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협정, 국무회의서 몰래 의결

비공개로 상정 뒤 하루 지나서야 공개…협정문도 감춰
해방이후 첫 양국 군사협정, 공청회도 없이 기습 처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26일 비공개로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까지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 청산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안보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정부가 공청회조차 열지 않고 밀실에서 기습적으로 추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7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어제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라가 의결됐다”며 “일본 쪽의 국내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르면 29일 각의에서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당국자는 협정 내용과 관련해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를 보호·관리하는 절차를 규정했다. 구체적인 정보교환을 의무화하거나 내용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정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일 간에 국방교류에 관한 의향서(2009년 4월) 등 군사협력이 있긴 했지만, 정식 군사협정을 맺는 건 해방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서 이 협정 안건을 의결하고도 하루 뒤인 27일에야 의결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국무회의 3일 전에 보고되는 일반안건과 달리 즉석안건으로 올라오는 바람에 공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협정에 대해 많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던 점에 비춰, 정부가 국내 반발을 의식해 비밀리에 국무회의 안건을 처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부는 실제로 이 협정과 관련해 단 한 차례의 공청회나 공개토론회도 열지 않는 등 공론화를 외면해왔다. 정부는 또 이 협정이 군사정보를 교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협정 이름에서 ‘군사’를 빼 공식 명칭을 ‘한-일 정보보호협정’으로 했다.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처럼 논란이 되고 중요한 사안을 국민여론 수렴은 고사하고 공지조차 안 한 채 처리한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며 “정부의 밀실 처리야말로 이 협정이 국민에게 공개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중에 슬그머니 처리하는 ‘의도적 꼼수’까지 동원했다”며 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이번 협정은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강화를 포함한 것으로,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앞으로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안보질서를 흔들리게 할 가능성이 있다. 또 이에 맞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북방 3각 협력 강화에 나설 경우 동북아의 냉전적 대결 구도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한·일 양국은 지난해 2월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기에, 앞으로 군수지원협정 체결도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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