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산업의 신성장동력, A400M와 유로파이터
| | | 현장취재 | | | 유럽 에어버스 밀리터리 · 만싱 공장
A400M 경우 에어버스 공장 중 최초로 완전 자동화
타이푼 왼쪽 날개는 이탈리아·오른쪽은 스페인 생산
“한국 타이푼 도입시 공군력·산업발전 쌍끌이 효과”
냉전 시대부터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공동안보체제(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를 구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주국방에 필요한 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며 항공방위산업을 육성해왔다. C-160 수송기, 토네이도 전폭기, 재규어 공격기 등과 같은 무기체계들이 20세기 서유럽의 자주국방 노선이 낳은 결과물이라면, A400M 수송기와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21세기 유럽의 항공방위산업을 이끌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21세기 유럽 항공방위산업의 상징인 A400M과 타이푼의 생산 현장을「디펜스21+」가 취재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심지 세비야는 유럽에서 16세기의 건축 양식을 가장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히는 관광도시 중 하나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세비야 대성당을 비롯해 알카사르 궁전, 히랄다의 탑과 같은 유적들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세비야를 찾는다.
하지만 세비야에 유럽 항공방위산업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에어버스 밀리터리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최대의 민항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서 군사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버스 밀리터리는 다양한 종류의 수송기를 생산해 왔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대거 참여한 A400M 수송기는 수송기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온 에어버스 밀리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수송기보다 20년 앞선 A400M
지난 5월 23일 공개된 에어버스 밀리터리 공장에서는 유럽의 차세대 수송기인 A400M의 생산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올해 말 프랑스 공군에 1호기가 납품될 예정인 A400M은 6대가 프로토 타입으로 제작되어 비행을 위한 각종 테스트를 받았다. 기자와 동행한 에어버스 밀리터리 관계자는 “2009년에 프로토 타입을 완성하여 3년간 인증을 받기 위한 시험과정을 거쳤다”며“가상환경을 프로그램에 입력해 기체 반응을 시험하고, 연료, 통신, 내압 등의 분야에서 테스트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에서 사용되고 있는 C-160과 C-130 등 25년의 사용연한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대형 수송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A400M은 독자적으로 군용수송기를 개발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던 유럽의 몇 개 국가들에 의해 1980년대 중반부에 발의되었다. 1996년 중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영국 등 7개국이 A400M 개발에 공동 참여하는데 동의하였다. 이어 1997년 9월에는 이 기종에 대한 제안·요구 사항이 공개되었다. 요구사항 공개가 늦어진 것은 각국의 서로 다른 요구조건을 절충하는데 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이라고 에어버스 밀리터리 측은 설명했다.
이 요구 사항은 기체의 가격이 적당하고 적은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비규격 화물들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단면적의 대형 적재함을 구비하여야 한다. 또한 고속의 순항능력과 장거리 항속능력을 갖추고, 열악한 조건의 활주로에서 단거리 이륙이 가능하여야 한다는 것 등이다.
유럽 공동으로 개발된 수송기답게 수송기의 각 부품은 유럽 각국에서 제작되어 이곳 세비야의 에어버스 밀리터리 공장으로 모인다. 날개는 영국, 윙팁은 독일, 내부부품은 프랑스에서 생산되는데 이들 부품은 비행기 편으로 운송된다.
이 때문에 에어버스 밀리터리 공장은 세비야 공항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세비야 현지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트럭으로 운송되는데, 에어버스 밀리터리 공장 바로 옆의 산업단지에서 부품이 제작되고 있어 부품 수급은 원활하다는 게 에어버스 밀리터리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비야의 A400M 생산 공장은 넓은 크기에 비해 근로자의 수가 적은 편이다. 에어버스 밀리터리 관계자는“에어버스 공장 중 최초로 완전자동화를 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때문에 월 2.5대의 A400M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생산 라인을 보여준 에어버스 밀리터리 측은 완성된 A400M 기체가 있는 격납고로 기자를 안내했다. 테스트를 위해 생산된 프로토 타입 6대 중 5호기인 이 기체는 급유와 방어시스템 등을 평가하는데 쓰인다.
이 자리에서 에어버스 밀리터리 측은“A400M은 미국의 C-17, C-130 수송기와 비교해 볼 때 20년의 기술적 진보가 존재하는 수송기”라며“C-17과 C-130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A400M은 미래 수송기 수요를 충족시킬 최적의 기체”라고 강조했다.
해외 수출 준비하는 A400M
현재 A400M은 영국, 터키,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프랑스 등으로부터 170여 대를 수주받은 상태. 하지만 에어버스 밀리터리 측은 더 많은 나라에 A400M을 수출하고자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A400M은 시험비행의 일환으로 칠레에서 열린 FIDA E(Feria International del Airey del Espacio) 항공 우주 에어쇼에 참가했다. 중남미 최대 규모의 에어쇼이기도 한 FIDAE를 개최한 칠레는 현재 브라질의 엠브리어사가 개발한 KC-360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A400M 수송기 3대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다. 4월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방문했고 올해 안에 중동 국가들을 방문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A400M 4대를 발주해 오는 2015년 인도받을 계획이다.
에어버스 밀리터리 측은 향후 30년 동안 400여대의 A400M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아시아 시장은 A400M에게 있어 중요한 시장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올해 A400M의 마케팅 비행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이루어질 전망이다.
타이푼 전투기의 요람, 만싱 공장
스페인의 세비야가 유럽의 수송기 생산 허브라 한다면, 독일 만싱은 21세기 유럽 하늘을 지킬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공장이 자리 잡고 있는 타이푼 생산의 허브이다.
지난 5월 24일 방문한 만싱은 독일 남부 지방의 중심지인 뮌헨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자회사로서 타이푼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는 카시디안(Cassidian) 공장이 위치해 있다.
현재 만싱 공장에서는 독일 공군에 납품될 타이푼 전투기가 생산되고 있다. 타이푼은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4개국이 공동으로 만드는 전투기이다. 타이푼 판매 켐페인 담당 부사장 이반 곤잘레스(Ivan Gonzalez)는 타이푼의 생산 상황에 대해“공동개발에 참여한 4개국 외에 오스트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총 6개국으로부터 559대의 확정주문을 받아 321대가 납품되었으며, 총 707대의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싱 공장은 각 나라에서 납품받은 부품들을 조립해내는 최종 생산라인이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미완성 상태의 타이푼 5대가 조립 라인에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 한쪽에는 타이푼의 수직날개와 조종석 부분이 최종 조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파트별로 정해진 작업이 나눠져 있어서 한 기체가 한 파트에서 부품을 장착한 뒤 다시 다음 단계 파트로 옮겨질 때마다 전투기의 형상을 갖춰가고 있었다. 타이푼 판매 캠페인담당 부사장 이반 곤잘레스(Ivan Gonzalez)는 기자에게“2003년 수출 계약을 맺어 납품된 오스트리아 공군의 타이푼 전투기도 이곳에서 생산되었다”고 설명했다.
타이푼 전투기는 A400M과 마찬가지로 유럽 항공산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을 사용한다. 영국의 BAE SYSTEMS는 조종석과 카나드(날개 앞에 붙어있는 보조날개), 수직미익 등을 생산하며, 이탈리아의 알레니아 아에로마키(Alenia Aermacchi)는 왼쪽 날개와 엔진룸을, 스페인 카시디안(Cassi dian Spain)은 오른쪽 날개를, 독일 카시디안(Cassidian Germany)은 중앙 동체를 생산하고 있다. 만싱 공장은 이렇게 각국에서 생산된 부품들을 최종 조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싱 공장은 세비야의 에어버스 밀리터리 공장과 마찬가지로 공장 내에 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유럽 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우주왕복선의 비상착륙지로 선정될 정도로 긴 이 활주로에서는 완성된 타이푼 전투기의 시험비행이 이루어진다.
베일 벗은 유로파이터 2020
만싱 공장에서 카시디안 측은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개량형인 ‘유로파이터 2020’의 개념도를 공개했다. 유로파이터 2020은 이 시기에 타이푼을 주문할 고객들을 위한 것으로 기존의 타이푼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강화된 버전이다.
우선 외관상으로는 기체 양측에 컨포멀 연료탱크(CFT)가 장착된 것이 눈에 띈다. 기존의 타이푼보다 더 많은 연료를 실을 수 있게 되어 항속거리가 연장되는 장점이 있다. 레이더는 2015년에 개발이 완료될 예정인 최신형 AESA 레이더가 적용된다. 조종석에는 레이저 경보기와 인공위성과의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설치되고, 타이푼의 전자전 시스템인 DASS와 타게팅 포드는 성능개량이 이루어진다.
공대지 정밀유도무기인 스톰 섀도우와 타우러스 미사일도 2015~17년경 장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기존의 것보다 확장하게 된다. 기체 후방에는 수동식 미사일 경보시스템과 비상시 기내 연료를 버릴 수 있는 연료 덤프(Fuel Dump)가 설치된다. 한국에 제안될 타이푼의 버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평을 받는 유로파이터2020은 7월 영국에서 열리는 판보로 에어쇼에서 정식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만싱 공장에서 만난 타이푼 판매 켐페인 담당 부사장 이반 곤잘레스(Ivan Gonzalez)는“한국이 타이푼을 도입할 시 공군력 증강과 항공산업 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푼 전투기의 장점인 ▲기체 형상 및 레이더파 흡수 물질 디자인 ▲전자기파 비노출형 모드의 전자-광학 센서들 ▲각종 미사일의 반삽입식 장착으로 스텔스 성능 향상 ▲엔진 재연소 없이 급가속·초음속 상태 유지 가능한 수퍼크루즈 성능 ▲안전한 송수신 ▲7가지에 이르는 자체 방어 시스템 등은 21세기 제공권 장악과 정밀유도폭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한국의 타이푼 선정, 공군력·산업발전 ‘쌍끌이 효과’
이와 더불어 카시디안 측은 한국에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약속하고 있다. 이반 곤잘레스 부사장은“항공기 형상, 엔진 등은 그저 보기만 한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시스템 통합, 품질관리, 생산기술, 인증, 정비능력 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한국이 타이푼을 구매한다면, 이 모든 것이 패키지로 이전된다는 의미”라며“패키지로 기술을 이전받을 경우 한국형전투기(KFX)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반 곤잘레스 부사장은“타이푼은 유럽의 일자리 창출과 산업발전에 공헌하고 있다”면서“공동개발에 참여한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서 총 11만 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며, 항공전자와 엔진기술·플라스틱과 탄소섬유 등의 분야에서 기술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와 유사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장기적인 협력가능성에 대해서 이반 곤잘레스 부사장은“우리(카시디안)와 같은EADS 계열사인 에어버스와 유로콥터는 한국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우리 역시 이번 차기전투기사업(FX)에서 한국과의 장기적인 협력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형전투기(KFX)사업을 언급하면서“한국이 타이푼을 구매할 경우 한국형전투기(KFX)개발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수찬 기자 fas11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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