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판문점서 군사실무회담 열자”
정부, 북에 제의…비핵화회담 수용 촉구
국방부는 26일 남북 간 군 통신선을 통해 김관진 국방장관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북쪽에 보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을 다음달 11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실무회담 대표는 대령 또는 장성급이 될 예정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재발 방지에 대한 내용이 (본회담 의제로) 전제돼야 본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예비회담에서 북쪽이 본회담이 열리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하겠다는 의사를 충분히 보여줘야 본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선제적 선긋기다.
그러나 북쪽이 ‘본회담을 열어 모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예봉을 피할 경우, 정부도 일단 본회담 개최엔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도 본회담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며, 전통문에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명기하지 않고 ‘책임 있는 조치’로 뭉뚱그린 것도 그런 차원에서 여지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 포기 의사가 확인돼야 하며, 이를 위해 핵문제에 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남북 당국 간 회동 제안을 북한 당국이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북측에 촉구한 비핵화 (고위급) 회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없어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재차 수용을 촉구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비핵화 회담을 제의하는 전통문을 북측에 보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북쪽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북쪽은 그동안 핵문제는 남북 간이 아니라 6자회담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으로 빨리 가기 위해 형식적으로라도 남북 간 비핵화 회담에 나올 것”(김용현 동국대 교수)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회담이 열려도,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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