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감축 국면 타당성 잃은 ‘키 리졸브’ 재검토를”

김종대 2012.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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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광장] ‘선택 2012’- ③ 한반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당면과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지난해까지 매년 전문가 심층조사를 모두 7번 했다. 그때마다 던졌던 질문이 북핵 6자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것이었다. 올해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둘 다 매우 부정적이다. 2012년 한반도 정세는 불안함과 불확실성일 것이다. 바깥에서 보기에 북한의 후계 승계는 불안하다. 북한이 보기에 온통 선거 등 정권교체를 앞둔 바깥세계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그럴수록 남북이 무엇을 할 것인가는 중요하다. 지금의 시점에서 대결과 불신을 넘어 화해와 협력의 길을 찾아가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과제를 기고로 짚어봤다. 



북한 권력승계 상황서 불안 야기…핵안보정상회의와도 모순 


북한에 대한 강압적인 봉쇄정책을 추종하는 우리 정부 내의 보수주의자들은 고민이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기회로 그들은 외교적으로는 6자회담과 남북교류를 중단시키고, 군사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적극적 억제전략’, 북한 붕괴 시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개념계획 5029’라는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만들어서 북을 굴복시키려 했던 것이다. 북의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위협을 가하는 것이 북을 변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벼랑 끝에 내몰린 북한이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쪽의 안보 불안 부담이 가중되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벼랑 끝으로 가는 북한을 그 옆의 완만한 언덕으로 안내하는 외교적 경로를 잃어버린 결과였다.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실시되는 키 리졸브 등 한-미 군사연습을 앞두고서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당혹감이 읽혀진다. 작년에 정부는 이 훈련을 앞두고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을 연습함은 물론이고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핵·미사일 제거훈련도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 1월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새로운 국방전략은 “지상군 병력을 감축하면서 2개의 전쟁전략을 포기한다”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 규모는 10만~20만명 정도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69만명의 증원군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 5027이 수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의 전시증원군 전개 연습이라 할 수 있는 이 훈련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북한의 급변사태라는 상황 가정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이 혼란과 위기로 가는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주변국들이 일제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주문하면서 상황은 안정되고 있다. 결국 군이 이제껏 이 훈련을 설명해온 논리적 명분과 타당성이 모두 반감된 채 오직 북한을 자극하는 형식적 훈련이 될 가능성이 커져버렸다. 

그러나 이 훈련이 그 직후부터 몰고 올 안보 부담의 크기는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 훈련이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라고 인식한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게 되면 50개국 정상이 참여한다는 3월 말의 핵안보정상회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통상 6월께 개최되었던 이 정상회의가 3월 말로 시점이 결정된 것은 4월 총선을 의식한 현 정부가 정권 재창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상회의를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적 계산은 이 정부에 엉뚱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 불바다’와 같은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50개국 정상이 북한의 장사정포 코앞에 있는 영종도 공항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북한의 전자전 수준은 미국의 무인정찰기를 나포한 이란에 버금가는 제3세대를 넘어서고 있다. 언제든 영종도 공항은 그 사정거리 안에 있다. 그렇게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비핵화를 다루는 국제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현 집권당에는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1326799592_00344025601_20120118.JPG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남과 북은 모두 안보 불안이 최소화된 상황에서 각자 체제 안정과 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3월에서 4월로 이어지는 한반도 정국은 정치적으로는 평온하지만 군사적으로는 수많은 암초가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는 아주 위험한 바다가 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겠다던 정부는 이 위험한 바다를 어떻게 항해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지금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그저 계획된 훈련에 기계적으로 끌려가서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의 볼모가 될 수도 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상호신뢰할 수 있는 조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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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월간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일했습니다. 또 국무총리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으로 일하며 군 문제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메일 : jdkim2010@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ndf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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