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동아가 군인에게 명예를 준다??

문형철 2015.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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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는 지난 3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병영문화혁신의 일환으로 간부들의 제복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제복에 패용하는 약장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발표했다. 우리 군의 약장은 현재 총 36다. 이제 그 두배 가까운 61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제복의 명예를 높이고 군의 사기진작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복의 명예를 화려한 훈장과 약장으로 높이려는 건 요즘 하는 말로 뽀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제복의 명예는 제복을 입은 군인이 어떤 사고와 행동으로 존경받을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사회가 그 가치를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존중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간부에 한정된 약장의 확대는 명예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의 특정계층(간부)에만 한정한 약장의 변경은 군내부의 위화감만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가 있다.
                                        

약장이란 무엇인가?


 약장은 훈장이나 포장, 기타 장관급 이상의 표창이나 특정 전투에 참전했을 때의 기념 표식 등을 요약해서 옷에 부착하는 휘장을 말한다. 군인이나 경찰의 제복 가슴에 알록달록한 직사각형 형태의 부착물을 약장이라 부른다. 우리군의 경우 1열당 3개, 총 5열 15개까지 약장의 패용을 허용하며 제정된 약장은 훈․포장 12종, 표창 3종, 기장 21종 등 총 36종이 있다.
이러한 약장은 군인의 이력, 경력을 의미한다. 제복에 붙은 약장을 보고 어떠한 군 생활을 해왔고 어떤 무공이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명예의 표시이다.
 지난 6일 국방부는 병영문화혁신의 일환으로 약장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표창 4종, 직책근무 6종, 영예 15종 등 총 25종의 약장을 신규 제정하였다. 기존의 약장은 훈․포장 12종, 표창 3종, 기장 21종 등 총 36종이었다. 앞으로 법령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4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 초급 간부들은 약장의 수여 및 부착 기회가 낮다. 따라서 군인의 제복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하여 명예를 드높인다. 하지만 이번 발표의 내용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직책 근무 약장>

약장표.png

<영예 약장>

조동.png


12만개가 남은 훈장과 대통령을 오징어로 만든 훈장


 2차대전이 끝나갈 즈음인 1945년 2월부터 3월 26일까지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이오지마(硫&#40644;島) 전투에는 훈장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미군은 이오지마 전투에 앞서 사전에 추산한 부상자수를 근거해 전투중에 부상한 군인에게 수여하는 전상장인 '퍼플하트(Purple Heart)'훈장 50만개를 제작했다.  그러나 이 훈장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이라크 전쟁 등을 치르면서도 12만개나 남았다. 그래서 70년이 지난 아직도 당시에 제작된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대의 독일은 어떠했을까?  독일의 경우 전장상황이 격해질수록 훈장의 수여가 엄격했다. 현재 독일연방군에는 폐지된 훈장이지만 독일군의 명예를 대표하는 철십자훈장(Das Eiserne Kreuz)이 있었다. 철십자훈장은 2급과 1급 철십자훈장과 기사철십자 훈장과 철십자 대장으로 나눠졌었다. 2급 철십자훈장의 수여 기준은 계급과 신분에 상관없이 '임무에서 한 번의 뛰어난 용감한 행동을 한 자'였고, 1급의 수여 기준은 '2급 철십자 훈장을 수여받고 임무에서 3-5가지의 뛰어난 용감한 행동을 한 자'였다. 하지만 기준만 충족되어서 훈장이 수상되기 보다는 야전의 상황을 고려한 엄격한 심의가 따랐다. 2급 철십자 훈장은 2차대전 기간 중 총 230만명, 1급 철십자훈장은 33만명이 수상했는데 독일군의 총병력이 1500만명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받기 어려운 훈장이었다. 일반적으로 전쟁이 격해지면 국민과 장병들을 독려하기 위해 훈장이 남발되지만, 독일군의 경우 전쟁후기로 갈수록 선정기준을 까다롭게 변경해 훈장수상자가 줄어, 훈장과 제복에 대한 명예의 가치를 더 높였다. 1급 철십자훈장을 수상한 병사가 카페나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다른 장교가 자리를 내어주는 등 상당한 예우를 받았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 한다.
 앞서 남발된 훈장으로 퍼플하트를 이야기했는데 미국의 훈장이라고 해서 전부가 남발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태극무공훈장에 해당되는 ‘명예훈장(Medal of Honor)'이 있다. 명예훈장은 지금까지 총3천 469명에게만 수여되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전사나 순직자에게 추서되었다.  2011년 9월15일 오바마 대통령은 재임기간 최초로 예비역 해병 병장 다코타 마이어에게 미군 최고영예인 명예훈장을 걸어주었다. 건설노동자인 다코타 마이어는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걸고 위험에 빠진 동료와 아프간 정부군 36명을 구했었다.  명예훈장 수여 전, 그는 백악관이 전화를 걸자 “업무시간에는 사적인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해 오바마 대통령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그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는 일화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내 전화를 받아줘 고맙다”는 농담을 했다고 한다.
 위의 일화처럼 미국의 명예훈장은 말단의 장병이라도 대통령을 오징어(초라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만들 정도로 군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의미하는 훈장이다.

 

훈장수여.png

 다코타 마이어 예비역 해병 병장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는 오바마 대통령.


명예에 대한 예우는 선심이 아니다.
 
군인의 명예는 화려한 제복과 빛나는 훈장과 약장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다. 상훈제도에 대해 국가적인 깊은 의식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약장의 신규제정을 통해 무자격자의 약장패용에 대해 엄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약장과 훈장의 의미에 대해서는 일선의 장병들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교육을 한 적은 더욱 없다.
대부분의 위관급 장교들은 약장과 훈장의 의미를 모른다. 명예에 대한 의식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군인도 이러한데 민간인은 어떠할까? 민간인들의 눈에는 그저 화려한 악세사리 이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부사관을 배려하지 않은 신규약장 제정, 그리고 최일선에 땀흘리는 병들에 대한 명예에 대한 존중의 제도가 없다면 반대로 오히려 명예와 자긍심 보다 군의 계층별 괴리감만 더 깊어질 것이다. 
또한 약장과 훈장에는 그에 따르는 대우와 존중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태극 무공훈장과 명예 훈장을 비교하면, 태극 무공훈장이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태극 무공훈장 수상자에게는 국립묘지 안장과 항공료 30% 할인, 보훈병원 60% 할인, 월18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미국의 명예훈장처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훈장을 존중하는 문화도 없고 약 14가지의 혜택도 없다. 우리군은 1990년대에 들어와 훈장을 남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약장은 훈장은 아니지만, 명예의 표식이다. 언론사가 주는 상을 약장으로 제정하는 현실을 보면 군이 과연 약장을 통해 명예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글 문형철 기자 captin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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