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예비군 총기난사사건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 5월13일 오전10시 37분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예비군 동원훈련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동원훈련 2일차 사격훈련에서 예비군이 동료 예비군 4명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것이다. 예비군 관련 사건 가운데 그동안 불의의 사고 혹은 예비군의 과실로 타인을 사망케 하거나 혹은 개인적인 자살을 한 사건들은 있었어도 이번처럼 계획적으로 총기를 난사한 것은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현역의 보호관심병사 뿐만 아니라 예비역 가운데서도 보호관심 예비군을 지정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예비군훈련 대상인 젊은이들과 가족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역, 예비역들의 총기사건은 한편으론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우리 시대를 반영한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 관리부대의 문제로 볼 문제는 아닌 것이다.
52사단 관동교장의 훈련모습. 사격전 현역 조교가 총기 안전울과 쇠사슬로 연결된 안전줄을 재확인하고 있다. 향방훈련에서 총기들은 미리 안전조치가 준비되어 있다.
총기사건의 개요
군 당국의 수사발표에 따르면 5월13일 수요일 오전 10시 37분경 52사단 내곡동 동원훈련장에서 예비역 최 모 병장(24세 이하 최씨)이 사격장 20개 사로 중 첫 번째 사로인 1사로에서 K-2소총으로 지급받은 실탄 10발 가운데 표적지에 1발을 발사한 다음 갑자기 뒤로 돌아 부사수로 대기 중이던 예비역 윤 모 병장(24)에게 발사했다. 연이어 최 씨는 옆에 늘어선 사로 쪽으로 방향을 돌려 총기를 난사해 2, 3, 5사로에 있던 예비군 3명이 총에 맞았다. 다행히 10발 사격을 다 끝냈던 4사로 예비군은 긴급히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동료 예비군들에게 7발을 난사한 최 씨는 9번째 실탄을 자신의 이마를 겨눠 자살했다. 10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사건이 벌어진 일이다. 최 씨의 총기난사로 최씨를 포함한 예비군 3명이 목숨을 잃었고 2명의 예비군의 중상을 입었다. 예전에도 예비군이 과실로 다른 예비군을 사망케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사고는 있었다. 이번처럼 계획적으로 난사를 한 경우는 없다. 더욱이 최전방 경계부대에서나 있을법한 총기난사가 수도 서울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벌어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 씨는 문제가 많은 인간?
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 씨는 2남 1녀 중 막내로 아버지는 20년 전에 사망했고 현역시절 B급 보호관심 병사였다”고 한다. 최 씨의 이웃들은 “군 입대 전에는 괜찮았다. 제대 후에 이상해졌다. 공원 벤치에서 혼자 전화를 하기도하고 혼자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최 씨의 난동으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매체에서는 이미 최 씨가 친구들에게 문자 메세지로 ““5월 15일 예비군 훈련 때 자살 할 것이다”라는 예고를 한 적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최 씨와 같은 중대에 배속 되었던 예비군에 따르면 “조용한 성격이었다. 동원훈련 입소 첫날 혼자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편지를 쓴다고 했다. 사격 당일 날은 1사로가 잘 보이니 사로를 바꿔달라고 이야기 했다. 조용한 성격이라 아무도 특별하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라며 사건 전의 최 씨의 상황을을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들과 군 수사당국에 의해 발견된 최 씨의 전투복 바지 주머니에서 나온 유서 등을 종합해 본다면, 보호관심 병사였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최 씨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최 씨 개인문제로만 보거나 예비군 제도상의 허술한 관리책임으로만 국한시켜 생각하는 것은 유사상황의 재발을 막는 근본책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언론들은 그가 보호관심 병사였고, 정신질환이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 사건은 ‘보호관심’, ‘정신질환’, ‘계획적’이라는 키워드에 묻혀 버렸다.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은 어떤 곳인가?
이번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서초구 내곡동 훈련장은 어떤 곳인가? 이곳은 서초, 강남, 송파, 강동 4개구에 주소지를 둔 예비군들을 교육하는 교장이다. 210연대와 211연대 2개 연대가 주둔하고 있다. 사고가 난 훈련장은 이 주둔지 안에 있다. 이런 훈련장의 특성 때문에 보도에도 혼선이 많았다. 사건초기의 혼선과 오보 속에서 `웃프고'(웃기지만 슬픈 이란 의미)싶은 보도도 나왔다. “가수 싸이가 내곡동 훈련장에서 훈련 중인데 안전한가?”, “싸이는 조기퇴소로 안전하다”라는 타블로이드판 글들이 난무했다.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싸이가 사고가 난 동원훈련장 인접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원훈련이 아닌 향방작계 보충훈련(6시간)을 받다가 개인 사정으로 조기퇴소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부대의 특성과 훈련의 차이와 같은 초보적인 기본지식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팔리는 기사를 위해 화염 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기사를 작성하는 일부 언론들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연이어 언론들은 예비군 훈련장의 총열고정 울(총열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울)과 총기 안전고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안전표준 지침이 없다”, “실탄배분 규정이 없다”, “안전줄이 연결 안 됐다. 없는 곳도 있다”, “난사도중 제압하는 현역이 없었다”등 훈련장의 문제와 훈련통제 장병들의 과실을 기관총 최저표척사격(탄도의 중심을 1m 이내로 사격하여 탄도상과 피탄지에 동시에 피해를 주는 사격)처럼 쏟아냈다.
물론 총열고정 울과 안전고리가 제대로 있고 그것을 확인했다면,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훈련장에 안전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일들이 생기는지, 일부교장에서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아예 없는지에 대한 진단은 하지 않은채 훈련교장의 문제와 장병들의 과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발생했던 총기난사 사건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채 표피의 문제에만 집착하고 있다.
예비군 운용에 모범이 되는 이스라엘에서 소집된 예비군들이 가자 접경 도시 야드 모르데카이의 한 상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빨간약으로 떼우지 말고 내부를 투시해라
여론이 예비군훈련에 대한 우려와 공분을 표출하자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예비군훈련 무용론을 꺼내기도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예비군 훈련에 총과 실탄이 과연 필요한가? 예비군훈련에 실탄지급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주장을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윤후덕 의원은 “보호관심병사에 대한 정보가 국방부에서 구축되었는데 왜 예비군훈련에 적용되지 못했는가? 예비군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의원의 발언은 예비군훈련제도에 대한 이해가 일천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예비군 훈련은 기간편성(소수의 현역이 중심이 되어 예비군으로 충원되는 편성)의 부대가 전시작전을 위해 증편되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다. 이는 전시에 즉응성 있게 부대를 편제해 대처하기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훈련이었다. 예비군의 보유목적은 유사시의 즉각적인 대처가 목적인데 무기도, 실탄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면 예비군 훈련의 목적자체가 퇴색되어 버리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국가안보를 부르짖으며, 사드(THAAD) 배치를 강력히 주장하던 유승민 의원은 어디에 갔는가? 윤후덕 의원이 말한 관심병사 정보는 생활기록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종래에 수기로 작성되던 생활기록부는 6개월 간 보관하다가 파기하는 자료였다가 현재는 전산으로 입력하고 전산으로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파기한다. 어디까지나 현역장병에 대한 관리를 위한 자료일 뿐 예비군 훈련을 위해 기록과 정보보관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예비군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병무청은 예비군을 주소지 기준으로 해당부대 편성 및 훈련부과 등을 담당할뿐 예비군을 현역처럼 관리하거나 군의 정보를 그대로 인계받는 게 아니다. 또한 이 경우 윤의원 말대로 한다면 민간인이 된 예비군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침해를 할 요소도 있다. 무엇보다도 보호관심 병사와는 달리 문제가 예상되는 예비군을 사전에 관리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예비군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는 예비군 지휘관들에 의해 이뤄진다. 예비군 지휘관이 관리하는 예비군 편성표나 예비군 자력카드 등에 보호관심 병사였다는 기록은 없다. 게다가 서울시 기준으로 예비군 지휘관이 관리해야 할 인원은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만 명 이상이다. 이들 예비군 지휘관 휘하에는 상근예비역(집에서 출퇴근 하는 병) 2~3명이 고작이다. 상근예비역들 또한 집에서 출퇴근 하는 병력이기에 일과 이후에 대한 관리책임도 예비군 지휘관들의 몫이다. 보호관심 병사였기 때문에 보호관심 예비군이 되는 것도 아니다.
청년실업과 과열된 스펙경쟁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제대 후에도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양파망 속의 양파’처럼 썩은 양파 하나만을 골라낸다고 다른 양파가 썩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양파망의 양파가 썩지 않고 신선도를 유지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언론과 정치가들의 진단과 처방은 ‘빨간약’수준에 멈춰 있다.
예비군 훈련은 나날이 훈련강도와 관리규정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훈련참가 예비군을 존중하고 훈련으로 인한 어려움을 보충해 줄 인센티브와 이들 관리하는 인력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제자리 걸음이다. 이러한 과제는 고스란히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수임군부대의 몫으로 남는다. ‘저출산’으로 현역자원 수급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해결책은 예비군이 유일하다. 하지만 징병제 하에 열악한 급료와 대우는 그러지 않아도 청년실업으로 시름하는 청년들에게 또 다시 6년의 예비군 훈련을 해야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청장년들의 이런 고충에 대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면, 전시 혹은 국가재난 시에 동원 할 수 있는 정예 예비군 양성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비군은 1968년 4월에 창설됐다. 50주년을 불과 3년여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예비군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나무늘보’처럼 느리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예비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필요로 한다. 청년들의 삶과 의식변화, 예비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안전에 대한 세심한 연구와 그것이 가능할 수 있기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근본적 진단’을 통해 굳건하고 신뢰가 되는 예비군을 만드는 일이 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글 사진/ 문형철 디펜스 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