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3달만에 ‘넘버3’ 축출… 강-온 권력투쟁?
리영호 전격해임 왜? 국내 전문가 분석
‘모든 직무서 해임’ 극단적 표현, 불합리한 행동 등 가능성 추정
김정은 친정체제 강화 기조속, ‘아버지의 사람’ 부담스러웠을것
선군정치 성과 미흡 문책성 지적, 일각선 “지나친 확대해석 말아야”
» 석달전만해도…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오른쪽)가 지난 4월15일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두 실세인 리영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왼쪽),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함께 김일성 주석의 100회 생일을 기념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보며 웃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16일 발표된 북한 리영호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에 대해 통일부의 한 관리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과거 북한의 최고 권력 무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 체제가 출범한 지 석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 최고 지도부의 권력 변동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것이 새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 극히 이례적인 해임정부는 이번 리 총참모장의 해임을 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과거 북한에서는 어떤 인물이 해임돼도 이번처럼 그 사실을 즉시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 참모장은 15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신병관계’로 해임됐고, <조선중앙통신>은 하루도 안 된 16일 아침 6시께 이 사실을 보도했다.둘째로는 신병이 있다고 한 리 참모장에 대한 해임 조처가 즉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과거 연형묵 총리나 김령성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장이 신병으로 쉴 때는 상당 기간 그 직위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불과 7일 전 금수산태양궁전 김일성 주석 영전에 참배했던 북한 권력의 3인자인 리 참모장을 유예 기간도 없이 해임한 것은 이번 사태의 엄중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일부의 한 관리는 “해임 사실이 즉시 공개된 것은 공개할 만한 중대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일요일에 정치국 회의가 열린 점, 정치국 회의에서 인사 문제를 다룬 점 역시 과거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또 리 참모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는 극단적인 표현 역시 이례적이다. 통일부의 관리는 “군의 최고 실력자를 하루아침에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는 것으로 볼 때 뭔가 그의 불합리한 행동이나 조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유가 무엇인가?
리 참모장에 대한 해임은 단 4개의 문장으로만 설명됐다. 그 내용도 정치국 회의가 언제 열렸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무엇을 다뤘는지, 리 참모장이 어떤 직무에서 해임됐는지 등 단 네가지 사실만 담고 있다. 따라서 정부 관리와 전문가들도 리 참모장이 해임된 이유에 대해 근거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리 참모장을 해임할 주체는 김 제1비서밖에 없다는 점이다.
리 참모장 해임의 배경이나 원인에 대해서는 당분간 신중한 태도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현재 정보가 별로 없는 상황이니 일단 북한이 발표한 대로 신병으로 물러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이나 예단은 오히려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의 다른 관리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군의 직무인 참모장에서 해임됐는지도 아직은 최종 확인되지 않는다”며 “당의 군 지도설이나 내부 권력 투쟁설 등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아직 어떤 결론도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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