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자군 이기주의의 제일 큰 수혜자”
군제개편 관련 군 목소리 ② 공군 출신 한성주 예비역 장군
군제개편과 관련해 군 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두 번째 순서로 공군 출신인 한성주 예비역 장군의 목소리를 전한다. 역시 군사전문 월간지 <DnD Focus> 2월호에 실린 내용이다. 공군 전쟁연구과장, 전략기획과장/처장, 합참 비서실장, 군사정보차장 및 공군 군수사령관을 역임한 한성주 예비역 장군은 현 지상군 위주의 한국군 체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온화한 풍모의 한 장군은 현재 성경과 전쟁에 대한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다. 작년에 <임마누엘 대 적그리스도>를 출판한 그는 성경과 전쟁을 체계적으로 연결시키는 신학과 전쟁철학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한 장군과의 인터뷰는 2011년 1월 12일에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대담 김종대 DnD Focus 편집장(jdkim2010@naver.com)
김종대 최근 합동군사령부 창설을 핵심으로 한 우리 군의 상부구조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1990년의 818군제개편 이후 20년 만의 일입니다. 그러나 미래 한국군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야심적인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소리도 높습니다. 과연 한국군 군령체계가 각 군의 전문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합동성을 제대로 구현하자는 것인지, 논란이 많습니다. 최근의 이러한 논의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 한성주 예비역 장군
한성주 저는 군에 38년간 전투기 조종사로 재직하면서 육 해 공군 및 합동군의 교리와 전략을 연구하는 직책에 있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합동군 제도는 우리나라 헌법에 명기된 군사제도입니다. 국군조직법에서 국방조직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둔다는 것과 각 군 총장이 참여하는 합동참모회의를 설치하도록 한 것도 헌법정신을 따르는 것입니다. 합동군제(joint forces command)는 통합군제(unified forces command)와 다른 것이라는 점을 먼저 명확히 해야 합니다. 통합군 제도는 현행 헌법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합동군사령부가 ‘통합군사령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위헌 논쟁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를 잘 모르기도 하고 또 일부 통합군으로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 개념들을 모호하게 하여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합동군사령부가 사실상 통합군사령부라는 말을 계속 퍼뜨리고 있으며, 이를 언론이 받아쓰면서 혼란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합동군 제도는 헌법에 명시된 제도…‘통합군’ 위헌논쟁 불가피”
김종대 새로 만들어질 사령부가 기존의 합참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되느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한성주 미국의 경우 예를 들면 태평양사령부는 합동군사령부(Joint Forces Command)인데 그것은 곧 통합사령부(Unified Command)입니다. 통합군사령부가 아니라 통합사령부 말입니다. 거기에 육·해·공군·해병대 구성군사령부가 다 있습니다. 미국은 전구가 전 세계에 걸쳐 여러 개라서 태평양사령부, 유럽사령부, 중부사령부, 우주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등 지역별 기능별 통합사령부를 평소에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동-아시아를 관할하는 중부사령부는 플로리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중동에 전쟁이 나면 중동 거점으로 전개하여 작전을 지휘합니다. 합참의장은 전군을 대상으로 하고 그 아래 각 합동군사령부(통합사령부)는 각 소속 전구 또는 담당 기능을 관장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합동군사령관 관할의 전쟁전구와 육·해·공군 작전사령부 관할의 작전전구가 다 같이 한반도 전구로서 동일합니다. 한반도 ‘전쟁전구’와 ‘작전전구’ 양자가 같기 때문에 상부구조 개편에 있어서 합참의장과 합동군사령관의 역할분담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입니다.
김종대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나오는 것은 합참의장은 군령계선 밖에서 자문형 합참의장으로 위치하게 되며 합동군사령관이 군정과 군령을 다 행사하는 강력한 권한을 갖는 것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합동군사령관이 합동직위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겁니다. 또한 각 군이 본부와 작선사를 통합하여 군정과 군령권을 다 관할하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한성주 그렇게 되면 장관과 합동군사령관이 군정과 군령의 총괄 책임자로서 기능이 겹치게 됩니다. 만일 합동군사령관이 각 군 총장을 관할한다면 이는 통합군사령관(unified forces command)이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합동군사령관이 아니라 막강한 힘을 갖는 통합군사령관으로 부르는 것이 정직한 표현일 것입니다. 현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며 헌법개정의 문제가 야기됩니다.

▲ 지난해 12월29일 새벽 공군 159전투 비행대대 편대장 김동경 소령이 이끄는 대한민국 주력전투기 KF-16편대가 설악산 상공
에서 초계비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종대 양병과 용병의 기능을 구분하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혼란스럽고 복잡합니다. 반면 현재 개혁논의는 군의 복잡한 지휘체계를 단순화, 단일화 일체화되는 통합적 사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연 그게 합동성(Jointness)을 구현하는 길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직과 권한을 합쳐야 합동성이 구현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합동성이란 것을 어떻게 보느냐, 라는 문제와 관련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성주 합동성이 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을 지휘하면서 각군간의 조화로운 ‘동기화(Orchestration)’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70년대 이후 우리 군의 통합군주의자들은 조직과 인사, 예산 등에 관한 통합된 권한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는 군을 통수하고 있는 민간인 통수권자 입장에서는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군정과 군령을 한 개인에게 다 줘서 군을 좌지우지 한다면 군 통수군자와 같은 위치에 그를 앉히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이것은 헌법이 금하고 있는 정신입니다.
“군정, 군령 다 가지면 군 통수권자와 같은 위치에 앉히는 것”
김종대 우리나라 87년 개정 9차 개정헌법은 매우 강력한 문민주의를 굉장히 강하게 표방하고 있죠? 왜 이렇게 강한 규범을 갖게 된 것일까요?
한성주 국가의 대전략과 연계시켜 접근해야 합니다. 전시 대전략은 정치전략, 경제전략, 군사전략 및 심리전략 등으로 크게 구분됩니다. 전시에는 통수권자 중심으로 지휘권 일원화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통수권자가 군에 대한 군정권과 군령권을 위임하여 국방장관이 이를 관장하고, 정치, 경제 및 심리전략에 관한 사항도 위임된 기능의 장관들이 각각 이를 수행합니다.전시에 정치와 경제는 어떻게 이끌어 가고, 군사적으로는 어떻게 전쟁을 치르고, 해외에서 지원을 중단하려는 심리를 붙잡아 매고, 유엔참전국들이 여기에 자국 군을 희생시키며 참전할 심리를 유도하는 등 4가지가 전쟁의 대 전략이 골간이 됩니다. 그래서 국방장관이 통수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중 하나일 뿐이며, 거기에서 군정권과 군령권을 분산하여 군령은 합동군사령관, 군정은 각 군 총장들에게 줘서 합참의장, 각 군 3총장이 밸런스를 이뤄라 하는 게 합동성의 본질입니다. ‘분권하면서 협조하라’는 것, 즉 체크 앤 밸런스(check and balance)가 민주주의 삼권분립의 원리와 동일한 개념의 3군 분리의 원리입니다. 이걸 다 무력을 총괄하는 합동군 사령관에게 몰아주면 엄청난 힘이 집결되고, 그 결과 문민통제에서 걷잡을 수 없는 구조로 갈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 장군은 Gordon Nathaniel Lederman 저 「‘미 국방개혁의 역사-합동성 강화’(원제 : Reorganizing the joint chiefs of staff)」를 펼치고 한 대목을 읽어나갔다.)
이 책을 보면 “민간의 의사결정권자에게 조언하는 과정에서 합참의장이 각 군 참모총장의 이견을 무시하는 경우 각군 참모총장은 합참의장을 경유해 자신들의 의견을 합법적으로 개진할 수 있을 것이다(236쪽 2번째 단락 인용).”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이 바로 합동성의 정치구조적 핵심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합참의장의 의견에 반대되는 육·해·공군 총장의 의견이 있다면 합참의장은 “제 의견에 반대하는 총장의 이런 의견이 올라 왔습니다”라고 통수계층에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대 의견이 올라가지 않으면 합동성이 망가진다는 것인데 합동군사령관이 육·해·공 총장을 거느리고 있다면 합동성이 날아갈 수 있다는 본질을 써 놓은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도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국방장관 및 대통령에게 각 군 참모총장이 나름의 이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방장관에게 사전 통보하는 경우 등 각 군 총장이 직접 의회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골드워터-니콜스법(1986년에 미국에서 합동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한 포괄적 법령 : 편집자 주)에서는 나름의 방안이 강조되어 있다(234쪽 두 번째 단락인용).”
이것이 합동성의 핵심적인 정치적 견제와 균형의 구조입니다.
“민주주의 3권 분리과 동일원리인 '3군 분리 원리' 무너지면 문민통제도 위험”
김종대 이런 당연한 덕목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정착되지 않고 논란만 커지는 걸까요?

▲ 한성주 예비역 장군
한성주 앞으로도 현 구조상으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합동참모회의에 참석하면 그 구성원들이 육군:해군:공군 비율이 거의 6:1:1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은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 요 네 사람들만이 토의하는 것이 합동참모회의로서 그들끼리 치고 박고 답을 내야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합참의장부터 전통적으로 육군 출신이 주로 해왔고, 무슨 본부장, 무슨 대표 참석하라 해서 보면 합동성 취지에 맞는 의결구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합동성 공부를 한들 현장에 가면 지상군의 숫적 우위에 한쪽으로 쏠립니다. 조인트니스란 합동군사령관을 만들어 육·해·공군 총장을 거느리며 가는 구조라고 했을 때, ‘그게 아닙니다’라고 했을 때 받는 불이익과, 해봤자 위에 못 올라가는 환경에서는 불가능한 의결 구조입니다.
김종대 이런 문제점들이 결국 실제 우리 군이 적과 마주하면서 전투하는데서는 실질적인 폐해로 연결되는 점은 없을까요? 예컨대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을 보면?
한성주 솔직히 지난 10년 간, 특히 김대중 정부에서 ‘먼저 쏘지 말라’ ‘방어적 태세를 취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게 연평도 사건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그러고 연평도 사건을 통해서 ‘이게 아닌데’ 하는 것을 전 국민이 깨달았습니다. 자위권에 대해서 예를 들면 연평도 포격을 받으면 자위권은 즉각적으로 비례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교전규칙이 있습니다. 그랬을 때 연평도가 맞으면 이때 발동되는 것은 부대 자위권이고 나아가 국가적 자위권입니다. 이것을 합참이 제대로 인식하고 행사하는 것이 그동안 미흡하였습니다. 그 것은 합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위기대응방책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건을 겪고 나서는 인식이 크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 부대, 합참의장, 한미연합사령관이 자위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기존의 국가 자위권 차원의 개념에서 정상화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정치가 군에 대한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위권 운운한다 하더라도 정치권력이 군 권력을 좌지우지하는데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력이 군사적인 것을 국방부와 합참에 전적으로 위임한다는 것만 보여주기만 하드라도 연평도 사건 이후 상황은 확실히 달라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합참지휘통제실에서 청와대에 전화해서 일일이 통제 받으려 하고 몇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이런저런 조치를 검토하다가 시간이 다 지나갑니다. 현장은 몇 분 내에 상황이 끝납니다. 결국 추격이나 대응도 못하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문이 닫혀 버리는 겁니다.
“정치가 군에 대한 무소불위 힘 가진 것은 문제”
김종대 군사적 판단은 군에 위임하고 존중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뜻이죠?
한성주 긴급한 사안에 대한 정치와 군사의 역할 분담을 얘기하는 겁니다. 긴급한 군사적인 판단은 국방부에 위임하여 국방장관이 “군사적 대응을 할까요 말까요”라며 전화로 시간 끄는 일을 줄이자는 겁니다. 지금 새 장관이 들어오면서 긴급한 군사적 판단을 국방부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적 자위권 차원에서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방장관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고 대통령은 추인하는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결국 분초를 다투는 군사적 문제는 군사적 리더십에 일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평도 사태 자체는 안타깝지만 그 결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바람직하게 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김종대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까 인력, 구조, 권한의 편중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앞으로 새로운 전쟁양상, 미래전 준비해야하는 상황에서 군에 어떤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한성주 국방부 합참의 회의에 가보면 공군작전사령관과 해군작전사령관이 육군 군단장 밑에 앉아 있습니다. 육군 군단장이 기수가 선배라고 해공군 작전사령관보다 상석을 차지하죠. 이것이 바로 합동성 파괴를 웅변하는 현장이라고 봅니다. 합동성은 합참과 육·해·공군이 대등한 레벨에서 관련 토의를 하는 자리여야 하는데 군단장 밑에다가 앉히는 것은 그걸 포기하는 겁니다. 그것부터 고쳐야 하는데 아무도 고치려고 안하고, 고쳐야 한다고 얘기도 안 합니다. 저도 못하고 나왔습니다.
김종대 그 말씀에 대한 육군의 반론 중 하나가 육군은 주력군이고 해공군은 지원군이므로 작전은 육군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월남전에서 미군이 저지른 실수를 지금 한국군이 되풀이 하려 해”
한성주 그 논리를 가능하게 한 것이 다름 아닌 해군과 공군의 자세였습니다. 그 논리를 결과론적으로 볼 때 대체로 해공군이 수용해 온 것입니다. 이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전략과 작전의 개념에서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월남전에서 미국이 64년 통킹만 사건으로부터 75년 미대사관 직원들이 헬기타고 철수하는 것으로 종결되면서 사실상 패퇴했습니다. 후에 미국이 패전의 원인을 평가하면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클라우제비츠의「전쟁론」에 나오는 중심(重心, Center of Gravity)이론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월남전에서 호찌민(胡志明)이라는 정치지도자와 보 구엔 지압이라는 군사지도자가 지도하는 전쟁지도부가 바로 중심이었습니다. 이걸 전력을 집중해서 제압하지 못하고 여러 분산된 지역에서 미군이 질질 끌려다녔다는 것이 미 육·해·공군의 분석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중심이론을 들고 체계화한 사람이 미 공군 대령 존 와든3세였으며, 그 유명한 ‘5개의 동심원 이론’입니다.
다섯 개의 동심원의 의미는 야전군을 공군이 폭격하는 것은 도시를 공격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겁니다. 그런 소모전을 하지 말고 중심을 마비시키라는 것입니다. 걸프전 직후 어느 미 육군 헬기 지휘관이 쓴 논문을 보니까 자기들이 열심히 공격하는데 미 공군은 안보이더라는 것입니다. 왜냐? 공군은 적 중심을 타격하고 있었으며 적 야전군 공격은 너 네(육군)가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냐면 초전에 약 30퍼센트 전력이 근접항공지원(CAS : Close Air Support )에 배당돼 있습니다. 그 30% 전력을 초전에 적의 중심을 마비시키는데 집중시켜야 하는데도, 공군총장이나 사령관이 그 이론 가진 자라 해도 육군 대다수가 “그래도 1군, 3군 도와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면 적 중심 마비전은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월남전에서 미군이 저지른 실수를 지금 한국군이 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상군 위주의 군 편중은 지는 전쟁 추종”
김종대 우리 지상군들이 선개념, 지역개념, 진지 사수개념으로 전쟁을 이해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걸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현대전의 일반적 추세인데도 말이죠.
한성주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진 ‘선 방어 후 공격’이라는 것이 지상군과 지상군이 맞붙는다면 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스커드, 장사정포, 전투기들이 동원되는 상황에서는 그것처럼 바보 같은 개념이 없습니다. 합동성 강화 측면에서 보자면 훼바(FEBA : Forward Edge of Battle Area 전투지역전단) A(알파), B(브라보), C(찰리)라는 전선의 사수를 공군이 먼저 지원해야 한다는 개념은 적의 중심을 먼저 최선을 다하여 마비시키고 난 다음에 해야 합니다. 적의 정치적 군사적 리더십을 가장 먼저 깨고, 기반구조(infra structure)와 핵심생산시설을 깨고, 훼바에서 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으로 가야합니다. 그것이 걸프전이고 이라크전이었습니다. 그 혁명적 변화가 한반도에는 아직 안 들어왔다고 보여집니다.
와든 3세는 88년에 ‘항공전역(Air Campaign)'이라는 논문을 썼는데 이 논문을 누가 알아 봤느냐면 그 당시 미 공군성의 작전기획참모본부장이었던 듀건 중장입니다. 그 천재성을 간파한 듀건이 ‘너 내 밑에 와라’해서 후에 걸프전을 기획하도록 하게 하는 주춧돌을 놓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중대한 시사점을 줍니다. FEBA 알파, 브라보, 찰리의 사수를 위해 공군력을 투입하는 것이 전쟁 초기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아니라, 서울 방어를 위해 적이 장사정포 못 쏘게 하고 스커드와 핵을 못 쏘게 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로 인식 되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 김정일, 김정은이 지휘를 못하게 지휘소와 방송망과 기동부대의 C4I를 마비하는 것이 초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군은 이런 전략으로 가지 못했습니다. 지상군에 30~40년 뼈를 묻은 사람들이 그런 의사결정 구조를 끌고 갔던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한 장군은 탐 클랜시 저, ‘전투 비행단(Fighter Wing)’이라는 책을 들어 보였다. 탐 클랜시는 미 CIA 출신으로 ‘The Red October’ 등 군사적 소설을 쓴 사람이다.)
이 책에는 와든 3세와 그 상관인 호너 중장, 콜린파월 당시 합참의장 등을 인터뷰 기사가 나와 있습니다. 항공전역(Air Campaign)이 왜 중요하냐를 쓴 책입니다. 이걸 보면 걸프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Desert Storm plan in the Air Campaign’을 보면 남북한 간 분쟁에도 이 모델로 가야 한다는 교훈이 나옵니다. 내가 2005년도부터 합참 군사정보 차장을 할 당시 이런 이론에 기초하여 북한의 ○○○개 핵심표적을 지정했습니다. 이것을 초전에 마비시키면 전쟁에 승리하고, 적의 대포 한 방도 서울에 안 떨어지게 해서 이길 수 있다고 당시 합참의장님께 보고했는데 반대파에 막혀서 아직도 안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先방어 後반격을 표방한 작전계획 5027에 대해서 이건 이겨도 지는 전쟁계획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이 적 장사정포의 일제사격에 노출되어 파괴되면 이긴들 진 것과 다름이 없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군 단독으로는 안 된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통령이 전쟁하자고 했을 때 한국군 장성들은 미국 없이 못한다고 할 것인가”라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랬는데 반대파에 막혔습니다.
김종대 그렇게 된 외부 환경이 있지 않을까요?

▲ 공군 102대대 편대장 김주일 중령이 이끄는 F15K후푸알파(Hoopoe A)편대가 2008년 12월30일 포항 상공에서 임무수행
을 하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성주 한미 역할 분담론입니다. 지상군은 육군이 맡아라, 해·공군은 미국이 돕는다는 것이 한미동맹의 큰 틀인데, 그러다 보니 미국의 전략도 공군, 해군력은 충분하고, 지상군은 초전에 한국군이 주축이 되어 싸워야 하는데 약하면 비행장도 항만도 뺏기고 하니까 한국군이 강력한 지상군을 가지라는 것이 미군의 전략입니다.
그러니까 전체 국방비에서 약 60%를 육군이 쓰고 나머지를 20%씩 해·공군에 주는 것이 거의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습니다. 사실은 33:33:33으로 쓰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얘기는 육군의 규모 줄이면서 동원체제로 가져가고, 소총 60만 자루 살 것을 40만 자루만 사서 절감되는 돈을 다른데 쓰는 전략이 필요한데 건군 63주년 동안 지상군 위주로의 의사결정 구조와 전략이 강력히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소총 60만 자루 살 것을 40만 자루로 줄이고 다른데 쓰는 전략이 중요”
김종대 이런 부분을 개선하자고 하면 3군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국가안보총괄회의 선진화위원회에서도 해·공군이 들어가 있는데 이런 얘기만 하면 자군 이기주의로 오해를 받는 것 같습니다.
한성주 자군 이기주의의 제일 큰 수혜자는 바로 육군입니다. 지난 63년 간. 그런 논리로 해·공군에게 자군의 얘기를 못하게 하는 슬로건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얼마 전 공군대학에서 하는 세미나에 미 공군의 예비역 호너 대장, 우주군사령관하고 퇴역했던 걸프전 영웅이 와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호너 대장한테 “걸프전에 관해 우리 육군 교육기관에 가면 ‘육군의 공으로 승리했다’하고 공군은 ‘43일 전쟁 중 40일 동안 항공전역을 수행해서 승리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어쩌면 좋냐”고 질문했습니다. 그러니까. 호너 중장이 “그런 놈들 총살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합동성을 해치는 발언하는 놈들은 총살시켜야 한다고. 공군, 육군이 혼자 하는 전쟁이 어디 있냐고. 그래서 ‘미국에서 합동성이 저렇게 해서 정착되었구나’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육군이 최고다’ ‘공군이 최고다’ ‘걸프전은 우리가 주도했다’라는 것부터 차단을 해야 하는구나. 내가 90을 하고 네가 10을 해도 다 같이했다고 하는 것을 호너 대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느꼈습니다. 같이 하려고 하니까 공군은 육군과 해군을 알아야 하고 육군은 해·공군 알아야 하고 해서 그런 경험 가진 사람들이 두루 필요합니다.
김종대 그게 바로 베트남전과 걸프전의 혁명적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군은 자신감이 미흡하고 의존적인 사고를 되풀이 하고 있지는 않나 염려됩니다.
한성주 그것이 60년간 훈련된 결과라고 봅니다. 내 전쟁인데 내 전쟁계획 짜본 적 없고. 2002년도로 기억합니다. 당시 연합사령관이 합창의장께 한 얘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울에 대포 한 방 안 떨어지게 하고 이기는 작전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미 국방장관의 생각입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대포 한 발’이라는 말을 한데서 제가 당시 미 국방장관의 천재성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미국 국방장관이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마비전을 구상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여튼 우리가 맞고 나서 반격하는 것은 망하는 작전계획이고, 빨리 전략적 마비전 위주의 플랜B를 세워 통수권자와 군 수뇌부가 그것을 챙겨야 한다고 하는 게 우리의 인식전환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합동사령부가 생기든 뭐든 그게 본질입니다.
김종대 잘 알겠습니다. 이재 장년의 한국군이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지,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언제나 변혁을 추진하는 사람은 외롭고 힘든 고난의 길을 걷는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됩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성주 군 발전에 D&D가 많은 기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성주 공군 소장(예) 프로필
△76년 공군사관학교 졸업(24기)
△85년 미해군대학원 석사취득
△01년 합동참모본부 비서실장
△04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차장
△07년 공군 군수사령부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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