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 2

강태호 2016. 0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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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


  발문: <푸틴의 동방외교와 극동개발의 ’국제정치’>를 시작하며    
 
  1. 푸틴의 동진과 시진핑의 서진
  중-러의 전면적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와 유라시아 통합


 2. 러시아 극동개발전략의 새로운 단계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선도개발구역, 극동개발기금의 3개축 가동

 
 3. 중러관계:대형 프로젝트 돌파구 기대되는 리커창 총리 극동방문
 러시아 극동 동시베리아-중국 동북지역간 협력 프로그램의 추진

 

   4. 북러관계:당대회 이후 대러시아 외교행보 누굴 보낼 것인가
  북러 정부간 공동위원회와  재앙적 북핵 제재상황의 극복
 
 5. 일러관계:적극외교와 대러 제재사이에 저울질하는 아베총리
  ‘포괄적 접근’과 안보와 경제협력의 맞교환 모색
 
 6. 한러관계: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회생 내건 박근혜 대통령 
   대북 제재 압박과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협력의 딜레마 

 

  에너지 공급망 확충과 동북아 아태경제권과의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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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극동개발이 지난 2015년을 게기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구해 온 전략은 낙후된 먼 변방의 극동·시베리아 지방을 동북아 및 아태 경제권의 협력과 연계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박정호 러시아·유라시아팀장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이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적 통일성 강화, 국가의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 확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의 전략적 출구 확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었다.(박정호, '북한 핵 위기와 극동 경제 협력') 교통, 물류, 에너지 분야의 네트워크 구축은 어느 지역에서도 개발전략의 핵심과제이지만, 유라시아의 동쪽끝 극동 연해주 지방은 대륙으로의 입구이자, 바다로의 출구이면서, 광활한 시베리아의 에너지 자원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는 한중일로 공급하는 핵심지역이다. 에너지 공급망 확대와 교통 인프라 구축이 그동안 러시아의 이 지역에 대한 접근 전략의 핵심에 있었던 이유다.
  러시아의 극동·동시베리아 자바이칼 지역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 가운데 대규모 자원개발 및 교통인프라 건설 사업은 안정적 자원공급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실물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
 푸틴 대통령은 2012년 10월 블라디보스톡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태지역 재계 대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러시아의 에너지 안보만 아니라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역내 모든 나라의 에너지 안보도 강화할 것이다.” 그는 또 이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 기고문에서 “우리는 미래 러시아의 성공과 시베리아·극동 지역 발전을 보장하는 데서 아태 공간으로의 전면 진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특히 아태 공간으로의 진출과  에너지공급망 구축을 핵심 전략 과제로 추진해왔다.  러시아의 극동 지방을 동북아 지역과 연결시키는 링크로 기능하면서 동북아 및 아태지역에서의 에너지공급자 및 중계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는 아태지역에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위를 강화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다. 푸틴은 이렇게 말했다.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아시아의 중동’으로 만들겠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해 온 한중일에게 인접한 시베리아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푸틴의 이 야심찬 계획은 미국의 셰일가스라는 경쟁자를 만나긴 했지만 이제 현실이 됐다. 9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시작됐던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astern Siberia - Pacific ocean oil pipeline: ESPO) 사업이 드디어 2006년 착공됐다. 2년뒤 1단계인 스코보로디노까지 2700여km가 2009년 12월 완공됐다. 2010년 지선을 통해 하루 30만배럴의 원유가 중국 헤이룽장의 오래된 유전도시 다칭으로 공급됐다. 30만 배럴은 철도로 블라디보스톡까지 운송됐다.  2단계가 완공된 건 2012년 12월이었다.  이때부터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인근의 타이셰트 유전지대의 석유가 극동 블라디보스톡 인근의 코즈미노 터미널까지 4740Km의 송유관을 통해 운반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할린 극동 가스파이프라인(SKV 라인)이 추가됐다. 2011년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 지역을 연결하는 사할린 극동 가스관이 완공됐다.  블라디보스톡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가 완공돼 LNG 수출이 시작됐다. 이어 이번엔 이르쿠츠크-야쿠티야-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해 주는 서부 가스관 사업, 일명‘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가스관 사업이 2014년 5월에 타결돼 2015년 착공에 들어갔다. 동시베리아의 거대 에너지통합 공급망 사업과 철도망은 TSR 노선과 바이칼-아무르 철도(BAM) 노선 확장 등으로 이제 큰 틀에서 마무리되거나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2014년 5월 21일 상하이 중러 정상회담에서 4천억 달러 규모의 시베리아 힘 서부 가스관 사업에 최종적인 합의를 한 뒤 푸틴 대통령은  “전혀 과장 없이 말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4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건설 사업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를 통해 시베리아 인프라 전체를 현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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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의 힘 서부가스관 사업


 시베리아의 힘으로 불리는 서부가스관 사업이 2018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니 한중일은 물론이고 동남아 등 가스 석유의 에너지공급망은 구축이 된 셈이다.  2013년의 경우 코즈미노 터미널을 통해 러시아가 수출한 원유는 모두 2130만t이었으며, 일본과 미국, 중국, 한국,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페루, 뉴질랜드 등으로 수출됐다. 2013년엔 일본이 35.5%를 가져간 최다 수입국이었고, 중국(23%), 한국(10%) 등이 뒤따랐다. 또한 2015년 코즈미노의 원유 출하량은 전년대비 22% 증가한 3040만톤이었으며, 중국 1470만톤(전년대비 48% 증가), 일본 870만톤(29% 증가), 한국 320만톤(11% 증가)로 나타났다. 미국은 코즈미노 터미널 가동 초기 일본에 이은 두번째 수입국이었으나, 자국 내 셰일오일 생산이 늘면서 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줄였으며,  2016년 파나마 운하 개통과 함께 최대 경쟁자가 됐다.  원유의 경우 러시아는 장기적으로 스코로보디노 다칭 라인을 통해 중국으로 3000만t을, 코즈미노 터미널을 통해 아태 지역으로 5000만t을 매년 수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철도망 연결로는 2013년 9월22일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 54km 가 5년여만에 개통했으며, 중국과는 그보다 한달 앞서 훈춘과 러시아 연해주 하산을 잇는 중러 국경철도(크라스키노현 마하리노 역까지 전체 26.7km, 훈마철도) 재개통해 컨테이너 화물 운송이 가능하게 됐다(기존철도 노선의 개보수와 화물운송 시작). 
   
  신 극동전략의 3개축-선도개발구 자유항 극동개발 기금 설치
 
 이제 극동개발은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넘어 새로운 정책 과제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2012년 푸틴 대통령은 2기 정부를 출범시키면서 극동개발부(2013년 알렉산드르 갈류시카 장관 임명) 설치에 이어 ’극동바이칼 지역 경제-사회 개발-2025’(2013년 채택 2014년 개정)을 발표했다. 이른바 신 극동전략이다. 그리고 2015년 5월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 포럼 설치에 이어 9월 제1차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 포럼을 통해 선도개발지구,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투자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극동개발 기금 등 극동 지역 개발을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선도개발구역법(2015년 3월)에 이어  블라디보스톡 자유항법(2015년 10월)이 발효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미 2011년 설립된 극동개발펀드에 의해  실질적인 사업이 착수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푸틴 2기의 극동 개발전략을 신 동방정책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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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지부 경제연구원(ERI)의 아르템 이사예브(Artem Isaev) 전문연구원은 그동안의 극동지역 개발을 개괄하면서 개발계획이 채택된 건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정부의 투자가 본격화 된 것은 2008년부터였다고 말했다 . 그는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계획과 성과’라는 주제 발표에서 우선 "2012년까지 인프라와 자원개발 분야에서 이 지역은 전체 러시아 지역 평균을 뛰어넘는 투자가 이뤄졌다"면서 그 성과를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2012년 블라디보스톡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 개최. 이를 위해 2012년도 직전까지 연해주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건설 부문의 성장을 가져왔다. 둘째, 사할린주 석유-가스 자원 개발에 따른 상업적 프로젝트의 설계 용량 증가. 셋째, 천연자원 수출 루트 다각화 및 동북아 시장 개척. 이 시기에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에 사할린주, 사하(야쿠티야) 공화국, 이르쿠츠크주 등의  석유 가스자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자원 수출기반이 형성되었다.  연계(트랜짓) 운송 노선 개발 차원에서 석유 가스 파이프라인 동시베리아-태평양 노선(ESPO), 사할린-극동 노선이 연결되고, 바이칼-아무르(BAM)철도와 연해주, 하바롭스크주의 항만들이 현대화되었다. 인프라 및 자원 개발 프로젝트가 실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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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2013년 ’극동바이칼 지역 경제사회 개발 2025’ 프로그램(2014년 개정, 이하 개발 2025 프로그램))이 채택됐다. 이사예브에 따르면 그 핵심은  선도개발구역과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극동개발기금을 통한 투자 프로젝트 지원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현 단계 극동개발의 주요 과제로 선도개발 구역 조성 및 수출지향 산업 개발, 민관파트너 프로젝트(PPP)방식을 포함한 민간 투자 유치, 산업인력 확보를 위한 인적 자본 개발, 필수 물동량 확보를 위한 인프라 개발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앞서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원(IMEMO)의 세르게이 루코닌(Sergey Lukonin)  중국연구센터 소장은 2015년 12월 제주에서의 세미나에서 이를 ’신극동전략’이라고 지칭하면서 "아태지역을 타깃으로 한 역내 수출산업 발전 방안이 최초로 강조되었으며, 이것이 극동발전 전략의 주요 혁신 내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푸틴 2기 정부의 극동개발 전략의 방향’은 이제 과거와  다르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그건 " 에너지 수출 의존 경제에서 탈피해,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산업현대화를 추진함으로써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엄 교수는 "선도개발구역의 세부내용과 주요 특징"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선도개발 구역과 자유항 설립’은 ’극동지역 개발이 직면한 경제(낙후), 사회(미개발),인구(부족)의 지정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2기에서는 극동지역 산업 현대화가 목표로 제시되고 있으며, 그 정책의 중심에 선도개발구역이 있는 것이다. 선도개발구역은 2014년에 이뤄진 ’개발 2025' 프로그램 개정안에서 반영됐다. 이에 따르면 일정기간 면세, 조세할인, 관세혜택. 노동허가증이 불필요하고, 쿼터가 적용되지 않는 등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조건을 간소화 해 본질적으로 자유무역지대와 동일한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 선도개발구역 조성에는 각각 30억 루블(537억6천만원) 씩의 연방예산이 편성돼 있다.
  이사예브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개발 2025' 프로그램은 이 투자 프로젝트가 실현될 경우 극동지역의 총 생산량은 4조 7,000억 루블(84조 1770억원)로 확대될 것이며,  약 50만개의 신규 일자리와 8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극동지역에 유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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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엄구호 교수 발표


 '개발 2025’ 프로그램에서 선도개발구역으로 설정된 곳은 16개다. 이사예브 전문연구원은 2015년 말 현재 약 367억 루블(6천756억원) 규모의 23개 투자 프로젝트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앞서의 루코닌 소장은 극동개발기금으로부터 3개프로젝트가 최초로 재정지원을 받았으며, 2015년 말까지 15억달러 규모의 5개 프로젝트가 더 승인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프라 개발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액은 23억 6,000만 루블(422억6760만원)이다.  신고된 투자액은 120억 루블(2천149억원)이다. 그러나 극동연방지구에 대한 루블화 투자규모는 이미 2012년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다만 사할린주에 대한 투자 비중이 증가해 2014년 극동연방지구 전체 투자액 중 사할린주에 대한 투자액은 25.6%를 기록했다고 이사예브 연구원은 밝혔다.  연해주는 16.4%, 하바롭스크주는 14.4%였다..
 이사예브는 "극동연방지구 각 지자체의 교통 인프라(자동차 및 철도 망)가 역내 경제성장에 그다지 크게 기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러시아연방 각 지역에서 정부 투자액이 평균 1루블 증가할 때 GRP는 평균 0.83루블 증가한 반면에 극동 지역의 경우 승수효과는 0.6루블로 훨씬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연방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그만큼 투자 효율이 높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극동 지역 교통 인프라 발전에 대한 대규모 정부 투자가 지역 발전을 위한  주요 원동력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자원 수출의 인프라와 이 지역 경제와의 관계가 미약하다는 것도 한계라고 그는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강부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신 극동개발전략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정책의 핵심을 특혜적 법, 제도의 도입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활용하겠다는 것이며. 이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계획이 블라디보스톡 자유항과 선도개발구역 설치다"라고 정리하면서 그러나 "기존 인프라 정비 중심의 개발 정책이 여전히 민간부문의 투자를 이끌어내 실질적인 지역 발전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블라디보스톡 자유항과 새로운 대륙수송로 프리모리예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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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I의 엘레나 코레츠(Elena Korets) 전문연구원은 ’블라디보스톡 자유항:개발계획, 주요 목표 및 과제’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프로젝트는 경제특구 유치와 항만의 발전을 연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차세대 항만은 이제  항만에서의 하역작업 발전뿐 아니라 화물의 운임 절감을 위한 생산 과정의 발전을 주요기능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자유경제지대를 조성하는 것"이다.  2015년 러시아 연방 특별법에 근거해 설치된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은 앞으로 70년 동안 그 효력을 유지하며  적용되는 지역은 총 면적 28,400㎢로 연해주 15개 기초자치 단체로 인근의 포시에트 항구에서 보스토치니 항구에 이르는 모든 주요 항구를 아우르고 있다.  거주 인구는 140만명으로 러시아 극동지역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다. 코레츠 연구원은 2016년 3월 현재 29개 기업이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입주 자격을 얻었으며, 민간 기업 투자 총액은 850억 루블(1조 5240억원)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 자유항 프로젝트는 생산 및 서비스 분야, 인프라 건설, 사회개발 프로젝트 등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앞서의 선도개발구역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무엇보다도 항만 물류기능과 관련해서△국경무역 발전 교통 △인프라 발전 △글로벌 교통축과의 통합을 주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레츠 연구원은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연해주의 교통 인프라는 질적인 도약을 이루게 되어, 국산품의 원가에서 운송비 비중이 하락하고, 국경통로에서의 화물 처리시간이 크게 단축되며, 서비스 지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는 이 프로젝트로  물류비가 세계적인 항만들의 물류비와 대등해지고, 역내 산업발전을 통해서 블라디보스톡 자유항에서 처리될 연해주의 화물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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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이레나 코레츠 발표


 그런 점에서 신극동 전략의 또 하나의 축인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프로젝트는 항만이라는 특성에 맞는 선도개발구라 할 수 있으며, 물류 운송 등 교통인프라 투자와의 연계가 중시된다.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은 관내 지역은 대규모 산업단지로, 자유항은 교통-물류 허브로 탈바꿈해주는 상호 이항관계를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블라디보스톡 자유항 프로젝트는 이에 따라  다양한 국제항과 블라디보스톡 크네비치 공항을 포괄하며,  이를 위해 두 개의 국제 교통축을 설정하고 있다. 이 두개의 국제 교통축이 프리모리예 1(쑤이펀하 회랑), 프리모리예 2(투먼회랑)다. 프리모리예 1은 하얼빈 - 쑤이펀허 - 그로데코보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톡 (나홋카 보스토치니) - 아태지역 각 항구로 연결하며, 프리모리예 2는 창춘(장춘) -지린(길림) - 훈춘 - 마하리노 - 포시에트항/자루비노항- 아태지역 각 항구로 연결하도록 돼 있다. 이는 극동지역의 항만을 블라디보스톡 항을 중심으로 연계시키면서 이를 거점으로 남서쪽으로는 프리모리예 2를 통해 중국의 창춘-지린-투먼(창지투) 개발선도구의 창춘-훈춘의 내륙교통망과 북서쪽으로는 쑤이펀하-무단장-하얼빈의 만주철도(TMR)과 연결시키는 해륙 복합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과거 블라디보스톡 등의 항만의 기능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운송로로만 설정돼 왔던 것에 비춰본다면 말 그대로 국제수송로 구축에서의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지역의 항만들의 물류망은 TSR이라는 글로벌 운송축의 출발점이라는 측면 보다도 중국 동북3성과 인근 지역과의 트랜짓 운송이 중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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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리예 1 구간 및 투자계획,  출처: 이레나 코레츠 발표


 코레츠 연구원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려 이렇게 말했다. "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는 블라디보스톡 등 극동항만이 아시아- 유럽을 잇는 글로벌 운송축이 아니라,  프리모리예-1, 프리모리예-2 등 지역간 운송축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바로 이러한 지역간 교통축이 화물의 글로벌 트랜짓을 통한 물동량의 빠른 증가와 물류발전을 보장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TSR을 통한 유럽으로의 육상 운송이라는 단선적인 물류체계로는 이 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리모리예 1,2는 북방물류의 새로운 국제수송로가 될 수 있다.  이는 두가지 점에서 이 지역의 국제수송 네트워크의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러시아 극동지역 항만이 기존 하바롭스크로 올라가는 TSR 노선보다 더 단축된 만주횡단철도(옛 동청철도 구간인 하얼빈-치치하얼-만저우리)를 경유해 동시베리아 치타에서 TSR과 연결하는 새로운 대륙교통로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동북3성  그리고 연해주와 북한 동북부의 두만강 3각지역을 서로 연결하고 나아가 네이멍구(내몽고 북동부)와 동몽골 지역을 아우르는 지역이 러시아와 북한의 항만을 통해 동해로 연결되는 이른바 중몽북러의 대통로 형성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러의 나진항 이용 본격화, 자루비노항에 대한 중국쪽의 개발방침 그리고 프리모리예 1,2 등 중러간 국경 내륙수송로 구축은 두만강 3각지대와 극동지역에 국제적인 항만 육로의 복합 물류 시스템이 가동되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미하일 콜로샤 극동해양연구소 소장도 2015년 10월 강원도에서의 세미나에서 이는 기존의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동북3성의 중국 횡단철도를 거치는 새로운 갈래의 다양한 대륙철도의 길을 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프리모리예 1,2 라는 두만강 지역 국제수송 회랑을 구축하게 되면  과거엔 모두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를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연결돼 대륙을 횡단했다면, 이제는 동북3성을 가로지르는 창지투 라인(투먼 회랑)과 동청철도(쑤이펀하 회랑) 등  2개의 대륙철도 노선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2015년 7월 11일 하얼빈에서 함부르크까지 장장 9820km의 또 하나의 대륙횡단 화물철도 왕복노선을 개통시킴으로써 프리모리예 1 국제수송회랑은 그 빛을 발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하얼빈으로 연결되는 프리모리예 1이 서쪽 끝 만저우리를 지나 치타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연결되는 것과 달리 프리모리예 2의 창지투 라인은 네이멍구에서 중단된다. 동몽골의 초이발산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연결시킨다는 구상(광역두만강개발계획)만 있지 현재로서는 대륙철도로 연결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미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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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모리예 2 구간 및 투자계획, 출처:이레나 코레츠 발표


 코레츠 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프리모리예-1 프로젝트 구축에 27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1 단계는 중국 쑤이펀하와의 국경통로 및 우스리스크 북서쪽 100 Km에 위치한 포그라니치니의 그로데코보 역 확장을 위한 행정장벽을 제거하고, 2단계에서는 블라디보스톡-나홋카-보스토치니 항 구간의 4차선 도로건설, 필요시 컨테이너 항만 설비 확충을 추진한다.  2025년 프리모리예 1 노선을 통한 연해주와 헤이룽장(흑룡강)성 간 대외무역량은 곡물,  컨테이너 물류, 기타 화물 등 연간 약 8,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또 프리모리예 2는 자루비노 항만 개발 (Big Port Zarubino)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국 창춘-훈춘 철도와의 연계철도 및 국경과 자루비노 항구를 잇는 4차선 도로 건설 등이 포함되며,   2025년쯤 프리모리예2를 이용한 자루비노항 경유 연해주 내부 물동량은 약 17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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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동의 항만 현황  출처: 이레나 코레츠 바료


  그는 자루비노항이 최대 2,300만톤 규모의 추가 물동량을 고려한 곡물 터미널 건설.  최대 1,500만톤 규모의 기대용량을 고려한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 등 항만능력을 6,000만톤 규모로 증설하는 거대항만 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러시아쪽의 발표는 계획인지 목표인지 그리고 현재 어디까지 집행되고 있는지가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다. 게다가 러시아 연방 및 주 정부에 의해 에너지, 항만 철도 도로 등 주요  인프라 조성을 위한  정부투자가 선행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극동지역 개발 방향은 민간자본 유치에 기반한 투자 메커니즘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계획과 현실간에는 아직도 큰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2015년 5월 대통령령으로 블라디보스톡 동방경제 포럼을 만들어  지난해 9월 1차에 이어 올 9월 2차 회의를 열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중일 그리고 북한을 포함해 이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편으로는 항만 철도 도로 등의 국가간 운송망 연계를 더욱 확대하고 극동지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민간자본 기반의 투자 메카니즘을 만들려는 것이다. 여기엔 중국과의 협력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의 확대 심화, 리커창 총리의 동방경제 포럼 2차 회의 참석 그리고 중국의 자루비노 항만 개발 참여 등 프리모리예 1,2 수송로가 동북3성과 극동 연해주의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로서는 중국과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620만 규모의 극동 동시베리아지역과 1억2천만에 이르는 동북3성과 네이멍구 지역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 일본, 북한 등이 참여하는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동방경제 포럼의 '국제정치'가 작동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강태호 선임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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