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제공권 경쟁…일 ‘스텔스기’ 낙점
차세대 주력기로 미 록히드마틴 ‘F35’ 도입 확정
중·러 ‘스텔스 개발’ 대응 차원…기동성 우려도
일본이 스텔스 기능을 가진 F-35를 차세대 전투기로 낙점해 동아시아 ‘스텔스 제공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이니치신문> 등은 20일 열린 안전보장회의에서 노후화된 F-4 전투기를 대체할 차기주력전투기(FX)로 록히드마틴의 ‘F-35 라이트닝2’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도입은 2016년부터 시작되며, 도입 대수는 42대이고 대당 가격은 부품 예산까지 합쳐 99억엔(1470억원) 정도로 책정했다.
일본은 그동안 미 보잉의 FA-18, 유럽의 유로파이터와 함께 F-35를 차세대 전투기 후보군으로 놓고 검토를 벌여왔으나 결국 유일하게 스텔스 기능을 가진 5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 F-35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어느 정도 예정된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워낙 미군과의 공조를 강조해온데다, 스텔스 기능에 집착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이날 F-35 선정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가 스텔스기를 개발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텔스성이 높은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원래 일본은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일컬어지는 F-22의 도입을 강력히 원했으나 미국의 수출 금지 조처로 무산됐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차세대 전투기이자 스텔스기인 ‘젠-20’의 시험비행 성공 사실을 잇따라 공표했고, 러시아도 스텔스기인 T-50을 올해 에어쇼에서 공개할 정도로 개발을 진척시킨 상황이다. 중국은 2017년 실전 배치, 러시아는 2015년 양산을 자신하고 있다. F-4 퇴역이 이미 시작돼 2016년이면 2개 비행대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록히드마틴의 약속대로 2016년 도입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35는 시험비행 과정에서 여러가지 결함이 드러나 이를 수정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당 가격도 엄청나게 치솟았다. 또한 단발 엔진을 채용해 기동력이 떨어지는데다 작전반경도 1000㎞ 내외로 차세대기라고 하기에는 기대에 못미치는 성능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치카와 야스오 방위상이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납기에 맞추기로 다짐을 받았다”고 강조하며 우려를 불식하려 애썼지만, 그 근거는 매우 허약하다고 지적했다.
F-35는 미국에서도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상태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최근 의회 연설에서 “합동공격기(JSF) 프로그램(F-35 개발)은 스캔들인 동시에 비극”이라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F-35가 여러가지 문제를 겪으면서 개발비용이 엄청나게 치솟고 있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일본의 F-35 선정은 내년 10월을 목표로 차세대전투기(FX) 3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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