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침체와 부채 리스크의 진앙지 된 중국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과 성장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24년 만에 가장 낮은 7.3%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금년 상반기 7.0%, 3분기는 6.9%로 더욱 둔화되는 양상이다. 금년 3분기까지의 투자와 공업생산액은 각각 10.3%, 5.7% 증가해 역시 몇십 년래 최저 수준이었다. 수출은 -1.8%, 수입은 18.8%나 줄어들었다.
문제를 안고 있는 제조업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8월까지 누계로 제조업 이윤율은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했으며, 8월 한 달은 무려 8.8%나 줄었다. 원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데다 주식투자 손실과 환차손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제조업의 버팀목이었던 자동차 기업들의 금년 8월 이익 규모도 전년동월비 22% 하락했으며, 석유가스업이 –72.2%, 전자통신업은 -10%를 기록했다. 글로벌 GDP의 13.3%(2014년 기준)를 차지하며 미국의 60% 규모까지 성장한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향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난징의 증권사 객장의 주식시세와 이를 지켜보는 투자자 모습
서비스산업과 소비 비중 증가 등 개혁 효과 일부 가시화
이 같은 경기둔화는 중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전환하는 개혁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은 핵심적인 재균형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즉, 투자와 수출 위주의 성장을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경제 운영을 시장과 민간이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 시장기능이 강화된 건강 체질 만들기에도 나섰다.
개혁 정책이 본격화된 지 2년여가 지나며 최근 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3차산업의 비중은 2012년(45.5%) 2차산업 비중(45.0%)을 추월한 뒤 2014년 48.2%까지 증가했다. 금년 들어 3분기까지 51.4%로 더 높아졌다. 서비스 산업의 성장세가 빠르게 진전되고있는 것이다. 금년 들어 전체 GDP와 산업생산은 둔화되고 있지만 서비스부문의 GDP는 8%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용효과가 높은 3차산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금년 8월까지 도시의 신규 취업자수는 952만 명을 기록했다. 연간 목표인 1000만 명의 95% 이상을 이미 달성했다. 투자와 수출이 부진한 반면, 소비가 10%대의 높은 성장을 유지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특히, 인터넷 판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금년 1~7월 전년동기비 37%) 새로운 소매판매 방식으로 소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금 중국에 두 가지 경제가 있으며 침체에 빠진 구(舊)경제 한편으로 신(新)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다양한 정책 노력 불구 7% 성장 어려울 듯
최근 IMF는 연례협의를 통해 중국 경제가 속도는 느리지만 더 안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뉴 노멀’로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각각 6.8%와 6.3%로 금년 4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정책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주도면밀한 대응을 주문했다. 시스템의 안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금융기관들의 유동성을 관리하고 금융시장의 위기관리 프레임워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는 것도 덧붙였다. 재정 관련 데이터의 질을 개선해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금년 7~8월 중국 증시의 급락과 갑작스러운 위안화 환율의 평가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불안정한 위기관리 능력과 정보의 불투명성에 대한 일침이다. 금년도 성장 목표를 7%로 잡고 개혁과 성장을 동시에 추진해 온 중국 정부는 결국 3분기에 7%에 못 미치는 6.9%성장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소비와 신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재정적자가 GDP의 1%로 낮은 수준이고 정부부채도 GDP의 41%로 재정지출을 확대할 여력이 충분해 보이는 중국 정부가 조심스럽게 경기부양을 지속하는 이유다.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을 통한 부동산 부양 패키지도 다시 꺼내 들었다. 심각한 국내 과잉 설비투자 문제를 피해 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장려하며, 정부가 나서서 해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금년 들어 이미 4차례 금리와 지준율 인하를 통해 시중의 유동성을 늘린 데 이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며칠 뒤 다시 한 차례의 인하에 나섰다.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착륙을 피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의 구조전환과 그에 따른 불안정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패 청산과 소비중심 성장으로의 전환, 국유기업 개혁 등의 정치경제적 개혁이 중단된다면 중진국 함정에 빠져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입 감소로 신흥국 경기 침체와 리스크 확대
중국이 경착륙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며 선방하고 있지만, 대외경제적인 영향은 국내 상황보다 심각하다. 2011년 말 WTO에 가입한 이후 국제 분업체계에 편입되며 글로벌 성장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 경제의 속도 조절이 불황의 진앙이 되리라는 우려다.
중국은 2011년까지 연평균 10%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자원의 블랙홀이 됐다. 같은 기간 세계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 수요 증가분의 70~80%가 중국의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중국의 자원 붐 덕분에 자원수출국들의 경제성장률도 동반 상승했다. 2000년 이후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1.7%였던 반면, 신흥국은 연평균 5.6%나 됐던 것이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의 고성장과 함께 수입 증가율도 연평균 21.8%에 달했다. 수입 규모는 6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호주(33.9%, 이하 연평균 증가율), 인도네시아(24.1%), 말레이시아(23.5%), 브라질(37.5%), 사우디아라비아(34.5%), 러시아(18.6%), 칠레(33.1%) 등 자원보유국의 대중국 수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21.2%), 일본(15.4%), 대만(14.1%), 태국(24.1%) 등 중국과 제조업에서 분업구조를 형성하게 된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역시 급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파 차단에 나선 중국 정부의 4조 위안의 재정투입은 중국과 신흥국의 경기급락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에 대한 대가도 함께 치러야 하는 셈이 됐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된 2011년 말부터 경기둔화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수입은 연평균 3.9%로 급전직하했으며 특히, 올해 들어 9월까지 -18.8%를 기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36.2%), 호주(-29.8%), 브라질(-20.9%), 인도네시아(-23.3%), 러시아(-20.8%) 등 자원수출국으로부터의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으며, 한국(-9.9%), 일본(-12.5%), 대만(-5.8%) 등 제조업 생산 분업국가들로부터의 수입도 감소했다.
문제는 중국이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입 감소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 역시 중국과 관련돼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양적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한 가운데 신흥국의 민간기업들은 달러를 빌려 광산, 석유정제가공 등 자원 개발과 생산시설 투자를 확장했다. 모두 2011년까지 지속된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이에 따른 원자재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신흥국은물론 글로벌 경기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중국의 성장둔화와 성장방식의 전환은 신흥국의 경기 침체와 과잉부채 리스크 증가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우려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중·일 제조업 분업에서 중-아세안 분업으로
그런데 한국과 일본, 대만에 비해 중국의 태국(-1.8%)과 베트남(20.4%)으로부터의 수입은 양호한 상태에 있다. 국가별로 세부적인 수출입 품목을 따져봐야겠지만 과거 10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동북아 분업구조가 변화 중에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즉, 중국이 중공업에서 대규모로 설비를 확장하며 한국과 일본, 대만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수요가 줄어든 반면, 인건비와 산업구조에서 중국과 격차가 있는 태국, 베트남 등과는 새로운 분업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공업제품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22.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2년부터 작년까지는 연평균 4.2% 증가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는 -3.9%를 기록하고 있으며, IT제품을 제외할 경우 -10.6%로 철강, 화학, 기계 등 전통 제조업 부문의 대중 수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이다. 반면,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경쟁심화로 분산 투자에 나선 글로벌 기업과 중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 등으로 중국과 동남아 특히, 제조업여건이 양호한 태국 및 베트남 등과의 분업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첨단제품과 소비재, 지식서비스 제품 등에서 중국과 차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9.5%의 증가율을 보여, 다른 선진국보다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중국과 새롭게 분업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는 동남아국을 활용하는 전략, 새로운 대중국 경쟁우위 산업을 창출하는 전략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신흥국 기대 증가
중국의 장기적인 대외 전략이자 대외 인프라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는 중국과 연결된 신흥국 경제의 안정에 일정 역할을 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최근 서둘러 AIIB 출범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AIIB는 당초 내년 정식 출범 후 1~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내년 상반기 중 1호사업 개시 목표를 밝힌 바 있다. Pwc는 지난 9월까지 일대일로 관련 2500억 달러 이상의 프로젝트가 체결됐다고 추산한 바 있으며, 중국국제투자공사(Citic) 역시 약 300개의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관련 진출도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쑤저우건설기계그룹(XCMC)은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며 300명의 인력을 파견해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안후이성의 Conch시멘트그룹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라오스 등에 금년 들어 6개의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형 철강사들은 동남아에서 M&A 기회를 탐색하고도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일대일로 대상 국가향 중국의 수출은 총수출의 21.9%를 점유하며, 수입에서는 37%를 점유한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미 중국이 최대 교역 대상국이자 직접 투자국이다. 중국이 밝힌 바 대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 동안 2조5000억 달러를 투입하게 된다면, 중국 기업들을 위한 경기부양 효과 외에도 해당 사업 국가의 경기부양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신흥국들에 대한 중국 저성장의 공백을 중국 스스로 총수요를 일으켜 채워나가려는 플랜이다. 신흥국들의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글은 포스코 경영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친디아 플러스> 2015년 11월호(vol 110) 에 실린 것으로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https://www.posri.re.kr/issue/journal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shshim@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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