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형 장거리 미사일 공개하며 사상최대 열병식
‘태양절 100돌’ 강성대국 과시
직경 2m·길이 18m로 ‘무수단’보다 사거리 연장
34종 880대 무기 앞세워 대대적 군사퍼레이드
항일빨치산 군복 등장시켜 ‘김일성 향수’ 자극
■ 길이 18m 신형 탄도미사일 선봬 15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북한 조선인민군 육해공군과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의 군사퍼레이드와 관련해, 군의 한 소식통은 “새로운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눈에 띄었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공조해 작전배치됐는지 등을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처음 공개한 이 미사일은 직경 2m, 길이 18m가량이지만, 한번도 발사된 적이 없어 정확한 성능과 사거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1998년에 시험 발사된 대포동 1호(사거리 1700~2200㎞), 2006년(2009년) 시험 발사된 대포동 2호(사거리 4000~6000㎞), 2010년 조선노동당 창건 65돌 기념식에서 공개된 무수단 미사일(사거리 3000~4000㎞) 등이 있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미사일은 이 중에서 무수단 미사일과 크기가 가장 비슷하다. 대포동 1호는 길이가 25.8m로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보다 더 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대포동 2호는 길이가 40m에 가깝고 발사 중량도 70~80t에 이르러, 이번에 공개된 탄도미사일을 압도하는 규모다.
이에 반해 무수단 미사일은 길이가 12~18.9m로 상대적으로 짧지만 사거리는 대포동 1호에 비해 더 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다. “‘무수단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긴 것으로 보인다”는 군 소식통의 발언도, 이번에 새로 공개된 미사일의 비교 대상이 무수단 미사일임을 시사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에 바탕해 보자면 중거리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되, 대륙간탄도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열병식과 군사퍼레이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이라는 평가다. 항일 빨치산 군복 차림의 부대와 만주 벌판의 눈을 연상케 하는 흰색 망토를 걸친 기수가 탄 기마 부대도 등장했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 제1비서 옆에 자리한 군 수뇌부가 흰색 정복에 착용한 모자는 김일성 주석이 해방 직후 평양에 입성했을 때 쓴 것과 같은 모양의 것”이라며 “과거 모습을 떠올리게 하려고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용이나 성격 면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에 취임하고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은 직후에 열린 1992년 4월25일 조선인민군 창군 60돌 기념 군사퍼레이드와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당시에도 26종 707대 무기와 장비가 동원돼 사상 최고 규모로 치러졌다. 새로 등극한 지도자의 음성이 대중에 처음 공개된 것도 비슷하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에게 영광이 있으라’는, 단 한 문장이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중연설을 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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