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와 의류학과의 만남

2015. 0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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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사관학교도, 군사학과도 아닌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군복에 관련한 특강이 있었다. 국내 최고의 권위 있는 교육기관인 서울대의 의류학과에서 군복특강은 군사와 문화의 만남이라는 이색적 조합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끌 일이지만 우리 군과 사회도 문화와 인간공학이라는 측면에서 군복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흔히 군복은 단순히 전투적인 기능적 의미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군복의 역사를 거슬러 가보면 기능적 측면보다 주술적 그리고 미적기능에서 군복이 발전해 왔다.  서울대 의류학과 학생들과 ‘세계 각국의 군복을 통해 보는 문화와 공학’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의를 통해 군복에 대한 의미를 재조명해본다.
                                          
 문화의 일부분인 밀리터리 열풍


 2013년, 2014년 두해 동안 밀리터리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tvN에서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푸른거탑’이라는 군대 메디컬 드라마를 2013년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푸른거탑 리턴즈’라는 제목으로 재방영 하였다. 군사와 메디컬을 합친 신조어로 군디컬이라는 말도 나왔다. 군을 다녀온 남자들이라면 다들 수긍할 만한 병영의 에피소드를 ‘하얀거탑’이라는 메디컬 드라마에 사용되었던 음악을 이용해 과장되게 진중함을 줌으로서 군의 경험이 없는 여성을 포함한 젊은 세대에게 큰 웃음을 주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인기는 푸른거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판매로도 나타났다. 또 MBC의 ‘진짜 사나이’와 XTM의 6부작 군사 익스트림 스포츠 방송으로 이어졌다. 군에서 즐겨먹는 햄버거 메뉴가 ‘군대리아’라는 이름으로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출시되는 등 군에서 모티브를 얻은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2014년 군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의 경악할 사건들로 인해 군과 관련된 밀리터리 열풍은 주춤해 졌지만, 군을 소재로 하는 밀리터리 문화와 산업은 군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문화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특히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 밀리터리는 사회의 주요한 한 분야이자 사회화의 과정이기에 밀리터리 문화를 가볍게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밀리터리 문화는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해 일시적인 인기에 머무를 가능성도 크다.
 
  서울대 의류학과 군복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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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군복특강은 서울대 생활과학대학(222동) 225호 강의실에서 11시에 시작되어 12시에 종료되는 1시간가량의 짧은 강의였다. 강의의 진행은 20개국의 군복과 전투장구류를 비교하며, 학생들이 착용해 보고 그리고 강연자와 질의하는 문답식 강의가 진행되었다. 강의의 주된 내용은 군복의 유래와 역사, 한국군 군복에 대한 고찰, 군복의 문화로부터의 기능으로의 전환이라는 흐름으로 흘러갔다.
서울대 의류학과 학생들과 군복의 대면은 다소 어색한 느낌이 감돌았다. 하지만 서울대 의류학과 측에서 SBS 패션왕 코리아의 자료화면을 이용해 ‘의류학’과 ‘문화’로 군복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자 군복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친밀도는 높아지기 시작했다. 강의는 강연자(서울대 이주영교수의 초청으로 기자가 강의를 했다)가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이 아닌 질의응답식으로 진행되었다. 군복의 문화적 측면과 역사에 대한 부분은 본지의 이동훈 객원기자가 자신이 번역한 마틴 판 크레펠트의 ‘전쟁본능’을 인용하며 보조진행을 도왔다. 강의의 핵심내용은 “군복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적에게 강하게 보이려는 주술적 기능과 규율을 위한 강렬한 색상과 반짝이는 악세사리는 군이라는 집단에 미학적 요소를 크게 부여했다.”는 군복의 유래와 인문학적 측면에 맞춰졌다.
  이러한 화려한 미적요소들이 민간의 복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복잡해져 가는 전쟁의 양상과 함께 변화되어 미학에서 기능과 과학으로 바뀌게 되었다. 서구에서 군복은 군인들만이 향유하는 문화가 아닌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서구의 의류가 군복과 함께 발전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버버리나, VOV 같은 유럽의 유명패션의류 기업들도 한 때는 군인들의 맞춤군복을 제작하던 회사라는 것이 좋은 실례라는 점을 들어주며, 학생들이 착용한 하프코트나, 겨울용 코트에 사용된 단추와 장식이 군에서 이용된 트렌치코트와 해군의 하프코트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는 학생들이 신선하게 받아 들였다. 
  90년대 후반 학생복으로 인기를 끌었던 뿔 모양의 긴 단추로 여미는 코트는 프랑스 해안의 어민들이 즐기는 복식이 2차대전 군대로 유입되어 다시 민간으로 확산된 사례라고 하자, 학생들은 “군사와 문화의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현대에서 강의 내용 외에 군복의 영향을 받은 복식과, 반대로 민간의 영향을 받은 군복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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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의류학과 학생들의 반응

 

 강의를 듣던 학생들의 대다수는 여학생이었다. 극소수의 남학생에게 “남자들에게 군복의 의미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한 학생이 “쓰레기입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또 다른 남학생은 “여기에 있는 남학생은 여학생들과 달리 군을 경험하고 돌아온 경우라 여학생들은 군복을 신기하게 생각하겠지만, 남학생들은 군복을 입고 덥고, 춥고, 무겁고, 졸리는 기억 밖에 없습니다. 구형과 신형 전투복을 모두 군복무 기간 동안 착용해보았지만 구형은 착용감은 신형보다 좋았지만 훈련이나 작전에는 불편했습니다. 의류학과 학생의 시각에서 보면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습니다.”라고 우리군 피복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반면에 여학생들은 군복무 경험이 없어서 인지 “군사와 문화라는 시각에서 군복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신선하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1시간가량의 강의 시간 중 20분은 세계 각국의 군복과 전투장구류를 착용하는 체험식 교육으로 이어졌다. 군복에 대해 부정적이던 남학생들도 타국의 군복과 전투장구류의 착용은 처음이라 상당히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였고 “외국군의 경우 전투원을 고려하고 자국의 문화와 기후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것 같다”며 우리 군의 피복체계의 발전이 더딘 것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서울대 의류학과 학생들은 군복을 단순히 군사로만 접근한 것이 아니라 문화와 공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
“이스라엘 군의 헬멧커버는 왜 요리사 모자를 닮았나요?”, “독일과, 덴마크, 일본의 위장무늬는 상당히 닮았습니다. 색상만 다를 뿐 유사한 이유가 무엇 인가요?”, “싱가폴 군복의 소재와 위장패턴은 상당히 조밀하고 가볍습니다.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활동성을 고려한 것인가요?”, “스웨덴의 군복위장은 날렵한 선이 침엽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디자인 공학적으로 도시적인 세련미와 해빙기 지면에서 활동하기 위한 설계가 가미 된 것인가요?” “오스트레일리아군의 군복은 위장성은 떨어져 보이지만 동글동글한 모양이 조약돌을 떠올릴 정도로 예쁩니다.” 등 무수한 질문들과 학생들 간의 의견교류가 자연스레 이우어졌다. 강의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 지난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종료되었다.
 
 <서울대 의류학과 이주영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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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복에 대한 공학적 연구와 시도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군복’을 테마로 강연이 행해질 수 있었던 것은 서울대 의류학과 이주영 교수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주영 교수는 해군의 신형 함상근무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영 교수 외에도 서울대 의류학과 남윤자 교수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육군 개발 방한복 제품 평가, 인간공학적 여군 전투복 개발과 공군정비파카의 기능성 개선 등의 주제로 수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한국군의 피복체계가 인체공학을 고려하지 않은 혁신 없는 변화에만 그쳤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서울대 의류학과의 육·해·공군 피복에 관한 꾸준한 연구는 우리 군 피복개선에 공학적인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 군복에 대한 특강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과 교수님의 의견은?

 =우선 학생들의 반응은 남학생과 여학생의 반응이 확연히 구별되었습니다. 남학생들은 군복무시 착용했던 국내 군복의 단점을 지적했지만 여학생들은 다양한 국가의 군복 특성을 디자인 및 기능성 관점에서 바라보았고 각 국가별 상황에 적합하게 디자인된 군복의 기능적 특성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국내 군복에 큰 개선이  없다는 강연자의 말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싱가폴 군복, 이스라엘 군복, 독일 군복 등 각 나라의 기후와 전투 상황에 맞게 디자인된 세부 요소들을 보며 국내 군복 디자인 개선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군복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군복에 관련한 연구나 저술이 우리의 경우 활발하지 않은데 국내외 학계의 움직임과 문화로서의 군복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국내 학계에서 군복에 대한 저술은 활발하지 않은데, 그 이유로 먼저 군복개선에 대한 연구개발비의 한계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의류학 관련 학회 연구자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군복에 대한 직접 경험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군복 개선에 대한 흥미 유발에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문화로서의 군복에 대해서는 군복은 전쟁의 시작과 함께 인간과 함께 진화해 온 인류의 자산으로 그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그럼에도 국내연구자들 간에 군복을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는 태도는 매우 부족한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군복의 개선을 위해 과거 군복의 변천사와 동시대 해외 군복들의 차이를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시대별/국가별 군복의 디자인 및 기능성을 이해하는 것은 각 시대별/국가별 생활양식이나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을 이해하는데 큰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로서 군복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안보적인 차원에서 군복의 대중화를 꾀한다면 군복의 대중화는 권장되기보다 조심스럽게 규제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군복의 대중화가 군복의 패턴이나 세부 디자인 요소들을 일반 민간 의복에 적용하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 가능합니다. 군복만이 지니고 있는 기능적 특성을 일반 기능복에 활용하는 것은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으로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복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군복 입찰의 공정성이 먼저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공개경쟁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정기적으로 군복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개발비를 마련해야 합니다.


 문형철 디펜스 21+ 기자 captin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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