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다

2011. 0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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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국방 전문 웹진 ‘디펜스21’ 오픈 특집 - ‘연평도 피격 그 후’

 

 

북 체제 붕괴 몰두하다 국지 도발 ‘뒤통수’

 

옛말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부질없는 일에 탐닉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이 속담은 연평도 포격으로 혼란에 빠진 한국과 미국의 처지에 잘 어울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한미 두 나라는 북한 체제 붕괴를 염두에 둔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면서 연평도 사태와 같은 ‘국지 도발’에 대한 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습니다. 지난해 연평도 사태는 북한이 그런 ‘허점’을  날카롭게 찔러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한미 양국은 북한의 진정한 위협에 대비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북한의 정세를 판단하고 그에 대비해왔습니다. 특히 미국은 2008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직후 ‘포스트 김정일’ 자리를 놓고 북한 내 권력투쟁에 따른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 왔습니다. 실제로는 북한의 정세가 나름대로 안정되어 있고 김정일 위원장이 당장 사망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도 미국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계획을 더욱 구체화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3일, 한미 양국은 ‘개념계획 5029’에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계획을 추가하기로 합의합니다.

북한 급변사태와 더불어 미국은 주한미군 재배치 및 변환, 한미동맹의 글로벌화 등과 같은 고차원적인 전략적 아젠다에 깊이 몰입했습니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제기되는 북한 핵문제는 그나마 남아 있던 미국의 주의를 완전히 돌려놓았습니다.

미국이 이런 전략적 아젠다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한국 역시 북한의 국지도발 위협이 아닌 전면전 가능성에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한국군은 균형전략을 없애고, 현대전의 필수요소인 전술지휘통제자동화(C4I) 예산까지 깎아가며 대규모 전면전에 필요한 기동군단 예산을 늘리는 등 육군 위주의 전력증강에 매달렸습니다.

이는 한국군이 북한이 대규모 전면전을 감행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결과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2009년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은 북방한계선(NLL)에서 국지도발이 발생할 경우 공중전력을 포함한 압도적인 전력을 대응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죠.

이렇게 한미 양국이 제멋에 겨워 신선놀음에 빠져있는 동안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비태세를 극히 취약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연평도에 가한 포격은 꿈속에 빠져 있던 한미 양국, 특히 미국을 거칠게 흔들어 깨운 결과를 낳았습니다.
박수찬 디앤디포커스 기자 ppankk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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