함으로써 어느새 관심은 ‘미사일 방어’ 쪽으로 이동했다. 이후에 국방부가 할 일은 훤히 예상된다. 패트리어트 포대나 서해에 배치된 이지스함에 기자들을 탑승시켜서 현장감 있는 기사가 나가도록 공보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치 ‘요격할 것 같은’ 모습만 과시하면 그만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기사거리는 되고 남으며, 실제 요격 하느냐, 마느냐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다. 바로 3년 전에 일본의 아소 다로 총리가 했던 모습 그대로다.

이걸로 끝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요격 대책을 거론했던 관성은 이후 한국도 자체 미사일방어 전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여론을 고조시켜 또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이 MD 체계에 편입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기 때문에 이런 여론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이 때쯤이면 미국의 MD 편입의 가능성이 매우 구체화되며, 이는 미국의 MD 압력에 이제껏 가까스로 버텨온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버팀목마저 제거해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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