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3달만에 ‘넘버3’ 축출… 강-온 권력투쟁?

2012.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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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호 전격해임 왜? 국내 전문가 분석

‘모든 직무서 해임’ 극단적 표현, 불합리한 행동 등 가능성 추정

김정은 친정체제 강화 기조속, ‘아버지의 사람’ 부담스러웠을것

선군정치 성과 미흡 문책성 지적, 일각선 “지나친 확대해석 말아야”


20120717_3.JPG » 석달전만해도…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오른쪽)가 지난 4월15일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두 실세인 리영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왼쪽),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함께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보며 웃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16일 발표된 북한 리영호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에 대해 통일부의 한 관리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과거 북한의 최고 권력 무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체제가 출범한 지 석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최고 지도부의 권력 변동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새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 극히 이례적인 해임
정부는 이번 리 총참모장의 해임을 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과거 북한에서는 어떤 인물이 해임돼도 이번처럼 그 사실을 즉시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 참모장은 15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신병관계’로 해임됐고, <조선중앙통신>은 하루도 안 된 16일 아침 6시께 이 사실을 보도했다.

둘째로는 신병이 있다고 한 리 참모장에 대한 해임 조처가 즉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과거 연형묵 총리나 김령성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장이 신병으로 쉴 때는 상당 기간 그 직위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불과 7일 전 금수산태양궁전 김일성 주석 영전에 참배했던 북한 권력의 3인자인 리 참모장을 유예 기간도 없이 해임한 것은 이번 사태의 엄중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의 한 관리는 “해임 사실이 즉시 공개된 것은 공개할 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요일에 정치국 회의가 열린 점, 정치국 회의에서 인사 문제를 다룬 점 역시 과거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또 리 참모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는 극단적인 표현 역시 이례적이다. 통일부의 관리는 “군의 최고 실력자를 하루아침에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는 것으로 볼 때 뭔가 그의 불합리한 행동이나 조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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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가 무엇인가?
리 참모장에 대한 해임은 단 4개의 문장으로만 설명됐다. 그 내용도 정치국 회의가 언제 열렸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무엇을 다뤘는지, 리 참모장이 어떤 직무에서 해임됐는지 등 단 네가지 사실만 담고 있다. 따라서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도 리 참모장이 해임된 이유에 대해 근거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리 참모장을 해임할 주체는 김 제1비서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의 해임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김 제1비서 친정 체제 강화라는 해석이다. 리 참모장은 북한의 군부와 보수파, 김정일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므로 김정은 체제의 확립을 위해서는 결국 그를 쳐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권력의 핵심은 군이고, 김 제1비서로서는 아무래도 아버지가 임명한 리 참모장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며 “다만 시기가 너무 일러 불안정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당과 군,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리 참모장 사이에 벌어진 강-온 권력 투쟁의 결과라는 추정도 있다. 강경노선을 상징하는 군과 온건노선을 대표하는 당이 대립한 결과라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리 참모장과 최 국장이 과거엔 모두 장성택 사람으로 분류됐으나, 최 국장이 권력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마찰을 일으켰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김 제1비서가 당을 중심에 두고 군을 장악하려 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군이 유훈통치의 핵심 내용인 선군정치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선군정치의 내용으로 군의 훈련 강화나 군의 민생 지원 강화가 있는데, 보수적인 군 쪽이 민생 지원에는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당분간 신중한 접근을
리 참모장 해임의 배경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당분간 신중한 태도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현재 정보가 별로 없는 상황이니 일단 북한이 발표한 대로 신병으로 물러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이나 예단은 오히려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리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군의 직무인 참모장에서 해임됐는지도 아직은 최종 확인되지 않는다”며 “당의 군 지도설이나 내부 권력 투쟁설 등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리영호는 누구

김정은 후계체제 ‘핵’
김정일 영결식땐 맨앞서 운구차 호위

북한의 조선노동당 정치국이 15일 해임했다고 밝힌 리영호 총참모장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권력 승계를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발탁됐다. 그러나 김 제1비서 체제가 갖춰진 지 석달 만에 사실상 실각한 것으로 보인다.

리영호 총참모장이 북한의 최고 권력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9년 2월이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그를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그는 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당 정치국 위원의 사람으로 분류됐고, 북한 최고 권력의 새로운 실세로 평가됐다.

그러다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를 전후로 인민군 차수로 승진하고,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이른바 후계체제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김정일 사후 군을 장악해 김 제1비서를 보위할 인물로 지목된 셈이다. 이런 그의 위상은 지난해 12월 김 위원장 영결식 때 운구차를 호위한 ‘8인’에 포함되면서 확인됐다. 특히 그는 김 제1비서와 함께 맨 앞에 섬으로써 군의 최고 실력자이며, 북한 권력의 최상위에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김 제1비서 체제가 출범하면서 그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부상하면서 그는 모든 서열에서 당 출신의 최 국장 다음으로 밀렸다. 결국 15일 정치국 회의에서 전격 해임됨으로써 사실상 그는 최고 권력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리 참모장은 강원도 통천 출신으로 만경대혁명학원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1959년 군에 들어가 2002년 중장, 2003년 상장으로 진급한 뒤 요직인 평양방어사령관을 지냈다. 그가 김정은 체제에서 선군정치의 핵심 인사였으며, 군으로 상징되는 북한 보수파의 대표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 운구차를 호위한 8인 가운데 우동측 전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에 이어 권력 무대에서 사라진 두번째 인물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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